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작가의 한국설화 앤솔로지라는 부제다.
앤솔로지라는 말이 요즘 종종 보여서 정확한 뜻을 찾아보니 '꽃을 모아 꽃다발'이라는 그리스어 앤톨로기아가 원어라고 한다.
같은 주제나 특성에 맞는 작품을 모아 만든 작품집이라는 뜻인데 같은 주제의 다른 성향과 방식의 작가들의 작품을 읽는 재미가 있어서 지루하지 않다. 물론 긴 호흡의 글을 읽지 못하는 분들께는 더욱더 추천하고 싶은 방식이다.
요즘 뜨고 있는 드라마 '구미호뎐1938' 에서도 다양한 설화가 등장해서 흥미롭게 보고 있어서 이 책에 유독 관심이 가게 되었던 것 같다. 옛날이야기를 좋아하면 MZ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끌리는 미스테리함은 누구에게나 존재하지 않을까 싶다.
선녀와 나무꾼, 견우와 직녀, 여우 누이, 천지 속의 용궁, 다자구 할머니…
우리가 흔히 들어본 설화도 있고 잘 알려지지 않은 설화도 있다.
하지만 설화는 베이스로 두고 스토리가 매우 창의적이다.
유독 흥미로웠던 두편이 있는데 하나는 송경아의 [여우구슬]과 이경희의 [파종선단] 이었다.
[여우구슬]은 외계인? 다른 생명체 암튼 둘이 서울의 서점상으로 위장에 있다가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는 효과적이지 못하다. 데이터만으로는 안된다. 직접 실험을 해봐야겠다는 발상으로 H상사에 잠입, 아무 직원과 결혼하고 문화를 체험해 보는 과정을 그린다.
[파종선단]은 좀더 발상이 창의적이다.
타임슬립도 하고 인간종의 종족보존 프로젝트를 위해 단군신화도 나오고 선녀와 나무꾼도 끌어쓰는 등 전 우주적인 스케일이 큰 스토리다. 상상력의 끝은 어디인가? 싶은 글이었다.
민화나 설화는 그 시대의 문화 , 풍속이 담겨있다는데 아주 먼 미래 이 책을 읽는 어느 독자가 있다면 지금 이 시대의 문화를 어떻게 읽어 나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