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다리꽃이든 산솜다리꽃이든...한국의 에델바이스라고 불리든...
처음 듣던 꽃 이름이어서 검색해서 나오는 목록을 서너 개 천천히 읽어보았다.
첫 장을 펼치니 솜다리꽃 이야기가 아닌 웬 산에 사는 동물들의 '똥'이야기가... 할아버지와의 치열한? 갈등 구조는 또 뭐임?
거의 1년을 두고 싸우는 긴장감 속에서 똥 주인들과 할아버지와의 화해는 피식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다음 빌리와 매점 아저씨의 이야기도 내심 웃음에 대한 기대가 큰 상태로 읽게 되었다.
사실 왕따 취급을 받는 빌리에게 무언가 바라는 것 없이 말을 걸어주는 매점 아저씨는 산속 동물들과 극적으로 화해한 할아버지와는 다른 친근함을 보여준다. 본인 역시 치열하게 사는 가운데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여유는 어떻게 생길 수 있는 것일까? 그것도 그늘진 한쪽 구석에 앉아 눈에 잘 띄지 않는 동물에게 말이다.
드디어 솜다리꽃 이야기이다.
작가는 많은 꽃 중에 왜 솜다리꽃이었을까?
금강산 부근에는 솜다리꽃, 설악산 인근에는 산솜다리꽃....결코 두 꽃이 같지 않은.... 그리고 글의 무대가 되는 남쪽의 비무장지대에 북한에서 주로 피는 솜다리꽃이...공포스럽게 남쪽에서 날아온 포탄에 사망한 북한 소년병을 시신 일부를 지킨다는 설정에서 한참을 생각하게 된다.
마지막 나무다리를 무덤에 넣어주고 흰 우유를 봉분에 뿌려주는 나이 어린 망자, 그것도 적군에게 베푸는 인정에 몸이 따스해지는 것을 느낀다.
책 표지에서처럼 선우가 총탄과 포탄의 위협 없이 편안하게 쪼그려 앉아 솜다리꽃을 쓰담 쓰담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왕대가리와 고양이들 이야기...
너무 가라앉지 말라고 해주는 작가의 배려인지 고양이들의 싸움이 나름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물론 동네 왕초처럼 엄석대처럼 왕대가리와 그를 받드는 나머지 고양이들의 모습에서 씁쓸함도 느껴지지만 오해는 이해 바로 직전이라고 오해에서 비롯된 일임을 모두 알게 되는 장면에서 속이 시원해짐을 느낀다. 숲 속으로 숨은 왕대가리를 다른 고양이들이 꼭 왕대가리를 다시 찾아서 잘 말린 쥐꼬리를 같이 나눠 먹는 장면을 보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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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낸 첫 번째 동화를 본다는 것은 참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하고 싶었던 말들 중에서 소중한 것을 골라골라
처음 세상에 나오는 것이니 더 귀 기울여지게 마련입니다
이 책은 황선옥이라는 작가님의 첫 동화집이고, 총 4개의 단편 동화가 실려 있습니다
리딩게이트 창작동화 공모전 당선 및 아동문학평론 동화부문 신인상을 받으셨다고 해요
안에 실린 4편 중 솜다리꽃의 약속이 표제작입니다
제목으로 실린 만큼 그 내용을 보면 작가님이 평소 어떤 것을 중요하게 여기시는지 알 수 있었어요
황선옥 작가님은 DMZ에 관한 꾸준한 관심과 연구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통일 강의를 하고 있는데요,
그런 황선옥 작가님의 면모가 표제작에 들어가 있으니 유심히 살펴봐주세요
1) 고구마 대작전
- 깊은 산골에 사는 동물들과 농사꾼 영감님이 등장해요
영감님은 애써 가꾼 밭에 동물들이 자꾸 넘어와 화가 나요
동물들은 자신들의 터전에 영감님이 어느 날 불쑥 들어와 음식도 못 먹게 하니 화가 나요
이들을 둘러싼 유쾌한 대결이 펼쳐지는데 승자는 누구일까요?
2) 빌리와 매점 아저씨
- 엄마와 함께 살던 동물원을 떠나 홀로 이동하게 된 오랑우탄 빌리가 보입니다
빌리는 엄마와 떨어지게 된 것이 자기 탓이라 여기며 모든 의욕이 저하된 상태로 무기력하게 살아가지요
오랑우탄 우리의 바로 맞은 편에는 열심히 일하는 매점 아저씨가 있는데 매일 빌리에게 말을 걸고 관심을 보여 주어요
작지만 지속적인 관심이 그런 빌리를 어떻게 변화시키게 될까요?
엄마와 떨어진 오랑우탄의 새 동물원 적응기를 다루고 있답니다
3) 솜다리꽃의 약속
- 이 책 때문에 솜다리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찾아보게 되었는데 참으로 따뜻한 생김새를 가졌더라구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듯한 꽃이었어요, 아니면 이야기 속 내용처럼 주변에 있었지만 제가 보지 못했던 것일수도요
표제작은 전쟁의 상처 속에서 자라는 작은 솜다리꽃과 전쟁으로 목숨을 잃게 된 인민군 소속 소년병의 이야기에요
일러스트에서 보다시피 소년병의 다리뼈가 없습니다, 국군의 수류탄 공격으로 인해 다리를 잃고 사망하게 되어요
소년병의 이름은 선우, 선우로 대변되는 수많은 소년병들을 생각하게 되지요
전쟁의 두려움 속에서도 땅에서 피어난 솜다리꽃을 발견하여 지켜주는 선우,
그런 선우가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선우에게 무엇인가를 약속하는 솜다리꽃입니다
표제작으로 선정된 만큼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느끼실 테니 꼭 읽어주세요^^
4) 왕대가리
- 왕대가리, 이름 한 번 적나라하지요?^^ 길냥이들 중 한 마리의 이름입니다
갈 곳 없는 길냥이들의 고달픈 생존기를 그리고 있어요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고양이들의 외롭고 쓸쓸한 마음이 나타납니다
그런 와중에 고양이들 사이에서 힘 겨루기가 있고, 어떤 오해로 인해 왕대가리는 다른 길냥이들로부터 떠나게 되어요
4편의 단편 동화집을 읽고 나면
우리 주변의 상처 입은 영혼과 생명들을
따뜻하게 보듬고 위로하자는 작가님의 메세지를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작가님의 두 번째 동화집도 기다려 보게 되어요^^
* 북극곰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읽고 쓰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따뜻한 책을 알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