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내년에 중학생이 될 소중한 아이가 한명이 있습니다.
태아 때 '신우확장증' 진단을 받아 태어나자마자 중환아실로 옮겨져야 했고, 초등학교 입학전까지 폐렴과 비염, 천식으로 병원을 자주 들락달락 했던 아이는, 이제는 병원 찾는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많이 건강해졌고, 엄마가 위로 올려다 볼 정도로 훌쩍 커버렸지요.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늘 건강하게만 자라주면 다른 소원이 없겠다 싶었는데, 아이가 점점 커갈수록 공부와 학교 문제로 인해 아이와 부딪히고, 이런저런 자잘한 문제들로 마찰을 빚곤 합니다.
이제 곧 사춘기 아이들의 통과의례라고 불리우는 중2병이 올 날이 머지 않아서 그런지 솔직히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기도 합니다.
부모인 내가 과연 이 과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까? 아이에게 상처 주는 부모가 아닌 보듬어주고 이해하는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아이와 갈등이 생겼을 때 지혜롭게 이겨낼 수 있을까? 간혹 ‘욱’하고 터져버리는 나의 화를 잘 다스릴 수 있을까? 그리고 육아의 신 오은영 박사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관련 도서들을 보면 이 시기를 잘 보낼 수 있을까?
아마도 청소년기의 자녀를 둔 부모라면 이 같은 고민을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예민한 엄마와 청소년 우울증 딸의 화해와 치유를 향한 여정’이라는 책 표지 글귀를 통해 아마도 이 책에서도 나와 같은 고민을 담고 있지는 않을까, 어쩌면 내 고민에 대한 해답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책을 펼쳐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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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우울증 진단을 받은 딸 아이는 평소 마음이 아프고, 힘들고, 슬퍼서 누구라도 붙잡고 말하고 싶다고, 살고 싶으니 도와달라고 꾸준히 엄마에게 신호를 보냈지만 엄마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타이레놀 열세 알. 안타까운 선택을 하고 마는 딸 하연이.
p.69
무기력한 아이는 엄마의 잔소리에도 움직이지 않는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고, 눈치를 보고, 더 우울해지는 감정에 반복적으로 빠져들면서 자기에 대한 믿음마저 잃고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엄마 역시 우울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정서적 안정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성인 우울증 진단을 받아 딸과 함께 심리상담을 받았지만, 엄마도 아이도 감정 외줄타기는 계속되었고 나아지지는 않았습니다.
p.61
나는 내가 화를 조절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했다. 나는 안 그런 척, 잘할 수 있다고 오만을 떠는 기만자였다. 결국 나의 오만은 아이 앞에서 그 민낯을 드러내고야 말았다. 자식의 머리채를 잡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엄마라니, 최악이었다.
딸이 타이레놀을 먹고 응급실로 실려가는 과정을 그린 1장에서는 하연이 엄마의 모습에서 마치 제 모습을 보는 듯 했어요.
저희 아이가 10살 즈음, 그냥 학교 가기 싫고 공부가 싫다는 아이에게 또 맞벌이로 인해 엄마인 저는 출근 준비를 위해 바삐 서두르는데 한없이 느긋한 아이에게 순간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퍼부었던 말과 행동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순간을 참지 못하고 아이에게 큰 상처를 주었던 제 자신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그때를 기억하고 있을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p.106
아이를 키우고 사랑하는 건 엄청나게 두렵고 힘든 일이다.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여긴 선택과 행동들이 실상은 그렇지 모살 때가 많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작은 행동, 사소한 반응, 무심코 던진 말도 그냥 넘기지 않는다. 부모의 말 한마디, 보이는 행동 하나에 울고 웃으며 상처받고 기뻐한다.
2장에서는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말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온 엄마와 딸의 속깊은 대화 그리고 서로를 향해 이해하고 다가가기 위한 노력의 모습들이 담겨 있는데요.
딸의 속마음도 들여다 볼 수 있는 이 장에서는 저자분이 서두에 말했던 서로 다른 세계에 사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들 즉 청소년기 딸의 생각과 입장을 엿볼 수 있어 참 의미있는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청소년기 아이들의 생각이 다 맞다는 말이 아닌, 내 자녀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 그렇다면 어른인 그리고 부모인 내가 어떻게 아이들을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많이 생각하게 한 부분이었지요.
또 우울하고 힘들어 마음의 병이 생겼던 엄마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고는 하연 양이 엄마의 손을 잡아주고 꼬옥 안아주는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 지기도 했어요.
엄마를 위한 아이의 위로.
저희 아이도 언젠가 외할아버지에게 혼났던 엄마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듣고는 “그때 엄마 속상했겠다~” 해주는데, 어디서도 받지 못했던 마음의 위로를 아이로부터 받았었죠. 저도 모르게 마음에 위안을 느꼈던 때입니다.
자식도 부모도 서로 솔직해지고 마음을 터놓을 때, 서로의 눈을 마주보며 이야기 나눌 때 비로서 마음을 가까이 나눌 수 있는 진솔한 사이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었지요.
p.139~140
내 말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어른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다.
자녀와 싸우고 나서 어설프게 대화를 시도하면 더 큰 싸움이 되기 일쑤라는 것. 대화 전에 꼭 해야 할 게 있다는 것. 사이가 좋지 않은 부모와 자식 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화해다. 부모님들은 이 부분을 쉽게 간과한다.
엄마 아빠들은 불화가 생기면 대화부터 하려고 든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진정성 담긴 사과다.
(중략)
부모님들도 사과하는 것을 매우 어려워한다. 무의식 중에 자식을 동등하게 대우해줘야 할 사람이 아닌 제 밑에 잇는 사람으로 보기 때문이다.
내게 먼저 사과의 말을 건네준 엄마가 정말 정말 고마웠다.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이런 사과할 용기가 필요하다. 그 때문에 오늘 이 밤, 엄마와 내가 이토록 길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과의 한마디가, 그 용기가 부모와 자식 사이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다.
보통 어른들은 이미 청소년기를 겪어보았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스스로 깨우쳐 알아가기 보다는 좀더 쉬운 길을 알려주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강요하고 따르지 않는다고 윽박지르고 존중하는 마음은 저버린 채 아이들에게 화를 내지 않나 싶습니다.
어른들의 말에 반박한다는 것은 아이들이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봐주고 존중해 달라는 의미인데, 권위에 도전한다 혹은 반항을 한다 생각해 같이 싸우려 들었던 것은 아니 일방적으로 누르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나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하연이 가족만이 겪었던 특별한 사건이 아닌, 우리네 삶의 일부분이자 아이를 둔 가정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어요.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부모라는 타이틀을 가진 제 모습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지요.
사춘기라는 그리고 청소년기라는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가는 과정을 이제 곧 저도 아이와 함께 겪게 될 것입니다. 그동안은 제 입장에서만 아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를 배우려고 했는데, 청소년 아이들의 입장에 서서 그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며 이해하고 공감하고 기다려주는 연습을 해야 함을 느꼈어요.
하연 양이 던졌던 굵직한 메시지를 기억하며 그리고 엄마의 깊은 상처라는 벽을 허물고 용기있게 아이에게 다가갔던 엄마의 모습을 기억하며 저도 제 아이와 소중한 시간을 보내야겠습니다. 지나간 그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테니 말이죠.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동시에 여러 권을 읽고 있었는데 이 책을 가장 먼저 읽어 버렸다. 에세이라 어려운 부분이 없어서기도 하지만 몰입력이 몰입력이... 추천의 말에 적힌 것처럼, 작가의 첫 책이라는 게 놀라울 정도로 문장력과 비유, 흡입력이 좋았다.
17년 동안 유치원 교사부터 원장까지, 유아교육을 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딸을 키우기는 어려웠던 작가의 사춘기 딸과의 관계를 그린 책이다. 딸의 자해와 우울증을 알며 함께 심리상담을 받고 대화를 나누고 글을 쓰며 화해하고, 서로 이해하고, 그 관계를 통해 함께 치유해 온 과정을 담고 있다. 임팩트 있는 제목을 보면 그런 내용이라는 것이 짐작이 갈 듯도 하다. 처음 관계에 위기가 온 부분부터, 작가의 성장과정에 대한 고백, 그리고 그것이 양육에 영향을 미친 부분에 대해 털어놓는 과정이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중간 중간 보너스처럼 삽입된 딸의 웹툰과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밤새 주고받은 엄마와 딸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면서 실린 부분은 책의 매력을 높인 한 수였다. 묘사된 하연 양의 행동이나, 실린 글을 보니 너무 사랑스러워 하트를 종종 그리면서 읽었다.
그리고 읽으며 이 책을 많은 청소년들의 부모님들이 꼭 보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해되지 않는 청소년 자녀를 그래도 그들이 내민 안경을 통해 이해해보려는 부모의 노력이 청소년들의 마음을 어떻게 열 수 있는지 잘 나타나 있다. "엄마가 그 자리에서 안 된다고 할 줄 알았는데, 생각해본다고 해 줘서 엄청 고마웠어." 이런 말 한 마디에도, 고마워하는구나. 섬세한 청소년들의 마음이 고우면서도, 반대로 생각하면 이런 반응조차 쉽게 경험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구나, 싶었다.
하연 양이 이야기한 것처럼, 부모들은 자신이 살아 보았으니까 이 길로 가면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며 끌어주려고 하는데, 그 길은 그 사이 변했다! 그리고 그들 스스로도 직접 길을 찾고 싶어한다.
'근데 넘어지면 좀 어때서? 그 길이 아니면 돌아가면 되지. 넘어져봐야 다른 길도 보이는 거 아닌가? 결국 우리의 세상에서 길을 찾아야 하는 건 다름 아닌 바로 우리다. 그러니 기다려주시면 좋겠다. 다른 세계에서 열심히 길을 찾아가고 있는 우리를 응원하고 기다려주는 일이 소통의 첫걸음이 아닐까?'(p.152)
"엄마, 아무리 넓어도 가고 싶은 길이 아니면 길이 아니야."(p.161)
'아빠 때는 아빠 때고, 나 때는 나 때다. 나야말로 "나 때인 지금은 말이죠~"라고 훈수를 두고 싶다.'(ㅋㅋㅋ p.190)
드라마틱한 변화로 급작스런 해피엔딩이 아니라 여전히 갈등이나 위기는 생기지만 한 번 더 참아보고, 진지하게 이해하려 노력하는 과정이 담긴 것도 소중하다. 그만큼 또 한 번에 바뀌거나 바로 조절이 되지 않는 청소년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버티도록 돕기도 할 것이다. 청소년 자녀와 갈등을 겪고 계신 부모님이라면,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린다. 그러나 이 서평이 필요 없을 것처럼, 이 책은 이미 베스트셀러로 올라 있다. 그만큼 필요로 하는 분들도, 책의 가치를 알아본 분들도 많다는 거겠지!
중2 딸이 타이레놀 13알을 삼켰다는 얘기.
제목부터 그냥 살아만 있어 아무것도 안 해도 돼 라니
가슴이 먹먹해서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 라는 생각에 도서리뷰단을 신청했고,
책이 왔다.
그때만 해도 어머, 어떡해 하지만 그것은 분명 남의 일이었다.
하지만 책을 여는 순간.... 내 일이 되어 버렸다.
책에 나오는 딸이 어찌나 우리 아들하고 똑같은지....
물론 나는 엄마 저자와 거리는 있었지만...내가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몇번이나 덮었다가 다시 읽고 다시 읽고 했는지 모르겠다.
너무 눈물이 차올라서...
그래도 다행(?)인건 계속해서 시그널을 보여왔고,
중2학생이 타이레놀을 먹은 건 살려달라고, 나 아프다고 보여주는 신호기 때문에 긍정적인 신호라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가족들은 못 알아차렸다.
나도 그렇다. 아들이 어디 아프다고 할때마다 지겨워했고, 눈 아프다 하면 너 게임 많이 해서 그래... 다리 아프다 하면 너 살 쪄서 그래 했는데
아니다. 그만의 이유가 따로 있을 것이다. 나의 잣대로 생각하고 재단해버리면 늦을 수 있다.
딸작가는 불안하면 손톱을 다 물어뜯는데 우리 아들도 손톱을 손톱으로 갉아 초등학교 입학 이후로 내가 손톱을 잘라준 기억이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나는 애를 공부로부터 놔주고 싶다는 생각은 안드는데.. 아니 들지만 애써 지우고 있는데...
그래도 다행인건 우리 아들은 엄마한테 칭찬받는 걸 아직까지는 좋아한다.
그렇지만 공부하기 싫을 뿐이다. 이 간극을 어떻게 좁히느냐 가 나의 남은 숙제같다.
딸 작가는 그림에 취미가 있었고 예고를 준비했는데 웹툰을 그리고 싶어하는 꿈이랑 예고 준비용 그림이랑 또 달랐나보다. 결국 엄마가 웹툰 학원을 알아봐주고
캐릭터 그리기 대회에서 최우수상도 받고 재능도 있군. 딸 작가가 그렸을 삽화가 중간중간 있어 이해가 더 쉬웠다
얼마전 봤던 드라마 블랙독(2019작품)에서도 웹툰을 그리겠다며 배달부 일을 하던 학생이 나왔다. 생계가 어려워 아르바이트 하는 지 알았는데 실제로 해봐야 그림이 더 잘그려진다고 패드 살 돈도 마련할 겸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이었다. 결국 자퇴서를 냈는데 그 이유도 비슷했다. 학교에서 배울게 없다. 결국 그 학생은 자퇴를 했고, 자기 웹툰이 연재되기 시작했다며 선생님한테 문자를 보내는 에피소드가 그려진다.
이 책에서도 딸 작가가 중2 밖에 안됐지만 너무 너무 말을 잘한다.
논리적으로 완벽하다.
엄마아빠들은 내 자식 빠른길로 안전하게 가길 바라며 이 길이야 안내해주지만,
엄마아빠들도 청소년기에 넘어지고 쓰러지고 다시 도전하면서 갔던 그 길을 왜 자식들만 일사천리로 빨리 가주길 바라느냐 엄마아빠는 네비게이션 역할만 해달라.
목적지는 내가 정하고 가는 경로도 내가 정하겠다.
어우 진짜 말을 너무 잘해서 내가 엄마였대도 말문이 턱 막혔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딸 작가는 자기가 잘 하고 하고 싶어하는 걸 분명히 알고 그 길을 향해서 가고 있으니 나는 아직 우리 아들에게는 여러가지 길을 알려주고 그 중에서 잘 하고 좋아하는 걸 보기로 내줄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다.
나도 mz 세대가 말하는 꼰대가 되어버리는 걸까.
여러가지로 공감되고 많이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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