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가 유럽의 도시 중에서도 로마라든가, 파리, 런던, 바르셀로나, 아테네, 피렌체, 베네치아, 프랑크푸르트, 프라하, 부다페스트, 암스테르담, 나폴리, 바티칸, 맨체스터, 마르세유와 같은 이른바 잘 알려진, 익숙한 도시를 소개하고 있다면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소도시』는 그보다는 좀 덜 알려진 유럽의 도시를 거닐고 있다. 사람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발길이 덜 머무는 도시들에 얽힌 이야기인데, 그렇다고 해서 역사적으로 중요하지 않았거나, 도시가 담은 이야기의 무게나 가볍거나 한 것은 아니다.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소도시』의 7개 코드는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와 같다. 돌, 물, 불, 돈, 발, 피, 꿈. 그러나 저자가 머리말 격인 <두 번째 여행을 시작하며>에서 적었듯이 큰 도시들에 비해 역사의 소용돌이가 남긴 트라우마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도시에 관한 이야기답게 7개의 코드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다. 한정지은 코드만으로 도시와 도시의 단면을 이해하는 것이 너무 편협하게 이해하는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잘 몰랐던 도시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책의 표지 안쪽에 표시한 도시의 위치를 여러 차례 들여다 보았다(『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에는 없던 것이다. 나같은 사람이 적지 않을 거라 미리 예상했을 것이다). 그리스의 아테네는 잘 알고, 위치도 대충은 알고 있지만, 카발라나 필리포이는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모를뿐더러, 심지어 매우 낯선 이름의 도시이기도 하다. 그러니 그 도시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는 더더욱 몰랐다. 이탈리아의 피에솔레니, 영국의 코번트리도 마찬가지이며, 이어서 이어지는 많은 도시들이 별 다를 바 없다. 도시는 몰랐으나 도시의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어본 것도 없지는 않으나, 도시를 몰랐으니 그 의미에 대해서 피상적으로밖에 알지 못했던 경우가 많고, 도시의 이야기조차 생소한 경우도 많다.
스페인의 코르도바, 그러나다, 산티아고, 이탈리아의 피사와 폼페이, 스위스의 제네바와 바젤, 영국의 리버풀과 케임브리지, 포르투갈의 리스본,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등은 그나마 익숙한 도시이고, 또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지 대충은 짐작이 갔지만, 그 대충의 짐작이 아주 단편적인 지식에 불과했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깨달을 수가 있다. 프랑스의 아비뇽에 로마와 대립하는 교황청이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곳의 다리에 얽힌 이야기는 처음 듣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식이다.
더불어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를 읽으며 들었던 불편함은 훨씬 덜 했다. 작은 도시에서, 자유롭게 역사의 흔적을 찾으면서 역사의 무게에 조금 벗어날 수 있었고, 그리래서 역시 도시가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가 적은 탓일까, 싶기도 하다. 여기에 소개한 대부분의 도시들을 여행하기는 웬만하면 쉽지 않다. 그래서 간접 체험이라는 책 읽기의 본 모습을 더 많이 가진 책이다.
여행지에 관한 책은 주로 여행 가기 전에 읽는 책이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이 책은 그러한 편견을 깨는 책이다. 역사 속에 녹아 들어가 있는 인간의 지향점 그리고 그 궁극적 해결에 관한 책이라고 나는 생각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결국 이 책의 내용은 인생이라는 여행 안에 찾아온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유럽의 소도시 곳곳에서 예상치 못하게 발견하게 되는 돌·물·피·돈·불·발·꿈의 이야기는 암호화 되어 장구한 시간 속에 저장되어 있다. 저자는 그 암호를 오랜 연구 가운데 축적된 지식과 영글어진 지혜로 풀어낸다. 가장 마음에 드는 코드는 3장의 피였다. 생명 어린 피의 이야기가 어떻게 한 도시를 구하는 용기로 전환되는지에 관한 기록은 정말 난생 처음 들어보는 놀랍고도 감동적인 에피소드였다. 강추에 강추!!
여행이 어려운 이 감염병 대유행이 지속될수록 또 다른 병인 여행병(?)이 더 심각해지는 요즘이다. 나는 특히 해외여행을 너무 좋아해서 2년에 1달씩은 퇴사를 하고서라도 떠나야겠다고 다짐했는데, 강제적으로 가만히 있게 되었다. 이제까지 2번의 1달 유럽여행을 다녀왔지만, 아직 여행 초보인지라 대도시나 관광도시를 위주로 다녀왔다. 너무 좋았지만, 이제는 조금 더 작은 도시, 또는 우연히 만나는 숨은 도시를 찾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이미 출판된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의 동생 느낌으로 출판된 책으로, 이번에는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소도시>이다. 그 나라의 수도가 그 나라의 얼굴을 대표하긴 하지만, 그만큼 국내·외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진짜 그 나라의 모습이 아닐 수가 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분명 나라의 발전 속도가 엄청났던 것이 사실이기에 서울의 모습이 어울리지만, 발전한 만큼 여러 가지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점점 아날로그를 그리워하고 조용한 도시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성향에 맞게 이 책은 진짜 유럽의 모습을 알기 위한 소도시를 소개한다. 기존의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와 같이 7개의 코드로 유럽의 소도시를 여행해 본다. 돌, 물, 불, 돈, 발, 피, 꿈 이렇게 7개의 코드는 특히 순우리말로 되어 있어서 더 신선하고 새로운 접근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 윤혜준은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영어권 나라의 문학, 역사, 철학을 많이 접했으며, 사상을 탐구하면서 서양의 인문학 또한 많이 연구했다. 이러한 그가 지는 20여 년간 방문했던 유럽 도시들 중에서 7개의 코드에 맞게 다양한 도시를 소개한다.
약간 예상할 수 있듯이 아무래도 유럽 본연의 모습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소도시이기에 과거 역사의 흔적을 볼 수 있는 도시가 많다. 돌이라 하면 정복자의 돌길, 물이라 하면 교통의 요지인 운하, 불이라 하면 산에서 뿜어져 나온 불로 인해 한순간에 사라진 폼페이 등 재미있는 연계로 다양한 소도시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다. 이렇게 자연물로는 환경으로 쉽게 연계가 가능할 것 같은데, 그러면 과연 돈이나 꿈같은 경우는 어떤 연계로 소도시에 방문할 수 있을까? 카지노 및 호텔이라는 거대한 사업을 통해 국가의 재정을 이어가는 작은 나라 모나코, 신대륙 발견이라는 큰 업적을 이루었지만 사실 신성한 종교적 임무이자 꿈이었기에 포기하지 않았던 탐험가 콜럼버스의 고향 제노바 등이 실려 있다.
세계사에 관심이 많아서 전쟁, 화폐, 흑역사 등 다양한 테마로 구성된 책을 많이 읽어봤지만 이렇게 7개 코드로 구성된, 게다가 쉽게 알게 되거나 방문하기가 비교적 어려운 '소도시'만을 담은 책은 처음 접해본다. 언젠간 잠잠해질 코로나 상황을 기다리며 이 책으로 유럽 소도시 여행을 떠나야 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진짜 유럽의 모습을 알고 싶다면 소도시로 발길을 옮겨라”
이 책은 영문학 교수인 저자가 20여 년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유럽 각지를 돌아다니며 연구하고 탐구한 도시들의 이야기를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라는 책에 담았는데 미처 다 담지 못한 소도시 이야기들을 한데 엮어 놓은 책이다. 저자의 마음속 깊은 미련이 만들어낸 책이자 유럽 사랑에 대한 반증이 아닐 수 없다. 알면 알수록 가보면 가볼 수록 빠져 드는게 여행의 묘미. 학자의 시선으로 보는 유럽의 모습답게 서양의 문화, 예술, 사상, 역사에 대해 심도 있게 다뤄지고 있으며 여행서라기보단 역사서에 가까운 인문학 중심의 문화기행 도서다. 7개 코드는 아름다운 순수한 우리말로 이루어진 한 음절 단어들로 돌·물·피·돈·불·발·꿈이다. 총 50개의 도시를 폭넓게 다루고 있지만 이탈리아에 좀 더 집중되어 있다. 유럽 도시의 역사는 대부분 로마에서부터 비롯되었고 그 뿌리가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 유럽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돌
세계 최고의 석조 모스크를 건설하라는 아브드 알라흐만 1세의 명령으로 온 세상에서모양, 색깔, 크기가 다 다른 돌기둥을 가져와 알록달록 말발굽 모양의 반원형 아치기둥을 세웠고 그것이 코르도바 모스크의 독특한 풍경으로 남았다.
물
물 많은 도시, 운하 교통의 허브 네덜란드의 레이던에는 물방앗간을 운영하며 렘브란트를 먹여 살리고 교육시킨 곳이기도 하다.
불
프랑스 샤르트르 대성당은 여러 차례의 화재로 여섯 번이나 건물을 올려 만든 대성당으로 수백 년 변치 않는 채색 유리 제조 비법은 현대 과학으로도 설명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과 독일군 간의 전투 중 샤르트르 시민들은 스테인드글라스를 미리 제거해서 시골에 분산 보관해 놨다 전쟁이 끝난 후 이 유리들을 제자리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이 건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랑과 헌신이 얼마나 큰 것인지 보여주는 하나의 예로 유명하다. 불길에 휩싸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그에 그치지 않고 더욱 견고하고 단단하게 건물을 올려내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대성당으로 자리매김 하는데에는 가치 있는 것을 지킬 줄 알았던 사람들의 노고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돈
고대 코린토스는 육상 및 해상 교통의 요충지라는 이점을 활용해 막대한 부를 축전했다. 그 배경에는 아프로디테 여신과 깊은 관계가 있는데 아프로디테 신전에서 여사제들은 신도들과 성관계를 맺고 이로써 값을 치루는 방식으로 코린토스에 온 사내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했다는 증언과 기록이 많다고 한다. 미와 사랑의 여신으로 알려진 아프로디테가 섹스의 여신으로 극진히 섬겨졌다는 이야기는 충격적이긴하다.
발
집은 쉬는 곳 뿐만 아니라 걷고 산책하는 공간이여 한다고 생각한 건축가 안드레아 팔라디오. ‘동선’을 염두에 두고 건물을 설계한 선구자이기도 한데 틀에 박힌 생각에서 벗어난 창의적이고 기발한 발상으로 집에 대한 상식을 깬 사람이다. 공공건물 중에서는 비첸차 시청으로 사용되었던 ‘바실리카 팔라디나’가 대표적이다. 그에게서 영감을 받아 프란체스코 무토니도 ‘포르티치 디 몬테베리고’를 설계했다고 한다.
유럽 도시를 주제로 한 책들은 시중에도 다양하게 많이 나와 있지만 이 책만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마치 짧은 소설을 읽는 듯 한 독특한 서술 방식에 있다고 생각한다. 두 권의 장편 소설을 출간한 경험이 있는 작가라 그런 듯도 싶다. 영문학 교수답게『올리버 트위스트』,『댈러웨이 부인』,『단테』등 문학작품을 통해 이야기를 구성하는 부분 또한 인상 깊다. 문학작품 외에도 음악, 종교, 미술 등 문화적 요소를 담고 있다. 도시마다 각각 2~3장으로 이루어진 짧은 내용과 이해를 돕는 그림과 사진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고 코드마다 다른 내용을 담고 있어 마치 서로 다른 빛깔의 유리가 모여 하나의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를 이루듯 조화롭다. 대도시들의 화려함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보석 같은 소도시들의 매력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뜻 깊은 시간이고 코로나로 인해 여행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책을 통해서라도 유럽앓이를 해소 할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더욱더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들기도 했다. 지금 당장은 힘들더라도 언젠가 여행을 가게 된다면 유럽 소도시로 색다른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