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면서 겪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이 참 많다.
그중에서도 단연 1위는 내가 비혼이 체질이었다는 사실이다. (결혼 전에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타깝게도 나는 결혼 후에야 내가 비혼이 체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 나쁜 것은 내가 나의 참을성을 과신했다는 점이다. 아직 공동의 책임인 아이가 없었을 때라도 빨리 되돌렸어야 옳았는데, 나는 내가 참을성 하나는 끝내준다고 믿었다.
나의 참을성은 곧 바닥을 드러냈고, 나는 나의 잘못된 판단을 두고두고 후회하며 살게 되었다.
이 책은 나처럼 비혼이 체질임을 뒤늦게 깨달은 저자의 결혼생활을 담고 있다.
외모지상주의자인 저자가 결혼하고, 그로 인해 달라진 자신의 생활을 하이퍼 리얼리즘으로 그려내고 있다. ‘왕자와 공주는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와는 결이 다른 자신만의 행복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담았다고 한다.
외모지상주의자라고 해서 정말 남편이 어마 무시하게 잘 생겨서 외모만 보고 덜컥 결혼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비와 박해일과 이광수의 조합을 생각해 보다가 결국 웃기게 생겼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 어이 없어졌다.
그런데도 떡하니 외모지상주의 자라는 타이틀을 걸 수 있었던 무모함은 모성애에서 비롯된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공감하게 된다.
나도 어머님의 아들이 잘 생겼다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지만, 딸이 엄마보다 아빠를 닮았다고 하면 내심 안심이 된다. (젠장~)
행복한 결혼에 대한 이야기는 심하게 납득이 되었다.
행복=조건/기대
이 공식을 대입해 봤을 때 ‘조건’은 결혼 후에 획득하기는 힘들다는 점을 꼭 명심해야 한다. (결혼 전이 최고치라고 보는 게 맞겠다. 줄어들지 않으면 다행이랄까)
그렇다면 결혼 후 급감할 가능성이 농후한 행복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기대’를 작게 만드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상대방의 조건’을 늘릴 수 없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나의 기대’를 줄이는 것이 타당하다.
이렇게 공식으로 설명해 주니 쉽게 이해되면서 바로 설득당했다.
결혼 전에 봤던 조건들을 결혼 후에 더 나아질 것이라 기대했던 순간부터 불행은 시작된 것이다.
이 책은 결혼생활을 정말로 리얼하게 알려준다.
결혼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묘하게 결혼생활에 정이 간다.
‘이게 사람 사는 맛이지’, ‘행복이 따로 있나’ 뭐 이런 느낌이랄까?
물론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결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묻는다면 진지하게 말리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이미 결혼한 사람들에게만 선물하고 싶다.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자칫 결혼에 대한 이상한 판타지가 생길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유쾌하다. 사무관님이면서 BTS 진님과 지인되기가 최종 꿈인 저자. 이미 결혼 해놓고 비혼이 체질임을 깨달았다고 해서 한 번 웃고, 어머님 아들 포함 셋을 키우는 워킹맘이라고 표현하는 센스에 감탄했다. 이 책은 결혼생활에 대한 책이다. 6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극사실 결혼생활부터 애엄마, 워킹맘의 이야기, (나홀로) 부부 심리상담까지 포함한 이혼에 대한 생각, 남편과 나의 다름을 느끼는 일, 마지막으로 저자 자신에 대한 이야기까지 구성되어 있다.
결혼을 왜 해야 하는지 의문인 독자를 위한 길잡이가 될만한 기준을 제시하기도 하고, 사내 결혼의 장단점, 남편이 결혼 전에는 솔메이트였는데 결혼 후에는 육아 메이트라든지, 결혼을 잘한 이유, 가끔 직장에 다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언제인지, 항상 남의 편이라서 '남편'이라는 내용, 딸 같은 며느리를 원하는 고부갈등 이야기 등이 와닿고 재미있게 읽었다.
비슷비슷하게 겪는 일상 에세이나 다름없지만 전반적으로 글이 유쾌해서 좋았다.(유쾌한데 현실적이라 슬프기도 하고..?)같은 말도 재미있게 조리해서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수다를 떤다는 느낌이 더 많이 들어 쭉쭉 읽는데 부담이 없었다. 저자의 집에선 이런저런 에피소드와 생각들을 가지고 사는구나, 나도 이런저런 부분에서 똑같은 상황에 동감을 하고 그저 우리 모두 파이팅 하고 힘내봅시다 하는 분위기랄까?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사람 사는 모습은 대체로 비슷하구나 였다. 그래서 더 공감 갔고, 냅다 응원했던 에세이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사랑이랑 감정은 호르몬과 연관되어 있다고 하죠.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전과 다른 나'가 되기도 하고, '사랑의 콩깍지'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심지어 내 신체 기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게 다 호르몬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합니다. '외모지상주의자의 극사실 결혼생활'의 작가님도 연애시절 이 호르몬의 영향을 꽤 많이 받으신 것 같습니다. 자칭 외모지상주의자인 작가님의 배우자분의 외모는 주변 사람들의 차가운 반응이 대신 대답해주는걸 보면 말이죠.(이쯤되면 본인을 외모지상주의자라 칭하는 건 소위 고도의 까기 전략일수도..?)
물론, 작가님의 마음이 순도 100퍼센트 진심이라 한들, 이러한 호르몬의 작용이 평생 지속될까요?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습니다. 사랑의 호르몬 작용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처음의 자극은 더이상 신선하지도, 가슴뛰지도 않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에 대해 바라는 것만 많아지고 불만은 커져만 갑니다. 사랑의 호르몬이 내는 모든 효과의 정점에서 맞이하는 동화 속 연인들의 해피엔딩은 어쩌면 반전이 기다리는 이야기의 서막에 불과했던건 아닐까요?
어떻게..사랑이 변하니?
영화 속 유명한 명대사입니다. 이보세요. 사랑은 변합니다. 어떻게 변하지 않을 수 있나요? 하지만 이 대사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린 건 모두가 변해버린 사랑에, 전과 같지 않은 상대의 모습에 서운하고 상처를 받았던 경험을 갖고 있기때문일겁니다. 결혼생활에서도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상대방에게서 상처를 받는 순간들이 있을 겁니다. 책에서 작가님도 그렇습니다. 연애시절의 초롱초롱한 눈을 지녔던 사람은 어딜가고, 동태눈이 되버린 이 남자만 여기 있는걸까? 하고 묻습니다.
설렘과 열정이 전과 같지 않은 관계의 지속은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작가님의 방식은 이렇습니다. 내가 알고 있던 상대방의 모습이 내 착각이었다 생각합니다. 상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갖고 장점을 찾으려 노력합니다. 상대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설렘과 열정은 다른 곳에서 충족합니다. 그리고 온전히 나를 사랑하고, 상처받은 나의 마음을 다독이려 노력합니다. 책은 결국, 살면서 속상한 순간 나 스스로를 위로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책을읽는 비슷한 상황을 겪는 모두에게 위로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변치않는 사랑을 약속하는 만큼 깨지기 쉬운 약속도 없을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영원을 맹세하고 영원의 약속에 감동을 받습니다. 진실이 꼭 중요한가요? 사랑의 호르몬의 역할이 시들해졌을법한 지금에도 난 외모지상주의자야 말하며 멋진 연예인을 닮았다며 남편분을 치켜세워주는 작가님의 모습이, 아니라며 부인하지만 입가에 미소를 띄우는 남편분의 모습이 꽤 따뜻합니다. 절절한 로맨스는 아니지만 제목 그대로 '극사실 결혼생활' 에서 이정도면 로맨스라고 봐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결혼을 했든, 하지않았든 작가님 특유의 유머러스한 시선에서 그려낸 웃픈 에피소드들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각기 다르지만 '사랑', '관계'는 누구나 다 경험하는 일이니까요. 관계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나, 고민이 있으신 분들이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책, 특히 남다른 섬세한 감정을 가져 쉽게 상처를받는 분들께 큰 위로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온전히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응원과 격려도 함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