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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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 호텔

리뷰 총점 9.2 (5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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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영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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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글래스 호텔》 깨진 유리 조각을 삼켜라. 평점8점 | r*******n | 2022.06.08 리뷰제목
조너선은 미국 전역에 있는 클럽이란 클럽에는 모조리 특별 회원으로 가입한 듯했다. "돈이 썩 많이 드는 취미지." 조너선이 빈센트에게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난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장소라면 사족을 못 쓰거든." (빈센트가 진작 눈치챘어야 할 또 하나의 힌트였다. 조너선은 대체 왜 시간이 천천히 흐르기를 바랐을까? 누구나 다 아는 생명의 유한함 때문이 아니라, 다른
리뷰제목

 

 

조너선은 미국 전역에 있는 클럽이란 클럽에는 모조리 특별 회원으로 가입한 듯했다. "돈이 썩 많이 드는 취미지." 조너선이 빈센트에게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난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장소라면 사족을 못 쓰거든." (빈센트가 진작 눈치챘어야 할 또 하나의 힌트였다. 조너선은 대체 왜 시간이 천천히 흐르기를 바랐을까? 누구나 다 아는 생명의 유한함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의미가 있었던 게 아닐까? 피할 수 없는 사태가 몰려오고 있음을 예감했기 때문은 아닐까?)           p.99

 

이야기는 캐나다 밴쿠버섬 최북단에 위치한 오성급 호텔 카이에트에서 시작된다. 초대형 판유리와 삼나무로 장식된 궁전 같은 호텔은 앞에는 바다, 그리고 그림자 진 숲이 에워싸고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호텔의 북쪽은 완전히 황무지였고, 외진 장소에 위치한 탓에 호텔에선 핸드폰도 터지지 않았다. 뜻밖의 장소에 있는 최고급 호텔이라는 점이 그곳에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곳은 잠시나마 현대문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큰돈을 지불할 수 있는 고객들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기도 했다. 폴과 빈센트 남매는 그곳에서 일하고 있다. 마약 문제로 여러 번 재활원을 드나들었던 대학생 폴은 사고를 치고 도망치듯 호텔에 와서 청소 관리인 일을 하는 중이었고, 어머니를 잃은 뒤 학교를 그만두고 방황했던 빈센트는 생계 유지를 위해 호텔에서 바텐더 일을 하는 중이다.

 

어느 날 밤, 로비의 유리 벽에 '깨진 유리 조각을 삼켜라'라는 섬뜩한 낙서가 발견되어 호텔 손님들을 비롯해 관계자들이 놀란 사건이 발생했는데, 폴이 그 일의 범인으로 의심받아 결국 호텔에서 해고가 된다. 마침 그곳에는 호텔의 소유주인 조너선 알카이티스가 와 있었고, 그는 빈센트에게 한 눈에 반한다. 빈센트는 호텔을 그만두고 그와 함께 떠나고, 그의 트로피 와이프가 된다. 엄청난 규모의 투자 사업을 하며 부를 영위하던 알카이더스의 삶 속으로 들어간 빈센트는 대저택에 살면서, 개인 제트기를 타고 다니는, 넘치는 재력을 마음껏 누린다. 하지만 거대한 '돈의 왕국'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고, 위태로운 유리의 성은 무너지고 만다. 초대형 폰지사기 범죄로 체포된 알카이더스는 무려 170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된다. 그 속에서 그는 자신의 나라가 무너지지 않은 가상의 세계와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 때문에 목숨을 잃은 자들의 유령을 목격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어둠의 나라에 사는 시민들이었다. 전생에서도 그런 나라가 있다는 걸, 심연의 가장자리에 걸쳐진 나라가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기는 했었다. 영원히 그늘이 걷히지 않는 나라가 있다는 걸 익히 알고 있었다. 외딴곳에 가면 그 나라가 한층 또렷이 보였다.... 어둠의 나라에 사는 시민들이 있다는 것은 예전부터 막연히 알고 있었다. 그 나라의 시민들은 단 한 번 삐끗하는 바람에 사회라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안락하지 않은 땅으로, 실수를 허용하지 않는 땅으로 밀려났다.         p.311

 

<스테이션 일레븐>이라는 인상적인 디스토피아 소설로 만났던 에밀리 세인트존 멘델의 신작이다. 전작을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건 종말을 다루는 그 어떤 작품과도 다른 분위기였는데, 끔찍하고, 무서운 장면들 대신, 평화롭고 아름답다고 해야 할까. 하나의 세계가 끝이 나고, 20년 후 종말 후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었음에도 종말 후의 풍경이 이럴 수도 있다니,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며 읽었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뒤에도 잔잔한 감동이 여운처럼 남았던 작품이었다.

이번 작품은 2008년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사상 최대 폰지사기 사건을 다루고 있다. 디스토피아 소설을 썼던 작가가 사기극을 소재로 이야기를 썼다고 하니 어쩐지 상상이 잘 되지 않았는데, 역시나 평범한 미스터리 작품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주요 플롯인 사기극에 대해 그 전모라던가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주는데는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보통 이 정도로 큰 규모의 범죄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면 단계별로 어떻게 사람들을 속여서 사기 행각을 벌이게 되었는지, 엄청난 규모의 금융 사업 자체에 대한 설명이 주요 내용이 될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지, 막대한 부가 한 순간에 무너지고 왕국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게 되는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질거라고 기대했다면 이 작품을 읽으면서 조금 당황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바로 그러한 부분이 이 작품을 낯설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매혹적이고 독창적인 이야기로 만들어준다.

외딴 섬에 위치한 초대형 판유리와 삼나무로 장식된 궁전 같은 호텔에서 시작된 거대한 비극이 개개인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 놀랍도록 우아하고 정교한 이야기를 지금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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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서평]글래스 호텔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b***8 | 2022.05.29 리뷰제목
실제로 있었던 폰지 사기를 바탕으로 세워진 이야기. 사실 금융 쪽에 무지한 터라 사기라는 것만 알았을 뿐 폰지 사기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이야기 속에서도 나와있지만 검색을 해본다.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일컫는 말로, 1920년대 미국에서 찰스 폰지(Charles Ponzi)가 벌인 사기 행각에서 유래되었다. 이것이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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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있었던 폰지 사기를 바탕으로 세워진 이야기. 사실 금융 쪽에 무지한 터라 사기라는 것만 알았을 뿐 폰지 사기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이야기 속에서도 나와있지만 검색을 해본다.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일컫는 말로, 1920년대 미국에서 찰스 폰지(Charles Ponzi)가 벌인 사기 행각에서 유래되었다. 이것이 두산백과에서 나오는 가장 일반적인 정의다. 이익을 준다고 해 놓고 다음 투자자를 모집해서 그 돈으로 앞의 사람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자신의 돈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그야말로 돈이 돈을 버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업에도 단점이 있었으니 더이상 투자자를 모집하지 못하면 줄 돈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것이 사기라는 것이 바로 들통이 나게 되는 것이다. 언제 밝혀지느냐는 시간 문제일 뿐이다. 마치 머리 위에 바람이 가득한 풍선을 매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옆에서 계속 펌프를 누를테고 언젠가는 터질테니 말이다.

 

호텔의 바에서 일하던 빈센트는 그날 그를 만났다. 호텔의 주인이자 부자였던 조너선 알카이티스. 그들은 서른 살이 넘는 나이의 차이를 가지고 있었지만 빈센트는 돈이 필요했고 조너선은 그녀의 젊음을 돈으로 산 것이다.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남들에게는 결혼한 것처럼 행동했다. 그것이 그들의 계약이었다. 빈센트는 돈 걱정 아니 돈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니 행복했을까.

 

다양한 인물들이 줄줄이 나오게 된다. 누군가는 여윳돈을 누군가는 전 재산을 누군가는 퇴직금을 투자했다. 조금이라도 이자를 받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조너선이라는 사람을 믿어서였을 것이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들도 자신의 돈을 아무에게나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있는 사람이 더하다고 얼마나 철저하게 알아보았겠는가. 하지만 사람들의 입소문은 믿을 수밖에 없고 더군다 고위층이나 돈이 좀 있는 사람들이 추천을 하면 그것은 더욱 신뢰가 가는 투자가 된다. 아무 것도 모르는 채 그들은 자신들의 돈을 밀어 넣은 것이다.

 

사기범은 누가 보아도 선한 인상을 준다. 전혀 아무도 속이지 못할 것 같은 그런 사람인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것을 다 퍼주는 그런 사람이다. 여기 조너선도 그랬다. 온몸으로 침학함을 발산했고 허세를 부리지 않고 거만하지 않고 자신감 넘치되 오만하지 않고 차분하고 절제할 줄 알며 지적이고 남의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 그것이 바로 이 이야기 속에서 말하고 있는 조너선이다. 그리고 바로 그 조너선이 사기를 친 것치다. 이 세상에 믿을 사람은 하나도 없다라는 말이 새삼 다시 생각나는 시점이다.

 

돈이 그 자체로 하나의 나라라는 걸 깨달았죠.

104p

돈은 게임이 아니라 하나의 국가다.

151p

 

그렇다면 돈은 믿을만한가. 본문 속에서는 돈이 하나의 나라라는 것을 강조라도 하듯이 반복되어 나온다. 돈이 나라라. 그럴 수도 있겠다. 돈은 그들만의 특별한 세상을 만들어 준다. 사람들은 돈이 있는 사람들을 무시하지 않는다. 아니 무시하지 못하는 것일까. 자신들에게도 언젠가 돈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돈을 좆지 말라는 말도 있다. 사람이 돈을 좇는 것이 아니라 돈이 사람을 좇게 해야 한다고 했던가. 사실 돈을 버는 방법을 모르겠다. 그저 착실히 일을 하고 그 대가를 받아 저축하는 것이 전부인 나에게는 다단계의 공격적인 투자는 성향이 맞지 않는다.

 

글래스 호텔. 성경 속에서는 모래 위에 집을 짓지 말고 반석 위에 집을 지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있다고 말이다. 글래스 호텔은 유리로 만들어진 호텔일까. 그 호텔이 의미하는 바는 유리로 만들어 속이 훤히 비치는 그런 호텔인 것일까 아니면 유리로 만들어 내구성이 전혀 없는 모래 위에 지은 집처럼 언제라도 깨질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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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인간의 탐욕으로 쌓은 유리의 성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s*******4 | 2022.06.19 리뷰제목
"인간의 탐욕으로 쌓은 유리의 성 "   에밀리 세인트 맨델의 <글래스 호텔 >을 읽고     “돈은 하나의 국가다.” -사상 최대의 폰지사기사건을 바탕으로 한 소설-   '메이도프 폰지사기사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정보에 따르면 메이도프는 1970년대 초부터 2008년 말까지 세계 136개국에서 3만7천여명을 상대로 고수익을 보장한다면서 신규 투자금을 유치해 그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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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탐욕으로 쌓은 유리의 성 "

 

에밀리 세인트 맨델글래스 호텔 >을 읽고

 


 

돈은 하나의 국가다.

-사상 최대의 폰지사기사건을 바탕으로 한 소설-

 

'메이도프 폰지사기사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정보에 따르면 메이도프는 1970년대 초부터 2008년 말까지 세계 136개국에서 3만7천여명을 상대로 고수익을 보장한다면서 신규 투자금을 유치해 그 돈으로 기존 투자자의 수익금을 지급하는 금융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2008년 체포됐다고 한다. 이 사건의 피해액은 최대 650억 달러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였다고 한다. 

 

이 책  『글래스 호텔』은 사상 최대의 폰지사기사건인 메이도프 폰지사기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2008년 이 사기사건은 전 세계 금융계와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인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은 전작인 『스테이션 일레븐』에서 문명의 종말 이후, 거대한 상실 너머의 희망을 노래했는데, 이번 신작 『글래스 호텔』에서는 폰지사기사건을 중심으로한 인간의 탐욕, 죄악, 사랑, 죽음, 비극 등 삶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폰지사기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인 조너선 알카이티스의 실제 모델은 '메이도프 폰지사기사건'의 버나드 메이도프이다. 그가 1970년부터 30년 간 폰지사기사건을 일으킨 것을 모방하여 책 속에서 조너선도 많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폰지사기행위를 벌인다. 즉, 신규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의 수익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기행위를 벌인 것이다. 처음에 투자자들은 이 투자로 인해 많은 수익을 얻게 되자. 조너선을 신뢰하고 본격젹으로 투자했고, 결국은 사기행위에 의해 투자금뿐만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결과가 빚어졌다.

 

투자자는 자신의 투자금을 잃어버렸지만, 조너선의 사기행위로 인해 인생 전체를 잃어버린 한 여자도 있다. 조너선이 만든 돈의 왕국의 유혹에 이끌려 조너선의 연인 역할, 아내 역할을  하며 인생역전을 꿈꾸었던 빈센트, 그녀는 조너선의 왕국이 결국 모래성으로 밝혀지고 와르르 무너졌을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처음에는 조너선은 돈의 왕국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가지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결국은 그의 돈의 왕국도, 그 열쇠도 유리성처럼 쉽게 깨져버리는 것이었던 것이다. 

 

“돈에 관해서라면 두 종류의 게임이 있는 셈이지.” 아침을 먹으면서 네미로프스키가 말한다. 그는 은행 강도 미수죄로 이곳에서 16년째 복역 중이다. 학교라고는 초등학교 4학년까지 다닌 게 전부인데, 사실상 문맹이다. “하나는 다들 아는 게임이야. 시답잖은 일을 하고 월급을 받는 건데, 그래봤자 절대로 풍족할 리 없지.”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차원이 다른 게임이 있어. 돈을 벌어들이는 수준이 완전히 다르다고. 이런 은밀한 게임은 극소수의 사람들만 할 줄 아는데…….”
네미로프스키가 틀린 말을 한 건 아니라고, 나중에 알카이티스는 운동장을 돌면서 생각한다. ‘돈’은 그가 할 줄 알았던 게임이다. 아니다. 돈은 게임이 아니라 하나의 국가다. 그는 돈의 왕국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갖고 있었다.
-p.150~151

 

결국은 조너선은 폰지사기행위가 발각되어 170년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수감된다. 그러나 그는 돈의 왕국에서 군림하던 자신을 버리지 못한 채, 가상의 세계인 '카운터라이프'를 만들어낸다. 그 가상의 세계에서 그는 행복했던 기억 속으로 뛰어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사기행위로 목숨을 잃은 유령을 현실에서 목격하기 시작한다. 

 

한편 빈센트는 조너선의 체포 이후 다시 예전 가난한 삶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견고하고 영원할 것만 같았던 조너선의 돈의 왕국은 유리의 성처럼 무너져버리고 그동안 돈의 왕국에서 편안하고 풍족한 삶을 살아왔던 빈센트는 다시 하루하루의 생계를 걱정하는 처지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이번에는 바다로 나가서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한다. 어머니가 바다에서 실종되어 죽은 이후에 물을 무서워했던 그녀였지만, 이제는 뭍의 삶이 더욱더 두렵다. 

 

조너선과 빈센트가 처음 만나고 빈센트가 조너선의 돈의 왕국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장소는  카에에트호텔이었다. 황무지 위에 이 호텔은 유리로 지어져서 안에서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다. 유리를 통해 바라보는 황무지는 아름다워보일지 모르지만, 실제 바깥의 황무지는 황폐하고 황량하다. 그래서 호텔의 유리창에 그런 잔인한 내용의 낙서를 쓴 것일까. 

"깨진 유리조각을 삼켜라" 

이 낙서의 의미는 무엇일까. 왜 빈센트의 오빠인 폴은 이 낙서를 유리로 만들어진 이 아름다운 호텔의 유리창에 쓴 것일까. 유리창 너머의 황량한 황무지처럼 현실을 직시하라는 말일까. 현대인의 화려해보이는 삶 속에서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으라는 의미일까. 어쩌면 이 낙서 이후 빈센트과 조너선의 만남, 빈센트의 돈의 왕국에서 화려하지만 껍데기뿐인 삶, 언제 이 모래성이 무너질까 조마조마한 불안 등 이 모든 것들이 이미 이 낙서 속에 예견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빈센트와 조너선의 비극을 예고한 작가가 의도한 복선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조너선의 사기행위에 대한 빈센트의 방관과 동조, 그로 인한 파멸은 어쩌면 이 유리로 만든 환상적인 호텔처럼 예견된 것일지 모른다. 

 

그리고 이 책 『글래스 호텔』은 폰지사기사건뿐만 아니라 '선상 실종 사건'이라는 미스터리한 사건도 다루고 있다. 수년이 지난 후 당시 폰지사기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이었던 컨설턴트 리언 프레반트에게 의뢰가 들어온다. 그 의뢰는 바로 공해를 지나던 컨테이너선의 갑판에서 한 여성이 실종된 의문의 사건을 수사해달라는 것이었다. 과연 실종된 의문의 여성은 누구일까.

 

조너선의 삶, 빈센트의 삶과 폴의 삶 등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서로 관련없는 듯 보이지만, 마치 퍼즐의 한 조각들처럼 나중에는 그 퍼즐들이 딱 맞추어져 하나의 큰 그림을 보여준다. 과연 작가가 어떤 퍼즐 그림을 마지막에 보여줄지는 이 책  『글래스 호텔』을 통해서 확인해보길 바란다. 

 

이 책  『글래스 호텔』을 통해 역대 최고의 폰지사기사건인 '메이도프 폰지사기사건'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기행위로 만든 돈의 왕국이 마치 유리성처럼 얼마나 쉽게 무너지고 깨뜨려질 수 있는지, 그 속에 담긴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헛되고 부질없는지 이 책 속 폴과 빈센트의 삶의 궤적을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할까. 우리가 쌓아가고 있는 성이 이 책 속 유리의 성처럼 쉽게 무너지는 것이 아닐지 한번 생각해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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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글래스호텔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m****h | 2022.06.19 리뷰제목
글래스 호텔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의 5번째 장편소설 2008년 미국에서 폰지사기로 체포돼 15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유대인 버나드 메이도프와 그의 사기행각을 다룬 작품이다. 폰지사기 혹은 폰지게임은 실제로는 아무 사업도 하지 않으면서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에게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는 일종의 금융 다단계 사기수법이다. 1925년 미국 전역에서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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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 호텔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의 5번째 장편소설 2008년 미국에서 폰지사기로 체포돼 15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유대인 버나드 메이도프와 그의 사기행각을 다룬 작품이다. 폰지사기 혹은 폰지게임은 실제로는 아무 사업도 하지 않으면서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에게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는 일종의 금융 다단계 사기수법이다. 1925년 미국 전역에서 8개월 만에 4만여 명으로부터 1,500만 달러를 끌어모은 사기범 찰스 폰지의 이름을 따서 폰지사기라 불린다. 

 

38년간 메이도프가 만든 “돈의 왕국”의 빛과 그림자를 통해 인간의 허영과 욕망의 이중성을…. 이는 단지 미국의 이야기도 캐나다, 유럽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오늘 한국 사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상초유의 폰지사기, 2008년 금융위기때 사건이 밝혀지면서... 그 뒤안길 속에 숨겨지고 가려진 관련자와 피해자들의 삶을 퍼즐처럼...

 

 

 

 

뭔가 환상을 좇은 날마다 ‘로또’를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수도…. 이 소설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폰지게임의 주도자 조너선 알카이티스의 트로피 와이프인 빈센트, 이리저리 모든 이들이 얽히고설킨 “돈의 왕국”, 이 왕국에도 일관되게 그 밑바닥을 관통하는 것이 있다. “불안”, “어두운 그림자”, “거짓말” “양심” 이다. 

 

바닷속 빈센트의 2018년 12월,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어둠을 가르며, 배의 측면에서 바다로 곤두박질친다…. 로 시작된 이야기는 

종말의 시작, 배의 측면에서 아래로 곤두박질친다. 수평선이 뒤집힌다. 한 번, 두 번,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가 날아간다…. 로 끝을 맺는데….

 

밴쿠버섬 가장 북쪽에 자리한 특급호텔 카이에트에서 시작되는, 적어도 알카이티스가 체포되기 몇 년 전인 2005년에 시작된 이야기, 주인공 빈센트와 그 이복오빠 폴이, 카이에트호텔에서 일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알카이티스의 사기행각을 꿰뚫어 본 엘라 캐스퍼스키이 둘 다 이 호텔을 좋아했다. 한때, 알카이티스에게 투자 상담을 했던 캐스퍼스키가 이익배당률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감독기관에 신고하기도 했던 터라, 이곳에서 둘이 마주치는 일은…. 여기에 폴이 끼어들게 되고…. 통유리창에 “깨어진 유리 조각을 삼켜라”라는 낙서를…. 이 일로 폴은 호텔을 떠나, 음악가로 대성하지만, 약물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호텔 낙서 사건의 시말은 나중에 그 이유가 밝혀진다. 무려 13년 후에….

 

호텔 지배인 월터, 해운회사 중역 리언 프레반트, 누군가에 기대어 산다는 느낌이 뭔가를 알게 되는 빈센트 “돈의 왕국” 금수저의 생활, 서른 살 이상의 나이 차이가 나는 알카이티스의 트로피 와이프로 그녀의 젊음과 그저 분위기를 잡아주면 되는 대신 한도 없는 카드를 맘껏 사용할 수 있는 자유, 파우스트에게 영혼을 판 누구처럼…. 빈센트는 알카이티스의 사기극에 협력하고 있음을…. 그리고 알카이티스의 폰지사기가 가능할 수 있게 협력했던 공범들인 재산관리팀 5명 역시….

 

이들 모두 “돈의 왕국”에서 살게 하는 것은 돈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아예 없다는 전제 조건 때문이다. 양심이고 뭐고는 왕국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유효했을지도 모른다. 왕국에 들어서는 순간, 자기기만이 시작되는데 이는 에스컬레이트되고, 악순환이 이어지는데, 돈에 한 번이라도 쪼들려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런 자유가 얼마나 심오한 것인지, 이것이 어떻게 삶을 뒤바꿔놓는지를 등장인물의 행적을 따라가면서 들여다본다. 

자산관리팀 관련자들이 사기에 합류한 이유는 ‘알면서도 모르는 게 가능하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면서도 모른 척 외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 모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은지?, 때로는 말이다. 적어도 이런 불행은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 아무런 근거 없이 피해갈 것이라는 믿음….

 

 

 

알카이티스의 형과 함께 작품활동을 했던 칠순의 올리비아의 투자금, 인간적인 고민과 죄책감?, 또 폰지사기를 당했던 수많은 이들은 그들의 미래, 노년에 안정된 생활을 그리다가 절벽 끝으로 내몰린 현실, 이 현실을 어떻게 극복해나가고 있는지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가는 이야기들….

 

주인공 빈센트는 컨테이너선 보조요리사로 승선, 몇 년 후 풍랑이 거센 바다를 찍겠다고 캠코더를 들고 갑판에 오르는데, 저 멀리 보이는 올리비아…. 젊은 날의 올리비아가 보이고, 갑판에서 떨어지는데…. 이 사건 조사를 하게 된 리언은 컨설턴트로 참여하는데….

 

글래스호텔을 무대로 이리저리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앞뒤로 왔다 갔다. 2029년 12월 한배에 탔던 그들의 모습은…. 알카이티스의 비서, 리셉셔니스트로서 일했던 시몬의 회상이 이어진다. 

 

밖에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유리, 산산조각이 나는 순간 깨진 유리 조각을 삼켜라…. 라고 쓰인 낙서의 의미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저쪽 세상, 넘어설 수 없는 “돈의 왕국”, 그 경계였던 유리가 깨지는 순간, 왕국의 사람들은 그곳으로 들어가려고 준비했던 이들은 깨진 유리 조각을 삼킬 수밖에…. 목젖이 갈기갈기 찢겨 나가고, 목숨까지도 앗아가는 것들….

 

인간의 욕망, “돈의 왕국”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나?, 선악과처럼, 먹는 순간 세상의 선과 악의 구별, 그리고 고통이란 의미를…. 물질숭배 세상을 향한 경고다. 폰지사기 사건이라는 배경으로 사건 피해자들의 욕망과 좌절, 극복의 길을 들여다보는 이 이야기는 마치 우리 사회의 큰 화제가 됐던 조희팔 사건처럼 그저 사상 초유 운운하면서 사회 담론에서 모습을 감췄다. 없어졌다. 지금도 힘들게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는 다단계 금융사기 피해자들의 삶을 상상해본다. 장밋빛 환상은 유리 조각이 돼 목젖을 갈기갈기 찢고….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글래스호텔#에밀리세인트존맨델#장편소설#북로드#폰지사기실화배경#유리#양심공포거짓말#돈의왕국#몽실북클럽#몽실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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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글래스 호텔 -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걸 택한 사람들. 평점10점 | w******2 | 2022.06.08 리뷰제목
'영원히 불타오르는 별은 없다.' 알카이티스의 침대 옆 벽에 새겨져 있는 글귀다. 그가 벽으로 고개를 돌리면 바로 보이는 위치에 쓰여 있다.     사실을 바탕을 쓴 소설은 매우 현실적이거나 아주 공상적이거나 둘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의 장편 소설 <글래스 호텔>은 후자를 택했다. 폰지 사기를 다루면서 그것에 초점을 두지 않았고, 돈 얘기
리뷰제목


 

 

'영원히 불타오르는 별은 없다.' 알카이티스의 침대 옆 벽에 새겨져 있는 글귀다.

그가 벽으로 고개를 돌리면 바로 보이는 위치에 쓰여 있다.

 

 

사실을 바탕을 쓴 소설은 매우 현실적이거나 아주 공상적이거나 둘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의 장편 소설 <글래스 호텔>은 후자를 택했다.

폰지 사기를 다루면서 그것에 초점을 두지 않았고,

돈 얘기를 하면서 그것에 무심한 척 하는 사람들을 얘기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두가 주인공이다.

조너선 역시 누군가에게 기대는 삶을 살았기에 결국은 닻을 놓치고 말았다.

수전이라는 닻이 끊어지고 그는 그녀와 함께 일구었던 것들로부터 자신을 조금씩 놓았던 게 아닐까?

감당하지 못할 것을 감당하려고 허우적대다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빈센트는 독립적인 삶을 끝내고 기대는 삶을 택했다가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왔다.

아마도 빈센트 인생에서 가장 호화롭고 찬란했던 시절은 배에서 내린 3개월의 휴가였을 것이다.

9개월을 배 안에 갇혀 주방장으로 살다가 3개월은 훨훨 날아 올라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담고 싶은 것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살았던 몇 년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폰지 사기.

사기를 친 사람과, 사기에 동조한 사람, 사기인 줄 알고 있었지만 침묵했던 사람.

사기를 당하는지도 모르고 자신의 전 재산을 쏟아 넣은 사람.

그들의 주변에서 그들을 알았던 사람들을 다룬 이야기 <글래스 호텔>

 

"이 세상이 너무 버거울 때 렌즈가 너와 세상 사이에서 방패가 되어줄 거라는 거야. 도저히 세상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을 것 같아도 뷰파인더로 세상을 들여다보는 건 할 수가 있더라."

 

 

모두가 뷰파인더로 세상을 보았다.

현실을 직시했던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다들 뜬구름을 잡으려 했고, 달콤한 말에 속아넘어갔다.

자신의 것을 지키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 <글래스 호텔>.

 

 


 

 

남에게 기대고 사는 삶이 더 편했기에, 그래서 기대고 살게 된 것이다.

 

 

공생이 아니라 기생을 선택한 사람들의 최후를 그렸다.

언제나 뜬구름 잡는 사람들은 꼼꼼하지 못하다.

자신의 전 재산을 맡기는 일조차도.

 

우리는 선을 넘었다. 그건 분명했다. 그런데 그 선이 무엇이었는지는 훗날 정확히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각자 다른 선을 넘었거나, 시기만 다를 뿐 모두 같은 선을 넘었는지도 모른다.

 

 

현실에서도 선을 넘을 때가 분명 있다.

그게 넘어서는 안되는 선이라는 사실도 자각하지 못한 체 휩쓸리듯이 그렇게 선을 넘어 버린 후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됐다는 걸 인식하면서도 못 본체한다.

감당할 수 없는 시련이 닥쳐오면 그때서야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누구 탓을 한다.

실상 모든 것은 내 탓이다.

따져보지 않은 내 탓.

 

엘라 카스퍼스키.

이 캐릭터만 살아있어 보였다.

거짓을 알아챘으니까.

그 외 모두는 모두의 꿈속에서 기생했다.

조금씩 자신의 꿈들을 나누면서, 그것이 곧 깨버릴 꿈이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이 이야기는 식상하지 않아서 좋았다.

식상한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었는데 처음부터 선을 넘은 이야기였다.

같은 소재로 이야기를 쓴다 해도 이런 느낌은 나오지 않을 거 같다.

 

모든 책임은

모두에게 있다.

어느 한 사람이 아니라.

이 이야기가 말하는 바가 그것인 거 같다.

 

그럴듯한 것에 속지말자.

항상 거짓은 그럴듯한 모습에 가려져 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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