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모만이 줄 수 있는 두 가지 선물, 자존감과 창의성'이라는 부제가 좀 뻔하긴 해도 평범해서 더 묵직한 책임감으로 다가온다. <0.1%의 비밀>은 조세핀 김 하버드대 교수와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의 강연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하버드대 학생들을 관찰하며 그들이 가진 자존감과 성공의 관계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무엇보다 창의성이 필요한 이유와 그것을 길러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역설한 내용이다. 사실 자존감과 창의성을 자기 아이에게 주고 싶지 않은 부모가 있겠는가.(요즘은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안달복달하는 부모들의 수만큼 방임하는 부모들의 수효도 놀랄만큼 많더라만..) 방법을 잘 모르고 알아도 실천을 잘 못하니 그런 거지.
2.
첫번째 파트인 자존감과 관련해서는, 지금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 중 대부분은 애들이 커서 사회에 나갔을 때 쓰일지 안쓰일지 모르는 것들이다.(물론, 인간에 대한 애정과 공감을 익히는 문학 과목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나는 혼자 생각)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어떤 능력을 길러주어야 하느냐로 질문이 이어지고, 예측하지 못할 일들이 반복된 실패를 가져다 주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 상황에 좌절하지 않을 긍정성이 꼭 필요할텐데 그것이 모두 '자존감'으로부터 나오므로 결국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사회에 가장 필요한 능력이 자존감이라는 답을 내릴 수 있다.
저자 중 한명인 조세핀 김 교수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알게 된 내용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하버드 아이들은 자존감이 높아서 지적받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꾸준한 연습으로 길러진 소통, 공감 능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과 방법을 계속 교정하면서 타인과 만나고, 그러니 자신감이 오르고, 자신이 유익한 사람임을 확인하면서 회복 탄력성이 지속적으로 올라가게 된다. 자존감이 올라가는 선순환 구조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도 그 선순환 구조 속으로 들어가게 해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자존감이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길러지는 재능임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먼저 부모의 자존감이 아이의 자존감에 큰 영향을 주는 출발점일 것이므로, 스스로의 자존감을 먼저 체크해보는 것이 좋겠다. 각 항목의 점수를 모두 더해 21~30점이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 11~20점은 보통, 그보다 점수가 낮으면 자존감도 낮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자존감은 자존심과는 다른 개념인데, 자존심이 타인과의 비교에서 우위에 섰을 때 충족되는 것인 반면 자존감은 그 비교 대상이 자기 자신이라는 점에서 가장 큰 차이점이 있으니 스스로 잘 생각해볼 일이다.
부모의 자존감을 진단해보았다면, 이어서 할 일은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태도를 점검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에게 대접받은 그대로 자기 자신을 대접"한다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아이의 감정은 평가의 대상이 아니므로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부모의 감정을 정확히 표현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자녀를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말해야 알아듣지 괜히 공부해~ 라든지 밥은 먹었냐?라고 에둘러 표현하는 것을 알아먹는 세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착각하지 말 것은, 부모는 아이들의 '친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글쓴이는 '친구가 없어요?'라며 강하게 '친구같은 부모'라는 말을 부정한다.
그럼 나는 대체 어떤 부모 유형인가 궁금해할 독자들을 위해서 나는 어떤 유형의 부모인지 판단할 수 있는 예시 문항이 실려있다.
나는 D 유형에 속한다. 권위주의 유형이라고 한다. 지침은 주되, 아이가 자기 목소리를 내고 나름의 판단을 할 수 있게 허용해주는 유형이다. 권위적인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 넷 중 가장 합리적인 유형인 것 같아서 잘하고 있다는 마음에 뿌듯했다. 이러한 바탕에는, 아이의 실패에 예민하게 반응하지는 않되,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덜 다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마음이 깔려 있다. 그러한 마음을 실천하는 방법으로는, '경청하고 사과하기', '공감하고 (건강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관심갖고 칭찬하기'가 있다. 특히 칭찬은 '근거를 갖고, 내 감정을 덧붙여서, 과정에 대해, 바로 그때, 칭찬은 양보다 질'이라는 원칙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아빠의 육아 참여도 아이의 자존감을 길러주는 중요한 요소다. 짧아도 강하게 기억되는 아빠와의 시간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짧더라도 아이에게 1:1로 대화하며 집중해주는 시간을 꼭 가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행복한 부부생활을 만들어 나감으로써 부모의 자존감도 함께 돌보고, 아이가 자신이 원인이라는 오해를 갖지 않도록 사랑을 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다.
3.
그렇잖아도 심각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더욱더 가속화되고 있는 개인화, 파편화된 사회에서는 좋은 성품보다 좋은 스펙이 있을 수 없다. 수단적 의미로 좋은 성품을 스펙이라 일컫는다기 보다는, 오히려 점점 더 희소해지는만큼 성공적인 삶을 꾸리기 위해 꼭 필수적인 요소라는 정도로 이해하면 좋겠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성품이란, 대체적으로 "타인의 정서를 느끼고, 공감하고, 적절히 표현하는 사회적 능력과 리더십"을 의미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대부분의 영역을 대체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A+B=AB라고 생각하는 AI가 아니라 C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이어야 AI에게 대체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진짜 지식'을 쌓아야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하는데, 진짜 지식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이고 모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메타 인지'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도 수업 시간에 무작정 화면을 보고 받아적기만 하면 공부가 되는 줄 아는 아이들에게 '니가 배운 걸 입 밖으로 내서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진짜 아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지만 그걸 실천하는 건 진짜 공부 잘하는 몇몇 뿐이다. 사실 묻지 않은 사람에게 먼저 가서 내가 아는 것을 주절대는 일은 잘 없고, 누군가 내게 와서 물었을 때에야 설명을 하게 될텐데 이는 결국 내가 아는 것을 남에게 나눌 줄 아는 이타적인 아이가 더 큰 지혜를 갖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여기서 '이타적'이라는 것은 '즉시적 만족감의 지연 능력'이라고 정의될 수 있는데 어린 아이들에게 이런 능력을 길러주려면 '원하는 것을 즉각적으로 들어주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갖고 싶은 물건을 갖게 되는 '목표' 대신 행복, 경험 같은 추상적인 것을 바라는 '소원'을 아이가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소원은 타인과의 애착, 소통, 존중, 공감과 같은 사회적 교류와 다양한 즐거움의 체험에서 비롯될 수 있다. 결국, 부모가 아이에게 해주어야 하는 것은 아이가 자신의 욕구를 참고 기다릴 수 있게 하는 훈련과 즐거운 경험들이다.
개중에서도 은유의 경험을 계속 제공해주는 것은 무엇보다 효과적인 방법이다. 감정을 다룬다고 알려진(물론, 이것은 일부 뇌과학자들의 의견이다) 우뇌가 은유를 풀어나갈 때 마치 '불에 타는 것처럼'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은유의 경험은 좋은 시를 많이 읽을 때 길러지는데 어린 아이들일수록 동시를 읽어주는 것이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또한 창의력은 현 상황과 장소에서, 틀에서 벗어나면 발동된다. 창의적으로 생각해라!고 막연히 주문할 것이 아니라 뭘 만들고 싶니, 뭘 꿈꾸니라고 동사로 표현되는 질문을 먼저 던져야 그에 맞는 창의적 방법이 생겨나는 것이다. 애버리지한 사고방식을 가진 표준화된 AI가 아니라 유니크한 우리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 "아이가 꿈꿀 수 있도록 독려하고 부모님도 꿈을 가져야" 행복한 미래를 맞이할 것이라는 조언으로 마무리되는 이 책은 유치원생,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 아이의 먼 미래에 대한 준비를 돕기 위한 시작으로 읽기를 권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