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낭만적인 미술관 방문을 기대했었던 나에게 시작부터 충격이였다. 시작은 바로 폭격이 몰아치고 있는 스페인, 한 도시의 처참한 묘사였기 때문이였다. 피카소의 ‘게르니카’의 배경이 된 역사 현장이였다.
‘미술관에서의 하룻밤’ 시리즈 중, <스페인의 밤>.
이렇게 시작하는 이유는 이 책의 여행자 중 한 사람인 아델 압데세메드 작가의 작품배경과도 관련이 많은 것 같았다. 그는 알제리 태생인데 과격파 이슬람주의자들을 피해 프랑스로 탈출한 후 문제의식 있는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밤>은, 저널리스트 크리스토프 오노-디-비오와 아델 압데세메드 피카소 박물관에서의 하룻밤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미술작품은 물론, 문학, 시대적 배경, 역사적 사건들, 각자의 논점까지 .... 내게는 한국 인기예능이였던 ‘알쓸신잡’의 다른 버전처럼 느껴졌다. 배경지식이 부족하여 전부 다를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알제리 전쟁터에서 자란 아델의 경험과 섞여서 훨씬 비판적인 관점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많은 예술관련 이야기가 나왔지만 결국에는 전쟁에 대한 고발을 담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이 책의 주인공은 아델 압데세메드인 것 같았다. 그의 작품들에 대한 묘사를 읽으면서는 나는 그 작품들을 좋아할 것 같지 않다 싶었지만, 시대를 초월해 세상의 수많은 게르니카에 대한 고발을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존경하고픈 행보였다.
피카소의 ‘게르니카’ 작품을 시작으로 다소 무거운 이야기들이 오고가는 내용이여서, 호불호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예술활동이라는 것은 자아도취가 아니라 이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깊은 의미를 현재에서 다시금 짚어갈 수 있었던 내용이였다. 적극 추천하고픈 예술에세이다.
_“흩어진 신성을 반영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자아는 특히 그렇다.” 내 말을 듣기라도 한 듯 아델이 신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이며 암송했다.
이번에도 말라르메였다. .... 프랑스 시인들 중에서 가장 난해한 시를 쓴 이 시인은 글 쓰는 행위를 ‘미친 짓’으로 멋지게 표현했다. 아델이 계속 낭송했다. “잉크 방울은 흡사 숭고한 밤과도 같네.”_p67
_"아닙니다. 그림은 아파트를 장식하기 위해 그리는 것이 아니에요. 그림은 적에 대한 공격용 전쟁 수단인 동시에 방어용 전쟁 수단이지요.“
나중에 피카소는 현실 참여적이고 격정적인 사람으로 완전히 바뀌어 이렇게 말한다. 언론은 그의 이 말을 확대 해석했고 <게르니카>는 목적을 달성했다._p152
_“저는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 즉 제가 보여준다고 비난받는 그 모든 고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잘못된 행동이 아니라는 사실을 부뉴엘의 이미지를 통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_p233
_그의 최근 작품들은 붉은색이었다. 피가 엉겨붙은 것처럼 보이는 그림들.
앞으로는 어떤 작품을 우리에게 보여줄까? “예술 덕분에 저는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예술을 통해 제가 사랑하는 것을 죽음에서 구해내고 싶어요.”_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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