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한국 근현대사의 세찬 격랑 속시대의 뒤안에서 분투하던 여성 삼대의 수난과 극복의 역사제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물의 말』 개정판 한국 여성의 수난과 투쟁의 역사를 섬세한 언어적 파동과 웅숭깊은 지혜의 눈으로 들여다본 박정애의 『물의 말』이 개정판으로 독자들을 다시 찾았다. 여성 삼대를 아우르는 이야기로 역사성과 문학적 완성도를 고루 갖추며 수많은 독자들을 매료해온 이 작품은 한국 여성의 삶의 질곡을 핍진하게 서술한 여성주의 소설의 대표작이다.1996년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은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심윤경,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박민규,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의 최진영, 『누운 배』의 이혁진, 『다른 사람』의 강화길, 『체공녀 강주룡』의 박서련 등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형도를 그린 많은 작가들을 배출해왔다. 박정애의 『물의 말』은 2001년 본심에 오른 4편 가운데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심사위원들은 폭넓은 시야와 이념적 지양을 서두르지 않는 박정애만의 여성주의적 방향에 이끌려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예심은 소설가 은희경, 김남일, 문학평론가 권성우, 백지연, 본심은 소설가 현기영, 문학평론가 황광수, 황현산이 맡았다. 더보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1부여신의 알몸 · 17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 · 38우리 시대의 현모양처 · 48명징한 정체성 · 59혼몽 · 68노각 · 74사금파리 · 86명백한 현실도피 · 106유대의 의미 · 1142부바람의 신 · 128존재의 크레바스 · 133매미 허물 · 141생은, 참으로 끔찍한 반복 · 150님아 님아 줄 조심해라 · 159달밭골의 세 여자 · 171물귀신 · 177무당개구리 · 185두려움의 정체 · 193국수방망이에 밀린 반죽 · 198선택 · 213유수(流水…) · 222팔자타령 · 231좁쌀만치만 보고 갈게 · 246개떡 같은 정 · 255고추 · 263매미 허물 같은 · 271성공의 뒤안 · 278오 자유여 · 2923부회개와 용서 · 317죄 · 322삶과 죽음의 충동 · 332별들의 대화 · 338귀환 · 350물의 말 · 362작가의 말 · 367개정판 작가의 말 · 370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서로에게 빛이 되어준 여성들의 애사(愛史)이자혈연 중심의 가부장제를 초월하는 맥맥한 연대의 계보『물의 말』은 남성 중심 사회에서 늘 타자로서 배제되어온 여성을 역사의 전면으로 끌어온다. 정신대에 팔려 갈 뻔하거나 자신을 강간한 사내와 혼인을 강제당하던 과거의 여성들과, 슈퍼우먼으로서 살아가며 스스로를 혹사하거나 반대로 연애 감정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현대 여성들의 이야기는 식민지 시대부터 지금까지의 한국 여성의 삶을 빼닮았다. 그리고 이 모든 인물의 연결고리가 되는 ‘님이’는 세대와 혈연을 넘어 여성적 생명력이라는 물줄기를 사방으로 뻗는다. 님이의 사랑은 딸들에게로 계승되어 맥맥한 연대의 계보를 만들어낸다.소설은 가부장제 사회가 주는 안락에 잠겨 무지할 수밖에 없었던 남성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인다. 이러한 적극적인 포용을 통해 작가는 다층적으로 사랑의 역사를 형언한다. 이는 90년대 여성주의 소설이 보여주었던 급진적인 여성성과는 그 결을 달리하는 것이었다. 『물의 말』에서 또한 주목할 점은 자재로운 언어 구사이다. 경상북도 청도와 서울을 오가는 이야기에서, 우리는 옛 경상도 사투리의 자연 친화적인 구수함과 도시 공간의 지적인 현장성을 모두 만난다. 동시대의 생활 언어를 능란하고 세밀하게 사용함으로써 작가는 독자들에게 섬세한 언어적 파동을 전달한다.한겨레문학상 수상 당시, 작가는 과거를 부정함으로써 진보를 꾀하는 것은 자신의 여성주의가 아니라고 말했다. 어머니 세대의 저력을 계승하고 그 희생과 헌신의 정신을 확장해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이 소설의 문학적 목표임을 밝힌 것이다. 여성의 실존을 위한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한 『물의 말』의 여성주의는 출간 수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쉼 없이 독자들에게로 흘러가고 있다.“저의 페미니즘은 어머니 세대와의 단절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저력을 계승하는 데서 옵니다. 어머니 세대의 희생과 헌신이 가족주의의 틀 안에 머물지 않고 세계를 향해 열릴 때 페미니즘의 소중한 자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_ 박정애, 한겨레문학상 수상소감 중에서심사평이 소설은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늘 타자로서 배제되어온 여성의 가치를 생경한 공격적 언어가 아닌 치밀한 예술적 전략으로 옹호하고 있다. 주인공 님이를 중심에 두고 삼대에 걸친 한 집안의 여러 여자들이 펼치는 이 드라마는 ‘조선 딸들의 애사’라고 불림직도 한데, 일제, 전쟁, 산업화, 민주화운동 등 역사의 세찬 격랑 속에서 그들이 어떻게 죽고,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 기구한 운명을 실감나게 형상화해내고 있다. 님이를 중심으로 촘촘히 혈연의 그물을 엮어내는 그 구성력은 예사로운 능력이 아니다. 이 소설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자재로운 언어구사 능력에 있을 것이다. 전통사회에는 토속어를, 도시사회에는 지적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 어느 경우에도 성공적이어서 농촌(과거)과 도시(현재)의 대비가 선명하다. 전통사회를 복원하는 토속어의 능란한 구사를 특히 주목할 만한데, 글 속에서 경상도 사투리가 이만큼 풍요롭고 구수한 맛을 내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_현기영(소설가)우리 소설에서 여성 두 세대를 갈라놓은 시공간이 옹글게 포착된 예는 매우 드물다. 차이와 갈등이 도드라지면서 오히려 망각의 늪에 묻혀버릴 때가 많았다. 두 시간대를 무리하게 박음질하지 않고, 섬세한 언어적 파동과 웅숭깊은 지혜의 눈으로 맥맥한 흐름을 보여준다. 이 물줄기가 제도의 경계를 벗어나 관계의 미궁으로 흘러들 무렵, ‘님이’는 사랑하는 딸들에게 편지를 쓴다. 그녀의 눈에 새로운 적이 잡힌 듯하다. _황광수(문화평론가)여성들의 삶을 한편에서는 역사의 시간 축에서 파악하고 한편에서는 동시대의 생활 현장에서 살피는 이 소설의 얼개는 매우 지적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더 감동적인 것은 다른 데 있다. 필경 궁핍한 생활에서만 가능할 자연과의 깊고 뼈저린 교감이 그것이다. 지적인 것과 시적인 것이 이 자연을 통해 결합함으로써, 이 소설이 담고 있는 여성주의적 내용은 그 진실성과 구체성을 얻는다. _황현산(문학평론가)작가의 말(개정판 작가의 말)『물의 말』은 1999년과 2000년에 걸쳐 썼다. 어린애 둘을 키우며 박사과정까지 밟던 중이어서 엄청 피곤하고 힘들 때였는데, 어떻게든 시간을 여퉈내어 쓰고 또 썼다. 남이 억지로 시켰다면 못 썼으리라. 내가 쓰고 싶어서, 안 쓰고는 못 배기겠어서 썼더랬다. 애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아침 설거지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는 틈틈이 물기도 마르지 않은 손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던 기억. (…) 나는 20년 만에 내 소설 『물의 말』을 남의 소설처럼 읽으며 더러 울었고 더러 심장을 떨었고 더러 킥킥거렸다. 어떤 인물의 목소리는 생생한 음성지원까지 되었다. 내 안에서 숨죽이고 있던 목소리들이 도란도란 수런수런 깨어났다. 나를 이 얕아빠진 일상에서 건져내어 더 풍요롭고 더 깊이 살게 하는 목소리들이……. 『물의 말』은 시쳇말로 내 취향을 저격했다. 독자 여러분께도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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