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①
처음부터 이유 없이 끌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와 서른 무렵의 지식인인〈선생님〉과의 만남이 그런 경우였습니다. 안면을 튼 다음 친해졌다고 생각은 했지만 선생님은 친절하지도 자상하지도 않게 나를 대했고 무뚝뚝한 언행에 다소 실망을 하고 있었습니다. 가엾게도 선생님은 자신에게 다가오려는 이에게, 그럴 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이니 그러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이었다는 것을 선생님이 세상을 떠난 다음 알 수 있었습니다. 타인의 다정함에 응하지 않았던 선생님은 그 타인을 경멸했다기보다 우선 자신을 경멸했던 것이었습니다. 국내에도 많은 독자를 가지고 있는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으로 <마음>은 오늘날까지 일본에서 가장 많이 읽히며 연구되어 온 근대 문학 작품이라고 합니다. 대학생인 화자 〈나〉와 서른 무렵의 지식인인 〈선생님〉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다룬 소설입니다. 정교한 언어가 마음을 차분하게 정화해주며 선생님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싶은 작품입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은 3부작으로, 선생님과 나/ 부모와 나/ 선생님의 유서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 장의 제목을 보면 알다시피 선생님은 결국 죽는데, 자살을 했고 내 앞으로 유서를 남기고 떠난다. 소세키는 선생님의 비밀을 서서히 공개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읽는 내내 궁금증과 호기심에 휩싸이게 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재미있는 소설을 한 권 읽었다는 가벼운 생각이 들었는데 관련 정보들을 찾아보니 단순한 내용이 아니라 그 속에 메이지 유신, 천왕의 죽음 등 시대적 배경이 함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소세키의 제자 그리고 와이프가 실제로 자살시도를 했으며, 소세키가 양자로 들어가 살았던 배경이 있어 그의 개인사도 함께 맞물려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메이지시대를 맞이하며 일본사회가 서구화 되어감에 따라 그 과도기를 겪었던 개인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이 내면의 충돌을 소세키가 아주 절묘하고 세심하게 한 사람의 이야기에 모두 녹여냈다. 평생을 믿고 살아왔던 가치관이 흔들리면서 겪는 충돌은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현대에는 서구화를 넘어서 AI 도입, 자율주행 등 사람들이 또다른 차원의 기술에 대면하면서 겪는 문제들이 있다. 이런 변화에 빨리 적응하고 즐기는 젊은 세대들이 있는가하면, 이미 전통적인 것에 익숙해져 새 문물에 울며 겨자먹기로 끌려가게 되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 우리는 너무 앞만 보고 달려가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여리고 타들어가는 속을 들여다 볼 여유를 잊게 된 건 아닐까하는, 내 마음에 의문을 던지게 하는 소세키의 마음을 이렇게 전해 들었다.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썼다 지웠다 한참을 고민하다 무작정 써보기로 한다.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은 이번 [마음]으로 처음 만났다. 일본 소설을 읽을 때면 간혹 언급되었던 책이라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었다. 기대했던만큼 잘 읽히는 스토리에 나도 모르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문학작품임에도 내가 빠져들 수 있었던 이유는 선생님의 과거 이야기에 나오는 돈으로 인한 배신과 상처, 남녀간의 삼각관계, 사랑, 질투, 배신 그리고 죽음이라는 자극적인 요소 덕분이였다. 책의 리뷰를 보다가 실제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넣어서 올린 영상을 봤었는데, 상상하면서 읽었던 장면들이 나와서 짧았지만 인물들의 감정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19세기 말을 배경으로 하다보니 지금 시대와 맞지 않는 결혼에 대한 선택과 여성의 소극적인 행동, 인물들의 말과 행동이 다른 모순적인 모습들, 서로에게 마음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미루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결국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못함에 생긴 오해로 일어난 비극에 친구 K는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고, 선생님은 자신의 비겁한 행동으로 죽은 친구 K에게 평생 죄책감을 가지고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지만 그 누구보다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고 그리워하는 인물이지 않았을까.
그렇기에 자신을 궁금해하며 다가오는 학생인 '나'를 자신에게는 배울게 없다고 밀어내면서도 계속 찾아오는 학생에게 자신도 모르게 마음의 문을 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진실하기를 바라면서.
그래서 아내에게 털어놓지 못한 자신의 과거이야기를 학생에게는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친구의 죽음의 비밀을 지키는 것이 아내를 위하는 일이였다고는 하지만, 어쩌면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행동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은 사람 마음을 뒤흔들어버리는 돈과 사랑으로 인간을 믿을 수 없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인간을 믿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건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되고 위로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음을 읽으면서 타인의 마음을 안다는 것과 얻는다는 건 힘든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더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솔직하게 자신을 마음을 표현해야한다는 것도 함꼐!
독서모임으로 [마음]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너무 좋은 시간이였다. 노트에 열심히 기록했을만큼 기억에 남았던 문장들도 많았다. 아직 마음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중에 많이 추천하는 책 중의 하나인 <마음>이다.
<한눈팔기>의 작품을 읽어서 나쓰메 작가를 만나본 적은 있었다. 특유의 섬세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 마음을 읽으면서도 섬세함과 일본 특유의 매력을 만나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읽으면서 '나'가 선생님에게 푹 빠진 매력은 도대체 무엇일까? 궁금하였다.
"가엾게도 선생님은 자신에게 다가오려는 이에게, 그럴 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이니 그러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이었다. 타인의 다정함에 응하지 않았던 선생님은 그 타인을 경멸했다기보다 우선 자신을 경멸했던 것이다."
우연히 해수욕장에서 만난 선생님은 비사교적 태도였다. 그럼에도 '나'는 선생님이 무척 궁금하였다. 계속해서 선생님에게 접근하였고 선생님의 집에 왕래할 사이가 되었다.
선생님은 외로운 사람이었다. 시골집에서 지내면서 타인과 왕래를 하지 않으며 집에 재산의 여유로움이 있어 일을 하지도 않았다.
인간 전체를 믿지 않으며, 자신조차 믿지 않는다.
읽으면 읽을수록 선생님은 어떤 사람인 것일까? '나'는 선생님에게 어떤 매력을 보았기에 빠져든 것일까? 오리무중이었다. 자꾸만 자신에게 다가오려는 '나'를 받아주는 것 같으면서도 밀어내는 선생님이었다.
인간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 사랑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사람, 그러면서도 자신의 품에 들어오려는 사람을 팔 벌려 껴안아 주지 못하는 사람, 그게 선생님이었다.
'나'는 선생님을 위의 말로 표현하고 있다.
"돈을 보면 어떤 성인군자라도 금세 악인이 되는 거야"
마지막에서 선생님의 긴 장문의 유서를 통해서 그동안의 일들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선생님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작은 아버지가 선생님 집안의 재산을 맡아주었는데 배신을 당하였다.
이 일을 계기로 선생님은 그들을 미워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이 대표하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증오하는 법을 배웠다.
선생님은 평생 친구 K에 대한 죄의식에 사로잡혀 살아간다. K의 사랑을 가로채 자신의 부인으로 삼았던 것과 친구 K의 죽음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작은 아버지에게 배신을 당한 그 마음의 고통을 알면서 친구에게도 배신감의 감정을 새겨주었다.
그렇기에 배신을 당한 선생님에게 이상하게 연민이 생기지는 않았다.
뭔가 '나는 배신당했어'의 감정에 사로잡혀 친구 K에게나 부인에게나 '나'에게 비겁한 태도를 장착하여 대하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잔잔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마음이었다.
자신의 가족과 친구, 부인에게는 쉽사리 마음을 내주지 못하고 움츠려 있고 세상을 등지고 외톨이로 살아가고 있던 선생님이 처음 보는 '나'에게는 신뢰를 주려 하고 솔직하게 과거까지 이야기해 주는 것을 보았다.
역시 마음은 알 수 없는 것일까.
독자인 나는 선생님에게 이중적인 마음이 든다. 짧은 인생을 살면서 자신을 가두면서 마음의 상처를 계속 짊어지고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이 어리석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배신감이 얼마나 크길래 저렇게까지 상처를 받았을까 가늠할 수 없으니 함부로 판단할 수 없겠다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나'가 선생님의 무엇에 매력을 빠지게 된 것인지를 궁금했으나 알아차릴 수 없어 아쉽다. 자신과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선생님이기에 끌렸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