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지바고』 상. 하 읽기를 마치며...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장편소설/ 열린책들(펴냄)
한 사람을 좋아하는 과정과 책에 빠지는 과정은 어쩜 이리도 비슷할까?^^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지만, 한 번 좋아하면 별 이변이 없는 한, 오래오래 좋아하는 편인데 내겐 책 역시 마찬가지다. 존경하는 대작가님 다섯 분 중에 세 분이 러시아 사람.........
뼛속까지 시인이 쓰신 소설이라 문장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던 1권..... 마침내 2권에 가서야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바,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영화로 보신 울 엄마의 말씀에 의하면,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는 두 남녀의 '사랑'이 주된 플롯이라고 하던데 소설에서는 그들의 사랑보다는 러시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러시아 혁명기를 지나온 다양한 계층 사람들의 생생한 기록물이었다.
줄거리는 다들 아실 테니 여주인공 라라의 세 남자에 대해 말하자면, 지바고, 코마롭스키, 파샤.....
과거 지향성, 이기주의, 기회주의자 코마롭스키.... (하! 죽어 마땅한 새키)
혁명, 마르크스 철학, 미래, 세상을 바꾸어야 하고 역사가 자신들을 어떻게 기록할지에 집중하는 라라의 남편 파샤
생명, 현재성, 사랑에 대해 말하는 유리 지바고
나는 어쩌면 파샤를 닮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다..... 지향점이 파샤와 비슷하다랄까?
전쟁의 시대 유대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유대인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했다. 이것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본인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스탈린 시대에 사라진 수많은 사람들, 함께하던 동료 작가, 시인들에 대한 애도다. 끌려간 사람들은 그 생사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사형집행 인원만 60만 명이라고 하니!!! 그러고 보니 푸틴은 왜 스탈린을 닮아가는 걸까? 러시아 문학을 읽을 때마다 그가 떠오른다. 푸틴은 과연 전쟁과 평화나 닥터 지바고를 읽었을까 궁금하네. '단 한 번이라도 정독했다면 과연 그가 전쟁을 일으켰을까 싶을만큼'........
사랑의 테마로 방대한 러시아 역사를 다룬 점에서는 체호프나 톨스토이가 연상되기도 한다. 이 세기에 다시는 나올 수 없는 대작가 톨스토이 역시도 유일한 콤플렉스 바로 '시'!!!! 시인에 대한 질투심!!!!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 너무 많은데, 단연 사랑에 관한 문장이었다. 지바고의 전처 토냐가 지바고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 너무 슬펐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그런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여전히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으며 이것은 내게 비참하고 파괴적인 징벌이라는 문장... 엉엉
시리즈를 하나씩 끝내고 나면 나는 왜 이렇게 온 몸과 마음이 다 소진되는지!!! 작년 늦가을에 토마스 만 선생님의 〈마의 산〉 전 3권 시리즈를 끝냈을 때 근 한 달을 아팠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증상이 또 발현되었다. 하루키의 〈1Q84〉시리즈+ 〈닥터 지바고〉를 비슷한 시기에 끝내서인지!!! 속시원하기는 커녕, 끙끙대다가 또 병원행!! ( 마치 떠나려는 남친 발목 잡는 심정으로 매달리고 또 매달리게 되는 기현상!!!!!) 아! 정말 많이 사랑했습니다..... 지바고 & 라라.... 내 최애 러시아 문학......
책 후반부는 유리 지바고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시를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 P.534에 내내 기억 남는 연이 하나 있어서, 내 느낌으로 바꿔봤는데 ^^
『심장에 그 모습을 새겼으니...
세상이 인정하지 않아도 상관 없었다....』
심장에 새기는 사랑이 무엇인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요...
이 부족한 사람과 2022. 11월 〈 마의 산〉을 시작으로, 〈전쟁과 평화 〉 → 〈닥터 지바고〉 로 이어지는 독서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6월 책은 정말 드라마틱 하게 결정되었는데 우연히 도서관에서 〈다락방의 미친 여자들〉을 빌려온 날 밤 !!!!! 헉, 마침 이 책을 구입하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6월 도서는 그렇게 결정되었다..... 운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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