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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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유럽

당신들이 아는 유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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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인문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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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오래된 유럽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s***h | 2021.11.28 리뷰제목
오래된 유럽   역사에 관심이 있어, 역사공부를 제법 했다. 해서 동양, 서양 역사에 대하여 제법 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그건 옛날 이야기였다. 읽은 것, 서양 쪽 역사 특히 유럽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이 책 제목처럼 『오래된 유럽』이었다.   ‘오래된 유럽’에 대하여 알고 있었으니, 머리에 담겨 있던 지식들을 이 책의 것들로 모두 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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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유럽

 

역사에 관심이 있어, 역사공부를 제법 했다.

해서 동양, 서양 역사에 대하여 제법 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그건 옛날 이야기였다.

읽은 것, 서양 쪽 역사 특히 유럽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이 책 제목처럼 오래된 유럽이었다.

 

오래된 유럽에 대하여 알고 있었으니, 머리에 담겨 있던 지식들을 이 책의 것들로 모두 갈아 끼워야했다. 업데이트 

저자는 한국에서 태어났으나, 현재 스페인 남편과 함께 스위스에서 살고 있다. 해서 스위스와 스페인를 비롯한 유럽에 대하여 따끈따끈한 현재 소식을 들려줄 수 있는 것이다.

 

먼저 이런 것 한번 들어보자.

외국인들은 우리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매스컴에서야 K - 문화니 BTS니 읊어대지만, 실제 밑바닥에서는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유럽 사람들에게, 아시아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그쪽 교육과정에서는 아시아에 대하여는 유럽과 접점이 있는 부분 정도 배우는데, 알렉산더 대왕과 징기스칸의 정복 루트, 아시아까지 이어진 마르코 폴로의 탐험로, 남부 스페인을 점령했던 무슬림 세력, 아편 전쟁, 2차 세계 대전에서 일본의 역할들이 그것이다. (8쪽) 

그러니 우리나라에 대하여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그런 교육 과정 이외의 부분에 대한 아시아의 정보는 어떻게 듣게 되는가 

 

전통적인 루트는 일본 애니메이션, 중국 무술 영화, 유럽 전역에 널린 저가 중국 식당, 일본과 한국의 전자 제품, 중동의 전쟁이나 북한의 독재자를 다룬 국제 뉴스다. (8) 

그래도 요즘은 전보다 나아졌단다. K 드라마와 K 팝 덕분에.

 

그 정도로 알고 있는 우리나라, 해서 이런 경험 있을 것이다.

유럽 여행을 할 때, 국적을 물어 Korea 라고 답하면 꼭 돌아오는 질문이 있다.

south or north?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이 4개의 챕터에, 21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1부 코로나19, 상식을 뒤엎다

2부 유럽의 민낯

3부 논쟁으로 보는 유럽 사회

4부 코로나 시대와 다문화

 

첫째, 코로나 19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데 유럽 상황은 어떨까? 여기 그 실상이 잘 소개되고 있다.

 

코로나 발생당시 스위스에서는 마스크를 구할 수 없었다 한다. 

중국에서 바이러스 전파 소식이 들려온지 두어 달이 지나도록 유럽이 사실상 바이러스에 전혀 대비하지 않았다. (13)

그런데 다행으로 저자는 재외동포의 자격으로 한인회에서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었다 한다.

그때 저자의 남편왈,

1세계에서 보급품이 도착했네, 한국인이라서 좋겠다.”

전세계가 바이러스 앞에서 정신 못차리고 있는데 바다 건너 자국 교민에게까지 마스크를 보내는 한국정부에 대한 부러움이었다. (4)

 

그런 사항을 시작으로 스위스, 스페인등 유럽 각국이 어떻게 코로나에 대처하고 있는지를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단편적인 사건 위주가 아니라, 유럽의 보건체제, 의료보험 체계,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영향까지 다각도로 심층적인  분석을 해서 실상을 알려주고 있다. 

 

둘째, 우리가 민주주의 모범으로 알고 있는 스위스, 과연 그럴까 

 

직접민주주의는 이상적인 단어지만, 그에 속한 구성원에 따라 많은 것이 좌우된다. ‘국민이 직접 결정한다는 것과 포퓰리즘은 어쩌면 종이 한 장 차이일 수도 있다. 국민투표라는 제도는 다수결소수 의견 존중이라는 민주주의의 두 원칙 중 어느 것에 더 무게가 실려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국민투표와 선거가 언제나 인간의 느낌에 관한 것이지 이성적 판단에 관한 것이 아니라며, 국민투표를 감정의 인형극에 비유했다. (98)

 

92쪽에서 저자는 투표 내용 및 결과를 포함한 투표 현황을 보여주고 있는데, 스위스에 직접민주의가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참고로 여성에 투표권을 부여하자는 안건은 1959년에는 부결되었으나, 1971년에 통과되었다.

이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언제 여성에게 투표권이 주어졌을까?

 

셋째, 영어 문법이 변하고 있다.

 

이런 글 읽어보면서 문법상 틀린 곳이 있는지 찾아보자.

 

We regret to inform you that a staff member who was active in kindergarten. A last week has been tested positive for the Corona virus yesterday evening. They are doing ok, given the circumstance, but are waiting for the more details on their Quarantine expectations.

 

이런 문장을 접한 우리 학생들은 읽자마자 금방 틀린 곳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앞에는 분명 a staff member 라고 되어 있는데, 뒤에 그 사람을 지칭하는 대명사는 Theytheir 로 되어 있으니, 당연히 문법상 오류인 것이다.

 

그런데 이 글이 문법상 틀린 게 없다는 게 유럽의 새로운 트렌드다.

위의 글은 저자의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교사 한명이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는 가정통신문이다. 그런데 왜 문법적으로 그릇된 영어를 사용했을까 

 

그건 확진자의 성별을 감추기 위해서다.

내용상 확진자는 한 명인데, 그 확진자의 성별을 표시하지 않기 위해 heshe를 사용하지 않고

they로 표시한 것이다.

그렇게 3인칭 단수 대명사로 they 를 쓰는 것이 최근 몇 년 사이 영어에 새로 생겨난 용법이다. (201)

 

IT 기업에 근무하는 저자의 지인에 의하면 미국에서도 지원자를 지칭할 때 he she 대신 they를 쓰도록 하는 사내 지침이 이미 오래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202)

 

넷째, 스페인의 역사, 최신판이다. (235쪽 이하)

 

간단하게 연도별 사항만 정리해 본다.

 

1936717일 프랑코 장군의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스페인 내전이 시작된다.

공화파를 돕기 위해 전세계 50여개국에서 4만여명이 모여 국제 여단을 꾸려 참전한다.

이때 헤밍웨이와 조지 오웰도 참여한다.

파블로 피카소가 게르니카 폭격을 항의하는 그림 게르니카를 그린 것도 이때다.

 

193941, 반란군이 수도 마드리드를 탈환하면서 내전이 끝나고 프랑코 정부의 독재가 시작된다.

197511월 프랑코가 사망하면서 독재가 끝난다.

카를로스 1세가 즉위하여, 나라는 독재체제에서 군주제로 복귀한다.

 

1977년 망각협정을 맺고 사면법을 통과시킨다.

이 법의 내용은 19761215일까지 저질렀던 모든 정치적 행위는 모두 사면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2007역사 기억법이 통과되어 프랑코 체제 희생자들의 상황을 조사하기 위한 범정부위원회가 구성된다.

 

그간 궁금했었다. 이런 것들

 

외국 사람들에게 구구단?

 

미국이나 유럽에 사는 한국인들이 그 나라 교육에 대해 쓴 걸 보면, 대개 한국이 주입식·암기식 교육인 데 비해 선진국은 구구단 하나도 몇 년 동안 가르치면서 원리를 완벽히 이해시킨다는 설명이 흔히 등장한다. (116)

 

이런 말 흔히 들어왔다. 우리 교육은 주입식이고 암기 위주의 교육을 시킨다면서 우려하는 목소리에 구구단은 단골로 들어 있는 소재였다. 이에 대한 저자의 견해 들어보자.

 

그런데 구구단 원리를 이해하는 데 정말 몇 년씩 걸리는 게 사실이라면 어딘가 잘못된 게 아닌가. 9살짜리가 더하기와 곱하기의 관계를 이해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막상 내 아이가 3학년에 올라가면서 곱하기를 배우는 걸 보니, 선진국식의 대단한 원리교육이란 건 없었다. ‘무식한 반복으로 구구단을 암기하는 건 스위스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엔 구구단 노래가 있고 여긴 없다는 것뿐이다. (116)

우리 교육 무턱대고 폄하하는 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 없다는 것이다. 

 

외국에서 보는 우리 코로나 방역은 

 

한국에서는 백신 접종을 먼저 시작한 미국과 유럽이 위드 코로나(즉 지금까지의 제한 조치를 일부 완화하고 위중증 환자 관리에 집중하는 새로운 방역 체계)’로 전환했다고, 그래서 일상을 회복했다고 부러워들 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유럽에선 오히려 한국이 팬데믹 기간에도 일상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서 방역에 성공했다고 평가한다는 점이다. 국경 통제와 통행금지부터 코비드 증명서 검사까지, 한국에는 없고 유럽에는 있()던 정책이다. 프라이버시와 개인의 자유를 생명처럼 여기는 유럽인들에게 이번 팬데믹은 스스로 굳건히 쌓아 올렸다고 생각한 가치가 무너지는 체험의 연속이었다. (338)

 

외국에서는 우리를 높게 평가하는데, 우리는 자신들을 평가하는데 왜 그리 인색할까? 

특히 언론들 말이다.

언론들의 평가 기준이 대체 얼마나 높기에 우리 자신을 깎아 내리기만 하는 것일까?

 

우리 언론의 실상, 한 가지

 

스위스에서 기본소득 법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졌는데, 스위스에 거주하는 모든 성인에게 매달 2,500 스위스프랑(314만원)을 지급하자는 안이었다.

그런데 이런 소식을 한국에서도 보도하긴 했는데, 어떻게 보도했을까 

 

당시 한국에서는 2,500 스위스프랑이라는 금액이 비현실적이라는 보도가 많이 있었으나, 사실이 기준에 대하여는 큰 이견이 없었다. (166)

 

문장 뒤의 사실상 이 기준에 대하여는 큰 이견이 없었다는 말은 현지 상황을 말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현지에는 큰 이견이 없었을까 

스위스는 전 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월 소득 기준으로 4인 가구는 4,000 스위스프랑(503만원) 이하일 때, 성인 1인 가구는 약 2,300 스위스 프랑(289만원)이하일 때 사실상 빈곤층에 해당한다.

 

그런데 우리 언론에서는 단순비교를 해서 우리 돈으로 314만원이니 비현실적이라고 보도를 한 것이다. 현지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책상에서 계산기만 두드린 것이다. 이게 바로 자의로 해석해서 보도하는 언론의 폐해가 아닐까.

 

다시, 이 책은 

 

코로나19 이후 세계 역사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위드코로나로 해서 무언가 소망의 빛이 보이는가 싶었는데, 그것조차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여의치 않다니, 인간의 한계를 더 드러내고야 끝낼 것만 같아 안타깝다.

 

이렇게 우리가 알고 있던 유럽의 모습 변하고 있는데, 이 책은 그 실상을 제대로 알려주고 있으니, 이 책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또한 이 책은 예전과 완전히 달라진 유럽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의 모습도 같이 보여주고 있으니, 독자들을 지피지기(知彼知己)의 경지에 이르게 해준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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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기자 출신 이주민의 유럽 읽기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b*****3 | 2021.12.24 리뷰제목
어쩌다 보니 부자가 모두 십 년 넘게 다른 나라의 선의에 기대어 살고 있다. 나는 사우디 현지법인에서, 아들은 독일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일한다. 남의 땅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것은 참 고단한 일이다. 나는 이방인이기는 하지만 워낙 외국인이 많은 나라인데다가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은 편이어서 다소 불편하기는 했어도 차별받는 느낌이 든 적은 없다. 아들은 선진국에서 영주권자로
리뷰제목

어쩌다 보니 부자가 모두 십 년 넘게 다른 나라의 선의에 기대어 살고 있다. 나는 사우디 현지법인에서, 아들은 독일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일한다. 남의 땅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것은 참 고단한 일이다. 나는 이방인이기는 하지만 워낙 외국인이 많은 나라인데다가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은 편이어서 다소 불편하기는 했어도 차별받는 느낌이 든 적은 없다. 아들은 선진국에서 영주권자로 살아가고 있으니 차별을 경험했을 만도 한데, 그들이 고급문화로 여기는 오페라에 종사하고 있어서 그런지 크게 차별을 느끼지 않고 산다. 물론 사소한, 때로는 은연중에 차별을 의식하기는 한다.

 

저자는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취리히에서 스페인 남편과 두 아이를 키우며 산다. 현재 취리히 대학에서 인터넷 플랫폼과 그것을 둘러싼 사회 변화에 대해 공부 중이다. 그가 페이스북에 올리는 유럽 이야기를 읽으며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고단함에 공감한 일도 많고 사회현상에 깔려있는 문화적 배경을 읽어내는 통찰력에 감탄한 일도 한두 번이 아니다. 말하자면 그의 글은 단순히 이방인의 눈에 비친 유럽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 전체에 대한 고찰인 셈이다. 그의 일상이 글에 녹아있으니 어떤 사람인 줄은 알았는데 그가 기자 출신인 것은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글을 읽으면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고, 저자 소개를 찾아보니 기자로 일했었고, 그러면 그렇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차별

 

이방인이라는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그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자연히 차별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유럽인들의 차별은 편견에서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사소한 편견이 더 큰 편견으로, 그리고 차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들에게는 동양을 비합리적이고 비과학적인 곳, 전제군주가 지배하는 억압적인 곳, 음침하면서도 신비로운 곳으로 바라보는 전형적인 시선이 있는데, 이는 자신을 합리적이고 자유로운 곳으로 정의해 그렇지 못한 동양을 해방시킨다는 명분으로 식민주의를 합리화하려 든다는 것이다. 편견 역시 자신을 우월한 존재로 여기는 것에서 출발한 것일 테니 결국 그 말이 그 말인 셈이다.

 

저자는 스위스에서 바이러스 소리 들을까봐 기차 타길 망설이는 한국인인 자기 처지가 서울 홍대에서 같은 이유로 모욕당했다는 중국인의 처지와 겹쳐졌다며, 우한 교민을 들여보내지 않겠다고 아산에서 길을 막아선 이들은 이방인으로 사는 한국인들이 유럽에서 어떤 일을 겪고 있을지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세대는 대체로 가부장제도의 관습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나 역시 그렇다. 그러니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발언에 대해 하나하나 잣대를 들이대는 듯한 political correctness에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그 기준에 어긋나지 않으려고 애쓴다. 아마 최근에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시선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것은 십 년 넘게 그런 관습을 가진 사회에서 몇 발짝 떨어져 산 것이, 또한 남의 땅에서 이방인으로 산 경험이 작용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비록 크게 차별을 당한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가 되었을 때 느끼는 차별은 전혀 다른 문제였던 것이다.

 

작은 변화이기는 하지만 나도 몇 년 전부터 의도적으로 호칭에 여성을 표시하지 않고 있다. 3인칭 대명사는 남녀를 막론하고 ‘그’라고 표시하고 더 이상 ‘그녀’니 ‘여류작가’니 하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저자는 차별을 막기 위한 ‘3인칭 단수 대명사 they 쓰기 운동’이 넓게 확산되면서 영어 문법조차 바뀌고 있다고 소개한다. 이렇게 차별을 줄이고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하자는 언어를 ‘포용적 언어’, ‘공정한 언어’, ‘비차별적인 언어’, ‘정치적으로 올바른 언어’라고 부른다고 소개한다. 저자 말대로 ‘성 중립 언어’를 사용하는 사회라고 해서 다른 노력 없이 저절로 성 평등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생각은 말을 바꾸고 말은 행동을 바꾸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런 사회가 성 평등에 한 발짝 가까운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유럽이나 미국을 뭉뚱그려 ‘서구 사회’라고 부른다. 하나로 부르는 만큼 사고방식도 하나로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얼굴을 검게 칠해 흑인을 풍자하는 black facing에 대한 인식이 미국과 유럽이 꽤 차이가 난다고 말한다. 우선 미국 흑인과 유럽 흑인은 가진 목소리의 크기가 다르며, 미국은 인종차별이 백인 대 흑인의 구도로 이루어졌지만 유럽은 유럽 기독교인 대 아랍 무슬림, 부유한 북ㆍ서유럽 대 덜 부유한 동ㆍ남유럽, 유럽 대 아시아 등 여러 지역ㆍ종교ㆍ언어가 얽히고설켜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구글이 다문화를 강조하는 것은 윤리적 도덕적 일이기 이전에 그것이 수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는 지인의 이야기를 전한다. “검색시장을 생각해보세요. 백인 남성만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게 아닙니다. 전 세계에서 다양한 인종, 성별, 나이대의 사람들이 구글 검색을 통해 쇼핑하고 정보를 찾지요. 그들의 기대를 고루 만족시키지 못하면 우리가 살아남을 수 없어요.” 말하자면 다문화는 단지 의무인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만한 유인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다문화를 보호해 궁극적으로 차별을 해소하는 방법을 이끌어 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자유와 민주주의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감춰져있던 각 사회의 단면이 드러나고, 그러면서 그동안 가져왔던 각 사회에 대한 이미지가 뒤집어지는 것을 적지 않게 경험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의료 선진국이라는 곳에서 오히려 마스크와 백신에 대한 반대 운동이 거세다는 점이다. 그들은 정해진 시간에 발코니에 나와 의료진에게 박수를 보내고 촛불을 켜고 콘서트를 열면서 연대(solidarity)를 말했지만 정부 조치를 위반하는 모임을 열었다.

 

저자는 ‘마스크 안 쓸 자유’, ‘봉쇄에 반대하는 시민연대’, ‘백신 맞지 않을 자유’ 같은 구호 앞에서 그간 알아온 자유와 연대의 개념이 흔들렸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국민투표로 상징되는 스위스의 직접민주주의를 조금만 뜯어보면 이기주의로 점철되어 있다. ‘성숙한 개인주의’와 ‘나만 아는 이기주의’는 종이 한 장 차이다. 국민이 직접 결정한다는 것과 포퓰리즘은 어쩌면 종이 한 장 차이일 수도 있다.”고 그의 시선으로 본 민주주의의 실체를 피력한다.

 

저자는 이 역시 우월감을 바탕으로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는데 익숙한 유럽이 중국에서 시작된 바이러스를 ‘그들만의 문제’로 규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팬데믹 후기로 갈수록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자유가 대립할 때 어느 선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점점 더 많은 이야기가 등장한 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상황에 개인의 자유에 대한 첨예한 논쟁이 이루어진 것 자체가 유럽의 한계이자 동시에 오랜 민주주의 역사에서 나오는 저력으로 평가한다.

 

교육

 

저자는 스위스에서 아이 둘을 키우면서 유럽 교육에 대한 환상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경쟁이 적고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이라는 오해는 둘째 치고 스위스 교육의 궁극적 목적이 ‘자유롭고 책임감 있는 성숙한 시민’을 키우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국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데 필요한 일 잘하는 시민’을 만들기 위한 것인지 의문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에 사는 내 큰손녀는 지금 초등학교 4학년인데 내년 짐나지움 진학을 앞두고 벌써부터 지원할 학교를 돌아보고 있다. 대학에 진학하려면 짐나지움에 가야하고 그렇지 않으면 직업학교를 선택해야 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진로가 결정되는 것이다. 독일은 블루칼라가 대접받는 나라이고 그래서 나라 전체가 짜임새 있다고 부러워했다. 현재 독일의 교육제도가 나라 전체를 짜임새 있게 만드는 중요한 기틀이 되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5학년에 진학할 아이들에게 바꾸기 어려운 진로 선택을 요구하는 건 지나치다. 그러니 같은 문화권인 스위스의 교육 목표가 ‘국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데 필요한 일 잘하는 시민’을 만들기 위한 것인지 저자가 의심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세상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변한다. 독일의 산업이 그렇게 튼튼하고 경제 사정도 여느 유럽국가보다도 월등하게 좋다. 하지만 영주권자로 사는 내 아들 가족의 눈에 비친 독일은 완고하고 변화에 쉽게 수긍하지 못하는 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교육의 목적은 산업 강국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효율적인 일꾼을 기르는 것인지 성숙한 시민을 키우는 것인지 묻는 저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너무나 분명해 보인다. 지금의 ‘효율적인 일꾼을 기르는 교육’에서 급변하는 미래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성숙한 시민을 키우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겠는가.

 

과거사

 

우리는 멀게는 일제 강점기 가깝게는 이전 정권에서 저질러진 과거사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끊임없이 소란스럽다. 그런 관점에서 내전과 오랜 독재가 끝난 뒤 (저자의 시댁인) 스페인 사람들이 택한 과거사 정리 방법과 유대인 핍박 이후 제정된 반 나치 법안이 크게 대조를 이룬다는 저자의 설명이 눈길을 끈다.

 

“스페인에서는 독재자 프랑코 사후 첫 선거를 통해 구성된 의회가 이른바 망각협정을 맺고 그동안 저질러진 정치적 의도를 가진 모든 행위를 사면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한마디로 말해 가해자의 죄를 묻지 않는 법, 피해자의 망각을 강요하는 법이다. 독일은 유럽 국가 중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가 가장 강한 축에 속한다. 독일의 반 나치 법안은 독일 헌법에 어긋나는 단체(나치)의 상징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자성의지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저자는 과거사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진상규명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진상규명을 해야 처벌을 하든지 용서하고 화해를 도모하든지 할 것이 아니냐는 말이다. 여기에는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저자의 말대로 “우리가 딛고 선 얼음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건 단죄인가 아니면 용서인가. 용서할 권리를 행사하는 건 정치인들인가 아니면 피해자들인가” 하는 것이다.

 

기자

 

조카 하나가 중앙일간지 기자로 일하고 있다. 대학 다닐 때부터 글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처음에는 문체만 흉내 내는 것 같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깊어지고 예리해졌다. 기자가 되었다는 소식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저자가 유럽에 살면서 유럽 이야기를 쓴 책이라고 했다. 나 역시 저자만큼 이방 땅에서 살았고 그 땅에 대한 이런저런 글을 적지 않게 썼다. 그냥 흘려보내기 아까우니 책으로 내라는 사람도 몇몇 있었다. 요즘 서울에 머물면서 서점에 들를 때마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신간들을 보면서 나 하나만이라도 거기에 보태는 일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기자 출신의 저자가 쓴 이 책을 보면서 마음 한 구석에 감춰진 그림자마저 모두 지웠다. 책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다.

 

유럽의 사회현상과 그 저변에 깔려있는 유럽인의 우월감, 거기서 출발한 편견과 모양을 달리한 혐오까지. 저자는 폭넓은 주제를 쉬운 말로, 그러나 깊이 있게 훑고 있다. 책을 단숨에 읽은 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일독을 권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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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오래된 유럽, 만들어진 유럽의 이미지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m****h | 2021.12.03 리뷰제목
오래된 유럽   지은이는 대학에서 국문학과 중문학을 공부하고 중앙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 스페인인 남편, 아이들과 함께 스위스 취리히에서 오순도순 살고 있다. 스위스에 살면서도 부지런히 여기저기 기고도 하고 대학에서 공부도 하는 중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지은이가 자유기고가로서 <시사인>에 기고한 글들이 많이 실려있다.   이 책 <오래된 유럽>의 첫 들머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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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유럽

 

지은이는 대학에서 국문학과 중문학을 공부하고 중앙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 스페인인 남편, 아이들과 함께 스위스 취리히에서 오순도순 살고 있다. 스위스에 살면서도 부지런히 여기저기 기고도 하고 대학에서 공부도 하는 중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지은이가 자유기고가로서 <시사인>에 기고한 글들이 많이 실려있다.

 

이 책 <오래된 유럽>의 첫 들머리에 들어서자마자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펼쳐지는 유럽, 그리고 인종차별 등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자 일순 당황했다. 책 제목은 오래된 유럽이라 유럽의 깊은 이야기가 펼쳐질 줄 기대했었는데, 그러다가 유럽 교육 편으로 넘어가서는 꽤 귀담아 둘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한다. 내친김에 한 두 마디 보태련다. 당신이 아는 유럽은 없다는 부제, 대단히 선정적이다. 누가 유럽을 어떻게 규정하고 이미지를 만들었단 말인가.

 

 

지은이 자신도 유럽인들의 오리엔탈리즘(에드워드 사이드, 박홍규 역, 교보문고 2015, (1978년 판) 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듯, 또 다른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지 않으냐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담긴 내용, 전형적인 유럽의 이미지는 여러분의 허상이라는 메시지다. 유럽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그 지역 정서 바탕을 이루는 종교의 영향과 문화, 과학, 기술, 한때 세상의 중심 무대였기에 잘 발달한 법, 사회제도, 인권보장, 소수자의 보호 등은 당신 생각과는 달리 사정이 복잡하다. 두 세대 전의 유럽, 한 세대 전 유럽이 다르듯, 예전의 유럽은 멈춰있는 게 아니라 조금씩 앞으로 갔다 뒤로 왔다하면서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듯하다.

 

이 책은 4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코로나19, 상식을 뒤엎다에서는 뿌리 깊은 흑백차별의 역사와 백신 논쟁 그리고 코로나 방역에 반기를 드는 시민들의 모습을 담았다. 2부에서는 유럽의 민낯, 스위스 국민투표 들여다보기, 유럽의 교육시스템, 스위스 조력 자살제도, 값비싼 보편적 보장으로, 3부에서는 논쟁으로 보는 유럽 사회는 별책으로 떼어 낼 만큼 풍부한 논쟁거리를 담고 있다. 유럽의 불평등, 기본소득, 표현의 자유와 그 한계, 정치적 올바름은 정치적?, 공정한 언어, 프라이버시권의 한계 등 첨예한 의견대립 혹은 자세한 여러 분석과 이론의 대립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자못 흥미로운 대목이다. 그리고 4부 코로나 시대와 다문화. 솅겐 조약, 오리엔탈리즘, 축구와 다문화, 이방인은 잠재적 범죄다. 유럽의 무슬림까지 아무튼 너무 배부를 정도다.

 

지은이는 유럽 시민사회를 전방위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글의 성격이 시론(時論)이라서 시의성과 시사성을 담고 있다. 유럽교육제도는 잘 봐야해 잘못보면 강남 귤이 강북가면 탱자가 되듯, 낭패를 볼 것이야... 스위스 조력 자살제도는 존엄사? 좋은 죽음인가 나쁜죽음인가에 관한 논쟁들, 오리엔탈리즘 등 체제 바탕을 이루는 교육과 의료 그리고 사고방식 등을 살펴보고 있다. 공정한 언어란 성을 특정하는 단어 대신에 복수형을 쓰지는 말이다. 이에 대해서도 논쟁 중이다. 아무튼 사소한 것 하나라도 논쟁을 통해서 정리돼가는 과정은 유럽의 힘이 아닐까 싶다. 최진석<나 홀로 읽는 도덕경>은 철학이란 동양의 것이 아니라 서양의 것이고, 철학을 한다를 끌어온다면 공자, 노자 등이 바로 철학자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사상과 철학에 대한 구분을 비롯하여 우리의 과학, 역사 구분 등이 알게 모르게 서양의 척도로 동양을 재는 부분이 없지 않음을 꼬집고 있다.

 

눈에 띄는 대목은 공평, 공정한 교육, 이른바 참교육의 현장으로 자주 소개되는 핀란드 등은 우선 제쳐두고 지은이가 말하는 걸 들어보자.

" 많은 한국인이 '유럽식 교육'을 이상적으로 본다. 경쟁이 없어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원하면 누구나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직장에서 학력 때문에 차별받는 일도 없다고 생각한다." (101쪽)

유럽식 교육에 관한 우리의 착시현상

 

 

지은이는 이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김나지움 입시 대비 학원, 개인 교섭이 성황일까. 왜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을 졸업하면 스위스 상위 5퍼센트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들 할까, 이어서 "나는 스위스 교육의 궁극적 목적이 자유롭고 책임감 있는 성숙한 시민을 키우는 것인지, 국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일 잘하는 시민을 만들기 위한 것인지 의문을 품고 있다." 이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이지 않을까? 성숙한 시민(주체적인 자기 운명의 결정자로서), 일 잘하는 시민(여기서 시민은 대상화된 만들어진 인간을 말하는 듯하다). 직업계고에 대해서도 말한다. 1주일에 한 번 학교에 가고 나머지는 공장 등에서 일을 배운다. 이것이 박근혜 정부가 벤치마킹했던 도제학교 방식이다(이 대목도 중요하다. 따로 떼어내어 다루어야 할 정도로 논쟁거리가 많다). 올해도 어김없이 특성화고(직업계고)현장실습생이 스러졌다. 안전무감증, 학생인지, 노동자인지, 현장실습제도 이대로 좋은가?라는 의문이 든다.

 

 

이 책을 읽는 방식을 고민해보자

 

 

이 책은 현대 유럽 사회의 첨예한 쟁점을 건드리고 있다. 주제 하나하나가 책 한 권 분량이 될 만큼 말도 많고 이론과 이론(異論)이 난무한다. 지은이의 글이 눈에 익숙하다. 아마도 시사인에 기고한 글들이 이 책에 많이 실려서 일 것이다.

 

정태적, 박제돼 규격화된 유럽은 어디에도 없다. 끊임없이 흘러가는 물처럼 바위를 만나면 돌아가고, 좁아지면 거품을 일으키며 콸콸…. 문화를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충분히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이 책은 교양서로서, 유럽을 보는 우리의 눈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우리는 충분히 세계적인 이야깃거리가 될 만큼의 수준으로 수렴돼가는 중이라는 점도 기억해달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물론, K 한류, K팝이 전부인 양 전달 돼서는 안 된다는 말도 잊지 않고 있다.

 

지은이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면 <시사인>에 김진경, 자유기고가의 글을 찾아봐도 좋을 것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오래된유럽 #김진경 #당신들이아는유럽은없다 #박제된유럽 

 

 

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4 댓글 0
종이책 오래된 유럽 평점10점 | q*********3 | 2021.12.01 리뷰제목
저자의 이력을 보고 있으면, 국문학,중문학 전공에 기자 출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문학 전공에 기자 출신이라 글의 내용이 깔끔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스위스에서 거주하고 있다. 여러 매체에 유럽의 정치, 사회, 경제에 관한 글을 기고해왔던 경험이 있어서 인지, 전반적으로 유럽의 역사에 대해 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주장을 관철하는데, 적당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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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력을 보고 있으면, 국문학,중문학 전공에 기자 출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문학 전공에 기자 출신이라 글의 내용이 깔끔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스위스에서 거주하고 있다. 여러 매체에 유럽의 정치, 사회, 경제에 관한 글을 기고해왔던 경험이 있어서 인지, 전반적으로 유럽의 역사에 대해 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주장을 관철하는데, 적당한 사례를 들어 설명했고, 설명이 진부하지 않아서 좋다.


군더더기의 부연 설명도 없어서 이해가 쉬웠고, 책을 한장씩 넘기면서, 다음 내용이 어떤 주제를 담고 있을 지 기대하면서 보게 된 몇 안되는 책 중에 하나였다. (유럽 이야기가 이렇게 재밌을 수 있다니!)


특히, 민주주의에 제일 앞서갔다고 자부하는 스위스에서 민주주의보다 '나만 아는 이기주의의'가 팽배한 부분의 사례를 설명한 부분도 눈에 띈다.(P.10 참조)

 

------------P.10~12--------------------------------------

스위스에서 여성이 출산하면 14주의 유급 출산휴가가 주어진다. 놀라운 건 이것이 2005년에야 비로소 법적으로 보장됐다는 점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스위스는 직접민주주의의 대명사로 인식되는 국가다.  의회에서 입법이 되어도 누군가 나서서 이에 반대하는 서명을 모으면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전 국민의 의견을 물을수 있다. 여성의 출산 휴가 관련법은 1945년 이후 4번에 걸쳐 국민 투표에 부쳐졌다가 모두 부결됐고, 2005년에야 통과됐다.  남성에게 2주의 유급 출산휴가를 주는 법안은 2021년 9월에야 겨우 통과됐다. 출산 휴가가 스위스에서 이렇게 난항을 겪은 이유는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복지제도라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국민투표로 상징되는 스위스의 직접 민주주의를 조금만 뜯어보면 이런 이기주의로 점철돼 있다.  성숙한 개인주의와 나만 아는 이기주의는 종이 한장 차이다. 또 다른 예. 스위스의 기차역과 트램(전차)역에는 승강장 바닥이나 안내 스크린에 저상칸이 어디인지 표시가 없다.

 

 

기차와 트램린에 대개 저상칸과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칸이 섞여 있는데, 역과 기차의 종류에 따라 차량의 길이나 진행 방향이  제각각이어서 승강장의 어느 지역에서 저상칸이 멈출지 알수가 없다. 한국의 지하철 승강장에는 휠체어 칸 입구에 표시가 돼 있고, 지하철 앱을 설치하면 내릴때 환승 통로로 바로 연결되는 칸까지 알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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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에서도 다룬 내용이지만, 유럽인들이 마스크를 쓰는 것이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례와 함께, 백신 찬성론자와 반대론자의 입장을 실어 과거 천연두 바이러스 실험 결과를 넣는다. 이런 백신 갈등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백신 무용론이 대두된 이유와 배경을 설명한 부분이다. 한 쪽짜리 글 안에 사례와 설명, 주장이 담겨 있어 한때 백신에 대한 공포가 있던 내게도 공포감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저자의 스위스 거주 당시의 시대 상황과 경험담도 적절히 담겨있어, 주장을 이해하는데 더욱더 재미 있었고 도움도 되었다. 지도 상 스페인과 스위스가 인접된 국가여서 인지, 스페인의 정치, 경제 사례도 볼 수 있고, 스위스에서 거주하기 때문에 경험할 수 없는 교육 시스템도 볼수 있다.(P.100 참조)

-------------------------------P.100~101--------------

스위스 알프스 산맥에서 8000년 된 빙하가 녹은 물이 흘러가 만들어진게 취리히 호수다.  남동쪽에서 북서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 이 호수 끝에 스위스 최대 도시이자 경제 수도인 취리히시가 자리잡고 있다. 호수를 중심으로 생겨난 마을이 총 162개에 이르는데, 취리히시와 이 마을들을 모두 묶어 칸톤 취리히라고 한다.  스위스 연방을 구성하는 26개 칸톤 중 하나다. 날씨 좋은 여름에는 어른 아이 할것 없이 호수에 뛰어들어 수영을 한다. 코로나 19가 잠시 주춤했던 2020년 여르에도 별다를것 없었다.  스위스 사람들의 호수 사랑은 대단하다. 

 

 

많은 한국인이 유럽식 교육을 이상적으로 바라본다.  경쟁이 없어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원하면 누구나 대학교육을 받을수 있으며, 직장에서 학력 때문에 차별받는 일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경쟁도 차별도 없다면 왜 대학 진학 과정의 일부인 김나지움 진학률이 동네 소득수준에 따라 달라질까.  왜 김나지움 입시에 대비하는 학원이며 개인 교습이 성황일까.  왜 취리히연방공과대학을 졸업하면 스위스 상위 5%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들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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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스위스에 대한 정보를 이보다 더 깔끔하게 정리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외, 독일의 역사를 짤막하게 다루고 있고 한국의 역사와 스페인의 역사의 공통점도 담고, 피해자의 용서할 권리라는 부제목의 소재는 한국의 5.18 민주화 운동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 좀더 참고할 만한 내용이다.


천관율 수석 에디터의 평처럼 진지한 이방인이자 좋은 저널리스트인 저자 김진경님의 이책을 통해, 유럽의 역사와 사회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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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제목오래된 유럽을 입력해주세요 평점10점 | e********9 | 2021.11.28 리뷰제목
오래된 유럽 처음은 이렇다. 책 표지에 나와있는 제목만 봐서는 이전의 유럽에 대한 역사 책인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 책 표지를 자세하게 보면 StioAsianHate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그렇다. 꽤나 충격적인 아시아인 혐오에 대해서 프롤로그가 나온다. 유럽은 언제나 내 여행지의 최종 목적지가 아닐까 생각하곤 했다. 금적적으로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으니 가까운 이웃나라부터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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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유럽

처음은 이렇다.
책 표지에 나와있는 제목만 봐서는 이전의 유럽에 대한 역사 책인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 책 표지를 자세하게 보면 StioAsianHate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그렇다. 꽤나 충격적인 아시아인 혐오에 대해서 프롤로그가 나온다.
유럽은 언제나 내 여행지의 최종 목적지가 아닐까 생각하곤 했다.
금적적으로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으니 가까운 이웃나라부터 여행을 다닌 뒤
정반대 쪽에 있는 미국과 유럽은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하겠다 라는 버킷리스트를 품고 살고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마냥 좋은 유럽만을 생각하진 않게 되었다.


작가가 경험한 사례들을 들려주며 유럽인이 동양, 아시아, 한국인에게 갖는
특히 한국인에 대한 인식을 맛보기로 들려준다.
창의적이지 않고, 술도 잘 못마시고 놀지도 못하고, 돈을 밝히고
특히나 남자들은 남성성이 떨어지고 정력이 약하다고 서술한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세계적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K문화는 기획사에서 노예처럼 굴려진
결과라는 말을 보고 너무나 놀랬다.


사실 내가 알고 있는 유럽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중에서도 치안문제로 유럽을 쉽게 여행지로 선택하지 못하는데 있기도 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안좋은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은 있겠지만
이 책을 읽으며 작가가 겪은 에피소드를 읽으니 유럽의 모습이 마냥 좋아보이진 않았다.


유럽이 우리나라보다 좋은것만 있을 것 같다는 우월주의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느낀다.
그것을 단지 그녀가 경험한 에피소드에만 그치지 않고 통계수치까지 직설적으로 표현한것에
우리나라가 유럽문화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이번주에 대량학살을 일삼았던 전두환이 세상을 떠났다.
사과를 뒷전으로한채 편하게 죽었던 그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와 같은 독제적인 무대에 섰던 독일.
나치의 무자비함하에 히틀러가 세상을 피로물들였고 그의 잔재는 지금 없어졌을까?
독일과 같은 선진국에선 과연 살인마에 대한 끄나풀도 없는것일까?
2020년 9월 16일 히틀러의 사진을 공유한 혐의로 채포되었던 사람이 경찰이었다.
그러나 동료의 법 위반을 알면서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방관한 일에 대해서도
단지 우리보다 잘 살고 선진문화를 받아들였다고해서
모든것이 우리보다 우월하진 않다는 것을 또다시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아시아인의 자부심과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자랐다 하더라도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생각만
남았을 뿐이다.
사람은 다 똑같고 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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