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문단을 읽다가 눈물이 쏟아졌다.
"내가 부모가 되기 전에는 몰랐다. 부모라는 자리는 사랑을 주기만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흔일곱 살 먹도록 키워주신 아빠, 엄마만큼은 아니지만 이 정도 아이를 키워보니 알겠다. 부모는 사랑을 주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받기도 하는 존재라는 걸. 그 사랑으로 우리는 오랜 시간 함께했고, 함께할 것이다. 그래서 영원히 함께하게 될 것이다." (279쪽)
나는 자식도 없고, 남의 자식을 키워본 적도 없다. 그러니까 '육아'라는 것은 나에게 실체는 있지만 직접 경험은 해보지 못한 세계이다. 물론 지금 아이를 갖기 위해 준비 중이고 주변에서 육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관찰하고는 있지만 육아라는 세상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육아를 넘어 엄마라는 존재의 '민낯'까지 보게 된 느낌이다. 작가의 고단한 독박 육아 일기를 읽다 보면 마치 내가 아이를 키우고 있는 듯한 기분이 된다.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고 자다가도 몇 번씩 깨고, 갑자기 아프기라도 하면 혼비백산하여 아이를 들쳐업고 병원으로 뛰쳐가는 모습이 내 일처럼 눈앞에 그려진다. 읽다 보면 작가의 편이 되어 도대체 이 남편과 다른 가족들은 무얼 하고 있는 것인지 분노가 치밀기도 하고 힘들 때마다 글을 쓰며 어려운 순간을 버텨냈을 이 엄마의 모습에 코끝이 찡해지기도 한다. 에피소드들은 생동감이 넘치는 데 비해 문체는 시종일관 담담하다 못해 쿨하여 읽는 이가 오히려 더 흥분을 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나는 아직 자식이 없기에 자연스럽게 나를 이렇게 키웠을 내 엄마를 생각하게 되기도 했다. 물론 나는 저자의 아이만큼 예민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만큼 말을 많이 하고 질문도 많았을 것 같아 엄마에게 물어보았다. 나는 어떤 아이였냐고. 그런데 엄마는 너무 옛날이라 내가 속 썩였던 것은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고 말씀하신다. 엄마와 아빠는 사이가 좋지 않은데, 엄마는 아빠를 원망하면서도 "그래도 네 아빠를 만나서 너희를 낳은 것은 정말 잘한 것 같아. 너 같은 딸이 있어서 나는 참 좋다"고 하신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마지막 문단을 읽었을 때 그렇게 눈물이 쏟아졌나 보다. 엄마는 나에게 넘치는 사랑을 쏟으셨다. 그리고 아마도 나는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엄마에게 사랑을 돌려드리며 커온 것 같다.
육아의 희로애락이 생생히 담겨 있는 이 책이 나에게 엄마의 사랑을 생각하게 하고 부모와 자식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한다. 제법 사람 꼴을 갖출 정도로는 키웠지만 아직 자식들을 독립시킨 것은 아니기에 오늘도 고전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을 작가에게 진심으로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