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김진명 작가님의 팬이다. 열혈팬 축에는 못 끼고 그가 출판한 책을 읽는 정도다. 그의 책은 정말 가독성이 좋다. 대부분 책의 주제가 역사와 애국심이다. 한반도에 자리 잡은 오천 년의 역사를 가진 작은 나라에서 전쟁과 역사 왜곡 뒤에 숨은 이야기만큼 흥미진진한 주제가 또 있을까.
그의 책 내용이 머릿속에서 짬뽕 될만하면 한 번씩 다시 죽 읽는다. 다시 읽어도 재밌다. 그의 책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고구려>다. 삼국지 말고 고구려를 읽게 만들겠다는 자신감이 맘에 들었고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는 내용이 재미있었다. 나는 고구려를 재독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읽을 생각이다. 작가님에게 바라는 것은 빨리 완결 시켜달라는 것이다. 왜 고구려 8권이 아닌 에세이가 신작인 걸까. 근데 작가 소개가 참 간단하다. 그가 저술한 책만 해도 몇십 권인데 달랑 고구려를 집필 중인 작가라고만 소개했다. 이미 고구려는 그의 대표작이다.
그의 책이 아닌 그에 대해 공부하겠다. 어떻게 하면 김진명처럼 책을 쓸 수 있는지 이 책을 읽고 나면 답이 보일까?
남들이 고시 공부하기 위해 도서관에 박혀있는 동안 그는 도서관에 있는 많은 책과 함께 어려운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행복과 성공을 찾았다.
내면의 힘을 키워라
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
그들은 아름다웠다
역사 속 이야기를 찾아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차례
무라카미 하루키가 생각난다. 난 그의 소설은 어렵다. 그러나 그의 에세이는 혹자의 말을 빌리자면 아무 말 대잔치라고 한다. 소설에 비해 그의 에세이는 가볍다. 그런데 김진명 작가님의 소설은 무거운 주제에 비해 쉽게 읽힌다. 에세이는 가벼운 듯 무겁다. 한 글자 한 글자 꼭꼭 씹어 읽어야 한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관계 속에서 나와 상대는 무엇이 같고 다른가?
우린 무엇을 위해 사는가?
밥을 먹고 수다를 떠는 일상에서 우린 도사를 만난다. 그 도사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아는 자만이 받는 것이다.
식자가 되기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일단은 읽어라. 방대하게 읽어라.
그래 읽자. 한 장만 더 읽자!!
그의 일상에서
그의 일에서
그리고 우리가 가진 과거의 역사에서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서 묻고 답한다.
누군가는 단순하게 스치고 넘어가는 것들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이 오늘의 그를 만들지 않았을까?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 가려고 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만류에 대학 졸업 후에 가기로 결정하고 대학교로 발길을 돌린다. 그리고 그의 인생관이 바뀐다. 부를 거머쥐기 위해 미국행을 결심했던 그는 대학 도서관에 있는 방대한 책을 읽으면서 나만의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그렇게 그의 머리는 트였다. 방대한 책을 읽고 그 막대한 재료를 바탕으로 그는 막힘없이 책을 써 내려간다.
고구려뿐 아니라 난 그의 소설을 역사소설로 분류한다. 고구려부터 현대까지 굵직하게 대한민국을 흔들고 지나갔던 사건들을 그는 책 속에서 그려냈다. 처음에는 그저 픽션이라고 생각하고 그저 재미나게 읽었다. 다시 그의 책을 읽었을 때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색분자로 나 먹고살기 급급한 중생에게 그리고 여러 가지 이해관계와 정치적 관계에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예리하게 칼날을 겨눈다. 잘못 인식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이다. 몽유도원도를 찾기 위한 그의 노력도 대단하다.
고구려에 대한 기록은 없다. 중원고구려비와 광개토대왕비가 전부라고 한다. 그러나 기록이 전부 사실일까에 의문을 제기한다. 누군가는 승자의 기록이라 말하는 그것은 사관의 개인적인 의견, 왕의 막대한 힘, 후손에 의한 정교한 미화까지 보태죠 우리에게 왔다. 진실을 아무도 모른다. 다만 기록이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는 오천 년의 역사를 가진 단일민족이라는 허우대를 자랑한다. 그러나 조선왕조 500년 동안 우린 중국의 속국이나 다름없었고, 그 뒤는 바로 일본의 식민지였다. 조선을 지배한 유학은 공자의 학문이고 공자의 세계관은 동이족으로 태어난 한족의 삶을 살면서 엄청난 충돌을 겪으며 세계의 중심이 중국이라는 춘추 사관을 만들어 낸다. 일본의 명성왕후 살해 사건에 대해 우린 무엇을 알고 있는가? 광태토대왕비에 석회를 발라 역사를 왜곡했다는 것에 눈이 멀어 본질을 피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자. 나를 알고 역사를 알아야 현재를 온전히 살아낼 수 있다.
그가 고구려를 쓰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의 역사도 모르면서 삼국지를 읽고 중국의 역사를 달달 외우는 사람들을 보고 답답함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막대한 팬을 보유하고 있는 삼국지에 대적하기란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삼국지를 이기기 위해서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삼국지를 3권째 포기한 내가 고구려는 1~7권까지 재독했다. 재미있으니까. 그의 책 고구려가 삼국지를 이기는 그날을 기다려본다.
세상에는 돈을 많이 버는 성공도 있지만 정반대로 돈을 적게 벌고 남는 시간과 열정을 다른 의미 있는 일에 쏟는 성공도 있으며 남에게 인정받는 행복 대신 오히려 남의 시선에서 사라지는 행복도 있다.
p17
모든 인간은 비극적 존재이다. 품었던 이상은 흐릿해지기 마련이고 꿈은 깨지며 일이란 실패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현상이 무한 반복되는 것이 세상의 본질이니 삶은 고통과 비탄과 슬픔에 언제나 맞닿아 있다.
p93
역사는 사건을 표본 그대로 남겨두지 않는다. 크고 작음도, 형태도, 색깔도, 때로는 앞뒤마저도 시각과 주체에 따라 제각기 다른 기록으로 남는다.
p208
나는 현재보다 과거가 재미있다.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숙제를 무사히 마치면 상으로 받는 이야기 한 토막이 바로 과거니까. 가끔 꺼내어 읽는 과거야말로 그 어느 소설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니까.
p263
#때로는행복대신불행을택하기도한다 #김진명 #이타북스 #한국의스티븐킹 #밀리언셀러작가 #고구려작가
김진명 작가의 첫 에세이라는 걳도 호기심이 생겼지만, 제목이 내 마음에 꽂혔다. '김진명 작가도 행복이 아닌 불행을 택하는 삶의 역설을 아는구나.' 하는. 내 마음이 이해 받는 느낌을 제목에서 받은 것이다.
그렇다. 나는 현재 불행하다. 전에는 정확히 그러니까 2022년 3월 16일 이전에는 하루 종일 바쁘게 일하고 숙소에 돌아와 저녁 커피를 한 잔 마시는 때면 나는 행복을 느꼈었다. 그 여유와 하루를 잘 마감하고 있다는 만족감과 인스턴트 믹스커피의 달달함이 기분을 좋게했다. 그런데 그 날 이후 하루 종일 정신 없이 일하는 때를 제외하고 퇴근해서 혼자 저녁 시간을 보내는 때에 불행을 느낀다.
나는 그 날 이전에는 외로움을 느끼지 못했고 혼자 보내는 시간을 즐겼다. 이후로는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롭고 슬픔을 느낀다. 그럼에도 그 이전으로 돌아가겠느냐고 하면 나는 '아니다'이다. 그 날 나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으며 과거 홀로 행복하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는 본능에 의해 산다. 따라서 건강하고 풍족한 삶을 살면 행복하다. 하지만 인간은 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 그 게 더 의미가 있을 때에."(60쪽) 라고 작가가 말하듯 내 삶에 큰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내 삶에 큰 의미는 다른 이들에게는 별 의마가 아닐 수도 있는 극히 개인적인 것이지만, 작가의 에세이는 안중근과 안중근의 어미니의 선택을 예로 들고 있다.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녁하고 형무소에서 죽음을 기다리며 보내는 시간 동안 안 의사의 어머니는 편지 한 통을 보냈을 뿐 면회를 가지 않았다고 한다. "나라를 위해 딴 맘 먹지 말고 죽어라!"라는 내요의 편지를 쓰는 안 의사의 어머니는 불행했을 테지만, 초인적 의지로 아들의 거사를 지지한 것이고, 당당히 맞서 끝까지 비굴해지지 않도록 독려한 것이다. 적어도 나의 택함은 조마리아 여사처럼 뼈를 깎는 고통을 느끼는 택함은 아니지 않은가라는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불행을 택하는 결정을 이해받았다. 띠지에 "더 이상 위로받지 말라 어두울수록 그대의 삶은 빛난다"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작가의 에세이 한 편, 한 편은 우리 삶을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고 있다. 간만에 큰 위로를 받는 글을 만난 것이다.
<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는 '내면의 힘을 키워라', '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 '그들은 아름다웠다', '역사 속 이야기를 찾아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렇게 5개의 소제목으로 나뉘어 있다. 모든 에세이가 뭉특하게 깎은 연필로 공책에 꾹꾹 눌러 쓴 글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작가의 마음이 느껴졌다는 것이다. 소설 잘 쓰는 작가가 에세이도 잘 쓰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잘 쓴 에세이가 쉽게 흘러나온 게 아니라 진심을 담기 위해 애 쓴 글로 느껴졌다.
작가가 들려 주는 역사 이야기도 좋고 아름다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지만,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참 좋았다. 아내에 대한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글들이 작가를 새롭게 보게 했다. 그의 소설의 주제에서 조국에 대한 사랑을 느끼는데, 그 깊이 만큼 큰 가족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는 것이 보기 좋았다.
은은한 감동으로 깊은 울림을 주는 작가의 에세이가 처음이 끝이 아니라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버지의 주머니에는 미술 도구값은커녕 일 원짜리 동전 한 닢도 없었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그 믹서 또한 당신이 집을 비울 긴 세월, 가난할 수밖에 없는 아내가 괄시받지 않도록 남기고 간 배려였던 것이었다. (p.13)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당연하고(?), 심지어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사람도 '읽은 책' 목록을 작성할 때 꽤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바로 '김진명'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살수' 등 요샛말로 저절로 '국뽕'이 되는 책들이 수두룩하니 이상한 일도 아니다. 사실 내가 역사서를 좋아하게 된 까닭에도 그가 한몫했다. '황태자비납치사건'을 읽고 부들부들 떨며 이게 진짜인지, 몇 퍼센트나 진짜인지 묻는 내게 아빠는 “네가 역사책에서 찾아보는 게 더 재미있을걸?”하고 대답해주셨다. 그래서 역사서들을 찾아 읽었고, 읽다 보니 재미있어졌다. 출간된 그의 책을 모두 다 읽었다는 것은 그의 소설을 읽고, 역사서에서 그 이야기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여전하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 그의 에세이라니. 그런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가 가득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꽤 많은 것을 얻는 나도 생각 부자가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소탈한 인간적인 면모와 소설에서도 느낄 수 있던 강단과 소신을 모두 만날 수 있었는데 역시나 마음에 크게 남은 것은 독서를 대하는 그의 자세와 역사적 의식에 대한 소신이었다. '역사 속 이야기를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묶인 부분을 읽으며 내가 느낀 것은, 내가 그의 책을 처음 읽을 때보다는 많은 이야기에 대해 내 생각을 가지게 되긴 하였으나, 그런데도 여전히 배우고 알아야 할 것이 많단 것이었다. 국·영·수에 밀려 역사가 찬밥신세가 되는 것이, 미래를 두고 볼 때 정말 괜찮은 것인지를 다시 고민하게 했다. 또 아이와의 역사 공부 계속 부지런히 해야,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있다는 것도 되새겼다.
무언가 고백해야 할 것이 있다면 있는 그대로 하는 것이 맞다. 다른 어떤 계산도 해서는 안 된다. (p.40)
세상에는 공부 잘하는 길 외에도 다른 길이 얼마든지 있다 생각했던 내가 삐삐에게 권해본 게 타인과의 소통이었다. 긴긴 세월 남과 소통하며 살아온 삐삐의 내면에는 실제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자신만의 어떤 세계가 생겼을 것으로 생각한다. (p.58)
스스로 절실한 노력 없이 남들이 알아서 대접해 주기를, 우리를 대신해 외국의 학자들이 오롯이 밝혀내어 공정히 알려주기를 기대하고 기다리기만 해서는 무엇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p.203)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숙제를 무사히 마치면 상으로 받는 이야기 한 토막이 바로 과거니까. (p.263)” 충실하게 하루를 살아야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그의 가르침을 다이어리에 옮겨적으며 생각해본다. 우리의 오늘도, 우리나라의 오늘도 충실히 살아내야 한다고. 나의 과거도, 나라의 과거도 무엇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으니 말이다. 물론 그 하루하루가 영광의 순간일 수는 없다. 책 제목처럼, 때로는 우리의 하루가 불행일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불행도 충실히 살아내야 조금 더 깊어지고, 조금 더 자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소설을 읽은 후처럼 마음이 묵직하다. 그는 무겁지 않은 문장과 이야기를 주었는데, 내 마음이 이렇게 묵직해진다. 그의 글은 언제나 그랬다. 이번에도 나는 그의 문장을 곱씹으며 마음의 묵직함을 스스로 하나하나 꺼내 보아야지. 그 시간을 통해 나는 조금 더 깊어지고, 자랄 테니 말이다.
이렇게 숙고하는 시간을 선물해준 작가님과 이 책을 선물해주신 분께 감사를 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