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렌지나무3"이라는 부제가 달린 "광란자" 제제가 자라서 청년이 된 이야기이다. 바스콘셀로스가 "나의 오렌지나무"에 이어 "햇빛사냥", "광란자"까지 제제의 이야기를 썼다. 제제가 네다섯 살 때부터 열아홉살까지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제제는 역시 제제다. 바스콘셀로스는 역시 제제를 사랑한다. 이 이야기를 다른 사람의 속편을 쓰기라도 했다면 실망했을 것이다. 유명한 이야기의 속편을 다른 사람이 쓴 경우 대부분 주목받지 못하고 스러져 버린다. 이 이야기는 바스콘셀로스가 시작해서 바스콘셀로스가 끝냈다. 청년 제제에 이어서 결혼을 한 제제를 누가 쓴다면 말리고 싶다. 여기까지가 딱 좋다.
작가 자신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권투 선수, 바나나 농장 일꾼, 웨이터 등 여러 일을 전전하면서 고생한 경험이 제제를 부두의 인부로 일하게 했을까? 어떤 일을 하든 제제는 제제다. 순수하고 정열적이다. 그것은 작가의 어린 모습 같다. 여전히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서 그만두고 부두에서 일을 하지만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산다. 아빠의 수술이 잘 되어 건강해진다면 자신이 수영을 포기하겠다고 기도하는 제제의 모습은 어릴 적의 제제 그대로이다. 이런 친구가 잘 되어야 되는데.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고 많은 어려움이 또 오겠지만 제제는 언제나 양심에 따를 것이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3부이다. 어쩐지 2부에서 나왔던 내용과 상당수 겹치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굉장히 의미심장한 내용들이 펼쳐진다.
일단 2부는 제제가 거짓말로 둘러대고 입양된 집을 나와 도망가는 것으로 끝난다. 그런데 광란자에서 제제는 버젓이 학교를 다닌다. 그리고 정신적 지주가 되었던 라임오렌지나무라던가 두꺼비 등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따르씨지우라는 의미심장한 아이가 처음부터 수상한 태도를 보인다. 제제와 달리 쭉 빠진 바지를 입고 다니는 그는 (하필이면) 망고나무에서 제제에게 비밀스런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졸업하면 무엇을 할 건지 제제의 아버지와 똑같이 물어보는 데서 2부의 모리스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왜 이렇게 교장인 수학선생이 소리를 지르니 죽이겠다는 말이 공감이 되는 걸까. 그나저나 수학 선생이 교장인데다 찍힌 상황이라니 끔찍하다. 수학은 나의 원수..
불안함은 제제의 연애에서 그치지 않는다.
제제는 보수도 적고 현재는 인공지능에 의해서 완전히 사라져 버린, 화물 검수를 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엄연히 돈을 버는 일이긴 하지만 정작 제제는 그 일을 자신의 즐거움으로 여기지 못한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왜 제제가 제대로 된 일을 하지 못하냐고 잔소리들이 심하다. 현실과 함께 제제를 무겁게 짓누르는 아버지란 권력. 이것을 어떻게 떨치고 나가는지는 2부와 3부가 각각 다르다. 2부에서 제제가 도망을 쳤다면 3부에서의 제제는 허심탄회하게 아버지에게 자신의 장래를 털어놓는다. 그런 점에서는 3부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시리즈 중 가장 긍정적인 결말을 보여주는지도 모르겠다. 제제의 상상력은 이미 죽었다 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