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마이너리티 디자인』 -우리 안의 약점으로 사회를 강하게 바꾸자고 말하는 일본 카피라이터의 창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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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쪽/ 135*205mm
?마이너리티 디자인은 경향신문 기사에서 본 앞표지 디자인, 기사 제목과 인터넷 서점에 나온 뒤표지 카피를 보고 ‘장애/약점을 활용한 디자인/마케팅’을 다룬 책이라고 생각해서 보게 됐습니다. 장애 관련 책이 점점 많이 나오고 있는 만큼 그 분야의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었고, 평소 예술 분야 책을 좋아했기 때문에 잘 맞으리라 생각했죠. 실제로 읽어보니 생각과 좀 다른 책이었지만…
경향신문 기사https://www.khan.co.kr/culture/book/article/202205202028005
-줄거리-
'마이너리티 디자인'이란 표현은 ‘소수자를 기점으로 삼아 세계를 더욱 좋은 곳으로 바꾸자’는 작가 사와다 도모히로의 삶의 콘셉트입니다. 이 책은 ‘마이너리티 디자인’을 지향하며 살아가는 광고인 사와다 도모히로의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책의 전반부(1~3장)는 마이너리티 디자인과 관련된 다양한 사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후반부(4장~5장)에서는 마이너리티 디자인을 독자인 저희가 실제로 어떻게 삶에 적용하여 실천할 수 있을지에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
먼저 전반부가 특히 그의 삶과 밀접하게 엮어 진행되기 때문에 그의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1장은 작가의 삶을 -어렸을 때부터 거대 광고사에 입사하여 카피라이터로서 살아가기까지- 압축하여 보여줍니다. 카피라이터로서 살아가는 삶에 그가 회의를 느끼던 중, 그는 태어난 지 3개월이 된 아들이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는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내가 아름다운 광고를 만들어도 시각장애가 있는 아들은 볼 수 없고, 내가 하는 일이 뭔지 아들에게 설명할 수도 없는데,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이유가 있을까?
200명이 넘는 장애 당사자를 만나러 다니면서 방황하던 그는 그 만남을 통해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일화는 재밌기만 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삶의 방식 자체에는 새로운 발견이 가득했고, 라이터는 한 손만 있는 사람도 쓸 수 있게, 구부러지는 빨대는 누워서 생활하는 사람도 음료를 스스로 마실 수 있게 발명됐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던 그는 그제야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소수자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숨어있는 불완전한 면을 깨달을 수도 있다고. 못하는 일은 사실 당사자의 잘못이 잘못이 아니라 사회를 바꾸면 되는 문제이니, 누군가의 ‘못하는 일’. ‘장애’, ‘소수자’를 기점으로 삼아 세계를 더욱 좋은 곳으로 바꾸면 된다고 생각했고(마이너리티 디자인), 소수자라 불리는 사람들의 독자성을 광고로 빛을 볼 수 있도록 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광고업계에서 기른 창조성을 사회복지라는 소수자의 세계로 가져와 소중한 사람의 약점을 출발점 삼아 장기적으로 이어질 아이디어를 제안하기 시작하는데, 2장부터는 본격적으로 작가가 진행한 ‘마이너리티 디자인’ 사례들을 중점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는 장애 당사자 친구들과 함께 장애인 보조 기기로 분류되는 의족을 패션으로 재해석한 ‘절단 비너스 쇼’, 시각장애인의 다리와 신체장애인의 눈을 공유하는 로봇 ‘NIN_NIN(닌닌)’, 한 사람의 신체장애인에서 비롯된 패션 브랜드 ‘041’ 같은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장애가 있는 친구들뿐 아니라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은 ‘소수자’라고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소수자의 정의 자체가 다의적이고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고, 모두 무언가의 ‘약자’이며, 소수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3장은 ‘운동약자’인 자신을 고민하는 이야기입니다. 운동을 못하는 건 그의 잘못이 아니라 스포츠 자체의 문제라고 생각한 그는 운동 약자를 없애자는 목표로 이겨도 기쁘고 져도 기쁜 스포츠, ‘유루스포츠’(느슨하다는 의미의 유루와 스포츠를 합친 일본의 합성어)를 만들게 됩니다. 비누를 이용한 ‘핸드소프볼’, 걷지 못하는 사람이 강해지는 ‘애벌레 럭비’, 농구공을 갖고 뛸 수 없는 ‘아기농구’ 등 그 외의 다양한 유루스포츠 사례가 나옵니다. 이 유루스포츠는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성공하게 되는데요.
후반부에선 이렇게 ‘마이너리티 디자인’을 개인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에 대해 다룹니다. 4장에선 어떤 소수자성을 운명으로 삼을지 모르기 때문에 그를 자신에게 찾는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자기 삶의 콘셉트를 어떻게 찾는지, 자신만의 일하는 방식과 지향점을 찾는 방법을 자세하게 말해줍니다. 5장에서는 마이너리티 디자인을 어떻게 오래 살아남고 지속 가능한 아이디어로 발상하는지 방법을 이야기합니다.(후반부 설명이 단출하죠? 읽어보시면 됩니다.^^)
아무 프로젝트도 말하지 않으면 감이 덜 오실 테니, 그중 ‘닌닌’만 가볍게 소개해자면, 닌닌은 시각장애인들의 어깨 위에 부착되어 그들에게 길을 알려주는 로봇입니다. 시각장애인들은 횡단보도를 건널 때 소리로 안내 시스템이 설치된 곳은 한정되어 있어서 기본적으로 용기와 감을 통해 건넌다고 합니다. 그런 시각장애인의 어려움을 작가가 알게 되고 그를 해결하기 위해 ‘닌닌’을 협의를 통해 만들었습니다. 또한 길을 소개해 주는 건 인공지능이 아니라 누워서 생활하는 실제 사람인데요. 그냥 뛰어난 인공지능을 탑재해도 되지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닌닌은 누워서 생활하는 사람이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고, 시각장애인은 누워서 생활하는 사람의 다리가 되는 ‘보디 쉐어링’ 즉, ‘신체 공유 로봇’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새로운 사례가 많이 나옵니다.
-예비독자들에게-
이번 책 『마이너리티 디자인』의 ‘디자인’은 진짜 예술 디자인이 아니라 ‘설계하다’의 design이었습니다. 마이너리티를 기발하게 이용한 디자인, 마케팅 방법에 관한 이야기이리라 추측했으나 상당히 작가 개인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당혹스러웠습니다. 상상과 너무 다른 책이었지만 작가의 삶을 기반으로 제가 기대했던 다양하고 독특한 광고,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책이 아주 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구조로 전개됐기 때문에 마음에 들었습니다. 장점이 많은 책인 만큼 이 책의 장점과 아쉬운 점, 보완점을 중심으로, 어떤 독자님들이 보면 좋을지 말씀드리려고 해요.
1 소수자를 재정의하는 부분
장애와 관련된 생각에는 예전부터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건 ‘내 일이 아니다.’라는 생각 같습니다. 이번 해에 크게 대두되었던 전장연 출근길 지하철 시위에서도 시위를 다른 곳에서 하라는 사람들의 말에 출근길에 시위하지 않는 한 남일이라 관심 주지 않는다고 말하는 소리를 라디오에서 들었습니다. 요즘 우영우로 인해 장애 관련 도서 판매 비율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게 내 일이라고 생각할지는 의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 책은 장애인을 포함한 소수자를 판단하는 기준에 의문부호를 던지는 책 같습니다. 어디까지가 장애인이고 어디까지가 비장애인일까요? 장애, 소수자에 대한 정의는 다의적입니다. 이 책은 그런 정의가 사람마다 다른 만큼 자신도 자신만의 정의를 내리고 저희에게 의문을 던집니다. 작가는 자신도 소수자이며, 모두 소수자라 말합니다. 우리 모두 무언가의 약자이자 소수자라고 말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다 보면 내일이 아니라고 구별하여 타인으로 보고 방관하는 일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이렇게 소수자에 대한 재정의를 통해 의식의 변화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이 이 책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차츰 ‘나 역시 소수자다.’라는 당연한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애초에 ‘소수자’ 또는 ‘마이너리티’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신체장애인, LGBTQ, 난민…. 정의 자체가 다의적이고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를 텐데, 저는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소수자란 ‘아직 사회의 주류에 올라타지 않은, 어질 미래의 주역’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다시 말해 소수자라 ‘사회적 약자’라는 좁은 해석에 갇히지 않는 ‘이 사회의 가능성’인 것입니다. 사람은 모두 무언가의 약자이며, 소수자입니다. 저도, 그리고 물론 당신도. 다수파와 소수파는 인공적인 선으로 딱 잘라 구분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모든 사람들 속에 양자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
P35-36
2 일본 사회에 대한 이해
이 책은 철저하게 일본 사회를 바탕으로 쓴 책입니다. 그래서 몰랐던 일본의 단면을 알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여러 가지를 알 수 있었지만, 그 가운데 일본에 ‘유루스포츠’라는 문화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고, 일본에서 할아버지 아이돌이나 새로 나온 음식 메뉴를 주제로 하는 밴드 활동 자체가 일본에서는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또한 일본 광고업계를 포함한 일본 경제가 어떤 식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단편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본에 대한 깨알 정보를 본문 외에 각주를 통해 옮긴이가 알려준다는 점도 무척 좋았고요. 그리고 대규모로는 불가능하겠지만 소규모로는 유루스포츠를 우리나라에서도 실행할 수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본 사회를 바탕으로 쓰였기 때문에 일본 문화가 우리 문화와 달라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고, ‘우리 문화가 아니라서 이런 게 가능한 게 아닐까’라는 회의감이 들 수도 있었습니다. 특히 할아버지 아이돌이나 신메뉴로 밴드 활동하는 건 우리나라와 다르게 흘러가는 일본의 아이돌 분야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알고 있어야 일본에서 실제로 가능하다는 걸 이해할 수 있는데, 그런 일본 문화에 대한 설명이 별로 없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 의구심을 갖는 독자분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유루스포츠 자체도 저희 문화는 체육을 장려하는 분위기 자체가 아니기 때문에 일본에서 활발한 동아리 문화나 체육에 대한 열정을 예비독자가 알고 있어야 이런 형태의 스포츠가 장기적으로 가능하다는 걸 이해할 텐데 그런 일본의 문화에 대한 설명은 없다 보니 일본 문화를 잘 모르는 독자분이라면 아무래도 이러한 스포츠가 현실적으로 단발적인 이벤트가 아닌 장기적으로 실현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과 우리나라에서 대규모로 벤치마킹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3 사례마다 QR코드를 달아준 점
아무래도 색다른 광고나 프로젝트 사례가 책에서 많이 나오다 보니, 내용을 보면 상상이 잘 안되거나, 그 사례가 궁금하고 호기심이 들 수도 있는데, 사례마다 영상 QR코드를 달아줘서 어떤지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구성해 놨습니다. 이런 섬세한 연출 좋습니다.
4 유루스포츠 홍보 같은 점
유루스포츠는 중요한 소재인 만큼,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루스포츠의 긍정적인 사례만 줄줄이 나오다 보니 홍보 같다는 생각이 들고, 얼마나 객관적인 이야기인지 의구심이 들 수도 있는데요. 이런 점을 유루스포츠가 얼마나 성공했는지 수치로 나타내주면서 그런 의구심을 해소해 주는 부분이 좋았습니다. 다만, 유루스포츠가 모두 성공하거나, 자리 잡지는 않았을 텐데 성공 사례만 언급되어 있다 보니 실패 사례도 같이 넣어줬다면 홍보 같다는 감상을 좀 억제하지 않았을까요?
5 규격화된 적용 방식이 있다는 점
작가가 자신의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다 보면 이 삶을 내 삶에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때도 있는데, 여기선 독자들이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방식을 규격화하여 후반부에 구체적으로 제시해 줘서 그런 부분이 좋았습니다.
6 작가가 카피라이터라는 점
작가가 카피라이터, 즉 광고인이라서 그런지 사람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책 속에서 의문이 들 때 그 의문에 대한 반박과 답을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작가가 얼마나 내용을 장악하고 있는지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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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독자
작가가 광고인이고 내용도 ‘창작론’이라 아무래도 책 대상 독자가 직장인 중 기획 분야 종사자인 것 같습니다. 광고계 종사자나, 사회복지 분야의 기획자인 예비 독자들에게 특히 도움이 될 것 같고, 그 외에 워낙 자기 삶을 짜임새 있게 저술해놔서 광고 회사 입사를 위해 자소서를 쓰는 이들이 그런 관점에서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PS. 제가 오래 사랑받는 책을 고민하듯이, 콘텐츠가 넘쳐나고 소비가 빠르게 교체되는 이 시기. ‘오래 사람 받는 법’에 대한 욕구는 증가해서 이런 책들이 나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전에 봤던 다정하고 무해하게 팔리는 콘텐츠를 만듭니다가 생각나네요. 같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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