교훈이나 권선징악을 표방하는 천편일률적인 내용으로 그림책이 영유아, 아동들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소재, 내용, 형식의 제약을 초월해 나이에 상관없이 전 세대를 아울러 사랑받고 있다. 한 장, 한 장 천천히 넘기며 음미할 수 있는 아름답고 개성 넘치는 그림체에 인상적인 짧은 글이 주는 여운은 벽돌같이 두꺼운 장편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대서사와 감동 못지않을 때가 있다. 특히, 요즘은 국내 작가 중에서도 뛰어난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거나 아이는 물론 성인이 보기에도 더없이 훌륭한 작품들이 많이 출간돼 참 반갑다.
이번에는 그림책을 좋아하고, 그림책 제작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신간! '그림책을 쓰고 싶은 당신에게'를 소개해 본다.
15년 넘게 그림책 편집자로 일하고, 작가로서 일곱 권의 책을 출간했으며 국내 창작 그림책 최초 볼로냐 도서전 라가치상 대상을 받은 최은영 님의 저서다. 저자가 그림책을 기획하고, 편집하고, 쓰며, 그림책에 대한 강의를 하며 쌓은 내공으로 그림책 쓰기의 핵심을 응축해 담아내 관심 있는 독자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그림책이 만들어지는 과정, 그림책 작가들의 고민, 그림책을 쓰면서 부딪치게 되는 난관, 그림책 편집의 의미, 주옥같은 추천 그림책 등 그림책을 쓰는 데 관심 있는 예비 그림책 작가는 물론 그림책을 사랑하는 독자에게도 그림책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을 준다.
그림책 작가라면 응당 뛰어난 그림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일러스트 작가와의 협업으로 그림책을 제작할 수도 있다. 사소한 것이라도 주의 깊게 관찰하며 기록하고, 책의 좋은 글귀나 드라마, 영화 대사, 노랫말 등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을 필사하여 문장 수집하는 것도 글감을 모으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림책 쓰기를 기획한다면 아동의 발달 단계나 특성에 대한 이해도 선행되어야 한다. 운율감이 느껴지고 읽기 쉬운 문장들을 체화해 써내려면 역시 좋은 그림책을 많이 접하는 것이 중요한데 저자의 그림책 쓰기 방법에 따른 예시로 제시한 다양한 추천 그림책을 찾아 읽어보며 기본을 다질 수 있을 것 같다.
- 본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
유튜브 영상에 너무 익숙해진 탓인지 책읽기가 낯설어졌다.
그래도 습관이 남아 있어 읽고 싶은 책을 골라본다.
<그림책을 쓰고 싶은 당신에게>
딱히 그림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림을 못 그리기 때문에)
하지만 그림책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어떤 과정으로 그림책을 쓸까에 대한 호기심은 있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며 내가 먼저 그림책의 매력에 퐁당 빠져버린 경험이 있기 때문일 듯.
딱딱하게 굳어져 버린 어른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다시 돌아보게 했던 존 버닝햄.
반복되고 단순한 문장으로 신나는 노래로 함께 읽기도 하고 그림 색감이 너무너무 화려했던 에릭 칼.
그림과 내용이 참 따뜻해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앤서니 브라운.
기발한 상상이야기와 등장인물을 직접 하나하나 만들어 장면을 만든 구름빵의 백희나.
그림책하면 떠오르는 감성은 따뜻함, 호기심, 기발함, 예술가 등등이다.
그림을 못 그리는 나에게 그림책을 쓴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세상의 이야기는 아닐까 싶었지만
그림책 역시 '삶'을 다루고 '나'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가 중심이 되기에 더 관심있게 읽을 수 있었다.
새로워야할 것은 글감이 아니라 글감을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좋은 글감은 결국 나의 생활, 나의 세계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
p80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나만의 메세지를 담아서 쓰기
내가 경험한 사건과 감정을 섞어 쓰기
p97
작가의 말은 그림책뿐아니라 어떤 종류의 글을 쓸 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말이 아닌가 싶다.
<그림책을 쓰고 싶은 당신에게>는
그림책 편집자로 시작해 6권의 그림책을 지은 저자가 알려주는 그림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로,
일상을 호기심으로 바라보고, 어쨌든 쓰다보면 나만의 이야기가 나올 것이고,
그 중에 읽는 이만이 느낄 수 있는 (결국 나답게 쓰는)진정성이 가미되도록 다듬자고 한다.
그림책 편집자이자 그림책 작가여서 그런지 그림책 창작의 과정들이 실감나고,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아 알아챌 수 없는 미묘한 창작의 고통(?)들도 엿보았던 것 같다.
맘먹고 읽다보니 술술 읽혀지는 책인데
저자가 말한 '새벽 2시의 걱정'과 같은 불안들로 인해 읽기를 미루었는데
편안한 주말 아침이라 그런지
독서시간이 상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