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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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 9.8 (7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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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영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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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설득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s*****e | 2023.01.04 리뷰제목
서머싯셔 켈린치 홀에 사는 월터 엘리엇 경이 재미 삼아 보는 책이라고는 준남작 명부뿐이었다. 명부를 보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위안을 얻기도 했다. 몇 남지 않은 오래전 선대의 특권들을 들여다보자면 감탄과 존경의 마음이 솟아났다. (p.7) 월터 엘리엇 경은 허영심을 빼면 시체나 다름없었다. (p.9)   제인 오스틴(1775~1817)의 마지막 작품 《설득》은 주인공 앤의
리뷰제목

서머싯셔 켈린치 홀에 사는 월터 엘리엇 경이 재미 삼아 보는 책이라고는 준남작 명부뿐이었다. 명부를 보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위안을 얻기도 했다. 몇 남지 않은 오래전 선대의 특권들을 들여다보자면 감탄과 존경의 마음이 솟아났다.

(p.7)

월터 엘리엇 경은 허영심을 빼면 시체나 다름없었다.

(p.9)

 

제인 오스틴(1775~1817)의 마지막 작품 설득은 주인공 앤의 아버지 월터 엘리엇 경이 준남작 명부를 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오스틴이 활동하던 18세기~19세기 초 영국은 산업혁명과 식민지 개척으로 신흥자본가와 군인이 유력 계층으로 떠오르고 시류에 적응 못하는 옛 귀족들이 영향력을 잃어가던 시대였다. 구질서가 급격히 무너지고 계층 이동이 활발하던 시대에 맨 끄트머리 귀족인 준남작 작위에 매달려 위안을 얻는 월터경의 모습은 작품 전체의 줄거리와 분위기를 짐작하게 한다.

 

 월터경은 준남작 지위에 위안을 얻는 허세 가득한 인물이지만 실상은 물려받은 저택도 유지하지 못해 남에게 내주고 작은집으로 이사해야하는 처지다. 일찍 상처한 그에게는 세 딸이 있다. 엘리자베스, , 메리. 부친을 닮아 허영심이 많은 큰딸 엘리자베스나 막내 메리와 달리 둘째 앤은 고귀한 정신과 다정한 성품을 지니고 생각이 깊지만 가족들 사이에서 무시당하고 소외된다.

이야기는 둘째 앤의 사랑과 결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앤은 과거 초급장교이던 엔트워스 대령과 약혼했지만 가족들의 반대로 헤어진 적이 있다.

이유는 엔트워스 대령의 가문이 보잘 것 없고 가난하다는 것.

둘의 애정이나 상대 남성의 성실성, 장래성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시대는 변하고 있었지만 앤의 주변 사람들은 과거에 머물러있고, 아직 어리고 미숙한 앤은 그들을 설득할 힘이 없었다.

그 후 8년의 시간이 흐르고 앤은 여전히 미혼이다.

스물 여덟. 여성의 자립이 불가능한 시절, 정상적인 결혼을 할 수 있는 끝자락 나이.

앤 앞에 과거의 연인 엔트워스 대령이 나타난다. 섬세한 성품과 근사한 외모, 초급 장교 시절과 달리 이제는 재력과 지위까지 갖췄다.

하지만 헤어진 연인이 오해를 풀고 진심을 마주하기에는 쉽지 않은 과정들이 기다리고 있다.

젊고 예쁜 아가씨 루이자가 엔트워스 대령과 친해지고 앤에게는 엘리엇가의 한사상속인 엘리엇씨가 접근한다.

몇몇 커플이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도 재미있지만 작품 속에 묘사되는 18세기~19세기 초반 영국 사회를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적지 않다.

엔트워스 대령의 가문이 보잘 것 없다는 이유로 앤과의 결혼을 반대하던 월터경이 8년 만에 태도를 바꾸는 걸 보면 당시 영국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그가 부유해져 과거와는 조건이 달라졌다고는 해도 귀족 작위에 집착하던 월터 경의 변화는 극적으로 보였다.

 

외양으로는 단순한 연애 소설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잊히기는커녕 여러 번 영화와 드라마로 각색되어 사랑받고 있다.

200년도 더 지난 이 작품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제 저를 의심하지 마세요.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저도 나이를 먹었고요. 예전에 설득에 넘어간 것은 저의 실수였다 해도, 그분의 설득은 위험이 아니라 안전을 위한 것이었음을 기억해주세요. 제가 설득에 넘어갔을 때는 그것이 응당 따라야 할 의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어떤 의무도 저에게 도움이 될 수 없어요. 오히려 저에게 무심한 남자와 결혼한다면 온갖 위험이 초래될 것이고, 결국 모든 의무에도 어긋나는 일이 될 거예요.”

(p.367)

 

오스틴이 활동하던 시대 영국의 중상류계급에서는 정략결혼이 대부분이었고, 여성은 남성의 청혼을 기다려야했다. 조신하고 소극적인 성격이 미덕이던 시절에 앤은 원하는 배우자를 직접 선택한다. 미숙함과 용기부족으로 설득당해서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지 못했던 과거와 달리 앤이 엔트워스 대령과 재회하고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장면은 지난 8년간 그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여준다. 착하고 아름답기만 한 캐릭터가 아닌 성장하는 주인공은 작품을 입체적으로 만든다.

 

성장하는 주인공 앤 외에도 소설에는 매력적인 남주인공이 등장한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처럼 완벽에 가까운 인물이지만 엔트워스 대령은 내세울만한 가문 출신이 아니다. ‘알고 보니 어떤 귀족가문의 상속자였다.’라는 말 한마디만 더해졌다면 더욱 완벽한 조건이 되겠지만, 작품 자체는 그렇고 그런 통속소설에 머물렀을 것이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남자주인공에게 명문가 설정을 제외하여 더 이상 가문이 중요한 시대가 아님을 강조한다.

 

또한 윌리엄 엘리엇이라는 속물적인 상속인을 등장시켜 아들 없는 집안의 재산이 딸이 아닌 남자친척에게 상속되는 한사상속제가 얼마나 문제가 많은 법인지 독자가 자연스레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이 책이 단순히 재미만 주는 소설이 아니라 좀 더 의미 있는 작품이 될 수 있게 만든다.

 

설득. 독특한 제목이다.

주체성 있는 삶을 찾고, 설득당하는 자가 아닌 설득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비혼녀 제인 오스틴의 다짐이 보이는듯하다.

1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1 댓글 0
종이책 사랑의 서사로 시대성을 돌파해낸다 평점9점 | k**u | 2022.07.21 리뷰제목
소설의 시대 배경으로 추정되는 18세기 말 영국사회는 산업혁명과 식민지개척으로 물질적 부를 쌓은 신흥 부자들이 출현하고, 전통 귀족 문화를 동경하던 이들이 귀족의 작위 거래를 통해 자신들의 신분을 세탁하던 시대라 할 수 있다. 주인공인 ‘앤 엘리엇’의 신분, 즉 사회적 계급을 대변하는 그녀의 아버지 ‘월터 엘리엇’ 준남작을 간결하게 설명하는 문장은 이러한 시대적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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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시대 배경으로 추정되는 18세기 말 영국사회는 산업혁명과 식민지개척으로 물질적 부를 쌓은 신흥 부자들이 출현하고, 전통 귀족 문화를 동경하던 이들이 귀족의 작위 거래를 통해 자신들의 신분을 세탁하던 시대라 할 수 있다. 주인공인 앤 엘리엇의 신분, 즉 사회적 계급을 대변하는 그녀의 아버지 월터 엘리엇준남작을 간결하게 설명하는 문장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무수히 함축된 의미를 전달해준다.

 

월터 엘리엇 경은 허영심을 빼면 시체나 다름없었다.” -9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 1588~1679)가 살던 1650년대에 이미 국왕의 부족한 재정 충당을 위해 제한된 귀족 작위의 남발을 피하면서 가장 낮은 작위인 남작에 준하는 준남작을 판매했다는 얘기가 있다. 엘리엇 가문도 이러한 범주의 한미(寒微)한 가문임으로 추정될 수 있을 것 같다. 월터 경이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외모(얼굴과 피부)와 옷차림이며, 이를 통한 재산의 많고 적음을 구별하여 상대할 대상인지를 판별한다. 아마 이러한 가치관이 당대 영국 주류 사회의 지배적인 인식이었던 것 같다.

 

준남작 명부라는 변변찮은 가문 소개 책자만을 읽는 켈린치 홀로 불리는 저택과 영지의 주인인 월터 경을 묘사하는 소설 첫 문장부터 그가 붙잡고 놓지 않으려는 신분적 권위의 집착은 그 외에는 어떠한 것도 내세울 것이 없는 존재임을 역설적으로 부각시킨다. 이 명부에 기재된 내용을 통해 아내 레이디 엘리엇의 사망, 엘리자베스, , 메리, 세 명의 딸이 자연스레 소개되며 소설 무대에 등장한다.

 

작품의 서사는 이 시대의 허영과 위선적 가치, 즉 월터 엘리엇 가문에서 소외된 둘째 딸 앤 엘리엇의 사랑의 귀결을 쫓는 단순한 구조를 지니고 있지만, 작가 제인 오스틴은 이 사랑의 여정을 통해 시대적 가치를 세련된 비판으로 녹여낸다. 월터 엘리엇 가문의 법적 승계자인 먼 사촌 윌리엄 엘리엇이란 인물은 아마 당대 사회의 사람들이 지니던 가치관을 대표하는 인물이랄 수 있다. 그는 작위나 영지의 승계, 월터 경 가문과의 교우 등에 대해 혐오를 보이며, 이들과의 만남조차 회피하며, (재산)의 가치를 삶의 최우선으로 삼는다. 이러한 태도는 후일 급격하게 변질되어 적극적으로 월터 엘리엇 가문에 친화적 자세로 돌변하는데, 이러한 변화 또한 부정하게 쌓은 부를 완전하게 과시하기 위한 신분의 확보를 위한 위선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앤은 결혼한 동생 메리의 간호 요청으로 가족과 함께 새로운 거처에 동행하지 못하고 동생의 집에서 머물게 되는데, 이 때 메리의 시댁인 머스그로브집안은 중산층의 화목함, 서로 응원하는 가족으로서 그 평범성의 안정감을 월터 가문과 대비하여 비춘다. 스물일곱 살의 앤은 사랑했으나 가족들의 반대로 연인과 헤어져야 했던 칠 년 전 연인 프레더릭 웬트워스의 누이가 켈린치 홀의 세입자인 크로프트 제독의 아내임을 알게 되고, 웬트워스와의 불가피한 마주침을 고통스럽게 가다리게 된다.

 

그런데 두 사람의 약혼을 반대했던 이유가 당시 무일푼의 보잘 것 없는 해군 장교라는 것이다. 하찮은 준남작이라는 귀족의 신분을 내세우며, 상대의 신분과 재산을 싸잡아 인간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다. 앤을 비롯한 월터 가문의 보호자인 레이디 러셀은 다소 지성을 겸비한 이성적 여인으로 앤에 대한 지극한 연민과 보살핌을 자처하는 인물이지만 그녀 역시 이러한 가치관을 벗어나지 못한다. 세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앤은 러셀 부인의 극럴한 만류로 인해 연인과 헤어지는 결정을 했었음을 회고한다.

 

 

 

 

 

소설의 제목인 설득은 이러한 중대 사안, 또는 선택을 하여야 하는 어떤 상황에서 상대를 자신의 의견으로 복속시키는 언어이다. 이것은 월등한 지성과 경험, 사회적 권위를 지닌 존재의 언어가 미약한 상대에게 행해질 때 그 효과가 성립한다. 결국 소설의 이야기들마다 전환적 상황을 맞이할 때 독자는 이러한 설득의 장면을 거듭 목격하게 되는데, 앤의 약혼 상대자 반대라는 부정의 설득이 많은 설득의 장면을 거쳐 연인의 사랑 확인을 만들어내는 긍정적 설득으로 맺는 것도 흥미롭다.

 

이 긍정의 설득은 권위에서 평등의 주체로서 이동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서사의 삽입 구절처럼 이어지는 머스그로브 집안의 두 딸과 웬트워스 대령, 그리고 그의 해군 동료들인 하빌, 벤윅 대령에 얽힌 배려와 우정, 우연한 사랑의 결실 등은 인간 내면의 예측 불가능성, 연민과 사랑의 우연성에 대한 아름다운 풍경들을 양념처럼 비추어준다.

 

아마 소설 속에서 하빌 대령 부부가 사는 라임 지역 여행은 가장 밝은 햇살이 비치는 장면들이며, 서사적 전환점이 되는 중요한 매개적 이야기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웬트워스와 앤, 두 사람 각자 옛 사랑에 대한 자기 검증, 확인의 시간이기도 한데, 이것은 앤의 주변인 귀족적 신분이나 부의 높낮음 등을 벗어난 오직 사람 자체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주체적인 인간으로서의 자기 발견의 순간이기도 하다. 또한 어렴풋한 사랑의 회복이 시작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갑자기 거리를 산책하던 앤 일행이 비를 마주하게 되어 잠시 건물 내에서 마차를 기다리는 장면이 있다. 앤과 웬트워스는 확인하지 못한 서로의 감정으로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고통을 안고 있던 차에 다시금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마주하는 것인데, 이때 앤은 자신의 감정을 이렇게 토로한다. 너무 놀란 탓에 가슴이 답답하고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정신을 못 차릴 것 같은 (...中略...) 동요, 고통, 기쁨, 희열과 비참 그 사이 어딘가의 감정이었다.(161)” 이 구절은 제인 오스틴의 빼어난 묘사의 절정을 보여주는 것 같기만 하다.

 

두 연인의 옛 사랑의 확인을 향한 오르고 내리는 감정의 기복을 바라보는 것도 재미의 한 요소이긴 하지만 시대적 가치관을 내재한 인간 상()을 읽는 것도 또 다른 흥미의 요소이다. 사실 월터 경과 큰 딸 엘리자베스는 전통적 신분이 지니는 허영과 위선에 사로잡혀 있는 인물들이랄 수 있다. 이들이 먼 집안 사람들인 달림플 자작 부인과 그 영애에 친분을 맺으려는 경박함 등은 그네들의 사치스런 복장과 우아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천박한 무엇으로 다가올 뿐이다.

 

한편 가문의 승계 내정자인 월터란 인물은 사람의 지성과 품격 보다는 재산을 최선의 가치로 하며, 실제 미천하지만 재산이 많은 여인과 결혼하여 부를 차지하고, 아내가 죽자 이를 과시하기위한 안정적 위신, 즉 가문의 작위와 영지를 차지하기 위해 예전에는 하찮게 여기던 월터 경의 집 문턱이 닳도록 들락거린다. 더구나 품위와 지성을 겸비한 앤 엘리엇의 발견은 자신의 지위를 돋보이기 위한 배경으로 맞춤이라는 생각이다. 그에게 여성은 상품이며 배경이지 사랑과 존경, 배려를 나누는 상호 평등한 인격관계가 형성되는 그런 존재가 아닌 것이다.

 

이것은 빈곤한 처지에 시달리는 옛 동창인 스미스 부인을 방문하여 위로하고 말벗이 되어 준다던가,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보살핌, 연민이 일상화된 앤과 대척이라 할 수 있다. 아마 이러한 시대성의 중립적 인물은 러셀 부인이라 통하는 레이디 러셀일 것이다. 그녀는 신분제와 재산이라는 정형화된 인간 범주화의 인식을 지니고 있지만, 겸허한 지성을 갖춘 시선의 소유자로서 앤의 영향으로 점차 새로운 시선, 평등한 인간관, 사람 자체에 대한 가능성의 시각으로 관대한 사유의 이전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연인 앤과 웬트워스가 신분적 차별이라는 장벽과 사람들이 지닌 시대적 편협성을 넘어서고 자신들이 평등한 두 주체의 만남으로서의 결실을 이루어내는 결정적 장면까지 묘사하지는 않겠다. 반복하여 읽을수록 시대성을 돌파하려는 작가의 의지가 곳곳에서 발현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 작품이다. 그것은 단지 여성의 독립적인 주체성 발견만이 아니라 물질과 형식적 예절이 뒤범벅되어 허영적 위선이 선으로 행사되는 그러한 시대에 대한 자각과 비판이다. 단순함 속에 인간 의식의 다양성을 품어내는 유쾌한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7 댓글 4
종이책 《설득》 제인 오스틴의 마지막 작품! 평점9점 | r*******n | 2022.07.26 리뷰제목
이런 격렬한 반대는 앤이 맞서 싸우기에 너무 버거웠다. 어리고 온순한 앤이었지만 아버지의 악의는 견뎌낼 수 있었다. 언니의 따뜻한 말 한마디나 눈길이 없어도 괜찮았다. 그러나 앤이 늘 사랑하고 의지해온 레이디 러셀의 확고하고 애정 어린 조언에는 배겨낼 수가 없었다. 앤은 결국 이 약혼이 지각없고, 부적절하며, 잘될 가망은 물론 그럴 가치조차 없는 일이라는 말에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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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격렬한 반대는 앤이 맞서 싸우기에 너무 버거웠다. 어리고 온순한 앤이었지만 아버지의 악의는 견뎌낼 수 있었다. 언니의 따뜻한 말 한마디나 눈길이 없어도 괜찮았다. 그러나 앤이 늘 사랑하고 의지해온 레이디 러셀의 확고하고 애정 어린 조언에는 배겨낼 수가 없었다. 앤은 결국 이 약혼이 지각없고, 부적절하며, 잘될 가망은 물론 그럴 가치조차 없는 일이라는 말에 설득되고 말았다.         p.43

 

<설득>은 제인 오스틴이 죽음을 앞두고 썼던 마지막 작품이다. 오스틴이 썼던 대부분의 작품이 그러하듯이 19세기 초 영국 상류층 여성들의 사랑과 결혼이라는 테마로 그려진 이야기이다. 정작 오스틴 본인은 한 번 청혼받은 적은 있으나 고심 끝에 거절하고 독신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작품 속 주인공은 결국 사랑의 결실을 맺는 해피엔딩을 맞는다. 미혼 여성이 결혼이라는 제도에 정착하기까지 겪는 수많은 우여곡절은 사실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결혼을 하고 안하고가 개인의 자유이지만, 19세기 초 영국 사회에서는 사회적 신분, 성차별 등으로 인해 그렇지 않았다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 작품은 한번 이루어지지 않았던 두 남녀의 사랑에 찾아온 두 번째 기회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앤은 자신의 첫사랑이었던 앤트워스 대령과 헤어진 지 거의 8년이 지난 어느 날 갑작스럽게 재회하게 된다. 앤이 열아홉 살이었을 때 앤트워스는 무일푼의 군인이라 장래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파혼당해야 했지만, 지금은 부와 명예를 얻어 금의환향한 상태이다. 십대 후반의 앤은 부모와도 같은 레이디 러셀에게 '설득'당해 그와 헤어졌지만, 이십대 후반의 앤은 다시 돌아온 앤트워스의 사랑 고백에 결국 다시 '설득'된다. 사회적 관습과 편견에 의한 설득을 받아들이는 것과 부당한 시선과 관습에 맞서 주체적인 설득에 이르는 것 사이에서의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참된 애정과 지조는 여자들만이 안다고 감히 말한다면 경멸받아 마땅하겠지요. 아뇨, 남자들도 결혼생활을 아주 훌륭하게 잘할 수 있다고 믿어요. 남자들이 꼭 필요한 일을 위해 애쓰고, 가정에서도 관용을 베풀 수 있다고 믿어요. 이렇게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남자들에게 목표가 있기만 하다면요. 제가 여자들을 위해 주장하는 모든 특권은(그다지 부러워할 만한 것은 아니지요. 대령님은 탐내실 필요가 없어요) 더 이상 대상이 존재하지 않아도, 희망이 없어져도 끝까지 오래 사랑하는 것뿐이지요.        p.352

 

고전문학을 현대적인 시각과 시대 정신을 담아 선보이는 윌북 클래식 시리즈 신작이다. 시즌 1 걸클래식 컬렉션, 시즌 2 라이트 컬렉션, 시즌 3 환상 컬렉션에 이어 이번에 선보이는 컬렉션의 주제는 ‘첫사랑’이다. 제인 오스틴의 <설득>, 이디스 워튼의 <순수의 시대>,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네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 서로 다른 시대와 공간에 사는 주인공들이 각자의 상황에 따라 겪어 내는 첫사랑의 모습이 지금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 보면서 읽으면 더 좋을 것이다. 뭐든 '처음'이라는 것은 설레이는 것이고, 누군가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기도 하는 것이니 말이다.

 

 

윌북 클래식은 그동안 번역에 특히 신경을 써왔다. 먼저, 남녀의 차이가 언어 차별로 표현되는 부분을 평등한 현대 언어로다듬었다. 존·하대 표현이 없는 언어권의 문학임에도, 여자들만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처럼 번역했던 기존 방식을 버리고동등한 관계성을 만들어냈다. 약자를 차별하는 언어 역시 순화했다. ‘하녀’라는 표현은 ‘하인’으로, ‘여류 작가’는 ‘작가’로 통일했다. 원문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문학의 위대한 힘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언어에 내재된 차별의 시각을 걷어내고자 하는 것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이번 기회에 오랜만에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다시 읽으면서 새삼 왜 이 오랜 시간을 초월해 아직도 사랑받는 작가인지 깨달았다. 당대의 사회적 분위기를 섬세하게 살려내고, 결혼과 인생을 둘러싼 인물들의 심리를 기가 막히게 포착해내고 있으니 말이다. 삶이 낭만적이기만 하지는 않다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던 제인 오스틴이었기에, 행복과 불행을 오르내려야 하는 인생의 굴곡을 이렇게 세심하게 그려낼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고전문학을 현대적인 시각과 시대 정신을 담아 선보이는 윌북 클래식의 첫사랑 컬렉션을 통해서 제인 오스틴의 명작을 다시 한번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0
종이책 핑크빛으로 설레는 로맨스소설 평점10점 | q*****8 | 2022.07.15 리뷰제목
제인 오스틴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저는 핑크색이 떠올라요. 그녀의 책을 하나도 읽어보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뭔가 설레는 이야기? 그냥 두근두근하는 이야기? 핑크빛 로맨스? 그녀의 책은 사랑 이야기일 듯하거든요.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오만과 편견>의 영화 포스터 때문일 듯도 한데요. 하지만, 저만은 아닌 거 같아요. 제인 오스틴 책들은 핑크핑크한 것들이 많거든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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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저는 핑크색이 떠올라요. 그녀의 책을 하나도 읽어보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뭔가 설레는 이야기? 그냥 두근두근하는 이야기? 핑크빛 로맨스? 그녀의 책은 사랑 이야기일 듯하거든요.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오만과 편견>의 영화 포스터 때문일 듯도 한데요. 하지만, 저만은 아닌 거 같아요. 제인 오스틴 책들은 핑크핑크한 것들이 많거든요. 이번에 만난 윌북 첫사랑 컬렉션도 핑크거든요!! 그중에서도 마흔두 해 짧은 생의 마지막에 남긴 작품 <설득>이 바로 찐인 듯하네요. 제인 오스틴의 소설 중에 가장 완벽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는데요. 혹시, 이 책 읽으면 다른 책들 재미없는 건 아니겠죠? 아니겠죠???? 혼자만 걱정하면서, 가장 완벽하다는 작품을 읽어보려고요. 어떤가요? 좋은 선택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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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삶의 위안을 전부 다 버리라고! 여행, 런던, 하인들, 말, 만찬! 온통 다 줄이고 절제하라는 말뿐이군. 신사의 체면도 차리지 말고 살라니! 안 되지, 이렇게 불명예스럽게 남아 있느니, 차라리 켈린치 홀을 떠나고 말겠어. /p.22


 

서머싯셔 켈린치 홀에 살고 있는 준남작 월터 엘리엇 경은 어여쁜 3명의 딸을 가진 딸부자였는데요. 딸만 많은 게 아니라 허영심도 많았나 보네요. 자신의 지위에 맞는다고 생각하는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절대 포기하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 많은가 봅니다. 그나마 알뜰하게 관리하던 아내가 죽은 후에 첫째 딸과 쿵작이 맞아 아낌없이 빚을 쌓고 쌓았거든요. 그래서 한마디를 합니다! 차라리 켈린치 홀을 떠나겠다! 그래서 떠납니다.. 정말 닮은 꼴인 첫째 딸 엘리자베스와 죽은 아내를 닮은 속이 깊은 둘째 딸 앤과 함께 말이죠. 아참! 뭔가 꿍꿍이가 있어 보이는 클레이 부인도 함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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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끝나버린 후로 8년, 거의 8년이 지났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희미한 먼 기억으로 사라진 감정의 격동이 되살아나다니 얼마나 이상한가! /p.89


 

이야기의 주인공인 둘째 딸 앤은 사랑하는 이가 있었답니다. 지적이고 활기와 열정으로 가득 찬 젊은이와 상냥하고 교양과 감성을 두루 갖춘 아가씨의 사랑은 당연한 것이었는데요. 아무것도 가진 것도 이룬 것도 없는 열아홉의 젊은이에게 집안과 명예를 중시하는 찰스 경에게 인정받기는 불가능했었답니다. 부모의 반대로 이별한 연인! 지금이라면 둘이 손잡고 도망쳤을 텐데 말이죠. 어찌 되었건, 켈린치 홀을 대여하기로 한 크로프트 제독 아내의 동생이 우연히도 앤의 옛 연인이었던 웬트워스 대령이었답니다. 이제는 해군에서의 활약으로 재산과 명예를 충분히 갖춘 신랑감이었는데요. 과연 8년의 공백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그들의 사랑은 아직 유효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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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자리를 물려받는다는 생각. ‘레이디 엘리엇’의 귀한 이름이 자신에게서 되살아난다는 생각, 켈리치 가를 되찾는다는 생각, 그곳을 다시, 영원히 자신의 집으로 부르게 된다는 생각은 즉시 뿌리치기 어려운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p.235


 

옛 연인이 멋진 모습으로 재등장한 이 순간에, 그녀의 연애 전선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군요. 그런데 단순 경쟁자가 아닌 유력한 후보인가 봅니다. 엘리엇 가문의 상속인으로 지정되어 있는 엘리엇 경인데요. 그렇게 아버지 월터 경과 언니 엘리자베스를 무시하더니만, 갑자기 멋진 모습으로 나타났답니다. 그리고 앤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군요! 그와 결혼하면 엘리엇 가문의 안주인이 되는 거랍니다. 확 끌리는 조건이군요! 앤도 솔깃한가 봅니다. 하지만, 뭔가 냄새가 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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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대의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로맨스 소설이었는데요. 엉뚱하고 재미나고 발랄한 것을 넘어서 발칙하기까지 한 요즘 로맨틱 코미디에 깔깔거리며 웃는 현대인들에게는 개그 코드는 확실히 부족한 이야기였어요. 하지만, 다양한 인물들이 엉키면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들과 함께 진정한 사랑 찾기 이야기인지라 재미나네요. 도대체 누굴 선택하는 거지? 도대체 언제 고백하는 거야? 내가 하는 것도 아닌데 이러면서 말이죠. 모두 같은 생각인가 보더라고요.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현대적인 코미디 장르로 각색해서 방영한다고 하네요. 완전 딱 어울릴 것 같지 않나요? 예고편 살짝 봤는데, 바로 이거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원작과 살짝 비교도 하면서, 즐겁게 제인 오스틴의 명작을 만날 수 있을 듯하더라고요. 핑크색이 어울리는 그녀의 소설! 궁금하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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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설득 평점10점 | d********0 | 2022.09.15 리뷰제목
제인 오스틴 작품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도장깨기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인 오스틴의 작품에 빠져들게 된 계기는 오만과 편견 드라마를 보고 나서 였습니다. 각 인물들의 캐릭터 구성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그 시대의 통찰력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리하여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을 읽게 되었고 그 다음에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다 설득이 스토리라인이 끌려서 고르게 되었
리뷰제목

제인 오스틴 작품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도장깨기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인 오스틴의 작품에 빠져들게 된 계기는 오만과 편견 드라마를 보고 나서 였습니다. 각 인물들의 캐릭터 구성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그 시대의 통찰력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리하여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을 읽게 되었고 그 다음에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다 설득이 스토리라인이 끌려서 고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출판사 가운데 이 출판사에서 현대에 맞게 번역을 했다는 소개글을 읽고 궁금한 마음에 구매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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