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되면 ‘엄마’를 떠나고 ‘고향’을 벗어나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관계 매김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홀로서기는 엄마와 나를 잇는 진정한 관계의 시작이다. 장차 맞이할 생물학적 이별을 의연하고 아름답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든든한 기반을 다지는 일이기도 하다. (12페이지, 작가의 말 중에서)
엄마와 불편한 관계로 지낸 적이 있다. 아마 세상의 모든 딸이 비슷한 경험 한 번씩 하지 않았을까 싶다. 항상 고맙고 든든한 지지자이지만, 한번 어긋나면 그 감정의 골이 누구보다 더 깊어지는 관계였다. 이해하면서도 밉고, 미워하면서도 멀리할 수 없는 대상이 바로 엄마다. 각자 살아온 환경의 차이가 그 관계의 모양을 다르게 할 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바탕에는 비슷한 마음이 자리한다고 믿는다. 많은 엄마와 딸이 이런 문제로 힘들어하는 걸 저자는 진즉에 알았나 보다. 저자가 심리상담사로 일하면서 만난 내담자의 경험일지도 모르겠다. 짧은 소설 형식으로 네 편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묻는다. 당신은 어떤 딸이냐고.
네 편의 이야기는 칼 융의 분석심리학에 기반한 저항형, 순응형, 경쟁형, 동화형 네 가지 유형을 보여준다. 네 명이 딸이 들려주는 네 가지 유형의 모녀 관계는 누군가의 고민이면서 우리가 제대로 진단하지 못한 엄마와의 갈등이다. 각 소설에 등장하는 딸은 오랜 세월 엄마와의 관계에서 혼란스러워했다. 알면서도 그 관계를 바꾸거나 벗어나지 못한 이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으며 알게 모르게 가슴에 박힌 상처 치유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저항형. 엄마와 애인이 만난 자리 이후로 관계가 악화하였다. 애인은 헤어지자고 했고, 엄마는 언제나 그렇듯 자기만의 성격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러면서 딸은 엄마와의 기억을 조금씩 되짚어보기 시작한다. 어렸을 적부터 독립을 꿈꿨던 딸. 엄마를 벗어나는 게 목적이었는데, 그게 온전한 바람이었을까. 엄마를 떠나와 외로움과 불안감이 내내 사라지지 않는다.
순응형. 좋은 엄마를 보고 자란 딸은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는 사람으로 자라는 걸 당연하게 여겼다. 능력 있는 사회인이 되었고, 그 능력은 그녀의 업무량을 증가시켰다. 거절하지 못하고, 좋은 사람으로 보여야만 하는 게 익숙했던 걸까. 그녀에게 쌓인 피로감과 우울감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되었다.
경쟁형. 서로 할퀴듯 함부로 대하면서 감정을 숨기지 않는 모녀.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았던 것 같은데 그 과정에서 엄마는 없었다. 자기만 잘하면 된다고, 주변 사람의 필요성을 못 느꼈는지도 모른다. 특히 엄마. 가장 가까울 것 같은 관계가 가장 멀고 다툼의 대상이 된다. 갈등은 극에 달하고 독립을 얘기하지만, 결국에는 엄마와의 화해로 자기의 문제를 바로 본다.
동화형. 자기가 모두를 돌봐야 한다고 여기는 주인공은 자기가 감당하지 못할 선을 넘어서면서까지 주변을 챙긴다. 정작 자기 자신은 돌보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는다. 주변에 말하지도 못하고 자기의 문제를 안으로만 감싸 안다가 둑이 터지고야 마는 것처럼 큰 문제가 된다.
한편 한편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는다. 세상에 보이는 모녀의 모습은 보통 한 가지로 다 비슷하다고 여겼는데, 내밀한 속내를 들어보면 그 관계가 다 달랐다. 이렇게 다양할 수가 있었던가 싶으면서도, 추려보면 몇 가지로 정의되는 듯하다. 저자가 말하는 네 가지 유형은 우리가 겪는 모녀 관계 갈등의 대표적인 모습이었고, 그 유형 곳곳에 내 모습도 있었다.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어느새 내가 사는 모습의 중심에 엄마가 있더라. 엄마가 원하는 걸 들어줘야지 하면서 나의 바람을 일부러 잊고 지낸 적도 있다. 가장 다정하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엄마의 삶을 부러워하며 질투하기도 했다. 무슨 관계가 이런가 싶었는데, 그건 어쩔 수 없이 나의 내면에 존재하는, 융이 분석하고 저자가 설명해준 이 유형들의 모습이 나에게도 있었던 거다. 나는 어떤 딸이었을까.
제목만 보면 이 책을 오해할 수도 있다. 생물학적 이별을 앞에 둔 마음 자세처럼 들리지만, 그에 앞서 정신적으로 엄마와의 관계를 정립하는 상담서에 가깝다. 언젠가 우리가 죽음으로 이별하게 되겠지만, 그 전에 우리가 완성해야 할 것은 엄마와의 관계가 어떤 모습인지 제대로 들여다보고 그동안 겪었을지도 모를 혼란을 마주하는 일이다. 때로는 그 관계의 거리감에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지만, 진정한 홀로서기를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도 좋겠다. 이 관계를 다시 보는 시간은 엄마뿐만 아니라 내가 겪는 주변의 모든 인간관계를 다시 한번 살펴보는 일이기도 하다. 문제가 있으면 그 시작점을 찾아봐야 하는 것처럼 관계도 그렇다. 저자의 말도 비슷하다. 이상화된 엄마의 모습이 아니라 내 옆에서 실재하는 엄마의 모습을 인정하면서 정신적인 이별을 준비하라고. 그게 말처럼 쉽게 가능할까 싶지만, 그 과정이 없다면 우리는 영원히 엄마에게서 독립하지 못한다. 그리움과 괴로움을 동시에 느끼며 벗어날 수 없는 수렁에 갇혀 있게 된다.
세상 아이들은 엄마를 통해 인간관계를 경험한다. 이때 엄마의 반응이 아이의 성격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한다. 아이들은 엄마의 반응에 따라 생각과 행동을 수정해가며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발전해간다. 추후 이렇게 강화된 특징은 인간관계에서 기질처럼 발휘된다. (105페이지)
‘엄마는 이래야 한다.’라는 생각, 말 그대로 이상화된 엄마의 모습이 나에게도 진득하게 붙어 있었다. 너무 친밀한 관계, 엄마니까 무조건 해줘야 하는 일들, 그러다가 싸우고 원망하며 불편한 시간을 보내는 상황의 반복이 감정을 상하게 한다. 왜 자꾸 이러는 걸까. 이 책에서 그 답을 완벽하게 찾아낼 수는 없겠지만, 네 딸의 사례로 살펴보면 나에게도 이들과 비슷한 장면들이 있었다. 그러니 이들이 겪는, 자리한 줄도 모르고 가지고 있던, 절대화된 엄마 원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딸의 심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런 딸의 모성 콤플렉스에 기반한 심리 특성은 두 가지 이상의 유형이 혼재되어 나타나고, 개인의 유형 변화는 평생에 걸쳐 일어나는 과정이라고 한다. 더불어 이 문제는 모녀 관계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관계에 영향을 미치며 살아갈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인 거다.
그 답은 홀로서기였다. 언제나 내 편이었던 엄마와 울면 바로 달려와 해결해주었던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일. 누군가의 도움 없이 외로움을 이기고 혼자 힘으로 자신의 길을 걷는 것. 그러니 엄마와 정신적으로 이별하는 과정은 필요하다. 함께하되 상처 주지 않는,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야 하지만 모든 것을 기대지 않는, 각자의 삶을 응원하는 존재로 머물러야 한다. 혹시나 어떤 매듭으로 얽혀 괴로워하고 있다면, 감당하지 못해 꾹꾹 누르고만 있었다면, 엄마는 물론이고 많은 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싶다면 한 번쯤 만나도 좋겠다. 나도 모르는 나의 마음 한구석을 짚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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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던지는 키워드는 이 땅의 모든 딸들에게 묻는 질문이다.
그 질문은 “여러분은 어떤 딸인가?”이다.
이 질문을 통해 저자는 근원적인 그리움의 대상인 엄마와의 관계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딸들에게
‘외로움을 견디며 스스로의 길을 걷는 홀로서기’의 의미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또 그럼으로써 엄마의 짙은 그림자에 갇힌 딸이 아닌,
성숙한 독립 주체로서 모든 인간관계를 재정립하는 출발점에 서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더불어 딸의 심리 저변에 자리한 이상화된 엄마가 아닌,
실재하는 엄마를 인정하면서 엄마와의 정신적 이별을 준비하라고 충고한다.
그 길에 나서는 딸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마음을 보태면서.
*
진짜 읽어보고 싶던 책인데 덜컥 당첨이 되어서 기뻤던 도서였다!
아무래도 진정성있는 댓글을 달아서가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을...ㅎㅎㅎ
일단은 이 책은 소설이지만,
책에 등장하는 4가지 유형의 딸들에 대해서 나오는데
나는 과연 이 중에서 어떤 딸에 가까울까? 고민을 해보았다.
4가지 유형은 이렇게 나뉘어지는데,
엄마의 삶을 거부하며 저항하는 유형,
엄마를 우러러보고 의지하면서 순응하는 유형,
엄마를 능가하려 들면서 경쟁하려는 유형,
엄마처럼 말하고 행동하며 엄마와 일체화를 이루는 동화형 이렇게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의지를 하긴 하지만 순응형처럼 우러러보지는 않는 거 같고
경쟁은 엄마를 능가해야 하는데 능가는 못하고-0-;;
아무래도 저항형과 동화형의 중간 정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굳이 한 가지를 꼽으라면 저항형이 가장 높으려나.
저항형의 경우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하지만 혼자가 되면
안정감 없고 의지할 대상이 없어서 불안과 외로움을 달고 지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동화형의 경우 엄마처럼 두루두루 챙기기 때문에
얼핏 착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비친다고 한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을 돌봐주고 도와주는 일이 습관이 되어서 의젓하고 어른스럽게 지내다보니
자신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자신답게 살지 못한다고 한다.
약간 이 두가지 타입의 성향을 다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뭔가 생각을 할 때 기본적으로 타인을 먼저 챙기려고 할때가 종종 생긴다.
매번 매순간 그러는건 아니지만.. 한 확률로 치면 50% 정도?
나는 이제서야 나이를 먹고 지난 날들을 돌이켜 보자니
내가 저항형+동화형인 딸인 이유가 어쩌면 어린시절에 사랑을 받아야 하는 때에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해서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부모님이 거의 항상 맞벌이다보니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굉장히 많았었고,
( 친구집에 가면 어머니나 할머니가 있던 아이들을 부러워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
애정결핍의 증상으로 유명한 손가락을 빠는 버릇이 초등학생때까지 있었다.
이걸 근본적으로 다가가서 고쳤어야 했는데
부모님은 맞벌이에 애를 셋을 돌보려니 여유가 안되서 그냥 무심코
'아직 덜 자란 애' 정도로 생각하고 단순하게 넘겼던듯 싶다.
그리고 저항형의 기질도 있는게 정말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처럼
'안정감을 갖기위해' 타인에게 의지하려고 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그 타인들은 남자친구였고-_-;
안정감이나 신뢰를 주지 못했던 남자친구들과는 빠르게 헤어졌던 것 같은데
그게 아마 이런 성향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어쩌면 사랑이 아니였는데 사랑이였다고 생각했었을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하다.
지금은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서 그 감정들이 뭐였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는 듯.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릴적 부모와의 애착관계가 중요하다고 새삼 또 느끼게 되었다.
여튼 엄마와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거나,
혹은 좋아보이지만 나는 종종 힘들다고 느낀다던가 하는 딸들은
책 소개를 읽어보고 나는 어떤 딸인가 생각해보고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라는 생각.
* 이 책은 YES24 리뷰어클럽으로 선정되어 작성된 리뷰입니다. *
ㅇ 책속으로
딸과 엄마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애증의 대상이자 질투의 대상이기도 하다.
또 엄마라는 단어만으로 가슴 한 곳에서 울컥하고 애틋함으로 가득차기도 한다.
그래서 엄마와 딸의 관계는 한 단어로 정의 내리기가 어렵기도 하다.
엄마와 딸의 관계를 심리학자 융은 저항, 순응, 경쟁, 동화로 나누어 해석하고 있고
이 책은 이러한 관계를 소설의 형식을 빌어 이야기하고 있다.
한때는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생각했고, 어느순간 엄마가 기뻐하면 나도 기뻤고
때로는 가장 친한 친구를 질투하듯 엄마를 바라보았고,
뒤돌아 보니 엄마처럼 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놀라곤 하였던 것 같다.
-융의 해석이 틀리지 않았다.
이 책은 엄마와 나의 관계에 앞서 나라는 사람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
어떠한 마음과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게했다.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고 너무 많이 의존하지 않으며,
마음을 나누는 진정한 내편으로서의 엄마라는 존재..
살면서 엄마와 나는 어떤 관계일까를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더군다나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거나 엄마를 통해 나의 삶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을 만큼 엄마는 부지불식간에 나의 삶 전체에 자리하고 있는 듯 하다.
나이를 먹어갈 수록 엄마와의 이별이 가까워 짐을 느끼지만 이별의 아픔 또한 나의 몫이기에
나는 엄마를 지금보다 더 많이 사랑하려 한다.
자신의 이름 대신 엄마라는 이름으로 평생을 살아온 착하고 선한 나의 엄마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그녀와 나의 관계를 규정하기에 앞서 나의 엄마여서 고맙고 감사한 그래서 더 애틋한...
그녀는 ... 소중한 나의 엄마다.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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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딸과 엄마와의 관계를 다룬 4편의 소설 묶음이다. 4편의 소설은 저항, 순응, 경쟁, 동화의 4가지 심리 유형으로 나누어 모녀 관계를 다루고 있다.
소설 속 딸들은 삶의 문제적 국면에서 '엄마'를 마주한다.
남자친구와의 이별 뒤에 자신의 연애에 엄마가 끼어 있었음을 깨닫는 딸, 돌아가신 엄마가 밤마다 찾아오며 자신이 아직 홀로서기가 안 되었음을 인정하게 되는 딸, 엄마를 경쟁 상대로 대하는 일렉트라 컴플렉스에 빠진 딸, 고양이를 돌보고, 엄마를 돌보고, 주변을 챙기고 만인의 엄마로 살며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하는 엄마의 엄마가 된 딸.
4인 4색 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곳엔 꼭 '엄마'가 있다.
이미 훌쩍 자라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된 딸이나 아직 20대 후반의 직딩 딸이나 공통점은 엄마로부터 '홀로서기'가 안 되었다는 것.
엄마 없는 '나'는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명체는 엄마의 몸을 빌어 태어난다. 그래서 인간이 세상에서 가장 처음 맺는 관계의 대상인 엄마와의 관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엄마와 생물학적으로 같은 성을 가진 딸에게 엄마는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자 자신의 미래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더욱 각별하다.
이 책은 엄마와 딸의 관계를 다루는 여성심리학 서적이자,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들이 삐걱거릴 때 엄마와의 관계를 참조해볼 수 있는 가이드이다.
엄마와의 심리적 이유가 덜 끝난 어른이(성인이 된 딸) 딸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홀로서기는 어디쯤인지 꼼꼼히 짚어보아도 좋겠다.
YES24리뷰어클럽서평단자격으로작성한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