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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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인간성의 기원을 찾아가는 역사 수업

리뷰 총점 9.5 (57건)
분야
역사 > 역사이론/고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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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고고학 유물으로 보는 인류의 정체성의 발달사 평점10점 | y*****2 | 2023.07.09 리뷰제목
제목에 이끌려 골라든 책입니다. 현학적이라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생명현상이 종료된 죽음이 잠자고 있다는 것도 그렇고, 그러한 죽음을 깨운다는 것도 묘합니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Wisdom of the ancients>입니다. <고대인의 지혜>로 옮길 수 있겠습니다. ‘인간성의 기원을 찾아가는 역사 수업’이라는 부제가 제목의 뜻을 가늠케 합니다.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리뷰제목

제목에 이끌려 골라든 책입니다. 현학적이라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생명현상이 종료된 죽음이 잠자고 있다는 것도 그렇고, 그러한 죽음을 깨운다는 것도 묘합니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Wisdom of the ancients>입니다. <고대인의 지혜로 옮길 수 있겠습니다. ‘인간성의 기원을 찾아가는 역사 수업이라는 부제가 제목의 뜻을 가늠케 합니다.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의 저자 닐 올리버는 고고학자이며 역사가입니다. 더하여 영국 BBC에서 20여 년 동안 교양편성의 각본을 쓰고 진행을 맡아온 방송인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세계 곳곳의 고고학적 유물과 유적들을 돌아보며 고대인들의 삶과 생각들을 유추해냈습니다. 고대인의 지혜랄 수도 있고, 정체성이랄 수도 있는 가족, 지구, , 세입자들, 기억, 공존, 나아가기, 영웅, 이야기, 상실, 사랑 그리고 죽음 등을 주제로 각각 세 꼭지의 글을 써서 모두 36꼭지의 글로 정리해냈습니다.

 

저자는 들어가며의 모두에 이 책을 쓴 이유를 설명합니다. “나는 답을 찾고자 이 책을 썼다. 우리의 짧은 생 안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들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한 줌의 지혜와 희망을 얻기 위해, 나는 선조들의 세계를 되짚어보기로 했다.(18)” 그리고 이렇게 마무리했습니다. “여기에 내가 호주머니에 넣어 가져온 한 줌의 씨앗이 있다. 중요하고 값진 것들이 으레 그렇듯 대부분 단순하고 쉬운 이야기들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맞는지, 기억이란 무엇이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한정된 시간을 사는 우리가 희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관한 짧은 이야기들을 풀어보려 한다.(27)”

 

역시 고고학을 전공한 경희대학교 사학과의 강인봉 교수가 쓴 추천의 글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유물은 옛사람들의 삶과 생각이 새겨진 조각이다. 고고학자는 그 조각을 통해 역사와 인간을 탐구한다.(8)” 저자는 현생인류가 남긴 유물은 물론 데니소바인, 네안데르탈인을 거슬러 호모 하빌리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에렉투스 등 고인류의 자취에 이르는 광범위한 고고학적 성과를 찾아 인류의 지혜가 발전해온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저자가 인용한 고고학적 성과들의 현장들 가운데 탄자니아의 응고롱고로에 있는 올두바이협곡, 터키의 아나톨리아 고원에 있다는 차탈 후유크, 영국에 있는 스톤헨지, 마야와 잉카의 유적 등 한번쯤 찾아가보았거나 자료를 검토해본 곳도 있지만 전혀 생소한 장소도 적지 않습니다.

 

저자는 들어가며긴 시간동안 전해 내려온 이야기에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기억들이 담겨 있다.(23)”이라고 적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이 추구하는 인간의 정체성에 대하여 레이 커즈와일이 마음의 탄생에서 시간이 흘러도 지속되는 물질과 에너지의 패턴(146)’이라고한 설명을 인용하면서 이 모든 이야기는 결국 기억으로 귀결된다라고 하였습니다. 우리를 우리이게 하는 것의 원동력은 바로 기억인 셈입니다. 그 기억은 의식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기억이란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에 맞서는 우리의 저항이다(197)”라고도 했습니다.

 

결국 이 책에 담긴 많은 이야기들은 기억으로 귀결되는 셈인데, 그래서인지 기억에 관한 글을 많이 인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목도 있습니다. ‘기억이란 눕고 싶은 곳에 누워버리는 개와 같다. 네덜란드 작가 세스 노터봄의 소설 의식에 나오는 글입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인데 읽어볼 책의 목록에 올려둔 것입니다. 제가 오랫동안 쥐고 있던 또 하나의 화두 기억을 더욱 천착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굳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1 댓글 0
종이책 아주 감상적 고고학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n*****m | 2022.08.01 리뷰제목
제목(우리말)만 보았을 때는 ‘죽음’에 관한 사유를 쓴 책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책은 역사에 관한 사유, 고대에서 중세에 이르는 시기의 유물에 관한 생각을 담은 책이다.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모두 죽었으므로, 그리고 유물이 죽음 자체에 관한 것이 적지 않으니, 이 책이 죽음과 전혀 무관할 수는 없진 않다. 하지만 적어도 죽음 자체가 이 책의 주제는 아니다. 오히려 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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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우리말)만 보았을 때는 죽음에 관한 사유를 쓴 책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책은 역사에 관한 사유, 고대에서 중세에 이르는 시기의 유물에 관한 생각을 담은 책이다.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모두 죽었으므로, 그리고 유물이 죽음 자체에 관한 것이 적지 않으니, 이 책이 죽음과 전혀 무관할 수는 없진 않다. 하지만 적어도 죽음 자체가 이 책의 주제는 아니다. 오히려 따지자면 죽음보다는 살아 있는 우리들에 대한 얘기다.

 


 

 

스코틀랜드 태생이고, 지금도 스코틀랜드의 지방 도시에 살고 있는 저자는 역사의 유물을 설명하지 않는다. 그 유물을 남긴 사람들을 상상한다. 어떻게 살았던 사람이었을까? 무슨 마음을 가지고 살아갔을까? 왜 이런 유물을 남겼을까? 객관적으로 유물을 바라보려 애쓰고, 기록하려 애쓰는 게 아니라 대신 아주 감상적인 마음으로 주관적인 느낌으로 유물들을 바라보고 대화를 나눈다. 물론 유물들에 관한 과학적 분석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그것만이 역사를, 고고학을 하는 자세는 아니란 걸 저자는 보여주고 있다.

 

수백 만 년 전 올두바이에서 발견된 발자국 화석, 조지아 드마니시에서 발견된 수십 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의 화석에서부터 자신이 살고 있는 스코틀랜드 스털링에 있는 중세시대의 성에 대한 이야기까지, 그리고 인공적인 거석이나 건물만이 아니라 인간이 거쳐갔을 자연까지. 저자는 자신의 눈길이 닿았던 곳들을 회상하고, 인류의 삶을 재구성하고 있다. 그렇게 재구성된 인류의 삶은 그대로 현대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진다. 역사, 그것도 인류가 존재했던 역사에 비해서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현대라는 역사는 얼마나 짧은가? 그리고 또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지 않은가? 그러면서도 우리는 얼마나 뻐기면서 살아가고 있는가? 어쩌면 뻔한 얘기일지 모르지만 장엄한 역사의 흔적들을 앞에 두고 하는 얘기는 그만큼 차분하고, 설득력이 있다.

 

물론 저자의 발길은 무척 편향되어 있다. 유럽, 그것도 영국, 더 좁히면 스코틀랜드에 집중되어 있고, 좀 더 넓혀보면 호주, 남아메리카 정도로 넓혀진다. 아프리카나 중동이야 인류의 탄생, 인류 문명의 탄생과 관련되어 있으니 무시할 수 없을 터이니 한두 군데, 아시아는 인도 정도밖에 그의 발길과 눈길이 닿지 않는다. 아쉽지만, 잘 읽어보면 그는 책의 독자로 스코틀랜드, 좀 더 넓혀봤자 영국의 대중 정도만을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그는 게일어의 소멸을 안타까워 하는데, 만약 내가 쓴다면 제주말의 소멸을 안타까워 해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는 기억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렇게 쓰고 있다.

우리가 알기로, 우주 전체를 통틀어 기억에 몰두하는 존재는 인간뿐이다. 이를 당연한 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무엇을 남기거나, 혹은 남기지 않던 그것이 목적하는 것은 결국 후대에 무엇을 전할 것인가, 즉 기억에 남길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 무언가를 기억하고자 하는 욕망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결국 역사는 기억에 관한 것인데, 그것을 문자로 남겼을 때는 물론 그렇지 않았을 때는 인류는 그 기억을 붙잡기 위해 수많은 일을 해온 것이다. 그게 지금 우연히 발견되며 우리에게 그 기억의 목적을 되새기게 하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기억을 공유하는 것 그게 인간성의 가장 중요한 면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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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고고학이 이렇게 흥미롭고 철학적일 수 있다니... 평점9점 | m******1 | 2022.11.20 리뷰제목
고고학자의 책이다. 제목만으로는 문학책 같다. 저자는 닐 올리버. 이야기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는 책이다. “이야기는 세계라는 직물 안에서 구성원이 제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붙들어주는 실과 같다.” 오래된 이야기들은 시간의 파도가 모든 것을 쓸어가 버릴 때 운 좋게 남은 화석이다. 그것들은 우리의 과거를 비추는 거울이다. 이야기란 한때 온전히 전체를 이루었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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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자의 책이다. 제목만으로는 문학책 같다. 저자는 닐 올리버. 이야기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는 책이다. “이야기는 세계라는 직물 안에서 구성원이 제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붙들어주는 실과 같다.” 오래된 이야기들은 시간의 파도가 모든 것을 쓸어가 버릴 때 운 좋게 남은 화석이다. 그것들은 우리의 과거를 비추는 거울이다. 이야기란 한때 온전히 전체를 이루었던 것들의 파편이다. 바로 거기서부터 우리는 무엇이든 짜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책은 1 챕터인 가족부터 마지막 12 챕터인 죽음까지 이어진다. 메리 리키가 발견한 라에톨리 발자국은 탄자니아 올두바이 협곡 인근 라에톨리의 화산재 위에 찍힌 사람 발자국이다. 이는 그들이 날카로운 날을 만들거나 주먹도끼를 만들겠다는 마음을 먹기 훨씬 이전부터 두 발로 걸었음을 알게 한다. 360만년전 vs 260만전년이 답이다. 전자는 직립을 말해주는 연도이고 후자는 도구 제작을 말해주는 연도다.

 

올두바이 협곡은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루돌펜시스, 파란트로푸스 보이세이 등의 화석이 발견된 고인류 화석의 보고(寶庫)다.(탄자니아 올두바이 협곡에서 최초로 고인류 화석을 발견한 사람은 한스 렉이다.; 91 페이지) 호모 사피엔스의 가장 중요한 형태인 크로마뇽인의 크로마뇽은 동굴 또는 바위 그늘을 뜻하는 크로와 그 땅의 주인을 의미하는 마뇽의 결합어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네안데르탈인)는 약 40만년전부터 2만 5000년전까지 살았던 고인류다. “사랑과 보살핌은 현생인류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보다 수십만년 앞서 지구상에 등장한 인류는 삶과 죽음의 자리에서 동료를 보살폈다.” 저자는 땅을 밀고 솟아나 깎이고 닳아 바다로 씻겨 내려갔다가 되돌아오는 것, 돌과의 연결, 돌에 대한 믿음이 자신에게 필요한 유일한 불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사라지겠지만 바위들은 언제까지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인류학자 헨리 번은 약 200만년전의 고인류들이 저녁거리를 신중하게 고르는 미식가들이었다고 말했다. 헨리 번 이전까지 초기 인류는 사자와 하이에나가 포식을 끝내고 고기와 골수를 발라 먹는 쓰레기 처리꾼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번은 그들이 저녁거리를 신중하게 고르는 미식가들이었음을 입증하는 증거를 찾았다.

 

올두바이의 한 도살 유적에서 번은 180만년전의 인간 사냥꾼들이 남긴 영양, 가젤, 누의 뼈를 발견했다. 턱뼈에 남은 치아를 관찰하여 동물들의 나이를 추정한 결과 닥치는 대로 사냥했던 사자나 표범과 달리, 호미닌 사냥꾼들은 오직 다 자란 동물들만 골라 사냥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른 영장류들은 긴 소화기관에 적합한 채식 위주의 식단에 만족했지만 인류는 영양이 풍부한 고단백 육류를 안정적으로 섭취했다. 그 결과 인간의 두뇌는 점점 더 커졌다. 1931년 영국의 고인류학자 도널드 매킨스는 올두바이에서 고인류 뼈와 석기, 동물 뼈, 둥그렇게 놓인 돌 무더기를 발견했다.

 

메리 리키는 누군가 은거지를 만들기 위해 그 화산암 무더기를 의도적으로 배치해놓은 것이라 설명했다. 190만년전의, 지구상에서 가장 오랜 집이다. 저자는 당시 인류는 식량을 집으로 가져와 기다리는 이들과 나눠먹을 줄 아는 존재였다고 말한다. 여성이 육아를 전담하고 남성이 먹을 거리를 구해와 가족을 부양하는 성별 분업설을 러브조이(오웬 러브조이가 주장) 가설이라 한다. 물론 그의 주장은 고고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책에는 스카바 브레 이야기도 나온다. 스코틀랜드의 폼페이라 불리는 그곳은 5000년 동안 모래에 파묻혀 있다가 1850년에 몰아친 또 다른 사나운 폭풍으로 마법처럼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낸 유적이다. 이 부분에서 탄자니아 라에톨리 발자국을 생각하게 된다. 응고롱고로 화산 폭발 때 생성된 화산재에 비가 내린 덕에 바닥은 진흙처럼 질척였다. 그래서 발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지게 되었다.

 

그리고 연이은 화산 폭발 때 생성된 화산재가 그들의 발자국을 덮었고 그 발자국은 오랜 세월이 흐른 뒤 계곡을 흐르는 물에 의해 차츰 모습을 드러냈다. 조지아 공화국 드마니시에서 발견된 두개골 유적은 아프리카 대륙 밖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호미인 화석이다. 지금까지 이곳에서 다섯 개체분의 호모 에렉투스 화석이 발견되었다. 호모 에르가스터, 호모 가우텐겐시스, 호모 하빌리스, 호모 루돌펜시스 등이 명명되었다.

 

그런데 드마니시에서 각양각색의 생김새를 지녔으며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다섯 개체 분이 발견되었다. 이는 생김새가 다르다고 무조건 다른 종이 아니며 이들 모두가 하나의 종 즉 호모 에렉투스일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초기의 호모 에렉투스는 시간상으로 우리보다 우리의 친척이자 아프리카의 작은 유인원으로 불리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더 가까웠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사람처럼 두 발로 걸을 수 있었던 첫 번째 부류였다. 그들은 아직 인간 즉 호모라고 할 수 없었지만 유인원과는 달리 팔로 물건을 든 채 먼 거리를 달릴 수 있었다. 오랫동안 고고학자들은 호모 에렉투스를 원숭이 같은 인간, 야만적인 멍청이로 치부했다. 그러나 최근 일부 학자들이 호모 에렉투스가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진 존재였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찾아냈다.

 

호모 에렉투스는 구대륙의 끝까지 뻗어나갔다. 남아프리카에서 출발해 수십만년 뒤에는 에티오피아까지 이르렀다. 그들 중 일부는 지부티의 해변에 서서 아덴만(아라비아 반도의 예멘과 동아프리카의 소말리아 사이의 만) 너머를 응시하다가 해협을 건너 아라비아 반도에 당도했을 것이다. 빙하기였던 플라이스토세 동안 간혹 해수면이 낮아지면 걸어서 해협을 건너기도 했을 것이다.

 

이들은 아라비아부터 구대륙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갔다. 오늘날에도 아프리카를 떠나는 이민자와 난민들은 200만년전 호모 에렉투스가 개척한 그 경로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120, 121 페이지)

 

인간의 외모는 왜 이렇게 다양한 것일까? 유전학자들은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현생인류가 같은 유전자를 나눠 가졌는데도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갖게 되었는지 이해하고자 했다. 규모가 크고 건강한 집단에서 무작위로 발생하는 돌연변이는 바다에 떨어진 잉크 한 방울처럼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유전학자들에 따르면 화산 폭발 같은 재난이 일어나 어떤 종의 개체 수가 급감하면 인구의 병목현상이 발생한다.

 

인류 개체 수가 급감하여 가임 인구가 몇 남지 않은 상황은 돌연변이에게 자기 유전자를 널리 퍼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130 페이지) 현대 아프리카인의 살과 뼈에는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유래한 DNA가 없지만 유럽인에게는 많게는 4%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있다.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가 마주쳤을 때 울려퍼진 메아리는 강철에 부싯돌이 닿을 때처럼 불꽃 같았을 것이다. 그 혼합물에서 한없는 창조성이 마법처럼 피어났다.

 

마지막으로 빙하가 물러난 시기는 약 1만 2천년전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에서 처음 등장했다. 어느 시점에 이르러 그들은 그 광활한 대륙을 떠나 이동을 시작했고 중동을 거쳐 아시아, 유럽, 마지막으로 약 2만 5000년전 오늘날의 베링해협을 따라 아메리카 대륙으로 향했다.

 

저자가 처음 고고학 발굴에 참여한 것은 18세이던 1985년이다. 장소는 스코틀랜드 에이셔주 댈멜링턴에 있는 둔 호수가였다. 석기시대 사냥꾼들이 쓰던 플린트의 부스러기와 처트(규산을 함유한 퇴적암)의 흔적이 발견된 곳이다. 고고학자들은 석기시대인들이 돌로 도구를 만들 때 생기는 그런 부스러기들을 데비타지(debitage)라 한다.

 

다른 고인류들처럼 호모 사피엔스도 탐험가였고 방랑자였다. 그들의 여정은 아프리카에서 시작해 중동으로 이어졌고 이전부터 사용되던 동쪽 길을 따라 아시아와 호주, 베링해협을 통과해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어졌다. 호모 사피엔스는 지금으로부터 약 4만년전에 유럽대륙에 입성했다. 그러나 그들이 유럽에서 멀지 않은 이스라엘 땅에 닿은 것은 무려 17만 7000년전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가르멜산에 있는 미슬리아 동굴에서 호모 사피엔스의 특징(네안데르탈인에 비해 좁은 얼굴, 좁은 이마, 전체적으로 덜 건강한 인상, 뚜렷한 턱)을 가진 젊은 성인의 왼쪽 위턱뼈 일부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175 페이지) 호모 사피엔스가 유럽 대륙을 코앞에 두고도 건너가지 못한 것은 이미 그곳에 호모 에렉투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 쇠닝겐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들의 창은 그들이 생각보다 더 현대적이며 지혜로웠다는 사실을 알게 한다. 독일 뒤셀도르프 근처의 네안데르 계곡에서 네안데르탈인의 화석을 발견한 것은 1856년이다.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이긴 사실을 장막에 거주하는 조용한 사람인 야곱이 꾀와 속임수를 써서 능숙한 사냥꾼인 에서를 이긴 성경 이야기에 비유한다.(176 페이지)

 

인류 발달 역사에서 엄지손가락의 진화는 커다란 전환점으로 여겨진다. 엄지손가락에 다른 손가락과 맞닿는 움직임이 가능해지면서 도구를 집는 힘이 늘고 손재주도 향상되었기 때문이다.(264 페이지) 갓난아기는 270개의 뼈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러나 몇몇 뼈들은 성장과정에서 하나로 붙게 되고 어른은 총 206개의 뼈를 갖게 된다.(357 페이지)

 

우리 종은 지구상의 다른 모든 종을 지배하게 되었다. 그 차이를 만들어낸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의 손이었다. 인류는 손으로 도구를 만들고 온갖 기술을 탄생시켰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만지고 잡고 움켜쥐었다.(268 페이지) 인도학자 프리츠 스탈 교수는 인간에게 말보다 의례가 먼저 등장했다고 믿는다.

 

의례를 이루는 패턴화된 행위, 본능적이고 충동적인 몸짓은 새들의 짝짓기 춤이나 곤충의 분봉 행위를 본뜬 것일 수 있다.(296 페이지) 저자는 우리의 첫 조상들은 의식이라는 것이 생기기 전에 그저 걸었고 창조했고 살고 죽었다고 말한다.(297 페이지) 이는 우리 조상들이 날카로운 날을 만들거나 주먹도끼를 만들겠다는 마음을 먹기 훨씬 전에 두 발로 걸은 사실을 연상하게 한다.

 

본문에 중석기 시대(Mesolithic)라는 말이 나온다. 마지막 사냥꾼이 살던 시대를 일컫는 고고학 용어다. 구석기 시대와 신석기 시대의 중간을 의미한다. “우리 종은 20만년 동안 지구상에서 살아왔다. 그 시간 동안 인류의 생리나 지능이 근본적으로 변했을 리는 없다. 우리는 그들과 같다. 다른 것은 우리가 처한 상황과 우리의 선택이다.”(325 페이지)

 

저자는 성소(聖所; sanctuary)의 동굴 벽화란 말을 한다. 프랑스 남서부의 트루아프레르 동굴의 성소라 불리는 방에 매머드, 곰, 말, 야생 염소, 들소, 순록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것은 1만 5000년전의 그림이지만 21세기에도 여전히 사람들을 전율하게 한다. 저자는 그 벽화를 만들어낸 힘이 상상력이었을 것이라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상상력이라는 얇은 막을 걷어내면 우리는 여전히 사냥꾼이다.

 

“우리 종의 동맥에는 보랏빛 세쿼이아보다 고귀한 생명선이 살아 숨쉬고 있다. 우리의 생명선, 그것은 바로 지혜다. 원시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 지혜는 환기하고 회복하는 힘을 우리에게 준다. 우리 조상들이 익히고 알게 된 모든 것이며 현대적 자아를 지닌 우리의 깊은 뿌리에 있는 무엇이다. 수십억년 동안 이어진 삶의 유산, 원시로부터 온 생명력이 우리의 DNA 가닥 속에 똬리를 틀고 있다. 지금도 조용히 눈을 감으면 그것을 느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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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문장이 내용을 압도한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s***u | 2022.09.05 리뷰제목
독서를 하는 도중 몇 차례 아내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혼자 읽기 아까워서이다. 문장 하나하나, 문단 하나하나가 살아 숨쉬고 있었다. 역사책을 읽다 문장에 감탄한 드문 사례이다. 빈말이 아니다. 어떤 장르이든 문장이 왜 중요한가를 일깨워준 책이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고고학자이면서 '작가'이다. 그는 '작가'라는 타이틀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필력을 보여준다.   저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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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하는 도중 몇 차례 아내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혼자 읽기 아까워서이다. 문장 하나하나, 문단 하나하나가 살아 숨쉬고 있었다. 역사책을 읽다 문장에 감탄한 드문 사례이다. 빈말이 아니다. 어떤 장르이든 문장이 왜 중요한가를 일깨워준 책이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고고학자이면서 '작가'이다. 그는 '작가'라는 타이틀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필력을 보여준다.

 

저자는 고대(석기~중세)의 유물과 유적에서 인간의 삶, 죽음, 기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바위와 무덤에 새겨진 인류의 품성과 하루하루 연명해간 삶 자체를 따뜻한 시선으로 살펴본다. 이전의 역사, 고고학 책에서 본 적이 없는 글쓰기 스타일이다. 그래서 이 책은 딱딱한 전문 역사서가 아니라 수필집에 가깝다. 때론 유물과 유적을 통해 저자가 느낀 바를 읊은 시처럼 읽힌다. 뭔가 대단한 정보를 얻기를 기대하고 책장을 열었다면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고인류와 선조의 삶이 내포한 인간성에 매료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옮긴이의 글솜씨도 꼭 얘기하고 싶다. 저자의 마음가짐과 스타일만으로 이 책의 풍성함이 탄생했을 리 없다. 옮긴이 이진옥님의 성심어린 타이핑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아쉽게도 이진옥님의 프로필이 간략하여 더 이상 추적해 볼 순 없었다. 리뷰를 빌어 옮긴이에게 고마움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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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추천도서 / 고고학자 닐 올리버,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p********g | 2022.08.15 리뷰제목
추천도서 / 고고학자 닐 올리버,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닐 올리버 지음, 이진옥 옮김, 윌북 펴냄         와, 정말 마음에 드는 책, 퐁당! 제목에 왜 끌리고 그러냐 싶은 참에 사냥꾼이라는 단어가 눈에 쏙 들어온다. 사냥꾼이라... 김텃밭이 자주 말하곤 하던 남자들의 사냥꾼 본능 뭐 그런 걸 다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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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 / 고고학자 닐 올리버,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닐 올리버 지음, 이진옥 옮김, 윌북 펴냄

 

 

 

 

와, 정말 마음에 드는 책, 퐁당!

제목에 왜 끌리고 그러냐 싶은 참에 사냥꾼이라는 단어가 눈에 쏙 들어온다. 사냥꾼이라... 김텃밭이 자주 말하곤 하던 남자들의 사냥꾼 본능 뭐 그런 걸 다룬 이야기일까, 추측해본다. 적어도 400만 년, 여러 종류의 인간이 살았다고 알려진 그 시간 동안 우리 조상들은 사냥꾼으로 살아왔으며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뇌는 사냥꾼의 소프트웨어로 구동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언제나 더 많은 것, 다른 것, 우리에게 필요한 것과 필요할지 모르는 것을 찾아 헤맨다. 우리는 언제나 탐색하고 사냥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적자생존의 가지치기를 피하지 못한 모든 고인류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가 마주쳤을 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잠깐, 마주쳤다고? 이 말은 인류의 서로 다른 종이 동시대에 한곳에서 함께 살았다는 말? 다른 고인류들처럼 호모 사피엔스 또한 탐험가였고 방랑자였다. 그들은 아프리카에서 시작하여 중동으로, 아시아와 호주, 아메리카 대륙으로 뻗어나갔다. 그런데 호모 사피엔스는 왜 유럽을 코앞에 두고도 건너가지 못했을까? 아마 그곳에 이미 다른 종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그러나 마침내 호모 사피엔스는 수천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동 거리를 늘려 마침내 유럽에 입성했고 다른 종들이 선점한 것이 아닌 틈새시장을 노려 해양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해안을 따라 전진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다뉴브 회랑을 따라 북서쪽으로 향하던 호모 사피엔스는 우연히 네안데르탈인과 마주했을 것이다. DNA 분석 결과로 보자면, 두 종은 짝짓기를 하기도 했으며, 유럽인은 4퍼센트의 네안데르탈인의 DNA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수천 년 뒤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했고, 우리는 게놈 안에 그들의 메아리를 담고 있다. 

 

 

 

 

이 같은 우리의 기억, 지구의 기억을 좇다 보면 우리는 수십억 년 동안 지구에 살았던 수많은 생명이 남긴 존재의 작은 흔적들을 발견하곤 한다. 그런데 보라, 책이나 편지 일기 문서 묘비명 등 문자로 적힌 이야기들은 정보를 담고 있음에도 글쓴이의 관점에 따라 쉽게 왜곡되기도 한다. 그에 반해 고고학은 사람들이 남기고 간 것들, 말이 없는 사물들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무덤, 건축물, 예술품 등 공들여 제작되었거나 배치되었다가 버려졌거나 우연히 사라진 것들의 의미를 찾는다. 혹은 누군가가 일상생활 중에 남긴 무릎과 발가락이 닿았던 자리 같은 무심코 남겨진 무엇, 누구에게 보이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으나 수천 년 후 누군가에게 발견되어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게 되는 무언가도 있다. 마치 가족을 지키기 위해 멈춰 섰던 360만 년 어머니의 발자국처럼. 백조 날개 깃털 위에 놓여 있는 어린이의 유골 옆에서 발견된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성의 유골처럼. 유리구슬이나 목걸이 진홍색 옷 등과 함께 발견된 8세기 소녀의 무덤처럼...

 

 

 

 

내가 지금 하는 아무 의미도 없어 보이는 어떤 사소한 행동이나 몸집 역시 미래의 어떤 시간에서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발굴'될지도 모를 일. 우리는 우리가 기억될 것인지 잊힐 것인지 선택할 수 없고, 어떻게 기억될지는 더더욱 그러하다. 지난 것들의 의미가 예전의 그들이 아닌 나에게 달렸듯이 지금 것들의 의미는 나 아닌 미래의 다른 이들에게 달렸다.

 

 

 

 

인간성의 기원을 찾아가는 역사 수업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가 마치 고고학자가 쓴 "데카메론" 같다는 추천사를 보자니, 이런 감상이 어떻게 나왔을까 궁금했다. "데카메론"이라? 무슨 의미냐 들여다보자니, 으음... 그렇군. 옛사람들의 삶과 희로애락이 담긴 책의 이야기가 읽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기 때문...이란다. 혹시 우리는 지금 위로가 필요하고 치유가 절실한가! 그리고 이러한 비유는 좀 더 감성적이어도 좋았겠다고 생각한다. 과학책을 읽으면서 시적 갬성을 느끼게 되다니!

 

 

 

 

우리 안에 그토록 오랫동안 변하지 않은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은 경이로우면서도 아름답다.

먼 훗날 혹시라도 지구의 생명체가 거의 전멸할 일이 발생하고 어쩌다 살아남은 혹은 새롭게 진화한 종류의 인간이 지구 탐사를 벌이다가 무덤을 발견하면 온갖 의미가 덧씌워지지 않을까. 그런데 요즘처럼 화장문화가 일반화되면 나중 인류는 거기서 무엇을 캐내야 할까. 쓸데없는 오지랖 한 자락이더라도, 나는 죽음의 순간 화장을 고수하던 내 생각을 조금 고쳐먹게 되었다. 누군가 나의 죽음을 깨워주기를, 나의 흔적에서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를 끄집어내주기를! 

 

 

 

 

나는 답을 찾고자 이 책을 썼다.

 

 

 

 

 

 

번화한 도시에서 지치고 좌초된 우리는 우리 자신의 땅에서 이방인이 되어버렸다. 자연으로 걸어 들어가 잃어버린 연결 고리를 찾는다면, 거기서 영혼을 치유할 약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성공적으로 생존함으로써 자연의 시험을 통과했다고 착각하고 있지만 어쩌면 우리는 여전히 시험대에 올라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닐 올리버. 그의 경고는 우리가 지구의 환경을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운다.

 

 

 

 

우리가 젖은 흙냄새를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 맞혀보시라.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혹은 "코스모스" 혹은 "총균쇠" 혹은 "이기적 유전자" 같은 오라를 뿜어내는 이 책. 사냥꾼과 어부의 삶을 지나 농부로서의 삶으로 나아간 인류에 대해, 사납고 혹독한 세상에서 고단한 삶을 견디며 가족을 이룬 인류의 사랑과 공존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문학 추천도서다. 닐 올리버, 당신을 만나 행복했어요. 우리는 이제 누구와 공존해야 하는가 고민하게 만드는 닐 올리버의 인류사, 과학과 문학적 감성이 어우러진 따뜻한 속삭임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꼭 읽어보자. 강추!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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