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독립투사셨던
이육사 님에 대한 책을 읽는다.
아
이분의 시들은 정말 얼마나 멋진가.
독립운동으로 투옥되어
수감생활 할 때의 수인 번호가 264.
그걸 필명으로 하신 건
얼마나 패기있는 일인가.
중국 베이징의 감옥에서
모진 고문을 받았고
끝내 밀고를 하지 않고
온 몸이 상해 비참하게 돌아가셨다.
그 세밀한 묘사에 눈물이 왈칵. ㅠ
그때 안 죽을 수도 있었던
서른 아홉의 최고의 조선 시인이셨다 ㅠ
한 편 적어본다.
절정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발 제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예전에 김원봉에 대해 픽션화한 책을 읽었었다.
이번 <칠월의 청포도> 또한 그러한 장르에 속한다.
저자 강영준님은 현직 고등학교 교사기도 하다.
이육사 시인에 대한 철저한 자료 고증을 통해서
문학적인 상상력을 가미해 썼다.
그래서 역사적 사실성을 담보하면서 소설을 읽듯이 읽을 수 있다.
시가 언제 쓰여졌는지 알수 있는 작품도 있지만
창작 시기를 모르는 시들도 있다.
이육사 님이 독립운동의 길을 걸으면서
그 선택들, 겪은 사건들과 시 작품이 어우려져 나오는데
그럼으로써 더욱 시를 시대 속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시 ‘광야’.
나도 무척 좋아해온 시였는데 그게 이육사 시인이 유언처럼 쓴 시였음을 알고 더욱 가슴이 시렸다.
1944년 1월 16일에 중국 베이징의 감옥에서 순국하셨는데
그 때 두편의 시를 유서처럼 아우에게 남기셨다.
또한 ‘청포도’ 시의 숨은 뜻을 알 수 있어 이번에 너무 좋았다.
그저 시 자체로도 애송한 작품인데
청포도가 어떤 의미인지를,문학을 사랑하고 가르치는 작가의 해석으로 전해 듣는 건 기쁨이었다.
청포도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이번에 느낀 게 이육사의 시는 시 자체로 순수하고 완전무결하는 거였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는데
이육사의 시를 그저 ‘일제에 대한 저항’으로만 읽는 것은
그게 틀린 건 아니지만 온전하지는 않은 거 같다.
이육사는 정말로 시를 사랑하고 시인을 꿈꿨다.
격변하는 시대를 만나서 중국으로 가서 무장투쟁을 준비하고
언젠가 올 전면전을 대비하는 군인의 길을 택했다.
그러나 시를 포기한 건 전혀 아니었고
그것들이 여러 시편 들에 알알이, 면면히 담겨 있었다.
이번에 이육사를 ‘시인’으로 오롯이 알게 된 게
정말이지 너무 반갑고 감사했다.
아까 유서 같은 시 두편이 있다고 했는데
다른 마지막 유작은 이것이다.
꽃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나리잖는 그 땅에도
오히려 꽃은 발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작거려
제비 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이여!
한 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성에는
나비처럼 취하는 회상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이육사의 시들에는 ‘패기’ ‘낭만’ ‘꿈’이 있다.
얼핏 보면은 그 ‘암울한’ 시대에 낭만이라니. 꿈이라니. 싶을 수도 있다.
허나 그게 아니었다.
진정한 시는, 그렇게 불가능한 듯한 ‘체제’를 뚫고가는
젊은 시인의 진정한 소망을 ‘노래’하는 거였다.
윤동주의 시들을 전편 좋아하고 자주 암송하는데
이제는 이육사 님의 시들도 그럴 수 있게 될 거 같다.
좌 동주 우 육사. 넘 든든~~
광야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진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 (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칠월의 청포도 이육사 시인에 관한 책이다. 학창시절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가 수능시험에 나왔었는데 이젠 아이에게 읽어보라고 주고 읽고 독후감을 쓰라고 했다.
아이가 책을 읽고 쓴 내용의 일부를 남겨본다.
[ 이육사 시인에 대한 책을 부모님께서 읽어보라고 해서 읽게 되었다. 내가 볼때 이육사 시인은 독립을 위해 정말 열심히 살아오신것 같았다. 이육사의 본명은 이원록이고 이활이라는 이름도 썼다. 이육사라는 이름은 욕된 역사를 다시 쓰기 위해 죽이는 역사 라는 한자를 썻다고 한다. 이 책은 2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울분, 저항 등의 나날들, 2부는 폭력에 맞서는 것이다. 이육사 시인은 시를 쓰며 자신의 생각이나 나라의 독립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그중에서 제일 인상깊었던 시는 제목답게 '청포도'라는 시다. 책 제목을 보고 왜 칠월의 청포도인지 너무 궁금했다. 청포도가 익어가는 과정이 푸른 하늘처럼 자유롭고 억압이 없는 세계를 바라고 있었다. 일제강점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참 힘든 시절이다. 그래서 그런 세계를 꿈꾸며 살아간다는 것은 대단한 것 같다. 맨날 꿈을 꿔도 안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서 꿈을 포기 할 때도 있었다. 그런 과정에서 꿈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독립을 위해 노력했다. 이육사는 대구 지점 폭파 사건으로 체포되었고 일제는 세 달 동안이나 옥살이를 시킨다. 모진 고문과 채찍질 등 무언가 고통을 당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람을 원망하고 증오할 수 있다. 하지만 증오와 원망은 커녕 장진홍 의사에게 경외감을 받았고 더욱더 독립을 위해 힘씬 부분이 존경스럽다. 신문사에서 글을 쓰며 민족 의식 키우기, 항일 투쟁 훈련에 매진, 페병에 걸렸을때도 무기 반입을 위해 힘쓴 일 등 어려운 길을 선택한 것이 멋지다. 이런 분들이 있어 오늘 우리나라가 있다고 생각해서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학창시절 이육사 시인에 대해 교과서를 통해 많이 배웠다.
저항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육사 시인이 썼던 시들을 시험을 보기 위해 읽고 공부했었다.
이름이 특이하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고, 시가 굉장히 남성적이라는 느낌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 책 칠월의 청포도는 이육사 시인의 전기이다.
하지만 이육사 시인의 일생 외에 당시 시대상에 대해서도 매우 자세하게 말해준다.
이육사라는 이름은 본명이 아니다. 이육사는 시인이 형무소 수감당시 수감번호 264번에서 따온 필명이다.
이육사는 자신이 받은 수감번호264의 육사를 한자로 肉瀉로 해석하며 진짜 전쟁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원록이라는 이름은 마음에 묻고 현재를 비트는 이름, 이름만으로 저항과 불쾌감을 주는 이름, 일제의 금기를 건드리는 이름, 오욕의 역사를 다시 쓰는 그런 이름으로 태어나기로 마음먹는다.
그 이름을 들고 역사를 바꾸러 나아가자고 다짐한다. (p115)
이육사라는 필명에 기린 마음의 깊이와 서글픔을 느낄 수 있었다.
본명은 이원록으로 경북 안동 출신이며,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이육사 시인의 할아버지는 정신이 깨어있던 분으로 집안의 하인들을 자유롭게 해주고 본인이 소유했던 땅도 그들에게 나누어주었다.
하지만 집안은 할아버지의 죽음이후 기울어갔다. 재산을 줄이고 나니 식구들 먹고살기도 빠듯해 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독립운동가 집안 출신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이육사 시인은 일제 치하의 암담한 상황과 독립에 관심을 갖게된다.
일본을 이기기위해서는 조선보다 앞선 일본을 알아야한다는 생각에 일본으로 유학을 가게되고, 일본에서 급진적 독립운동 세력인 아나키스트들과 관계를 맺는다.
이들과의 관계를 통해 독립운동에 참여하게 된 이육사 시인은 중국으로 다시 유학을 가게 되고, 중국에서 루쉰의 사상에 큰 감명을 받게되어 조선으로 돌아와 독립운동 활동을 이어간다.
하지만 은행폭파사건에 범인으로 지목되어 옥고를 치르고 그 당시 받았던 수감번호를 필명으로 삼게된다.
이육사 시인은 이때부터 여러 저항 시를 발표하고, 잡지와 신문에 독립에 관한 글을 발표하며 작가로의 삶을 시작한다.
독립군 입영, 아나키스트로의 활동 등 여러 독립운동의 방법이 있었지만, 이육사 시인은 작품 발표와 독립운동가 교육으로 독립운동을 하였다.
이육사 시인이 발표하는 글에 위기의식을 느꼈던 일제는 이육사 시인을 감시하고 여러 죄목으로 옥에 가두었다.
이러한 여러번의 옥고로 이육사 시인은 몸이 매우 약해졌고, 끝내 옥중에서 사망하게 된다.
<꽃>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나리잖는 그 땅에도
오히려 꽃은 발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작거려
제비 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이여!
한 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성에는
나비처럼 취하는 회상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꽃> , 이육사 p288
<광야>,<꽃>등은 이육사가 감옥에서 사투를 벌이며 남긴 시로 이육사의 유서나 다름없었다고 한다.
그가 남긴 시는 지금 우리에게 와 닿아 이육사가 그토록 기다리던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될 우리에게 진한 메세지를 흩뿌린다.
특히 마지막 페이지는 이육사의 삶과 지금 우리의 삶을 잇는 절정의 메세지로 우리들 자신이 욕망과 싸워 이겨내며 광야에서 승리하는 꿈을 지속해서 꾸어야 함을 힘주어 말하는 것 같다.
꿈꾸는 것이 어렵던 시절, 꿈꾸는 것이 가능하다고 온몸으로 보여준 이육사의 삶을 이토록 따뜻하고 정갈하며 온기있게 꿰어준 작가의 글솜씨가 이육사의 삶을 통해 느껴지는 감동을 배가 시킨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우리의 삶을 꿈꾸고 역사를 바탕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것일거다.
이번 기회에 이 책을 통해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고 문학을 배웠지만, 잘 알지 못했던 당시의 시대상과 이육사 시인의 생활, 정신에 대해 알게 되었다.
특히 이육사 시인을 입체적으로 느껴볼 수 있었고, 당시의 독립운동가 분들로 인해 지금 우리의 삶이 있다는 것에 새삼 감사함을 느끼는 기회였다.
◀ 해당 글은 북멘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고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 ▶
일제는 물러가고 이육사는 죽었지만, 육사의 시는 여전히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 시인이자 독립운동가로서의 이육사의 삶을 통해, 어둠과 고통을 못 본 척, 못 들은 척 하지 말고 또렷이 응시하라고. 누군가의 희생 없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도록 깨어있으라고 촉구한다.
몇년 전 광복절 특집으로 이육사의 일생을 다룬 "절정"이라는 드라마를 아이들과 보고 가슴이 찢어져라 울었던 기억이 있다. 이육사에 대해서 깊이 있게 알지 못하고 기억하지 않았던 것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이번에 읽은 칠월의 청포도라는 책은 독립운동가이면서 시인이면서 한없이 강인하지만 한없이 인간적인 이육사의 삶 전체를 강영준 작가의 글로 풀어낸 책이다.
절정 드라마를 보며 그를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가 생각하는 그 이상 이육사의 삶은 치열함과 꼿꼿함 실천하는 진정한 지식이며 독립운동가였다.
같은 독립운동가이며 시인인 윤동주에 대해선 많이 알고 시에 공감을 하면서 좋아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좋아하는 서시인데 서시의 내용이 딱 이육사의 삶인것 같다. 그의 삶이 서시이다.
고등학교때 이육사의 시를 배우면서 절정이며 청포도며 분석하기 바빴고 암기하기 바빴던것 같다. 그래서 그 시들이 진정으로 확 와닿지 않았었는데 그의 삶의 이야기를 이 책처럼 알았더라면? 시의 진정성과 고뇌가 예사롭지가 않고 맘이 절절해진다.
1904년에 태어나 1944년까지 39년의 삶은 치열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우리가 역사시간에 배웠던 일제강점기의 많은 사건과 인물들이 수도없이 쏟아져 나와서 얼마나 이육사가 사방팔방으로 독립운동을 했는지 알려주고 있다.
김구 김원봉 이회영 루쉰부터 박열 역사속에 들어왔던 인물들이 옆에서 숨쉬고 그와 함께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갔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당당했고 고뇌하면서 행동하였다. 독립을 위해서 싸웠던 이름모를 투사들도 많았고 난 그들을 잊고 싶지 않았다. 더 많은 이야기들이 쓰여지고 더 많이 알려지고 기억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국어교과서에 실리면서 친일을 했던 문학가들....최남선 이광수 최린 주요한 김동환 윤치호 박영희 김기림 서정주...그들을 어떻게 바라볼것인가? 같은 급으로 입시시험을 위해서 이육사와 같이 배웠다. 하늘과 땅 차이로 삶의 모습이 다른데...잊지 않을 거다.
강철로 된 무지개 이육사...강인한 정신과 실천력으로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역사를 새로 써간 민족운동가 이육사
"나는 이 눈밭에 씨앗을 뿌릴 것입니다. 당장은 얼어서 씨앗이 죽을 수도 있지만 언젠가 날이 좋아지면 그 중에 몇개는 싹이 트고 움이 돋겠지요. 그것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내길 기도할 것입니다."
-육사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배후는 없었다. 배후가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육사의 양심이었다. 차가운 지하 감옥..삶인지 죽음인지 알수 없는 순간들이 지나갔다. 고통은 세상의 온갖 경계들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었다. 그 모든 경계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는 아무것도 밝히지 않았다. 육사인지, 원록인지, 이활인지 그 무엇도 말하지 않았다. 두 눈을 부릅뜬 채 양심만 지킬 뿐이었다. 그 해 모진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1944년 1월 16일에 순국하였다.
-그 어떤 힘들과 욕망이 또다시 광야를 덮치고 인간의 양심을 짓밟을지 모른다. 육사가 그렇게 애달프게 기다리던 '백마 타고 오는 초인' 우리들 자신이어야 한다.
어쩌면 우리 민족에게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었던 육사 이원록의 고통스러운 죽음에 난 무너지고 말았다. 너무 슬프고 아파서 눈물이 너무나 흘렀다. 끝까지 양심을 버리지 않았고 역사의 현장을 누비고 역사를 만들어 나갔던 그를 꼭 기억할 거다. 고맙습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