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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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리뷰 총점 8.0 (2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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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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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초보 농부이자 초보 마을소설가 김탁환이
글과 생명이 태어나는 곳, 섬진강 옆 집필실에서
느리지만 성실하게 관찰하고 기록한 하루하루

하염없이 걷고 원 없이 쓸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던 27년 차 소설가 김탁환. 어느덧 작가로서 새로운 10년을 계획해야 할 시기에, 그는 익숙한 글감에 젖어 늙어가지 않고 새로운 세계로 다가가서 살피고 사귀며 글을 쓰고자 결심한다. 이를 위해 농업회사법인 미실란의 이동현 대표와 동행을 그려냈던 전작『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에서 맺은 인연으로 곡성에 집필실을 마련하고 서울을 미련 없이 떠났다. 섬진강 옆 집필실에서 초보 마을소설가이자 초보 농부로 글농사와 함께 논농사를 짓고 텃밭도 가꾸고 있다. 그 첫해의 사계절을 겪으며 서툴지만 한 걸음씩 디딘 마음들을 신작 산문집『김탁환의 섬진강 일기』에 생생히 담았다. 일주일에 사나흘씩 강과 들녘에서 자연을 관찰하고 생각하며 기록한 일상들과 [농민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엮었다.

이 책은 1월부터 12월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작가가 마주한 자연의 풍경과 그때 먹은 마음과 해야 할 일을 ‘인디언 달력’처럼 구성한다. 농부로서의 고군분투는 물론 창작을 향한 소설가의 치열한 삶도 밀도 있게 담고 있다. 작가는 시금치를 솎으며 단어와 단어 사이의 적정한 거리를 생각하고, 못줄에 맞춰 모내기를 하며 논바닥에 글을 쓰는 듯한 기분으로 자신의 문장을 돌아본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들어가는 말: 그 계절에 맞는 마음을 살피는 일

1월_ 가만히 견디며 낮게 숨 쉬는 달
2월_ 겉을 뒤집고 속을 뒤집는 달
3월_ 마음껏 나물을 먹는 달
4월_ 흙과 사귀고 싹을 틔우는 달
5월_ 못줄 따라 내일을 심는 달
6월_ 뽑을수록 허리가 아픈 달
7월_ 큰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달
8월_ 멱감고 그림자를 키우는 달
9월_ 벼꽃 닮은 사람을 만나는 달
10월_ 해도 보고 땅도 보는 달
11월_ 뿌린 것보다 더 거두는 달
12월_ 반복을 사랑하는 달

참고문헌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때에 맞춰 심고 또 심을 뿐. 우리의 일은 결국 다 심는 일.”
섬진강 들녘에서 봄여름가을겨울을 보내며
생생히 기록한 김탁환의 제철 마음

하염없이 걷고 원 없이 쓸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던 27년 차 소설가 김탁환. 어느덧 작가로서 새로운 10년을 계획해야 할 시기에, 그는 익숙한 글감에 젖어 늙어가지 않고 새로운 세계로 다가가서 살피고 사귀며 글을 쓰고자 결심한다. 이를 위해 농업회사법인 미실란의 이동현 대표와 동행을 그려냈던 전작『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에서 맺은 인연으로 곡성에 집필실을 마련하고 서울을 미련 없이 떠났다. 섬진강 옆 집필실에서 초보 마을소설가이자 초보 농부로 글농사와 함께 논농사를 짓고 텃밭도 가꾸고 있다.

그 첫해의 사계절을 겪으며 서툴지만 한 걸음씩 디딘 마음들을 신작 산문집『김탁환의 섬진강 일기』에 생생히 담았다. 일주일에 사나흘씩 강과 들녘에서 자연을 관찰하고 생각하며 기록한 일상들과《농민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엮었다.
이 책은 1월부터 12월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작가가 마주한 자연의 풍경과 그때 먹은 마음과 해야 할 일을 ‘인디언 달력’처럼 구성한다. 농부로서의 고군분투는 물론 창작을 향한 소설가의 치열한 삶도 밀도 있게 담고 있다. 작가는 시금치를 솎으며 단어와 단어 사이의 적정한 거리를 생각하고, 못줄에 맞춰 모내기를 하며 논바닥에 글을 쓰는 듯한 기분으로 자신의 문장을 돌아본다.

야외를 쏘다니며 나물과 독초를 구분하지 못한 순간에 정확하게 알고 쓰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고, 길 위에서 뜻밖의 죽음을 목격하며 자연스러운 생태계의 순환을 떠올린다. 열여섯 살 노견, 복실이의 느릿느릿한 걸음을 보며 천천히 가족과 함께 늙어가는 행복을 생각한다.

섬진강가로 내려온 후, 작가는 손을 쓰고 발로 걸으며 생긴 몸의 변화가 생각으로 이어져, 새로운 일에 대한 시작을 다짐한다. 미실란을 플랫폼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생명과 환경을 지키는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나간다. 생태 워크숍부터 이야기 학교까지 마을주민을 위한 강의를 정기적으로 진행하며 마을살이를 하는 구성원으로서의 역할도 잊지 않는다. 또한 15년 넘게 아끼며 읽어온 책들을 골라 ‘생태책방 들녘의 마음’을 열고, 책방지기로서 첫발도 디딘다. 하지만 아무리 다양한 일을 하더라도 그 중심은 소설 집필이다. 일기 곳곳에 작가로서 풀리지 않는 구절들을 두고 물러서지 않는 치열함이 배어 있다.

그 성실함의 결과물이기도 한 이 책은 시, 수필, 판소리 등 다양하게 변주한 리듬이 살아 있고, 맑은 물맛과 진한 흙내를 머금은 문장으로 가득하다. 더불어 베짱이도서관 박소영 관장이 그린 색연필화는 온기와 생명력을 더한다.
자연의 여유와 사람들의 따뜻함이 스며든 작가의 하루하루를 함께 산책하듯 따라가다 보면, 도시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느라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풀고, 묻어만 두었던 일을 떠올리는 당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섬진강 들녘에서 자연의 대순환에 맞추어 마음 먹은 일을 꾸준히 심고 또 심으며 살아가는 작가는, 지금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말고 시작하라고 다정한 응원을 보낼 것이다.

작가의 말

그 계절에 맞는 마음을 살피는 일

들녘에서 한 해를 보냈다.
하나하나 만나고 사귈 때마다 잊지 않으려 기록했다. 어떤 날은 아침에 집필실에서 쓴 소설보다 두세 배 많은 글을 들녘을 걷거나 강가에 서서 끼적였다.『김탁환의 섬진강 일기』역시 그렇게 얻은 기록이다.
초보의 실수담들이 한 해 만에 사라질 리 없다. 습작 시절을 지나 장편 작가로 이번 생을 살겠다고 결심하기까지 10년이나 걸리지 않았던가. 농사도 책방도 마을살이도 섬진강과 들녘의 일부로 사는 것도 역시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야 시작했으니 늦었다는 사람도 있겠고 이제라도 시작했으니 꾸준히 해보라 격려하는 사람도 있겠다. 나는 올해도 늦지 않게 제철 농사를 짓고 싶고, 그러려면 자연의 흐름을 살펴 제철 마음으로 꾸준히 일해야 한다.
귀향 첫해, 맑은 물맛과 진한 흙내를 내 문장으로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종이책 회원리뷰 (22건)

읽었습니다 205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내용 평점1점   편집/디자인 평점1점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숲*래 | 2022.12.25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숲노래 책읽기 2022.12.17. 읽었습니다 205       경상말로 ‘깝치다’가 있다는데, 인천에서 나고자란 저도 어릴 적에 익히 들은 말씨입니다. 서울말은 ‘깝죽거리다’인데, 점잖게 “제발 나대지 마라”라든지 “좀 나서지 마라” 하고 말하지요. 안된 말씀이지만,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를 읽으면서 왜 이분은 이렇게 깝죽깝죽일까 싶어 아리송했습니다.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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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12.17.

읽었습니다 205

 

 

  경상말로 ‘깝치다’가 있다는데, 인천에서 나고자란 저도 어릴 적에 익히 들은 말씨입니다. 서울말은 ‘깝죽거리다’인데, 점잖게 “제발 나대지 마라”라든지 “좀 나서지 마라” 하고 말하지요. 안된 말씀이지만,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를 읽으면서 왜 이분은 이렇게 깝죽깝죽일까 싶어 아리송했습니다. 이제 막 서울을 벗어나 시골에 깃들었으면서, 고작 한 해 만에 ‘시골하루(촌생활 일기)’를 낸다니, 너무 철없구나 싶어요. 더구나 스스로 시골집을 찾거나 헤아리거나 가꾸는 길이 아닌, ‘이미 시골에서 터를 다 잡은 사람들이 내어준 자리를 손에 물 한 방울도 흙 한 줌도 안 묻힌 채 얻어서 글만 쓰는 길’로 ‘시골하루’를 쓴다니, 도무지 시골사람한테는 안 와닿는 글투성이입니다. 소설 한 자락을 며칠 만에 써내더라도, 글님으로서 온삶을 보낸 숨결이 있게 마련입니다. 시골하루를 쓰고 싶다면, 제발 ‘열 해 동안 조용히 맨손 맨발 맨몸으로 숲을 마주한 뒤’에 쓰기를 바랍니다.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김탁환, 해냄, 2022.4.25.)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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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닮은 삶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q*****2 | 2022.06.23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내 연배라면 아마 학창 시절 과제로 주어졌던 일기쓰기를 기억할 것이다. 방학이 거의 끝나갈 무렵 뒤늦게 있었던 일 없었던 일을 긁어모아 글을 쓰고, 대체 그날의 날씨가 어떠했던가를 머리를 쥐어짜며 기억하려 들었던 순간이 즐거웠다 말하는 이는 별로 없지 싶다. 과제 검사로부터 해방되기가 무섭게 일기쓰기를 관뒀던 건 당연한 일이다. 글은 종종 썼으나 굳이 내 일상을 기록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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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배라면 아마 학창 시절 과제로 주어졌던 일기쓰기를 기억할 것이다. 방학이 거의 끝나갈 무렵 뒤늦게 있었던 일 없었던 일을 긁어모아 글을 쓰고, 대체 그날의 날씨가 어떠했던가를 머리를 쥐어짜며 기억하려 들었던 순간이 즐거웠다 말하는 이는 별로 없지 싶다. 과제 검사로부터 해방되기가 무섭게 일기쓰기를 관뒀던 건 당연한 일이다. 글은 종종 썼으나 굳이 내 일상을 기록하려 들진 않았다가 몇 년 전부터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방식이 아닌 펜을 들고 수첩에 비뚤빼뚤 글씨를 적기란 생각보다 고됐다. 빠름에 익숙해진 생각은 저 멀리 달아났는데 나의 더딘 손놀림은 사고를 따르지 못했다. 시간이 그리 많이 필요한 게 아님에도 가끔은 귀찮다는 이유로 건너뛰기도 하였다. 꾸준함을 재능으로 보긴 힘들 터이나 모두에게 허락되는 건 아님을 배웠다. 밋밋한 나의 일상으로부터 의미를 발견하는 일 역시 쉽지가 않았다. 일기를 남기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주객전도와도 같은 일을 벌여야 하나 고민도 했더란다.

 

내게 떠오르는 건 섬진강뿐인 ‘전남 곡성’. 나날이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위기 소리를 듣는, 도시라 표현하기 어려운 곳으로 저자는 떠났다. 글의 소재를 찾아서, 집중력 발휘가 가능한 공간에 머물고자. 작가에게는 떠날 수 있는 이유가 충분히 있기 마련이나 어디까지나 작품 구상과 연관이 있을 때의 일이다. 저자처럼 원 거주지에서의 삶을 아예 정리하고 이동하는 경우는 드물지 싶다. 하던 일을 멈추지 않아도 섬진강변에서의 삶은 얼마든지 가능했다. 좋은 사람들이 그 곳에 있었다. 하지만 막연한 동경에만 기댄다면 힘들 수밖에 없다. 그는 몸소 농사를 지었다. 땅을 다지고 씨앗을 심어가며 자연의 숨소리에 귀 기울였다. 초보 농사꾼의 농사는 수월치 못했다. 시행착오가 이어졌지만 지치지 않았던 건 농사는 사람의 영역이 아닌 하늘의 도움에 따른 것임에 일찍 눈을 떴기 때문이었다. 마음에 쏙 드는, 허나 조금은 쓸쓸할 것도 같은 집이 안식을 제공했다. 동네를 떠돌던 길고양이들이 기꺼이 그의 벗이 되어 주었다. 그 중에는 자연스레 나이 들어 움직임이 더뎌진 녀석도 있었다. 볕 좋은 날이면 엎드려 움직일 줄 모르는, 다가서도 인지 못한 채 휴식에 여념이 없는 녀석은 비록 인간은 아니었으나 삶에 대한 가르침을 주는 존재였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함은 아니었을 텐데도, 일 년이라는 시간이 빼곡하게 들어찬 책은 알찼다. 타인의 삶을 엿본다는 쾌감에 취해 시작된 독서는 어느 시점부터는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따르는 느린 걸음과도 닮은꼴로 진화해 나아갔다. 농사에 일가견 있다는 이로부터 받은 꽃씨가 기대와는 전혀 다른 색의 꽃망울을 터뜨리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오래도록 버림받았던 공간에 사람들이 오가며 들어찼을 온기를 상상했으며, 열 명 남짓한 지역 주민들이 인내심을 발휘해가며 끝끝내 저자가 준비한 과정을 모두 소화해내고 느꼈을 희열에도 동참했다. 여전히 내겐 낯선 장르인 판소리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품게 됐다. 우리의 것이지만 재미라곤 몰랐고, 더구나 아무나 즐기는 것 아니라며 멀리하기까지 해왔다. 비록 소리 아닌 글로 접했으나 마냥 높았던 장벽이 조금은 허물어진 듯했다. 얼굴 아닌 발에 탈을 쓰고 표현하는 일이 필요로 할 정교함을 고민하는 일도 즐거웠다. 섬진강 옆이라 가능했던 일일까. 시간을 잊은 듯 흐르는 강줄기와 닮은 삶이었다.

 

오로지 사람만 고려하고 사람의 안위만을 중시하는 이제까지의 삶과 곡성에서의 삶은 달랐다. 저자는 살아 있는 모든 존재를 위해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행하지 않는 무(無)의 실천에 대하여 설파했다. 40분 글을 쓴 후 맞이한 20분의 달콤한 휴식, 논두렁을, 강변을 거닐며, 스스로 시간을 머금은 채 성장하는 작물들을 바라보며 그가 살아낸 시간들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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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서평]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왕*이 | 2022.05.2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섬진강가는 기(氣)가 좋은 곳인가보다. 내가 알기로 그 근처에 사는 문인들이 꽤 많다. 맑고 밝고 글감이 넘치는 곳이라는 뜻인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대개 저자에 대해 궁금증이 있고 가끔 독자와 만나는 시간이 있으면 달려가곤 했던 나로서는 저자는 그저 책으로만 만나는 일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책에서 느껴지는 저자의 이미지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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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가는 기(氣)가 좋은 곳인가보다.

내가 알기로 그 근처에 사는 문인들이 꽤 많다.

맑고 밝고 글감이 넘치는 곳이라는 뜻인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대개 저자에 대해 궁금증이 있고 가끔

독자와 만나는 시간이 있으면 달려가곤 했던 나로서는 저자는 그저 책으로만

만나는 일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책에서 느껴지는 저자의 이미지와 영 다른 모습이 느껴지면 왠지 배신감이

든다고 할까. 그럼에도 소설보다는 이런 에세이집에서 더 가깝게 저자를 만날 수

있어 좋다.

 


 

프로작가들은 대개 자신만의 집필실을 가지는 모양인데 도시에서 도시로 이어지던

글쓰기 터가 곡성이란 시골로 옮겨가면서 쓴 1년간의 일기가 퍽 평화롭다.

짦은 시간동안 시골의 넉넘함이 그새 담겼던가 보다.

글쓰기 한 시간 하늘보기 한 시간 텃밭에서 풀뽑고 강아지랑 산책하고...신선놀음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더불어 주변에 좋은 지인들이 많아서 참 행복해보인다.

동네글방을 열어 글쓰기도 가르치고 세상얘기도 하고 그러면서 쓰고 싶은 글도 쓰고..

읽다보니 나와 비슷한 점이 참 많았다. 아버지가 평안도 영변사람이라는 것도

글쓰기를 좋아하는 것도..그리고 시골에 내려와 시골살이를 하는 것도.

나는 뭍으로 나가는 일이 퍽 어려운 곳이어서 외로움을 많이 견뎌야 하는 것은 좀 다르다.

 


 

세상을 달관하여 살아간 조선의 광대 달문이 좋아 집필실의 이름을 달문이라 했다던가.

작가라는 일이 그렇다. 세상에 속하였으되 조금은 세상위에 서서 달관하듯 살아야하고

때로는 세상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들여다봐야하는 그런.

그래서 담아야 할 것 들이 너무 많아 쉽게 지치기도 하는.

글이라도 써서 덜어내댜 살아갈 수 있는 그럼 사람.

그래서 그걸 읽는 우리들은 닿지 못한 세상과 만나고 행복해지는 그런 시간들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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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섬진강 일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페*지 | 2022.05.17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뒤집기 4월1일   오전엔 글밭, 오후엔 텃밭. 마음을 뒤집듯 흙을 뒤집는다.     『섬진강 일기』는 김탁환 작가가 서울에서 곡성으로 집필실을 옮겨서 쓴 글들이다. 작가는 곡성에서 초보 농사꾼이자 초보 마을소설가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고 한다. 글을 쓰고 농사를 짓고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글을 가르친다. 장편소설을 집필하면서 각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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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엔 글밭, 오후엔 텃밭.

마음을 뒤집듯 흙을 뒤집는다.

 

 

섬진강 일기는 김탁환 작가가 서울에서 곡성으로 집필실을 옮겨서 쓴 글들이다. 작가는 곡성에서 초보 농사꾼이자 초보 마을소설가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고 한다. 글을 쓰고 농사를 짓고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글을 가르친다. 장편소설을 집필하면서 각 계절에 맞는 마음을 새기고 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기록했다.

 

어제와 오늘을 구분하기 어려운, 엇비슷한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틀에 갇힌다.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찾아오지 않을 거라는 예감 속에서 시간은 흘러가고

나이는 차곡차곡 쌓여서 어떤 고비마다 체기를 불러온다.

틀은 안전하고 틀은 성실하고, 관성을 부여하고 단단해져

그 속에서 희미해지고 낮아지는 자신을 응시한다.

 

열린 창으로 스며드는 아침 햇살과 어둑해지는 하늘로 번져가는 저녁노을

하루의 무게만큼 가라앉은 밤과 차가운 공기 속에서 푸릇하게 일어서던 새벽

비가 떨어지기 시작할 때 젖은 흙냄새와 초록으로 환한 처마 아래로 떨어지던

봄볕에 내리쬐는 툇마루에 누워서 하염없이 하늘을 올려다보면

환한 빛 대신 까만 점들이 가득 들어찬 눈을 감았던 날

계절이 몸과 마음으로 스며들어 기록하기도 했다.

내가 그곳에 있었다는 감을 잊고 싶지 않아서.

 

 

 몇 년 전, 김탁환 작가님의 읽어가겠다북토크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장소는 합정 근처의 카페. 작가님의 이야기가 지나고 독자들의 질문을 받는 시간에 나는 독서를 할 때 집중이 잘 되는 공간이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작가님은 그때 공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독서를 한 후가 중요하다고 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독후 활동을 남기라고도 했다. 지금도 이 말이 기억나는 이유는 향긋한 커피 향과 잔잔한 노래, 책은 덮고 난 다음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이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사이 나는 독후의 감을 잘 새겼었던가.

 

틀에 갇혀 살아가면서 을 잃어갔다. 계절과 독서와 마음. 그것들을 새기지 않아서 희미해져갔다. 먹고사는데 그런 감들이 무슨 필요일까 싶었지만, 그런 것들이 전부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섬진강 일기는 계절의 기록이다. 몸과 마음에 새기는 그 기록들은 계절과 독서와 마음의 감을 되살리는 일들이다.

 

 

1월 가만히 견디며 낮게 숨 쉬는 달

2월 겉을 뒤집고 속을 뒤집는 달

3월 마음껏 나물을 먹는 달

4월 흙과 사귀고 싹을 틔우는 달

5월 못줄 따라 내일을 심는 달

6월 뽑을수록 허리가 아픈 달

7월 큰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달

8월 멱감고 그림자를 키우는 달

9월 벼꽃 닮은 사람을 만나는 달

10월 해도 보고 땅보 보는 달

11월 뿌린 것보다 더 거두는 달

12월 반복을 사랑하는 달

 

 

각 달의 이름(의미)를 기록한 점이 참 좋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작가다운 명명이다.

나는 도시에 있지만 각 달에 이름을 부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5. 내가 있는 소멸하고 있는 서울이곳은 햇볕은 따갑고 그늘은 시원한 달이다.

 

작가가 곡성으로 내려갔다고 했을 때는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생활을 떠올렸는데, 각 계절마다 작가는 무척 바쁘다. 글을 쓰는 것은 매일이고 농사이고 매일이다. 책을 읽고 사람들을 가르치고 작가들을 만나고 행사에 참여하는 일들도 더해진다. 곡성이 무척 바쁜 곳이라서 그럴 리는 없다. 살아가는 틀에 따라 자신이 있는 곳은 달라질 것이다. 틀의 모양을 바꾸고 테두리를 넓히면 곡성의 삶도 분주하다.

 

틀에 갇힌 기분이 들면 이곳에서라도 섬진강의 계절을 떠올리며 이름을 짓고 을 기억하려는 마음으로 기록해야지. 천천히 다시 펼쳐서 읽으면서 사람과 마음과 사람 이외의 모든 생물들을 기억하고 나의 틀이 굳어지지 않도록 제철마음을 먹어야지.

 

 물줄기가 갈릴 때, 돌에 부딪혀 소리를 낼 때, 모래나 흙을 긁어대며 빠르게 돌 때, 불룩한 윗배처럼 유유히 흐를 때, 각각 다르나 이야기들의 방문이 좋았다. 행복했던 날이 훨씬 많다. 하지만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날엔 서둘러 흐르는 물 곁을 떠난 적도 있다.

-

 나무들이 생명을 다한 것은 지난여름이다. 계절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수재민과 가축과 농작물은 돌아보며 걱정하고 대책을 세웠다. 하지만 난데없이 봉변을 당한 나무들을 구하고 돌본 이는 없었다. 나부터 막연히, 나무들은 그래도 쏟아지는 강물을 견뎠으리라 믿었다.

 

이곳 섬진강 들녘은 사람이 매우 적은 대신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는 생물들이 아주 많다. 소멸하고 있는 곳은 사람만 득실대는 서울이다. 만인에서 만물로 시선을 돌리면, 곡성을 비롯한 소위 소멸예정지역들이 달리 보인다.

 

11월의 메타세쿼이아가 내게 묻는 듯하다. 마음의 빛깔이 달라졌냐고. 제철 채소, 제철 과일처럼 제철 마음을 먹을 것.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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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흙을 만지며 글을 쓰는 삶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자*련 | 2022.05.17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모내기가 한창이다. 비가 조금 왔으면 싶다. 자연의 뜻은 알 수 없기에 그냥 맡길 뿐이다. 지금 이 계절엔 감자꽃이 피기 시작하고 땅속에서 마늘은 단단하게 영근다. 고추는 제법 큰 키로 자랐고 보리밭의 연두 물결은 아름답다.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을 읽지 않았더라면 논과 밭의 작물을 보면서 벌써 이렇게 컸구나, 작약을 보러 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쳤을 것이다. 시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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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가 한창이다. 비가 조금 왔으면 싶다. 자연의 뜻은 알 수 없기에 그냥 맡길 뿐이다. 지금 이 계절엔 감자꽃이 피기 시작하고 땅속에서 마늘은 단단하게 영근다. 고추는 제법 큰 키로 자랐고 보리밭의 연두 물결은 아름답다.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을 읽지 않았더라면 논과 밭의 작물을 보면서 벌써 이렇게 컸구나, 작약을 보러 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쳤을 것이다. 시골에 살면서 직접 농사를 짓지 않기에 큰 감흥이 없다.

 

올해 초 「농부와 소설가」란 다큐를 흥미롭게 시청했다. 소설가 김탁환이 섬진강에 내려가 직접 농사를 짓고 소설을 쓰고 책방을 여는 과정을 담은 다큐였다.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는 2021년 열두 달의 기록이다. 하지만 그가 들려주는 건 농사를 짓는 방법보다는 곡성에서 글을 쓰고 땅을 만지며 만난 하루하루와 계절의 모습이다.

 

서울의 집필실을 정리하고 섬진강 옆 폐교였던 곳에 ‘달문의 마음’이라는 새로운 집필실을 장만한 김탁환은 40분은 쓰고 20분은 쉬면서 눈앞에 마주한 논과 밭의 풍경을 감상하고 옥상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그것들에게 스며든다. 1월부터 12월까지 꼬박 365일을 다 채운 일기는 아니지만 어느 날엔 한 줄, 어느 날엔 하고 싶은 말들이 더 많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기쁘고 벅찬 날들의 기록이다.

 

숙소와 집필실을 오가는 길을 걷으며 마주한 풍경들,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만나는 할머니, 하나하나 품게 된 개와 고양이들. 그를 섬진강으로 이끈 농부 과학자 이동현에게 배우는 농사일. 맨발로 흙을 밝으면 손으로 직접 모를 심고 피를 뽑고 풀을 매는 모습은 유유자적한 풍경이 아니라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익히는 일이다. 흙을 만지고 제철 채소를 심고 키우면서 체득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시금치와 시금치 사이엔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다. 거기 흙이 있다. 시금치의 뿌리가 흙을 파고든다. 그렇게 파고들어야만, 시금치는 힘을 길러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독자도 상상력의 뿌리를 맘껏 내려야 한다. 단어와 문장과 문단에 대한 작가의 집착과 욕심이 독자를 틀에 가둬 자유를 빼앗을 때도 있다. (83~84쪽)

 

장편소설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준비하는지 소설을 읽는 독자인 나는 상상한 적이 없다. 백 명이 넘는 사람이 등장하고 몇 년 동안 구상과 자료를 준비하고 시작했지만 초고를 버리고 다시 쓰는 마음을 어찌 알 수 있을까. 더운물에 손을 넣고, 커피를 내리고,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을 트는 것으로 글쓰기를 시작한다는 그가 곡성에서 창문을 열면 들리는 새소리와 함께 시작하면서 그가 적는 바람은 신성하면서도 뭉클하다.

 


 

할 수만 있다면, 나도 아침에 집필실 근처에 찾아와 울어주는 새들의 이름을 부르며 안부를 묻고, 떨어지는 물방울들에게 ‘오늘 내 글이 잘 되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기도하는 마음을 갖는 것. 지극히 모자라고 어리석지만 다른 존재와 교감하는 생명체란 사실을 아는 순간은 소중하다. (86쪽)

 

그래, 차차 쓰면, 살면, 걸으면, 만나면 될 것이다. 오늘 아니면 내일, 내일 아니면 그 뒷날이라도. 이번에 얻지 못하더라도, 그 사람에게 그 자리에 닿지 않더라도. 저 나무들처럼 그래, 차차. (128쪽)

 

곡성에서 소설을 쓰고 초보 농군으로 살면서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강의를 하고 섬진강을 걷고 탐하는 그가 들려주는 섬진강의 자연은 아름답고 황홀하다.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자연, 끊임없이 변화하면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든든함이라고 할까. 11월의 강가와 습지를 상상하게 된다. 조금은 쓸쓸하면서도 오직 11월에만 볼 수 있는 풍경과 감상이다.

 

습지에 서면, 오감이 새롭게 작동한다. 강물은 검푸른 빛을 짙게 띠고, 겨울철새들 울음은 낭랑하며, 마른 풀과 젖은 낙엽의 냄새는 묘하고, 나무들의 껍질은 거칠고 단단하다. (362쪽)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를 읽다 보면 그가 얼마나 성실하게 하루를 보내고 차곡차곡 인생을 살아가는지 알게 된다. 그가 판소리를 배우고 대본을 쓰고 작품을 발표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단순한 일기의 형태를 지녔지만 그의 다짐이며 계획표이자 미래를 향해 나가는 동력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리하여 마침내 곡성에 ‘생태책방 들녘의 마음’까지 냈으니까.

 

문득 궁금해진다. 작년에 문을 연 생태책방엔 사람들이 많이 다녀갔을까. 김탁환의 밭에서는 어떤 작물이 자라고 있을까. 큰 키에 해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땅을 바라보는 해바라기 대신 올해는 작약을 심는다고 했는데 정원에 작약꽃이 활짝 피었을까. 섬진강을 떠올리면 이제 김탁환의 달문의 마음과 들녘의 마음이 함께 따랄 올 것 같다. 언제나 그곳에 직접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은 말할 것도 없이.

 

5월의 들판은 초록으로 채워진다. 김탁환의 일기를 읽어서 그런지 덩달아 나의 마음도 초록빛으로 물드는 기분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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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꿈***관 | 2022.05.13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코로나로 인해 사람의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없지만, 새들과 나무들을 비롯한 자연의 생명체들이 풍성함으로 더욱 빛나던, 섬진강의 들녘에서 저자는 글뿐만 아니라 직접 땅을 일구고 수확을 하는 텃밭에서 또 다른 차원을 더한 문학가로 거듭났다.   섬진강과 문학이 나란히 눈 앞에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섬진강 시인 김용택 선생이 떠오를텐데, 이 책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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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사람의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없지만, 새들과 나무들을 비롯한 자연의 생명체들이 풍성함으로 더욱 빛나던, 섬진강의 들녘에서 저자는 글뿐만 아니라 직접 땅을 일구고 수확을 하는 텃밭에서 또 다른 차원을 더한 문학가로 거듭났다.

 

섬진강과 문학이 나란히 눈 앞에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섬진강 시인 김용택 선생이 떠오를텐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김탁환이라는 이름도 한 자리 차지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도시에서 섬진강으로 떠난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았다. 저자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 이유로 택했던 목적지가 섬진강 들녘이었던 것이다.

 

 

 

 

고요함과 습지를 오가는 백로와 왜가리, 강의 흐름과 까치의 울음소리가 어우러지는 저자의 문장을 보다 보니 흡사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이나, 최근 소로를 테마로 한 정여울 작가의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가 떠오른다. 자연을 배경으로 한 소설가의 문장은 소설가 특유의 문체에 자연이라는 색감이 물들어 독특한 빛깔과 울림을 만들어낸다.

 

흐르는 물의 모양이 변화하여 다양한 결을 만들어내고, 각각의 결들은 따로이 자유롭게 노니다가 다시 한 줄기의 커다란, 웅크린 뱀처럼 소용돌이를 일으켜 전혀 새로운 기운을 솟구쳐 내는 것처럼, 이야기가 꼭 그런 모양으로, 내면에서 복잡하게 얽히고 설키다가 각각의 길고 짧은 이야기의 실타래들이 기어코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지고야마는 것이 작가의 운명이 아닌가 생각해보게도 한다.

 

어느 동네에나 사람으로는 철수가 있고 영희가 꼭 있듯이, 개들 중에는 꼭 몽실이가 있나 보다. 이번에는 작가의 시골 생활에 등장한다. 그럴려는 의도는 없었겠지만, 고라니의 장난끼 어린 눈망울은 몽실이에게 그저 약올리는 수단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가 보다.

 

 

 

 

소설가에 대해 이러저러한 정의들이 많이 내려져 있지만, 저자가 생각하는 소설가란 어떤 존재인가를 담은 문장은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만물의 그늘을 보는 사람, 빛과 꽃과 위로 뻗어대는 줄기와 가지를 뒤로 하고 반대편의 침묵, 웅덩이 같은 침묵을 찾아 만지는 사람, 동 트기 전, 꽃 피기 전, 생명이 다음 단계의 진화를 폭발시키기 직전의 두려움을 담을 줄 아는 사람. 이 익숙하지 않은 시선의 즐거움과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 이야기꾼의 숙명이라면, 나도 이야기꾼으로서 조금은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망상을 해보게 된다.

 

중간중간 삽입된 색연필 감성의 일러스트는 현실보다 꿈꾸는 현실로서의 농촌에서 일구는 글밭과 덧밭을 더욱 실감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따뜻한 느낌의 정서가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공유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또 하나의 섬진강 문학인이 아로새겨질 것 같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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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k*******2 | 2022.05.13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강바람에 눈보라가 인다. 집필실 창가에 서서, 눈이 만든 문장들이나 읽어야겠다. (-21-)     아침부터 툇마루에 앉아 몇 문장 쓰다 말다, 마당에서 올라오는 빗소리 들느며, 어제 만난 꽃들이 지지나 않을까 걱정한다, 이런 걱정도 참 오랜만이다. 이런 걱정을 더 많이 하며 살아야겠다. 봄빛 속으로 바삐 오가는 새들의 노래는 덤이다. (-78-)   &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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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바람에 눈보라가 인다.

집필실 창가에 서서, 눈이 만든 문장들이나 읽어야겠다. (-21-)

 

 

아침부터 툇마루에 앉아 몇 문장 쓰다 말다, 마당에서 올라오는 빗소리 들느며, 어제 만난 꽃들이 지지나 않을까 걱정한다,

이런 걱정도 참 오랜만이다. 이런 걱정을 더 많이 하며 살아야겠다. 봄빛 속으로 바삐 오가는 새들의 노래는 덤이다. (-78-)

 

 

평생 손해를 감내하며, 자신을 친구라고 부르는 사람을 모두 친구로 여기고, 아묵럿도 소유하지 않고, 필요할 때는 몸도 마음도 바꾸는 개념파괴남.

섬진강 옆 집필실 이름을 '달문의 마음'으로 정한 까닭이기도 하다. 달문을 알든 모르든 계속 이 한없이 좋은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며 살고 싶다. (-169-)

 

 

아는 것과 느끼는 것은 다르다. 느끼지 못하면 진짜 아는 것이 아니라고 했던가.외우기만 하고 실감을 못한 지식들이 얼마나 내게 많을까. (-235-)

 

 

초보 농부에 이어 이제 초보 책방지기까지 하게 생겼다. 2021년은 용기를 낸 해로 기억될 듯하다. 장편소설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1995년, 대학을 떠난 2009년, 세월호에 관한 소설들을 쓴 2016년과 맞먹는 해.

일을 마치고, 피곤하지만 그래도 몇 자 더 쓰고 퇴근하려고 집필실로 향하는데,집필실 앞 화단에 국화가 피었다. (-330-)

 

 

섬진강 시골 생활이다. 오시의 삶과 벗하며 살아온 지난날, 아파트 촌이라고 부르는 그곳에서 탈피해, 시골의 느린 삶을 선택하게 된다. 문화적 혜택을 누리고 싶으면, 어느 정도 용기가 필요한 시점에서, 행복한 삶과 기쁨으로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서, 선택한 것이 바로 섬진강으로의 장소의 역선택이다. 비움과 낮춤을 추구하는 삶을 선택하게 된다. 자급자족, 제철음식, 이 두가지가 나의 삶을 어떻게 바꿔 놓는지 이해할 수 있고, 도시의 벗과 함께 하는 삶과 시골의 벗과 함께 하는 삶이 큰 차이가 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시골에는 보이지 않는 경쟁이 숨어 있다. 내가 심어 놓은 곡식과 자연의 생명들과의 경쟁이다.인간과 자연의 경쟁이 바로 그것이다. 그 경쟁을 없애기 위해서, 마오쩌둥이 시작했던 참새 제거 작전은 인간의 어리석음과 무책임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기도 하다. 콩 한쪽도 나눠 먹는다는 속담이 어느 덧 소멸되어지고 있는 현 시점에 우리에게 필요한 삶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고, 새로운 삶의 기준을 만들어 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는 것을 알 수 있다.새로운 이을 시작하게 되고, 그 시작단계 마다 놓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들 ,그 가치들이 내 삶에 대해서 살찌우고 있었다. 저자의 섬진강 일기 속에서 놓치 수 없는 것은 도시의 문화적 혜택에 대해서, 더 큰 이익 되는 자기만족을 추구하느 삶에 있다. 정서적 이익과 마음의 평온함을 두루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생존의 기본이기도 하다. 글쟁이에서, 농부로 살아가고,이제 서재지기가 되었던 저자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삶을 응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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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마음은 어떤 맛일까요?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정* | 2022.05.13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책 앞날개, 저자 소개글에 앞서 세상에서 가장 평안한 웃음으로 저자가 독자들을 맞이합니다. 곡성에서 쓰리잡을 뛴다(?)고 합니다. 글농사, 논농사, 텃밭농사. 첫 장을 넘깁니다. 날짜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진짜 일기인가 봅니다. 열두 달을 부르는 고유의 이름이 있는 인디언들처럼, 저자도 1월부터 12월까지 멋진 이름을 붙여 놓았습니다. 1월 가만히 견디며 낮게 숨 쉬는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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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앞날개, 저자 소개글에 앞서 세상에서 가장 평안한 웃음으로 저자가 독자들을 맞이합니다. 곡성에서 쓰리잡을 뛴다(?)고 합니다. 글농사, 논농사, 텃밭농사.

첫 장을 넘깁니다. 날짜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진짜 일기인가 봅니다.

열두 달을 부르는 고유의 이름이 있는 인디언들처럼, 저자도 1월부터 12월까지 멋진 이름을 붙여 놓았습니다. 1월 가만히 견디며 낮게 숨 쉬는 달, 2월 겉을 뒤집고 속을 뒤집는 달, 3월 마음껏 나물을 먹는 달, 4월 흙과 사귀고 싹을 틔우는 달, 5월 못줄 따라 내일을 심는 달, 6월 뽑을수록 허리가 아픈 달, 7월 큰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달, 8월 멱감고 그림자를 키우는 달, 9월 벼꽃 닮은 사람을 만나는 달, 10월 해도 보고 땅도 보는 달, 11월 뿌린 것보다 더 거두는 달, 12월 반복을 사랑하는 달. 이렇게 한달 한달에 하루 하루를 충실하게 채워나간 일기장을, 제철 마음 한번 먹어보리라는 사심 가득한 시선으로 펼쳤습니다. 1월 2일, 곡성에 숙소와 집필실을 정하고 꾸민 날로부터 시작되네요. 어느 하루 무심히 지나갈 수 있는 페이지는 없었습니다. 특히 1월 13일 <주저흔>이라는 제목 아래 쓰인 여섯 문장, 그 중 '첫 문장을 언제 쓸지는 모르겠지만 더 대담하게 더 섬세하게 더 느리게 더 더 더 머뭇거려야 한다.'에서는 글쓴이의 삶의 태도를 마주한 것 같았습니다. 어느 날에는 장선습지로, 또 어느 날은 섬진강 들녘을 따라 거닐게 됩니다. 다방면의 책들과도 만나고, 미실란의 여러 동물들과도 안면을 틉니다. 동네책방도. 그러다 2월, 추억을 불러오는 강가와 둑방길이 정겹게 보입니다. 시골살이가 실감나는 대목, 장 담그기를 준비하는 날이 눈에 띕니다. 3월, '선택한 과거와 만들어야 하는 미래 사이에 다리를 놓기 위해 한 문장 한 문장 돌을 깎는 바보'라 스스로 명명한 장편작가의 작업이 시작되는 달이더군요. 생활인으로서의 기록도 재밌습니다. 빨래를 하고 꽃나무를 심고 텃밭을 가꾸고 그러다 또 집필실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3월 하순께에 쓴 '봄비가 몰고 온 비린내만으로 빵을 구워도 맛있겠다'는 표현에 홀딱 반했습니다. 4월, 봄의 한가운데를 살아가고 있는 저자의 일상이 보였습니다. 볍씨를 뿌렸다 하니 비로소 진짜 농부인가 싶었습니다. 6월엔 손 모내기와 작은들판음악회가 있었나 봅니다. 7월의 소나기, 채식 위주의 식단, 8월의 이른 가을장마, 9월의 노을과 코로나백신접종 이야기, 첫 추수가 있던 10월, 강물처럼 소박하고 단정하게 지낸 일상이 그와 잘 어울리는 삽화와 함께 엮어져 있습니다. 심심치 않게 본문 중간중간에 나왔던 그림은 글과 잘 어울리는 분위기입니다. 뿅뿅다리는 삽화가 아니었더라면, 궁금해 못 견딜 뻔 했습니다. '글밭도 일구고 텃밭도 일구고' 10월 27일자 일기의 전문입니다. 바지런하고 재주 많고 복도 많은 분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2월이 가기 전에 장편소설 초고를 마쳤다는 일기가 보입니다. 얼마나 뿌듯할까, 홀가분할까, 마음을 헤아려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자, 한 해의 마지막 날 쓴 맨 끝문장을 여기에 옮겨놓고 싶습니다. 

'장르를 따진다면 모험담이겠다.'

우리 삶이 그러하듯, 언제나 생방송이고 리허설도 없이 써내려간 이 <섬진강 일기>도 그런 것 같습니다. 읽는 내내 섬진강가 바람소리를 들은 듯하고, 장화에 흙 묻혀가며 밭일도 한 기분이었습니다. 좋은 책으로 세상에 나올 한 권의 소설도 기대되고요. 

 

 

*이 글은 예스24 리뷰어클럽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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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오전에는 글밭, 오후에는 텃밭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w****u | 2022.05.1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언젠가 강변에 살고 싶어 강가를 지날 적마다 햇볕 잘 들고 경치 좋은지 유심히 살펴보곤 한다. 봄이면 싹트는 채소와 나무 새순 그리고 봄꽃, 여름이면 뜨거운 태양과 한 번씩 쏟아지는 소나기, 가을이면 어딜 봐도 마음이 풍성한 들판 정취와 화려한 색깔의 단풍, 겨울이면 세찬 바람과 함께 소복이 쌓인 눈과 얼어붙은 강을 바라보면서 세상의 일부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껴 갈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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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강변에 살고 싶어 강가를 지날 적마다 햇볕 잘 들고 경치 좋은지 유심히 살펴보곤 한다. 봄이면 싹트는 채소와 나무 새순 그리고 봄꽃, 여름이면 뜨거운 태양과 한 번씩 쏟아지는 소나기, 가을이면 어딜 봐도 마음이 풍성한 들판 정취와 화려한 색깔의 단풍, 겨울이면 세찬 바람과 함께 소복이 쌓인 눈과 얼어붙은 강을 바라보면서 세상의 일부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껴 갈 것이다.

 

이런 원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책 하나가 보인다. 소설가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이런, 요즘 다들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같은가 보다. 첫 페이지의 그림과 글귀에서 오랫동안 머문다. 캡쳐해두면 좋은 컷이 될 것 같다. 11월의 메타세쿼이아가 마음의 빛깔이 달라졌는지 말을 걸면서 다짐한 말에서 내 마음도 붙든다.
"제철 채소, 제철 과일처럼 제철 마음을 먹을 것"(p346)

 

펼쳐보니 진짜 일기다. 1월 1일부터 섬진강 들녘으로 집필실을 옮겨 귀향하는, 칼 같은 한 해 시작을 알린다. 소설가이니만큼 늘 책을 보는 습관은 못 버리고 가끔 책 소개와 텃밭을 가꾸며 주위 세상의 소개로 우리를 안내한다. 우리는 지금 신록의 계절(5월), 연중 녹색이 제일 예쁜 계절이라고 생각하지만, 농촌은 제일 바쁜 계절. 소설가의 일기를 훔쳐보니 역시 텃밭과 논농사로 글쓰기는 잠정 덮었더란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텃밭과 들녘의 변화를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 좋다. 자연히 마음이 푸긋해진다. 물론 책 이야기며 지역 사회 봉사, 출판계와 문화계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양념 처져 있다. 

 

바쁜 도시 생활에서 잠시나마 섬진강의 사계와 정취를 보고 느낄 수 있어 좋다. 부럽지만 글재주는 없으니 추후 귀향을 하게 되면 오전에는 책밭, 오후에는 텃밭이면 좋겠다. 아늑하고 정겨운 농촌 시골, 섬진강 들녘이 마음속에 그려지는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를 도시인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추천해본다. 

 

'생태책방 들녘의 마음' 소설가가 운영한다. 들러봐야겠는데, 좀 멀다. 
"똑같은 거리라고 해도, 날아가는 것보다 돌아오는 것이 열 배는 힘들다."(p356)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섬진강일기 #김탁환 #해냄 #곡성 #귀향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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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제철 채소 제철 과일처럼 제철 마음을 먹을 것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n | 2022.05.1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 | 김탁환 지음 | 해냄   한 때 섬진강가에 있는 하동 펜션으로 종종 휴가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한적한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바깥으로 나오지 않으면 주인 내외분 말고는 사람들도 별로 마주치지 못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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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 | 김탁환 지음 | 해냄

 

한 때 섬진강가에 있는 하동 펜션으로 종종 휴가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한적한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바깥으로 나오지 않으면 주인 내외분 말고는 사람들도 별로 마주치지 못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 곳에서는 적적함이나 외로움보다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꼭 사람들과 마주치고, 주변에 화려한 것이 있어야만 되는 것은 아닌 것을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냥 주변의 나무 하나, 섬진강가를 여유롭게 산책하는 산책로, 여기저기 핀 꽃들 하나 하나가 그냥 소중하게 다가오고 마음을 풍요롭게 해 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의 그 느낌을 그대로 되살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한적한 곳을 여기저기 다녀보곤 했지만 하동의 섬진강가만큼의 감정을 느낄 수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느낌으로만 다가오는 그런 감정인 것 같다. 물론 저자가 터를 잡은 장소는 하동이 아닌 곡성이지만 글 하나 하나를 통해 풍요로움과 여유로움을 같이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저자가 작가로서 새로운 10년을 계획해야 할 시기에 새로운 세계로 다가가서 살피고 사귀며 글을 쓰고자 곡성에 집필실을 마련하고 섬진강 옆 집필실에서 초보 마을소설가이자 초보 농부로 글농사와 함께 논농사를 짓고 텃밭도 가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떨 때는 짧은 한두 문장으로, 어떨 때는 2~3페이지에 걸친 긴 글로 디테일한 일상을 사실 그대로 담고 있다. 마치 저자의 일상을 바로 눈앞에서 보는 듯한 생생함을 같이 공감할  수 있었고, 계절의 변화를 책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소설가는 만물의 그늘을 보는 자다. 누군가가 자신의 빛을, 꽃을, 하늘로 쭉쭉 올라가는 줄기와 가지를 이야기할 때, 나는 그 이야기에 없는 웅덩이 같은 침묵을 찾아 만진다. ..."
- < 기일 > 중에서 -

"아름답게 쓴다고 정확함이 따라오진 않는다. 정확하게 쓰려고 애쓸 때, 그 만남의 과정이 아름다운 문장에 깃드는 법이다. 그래야 비슷한 가짜에 속지 않고 진짜와 사귈 수 있다."
- < 정확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 중에서 -

"가짜 독수리와 진짜 참새의 싸움에서
가까의 승리를 바라는 농부는 자랑하지
재작년보단 작년이 비슷한데
작년보단 올해 더 비슷하게 만들었다네"
- < 독수리라던 사람이 있었지 > -

매달 제목을 달고 시작하는 부분이 재미있었다. 1월은 가만히 견디며 낮게 숨 쉬는 달, 6월은 뽑을수록 허리가 아픈 달, 11월은 뿌린 것보다 더 거두는 달과 같은 제목을 가지고 있다. 제목만 보더라도 대충 어느달을 언급하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또한 중간 중간 파스텔톤으로 그린 풍경도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한적함 속에 녹아있는 삶의 이야기이다. 마음의 편안함을 주고 일상에서 벗어나 한적한 곳을 거닐고 싶게 만드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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