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서: 세상 끝 아파트에서 유령을 만나는 법
저 자: 정지윤
출판사: 고블
사람들은 나와 같은 공간을 걷다가도 내가 볼 수 없는 세계,
내게는 없는 세계를 오가곤 했다.
-본문 중-
증강현실, 확장현실 등 이 단어를 종종 익히 들은지 얼나마 되었을까? 이제는 전혀 어색하지 않는 말이 되었다. 들녘 출판사에서 고블린 시리즈로 출간 도서 중 한 권인 [세상 끝 아파트에서 유령을 만나는 법]은 제목과 표지에서 먼저 끌렸다. 총 140페이지, 얇은 도서에 어떤 내용이 담겨져 있을까? 우선 새로운 시리즈라 기대감을 접어두고 읽기 시작했다. 책은 막힘이 없고 또한 부족함 없이 흘러가고 있어 속도감 있게 읽을 수가 있다. 언뜻 흥미만 자극하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아니었다. 오히려, 현실과 확장현실에 대해 장단점을 생각하게 했다.
소설 속의 세상은 XR 즉, 확장 현실이 존재하고 누구나 이용을 할 수 있게 정부에서 허가를 해주었다.단, 인체에 텐서칩을 삽입해야하는 조건이 있다. 이로인해 반대파도 존재했으며 시위로 인해 결국 확장현실을 이용할 수 없는 곳 '기술보호구역'을 만들었다. 초기에는 보호구역이 여러 존재했지만 이제는 유일하게 베니스힐 아파트가 유일하다. 그리고 이곳에는 생체집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거주하게 되었으며 반대운동을 이끌었던 요한네 가족도 살고 있다. 유일한 게 남은 기술보호구역...이 아파트에서만 모든 걸 현실적으로 볼 수가 있지만, 여기를 벗어나면 XR이 작동 되면서 음악과 광고판 등 다양한 기술을 보게 된다.
원래라면 사람은 볼 수 없는 색, 맡을 수 없는 향기,
들을 수 없는 멜로디 뭐 그런 것도 조금씩 도전하는 모양인데 .
조금만 지나 봐. 텐서칩 없으면 아예 인간실격 취급당할 걸.
-본문 중-
요한은 이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데 딱히 불만은 없다. 다만 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친구 J가 술을 마시고 호수에서 자살했다는 소식은 전혀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아는 J는 절대 술도 마시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은 십대라 경찰에 말해도 도움을 청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과외 선생님이 J사건을 도와주기로 한다. 왜 친구 J는 죽었을까? 사건을 정리하면서 먼저 이 아파트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를 찾는 것과 주민들 사이로 깊숙이 침투(?)하라는 과외 선생님의 조언대로 요한은 나름 고군분투하기 시작한다. 한편, 요한을 돕는 과외 선생님은 의도적으로 요한에게 접근을 했다. 물론, J의 죽음에 대해 소홀히 하지 않고 조사를 하고 있었다.
과외 선생님에겐 텐서칩과 마찬가지로 먹기만 하면 확장 현실을 경험할 수 있는 알약을 만들었던 외삼촌이 죽었고 범인을 좁히다 보니 베니스 힐 아파트까지 오게 된 것이다. 요한에게는 미안한 마음과 외삼촌을 죽인 범인을 밝혀내려는 마음 때문에 흔들린 순간도 있었지만 자신의 선택을 되돌리 수가 없었다. 소설은 가벼운 듯 하면서 사실 그렇지 않았다. 확장 현실이 즐거움을 주는 것은 확실한데 왠지 사람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살아가는 게 사람다운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인생에 좋은 것만 있지는 않지만 말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어떤 책은 제목이 시놉시스를 대신한다. 정지윤의 『세상 끝 아파트에서 유령을 만나는 법』 이 그러하다. 유령이 등장할 거라는 기대와 세상 끝 아파트가 가리키는 것이 결코 해피엔딩은 아닐 거라 짐작한다. 세상 끝 아파트는 유일무이한 존재,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책을 읽기도 전에 제목과 표지에 끌린다는 건 나쁜 징조는 아니다.
증강현실의 삶을 살아가는 가까운 미래, 그것과 거리를 두는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아파트 ‘베니스힐’가 있다. 저마다의 선택으로 텐서칩과 확장 현실을 거부하는 이들이 모인 곳이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 사이에 뭔가 비밀이 있는 건 아닐까? 친한 친구 J의 죽음에 의문을 품은 십 대 소년 ‘요한’과 그를 돕는 과외 선생 ‘쌤’이 비밀에 다가선다.
요한의 친구는 죽기 전에 ‘베니스힐’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이라니. 과연 무엇일까? 요한은 친구가 죽은 진짜 이유를 알기 위해 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요한의 어머니에게 신뢰를 쌓은 쌤은 요한과 밖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요한에게 ‘베니스힐’를 벗어난 곳은 다른 세상이었다. 그러니까 증강현실이 가능한 삶,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직접 경험하면서 놀라고 감탄한다. 요한은 소설 밖 독자와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요한을 통해 독자는 함께 증강현실의 세계로 빠져든다. 동시에 왜 ‘베니스힐’는 증강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일까. 의문이 생긴다. 그 중심에는 요한의 부모가 있었고 그들을 지지하는 이들과 부동산 투기가 있었다.
쌤은 밖에서 요한은 ‘베니스힐’안에서 정보를 수집한다. 명문대 출신인 쌤은 요한이 ‘베니스힐’에서 도청과 해킹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과정에서 요한은 ‘베니스힐’에서 벌어지는 다툼과 인간의 욕망과 마주한다. 놀랍게도 요한의 어머니가 개입되었고 쌤도 자신의 외삼촌 죽음을 밝기기 위해 요한을 이용한 것이었다.
가상으로 그려낸 미래의 모습이지만 과연 가상으로 끝낼 수 없다. 증강현실,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 삶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소설 속 ‘베니스힐’처럼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들의 공동체 공간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모두에게 과학의 발전을 강요할 수 없으니까.
모든 연구와 과학의 발전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기술을 독점으로 사용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어쩌면 이 소설은 그런 경고를 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SF 소설의 재미를 충분히 지니면서 사회적 이슈를 건드리는 르포 형태의 현실 고발 소설이다. 짧은 스토리에 담긴 강력한 주제가 오래 남는다. 소설 속 미래가 우리가 마주하는 미래는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감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