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키 : 어떻게 '엄마'와 '디자이너'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계시나요?
파트리시아 씨는 출산이나 육아 등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쭉 승승장구하는 게 정말 대단해 보여요.
파트리시아 : 분리하지 않는 것이죠.
오오키 :분리하지 않는다?
파트리시아 : 회사와 집을 같이 사용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예요.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많이 늘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나 친숙한 환경에서 일을 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자꾸 딴짓을 하게 되고, 집중이 쉽지 않더군요.
분명 '휴가'와 '재택근무'는 다른 것입니다.
넓지 않지만 나만의 근무 공간을 만들어 놓고 그곳에서는 업무만 했습니다.
그러니 오히려 회사에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출,퇴근 시간의 단축은 물론이고, 의미없는 회의나 미팅이 없어지니 예전에는 부족하다 생각했던 시간이 이제는 여유롭습니다.
지금은 일을 열심히 하고 싶으면 재택근무를 할 정도네요.
회사와 집을 같이 사용한다는 문구를 보고 재택근무에 대한 생각을 적어 보았습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유행할 당시, 신인 디자이너를 찾는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봤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미션이 있다. 드레스 미션으로 베이비돌 드레스를 입은 모델이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심사위원 중 한 명이 모델에게 팔을 들어보라고 했다. 그런데 모델의 팔은 어깨까지 밖에 올라가지 않았고, 신체 활동을 제약하는 의상을 왜 디자인했느냐는 질문에 도전자는 아름다움을 위해서는 이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 대답을 듣고, 깜짝 놀랐었다. 기능성을 포기한 디자인이라고? 그런 제품을 소비자가 반길까? 당연히 그 말에 심사위원들은 점수를 깎았고, 도전자는 그 회의 우승자가 되지 못했다.
놀랍게도 많은 디자이너들이 기능성을 취선에 두고 디자인을 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제품을 결혼 선물로 친구에게 선물한 적이 있다. 몇 년이 지나 선물 받은 제품들 잘 사용하고 있느냐고 물었는데, 친구는 장식장에 모셔놓고 잘 사용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사용하기 불편하고, 설거지가 너무 어렵다"라는 이유에서였다. 그 대답을 듣고 그때 그런 생각을 했었다. 디자이너는 이 제품을 디자인할 때, 심미적인 아름다움뿐 아니라 사용과 보관에 대해서도 고민했을까? 아마 안 했을 것이다. 그리고 상당히 많은 제품들이 보기에는 좋은데, 막상 사용하면 불편한 제품들이 많다. 특히 수상을 한 작품들 중에 그런 제품이 많다.
그래서 더 이 책이 궁금했다. 디자이너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디자인을 할까.
『넨도의 온도』는 에드워드 바버, 제이 오스거비, 루카 니케토, 미켈레 데 루키, 로낭과 에르완 부룰렉, 톰 딕슨기필립 스탁, 토머스 헤더윅, 재스퍼 모리슨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 17인과의 인터뷰를 엮은 책으로 디자이너 넨도의 사토 오오키가 인터뷰어로 참여했다. 인터뷰지만, 담소를 나누듯 나눈 이야기들이라 딱딱하지 않고, 자유로운 이야기가 오간다.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디자인을 해온 이들의 생각을 만날 수 있다.
인터뷰이인 디자이너들의 개성 넘치는 캐리커처로 시작한 인터뷰는 중간중간. 디자이너들의 대표작들을 드로잉으로도 만날 수 있는데, 어떤 컨셉으로 디자인했고, 계속 발전시켜왔는지. 과정도 들을 수 있고, 각자 클라이언트를 대하는 방식의 차이도 엿볼 수 있다. 아무리 창의적인 디자이너라도 고객을 잘못(?)만나면 배가 산으로 가곤 하는데. 고객의 니즈에 끌려다니지 않는 태도를 가진 디자이너에게 눈길이 갔고, 불필요한 경쟁에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디자인 자체에 집중하기 위해 경쟁 PT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말에는 내적 박수가 쳐졌다.
디자이너들간의 대화지만 디자인관뿐 아니라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 고객과의 의견을 조율하는 방법과 과정, 다양한 인생관을 만날 수 있어 읽는 재미가 있다. 디자이너들의 이름을 몰라도 된다. 이들의 인터뷰를 읽고, 대표작들을 찾아보고 다시 한번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분야는 달라도 한 분야의 대표주자들이 일하는 방식을 아는 것은 흥미롭고, 다양한 삶의 관점들을 만날 수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프로들의 삶과 일의 방식을 만날 수 있는 솔직하고 담백한 인터뷰~ 17명이나 만날 수 있다.
디자인회사 넨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여러권 읽었다.
이 책들은 북카페를 통해 지원받은 책들이었고, 책을 통해 여러 가지 새로운 관점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넨도의 대표는 사토 오오키라는 디자이너로 30대의 나이에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인물로, 지금도 넨도는 건축, 인테리어, 프로덕트, 그래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디자인회사로 인정받고 있다.
“‘언어’와 ‘아이디어’라는 건 의외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일본어로 물건을 만들 때와 영어로 생각할 때는 미묘하게 뉘앙스가 다른 거 같거든요.” - P. 41.
“원래 디자인이라는 일이 ‘어려운’거잖아요.... 기술자 뇌와 아티스트 뇌와 사업가 뇌를 전부 동시에 사용해야 하잖아요? 그건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 P. 346.
<넨도의 온도 ? 디자인 오피스 NENDO의 사토 오오키가 만난 세계적 디자이너 17팀과의 오프더레코드 인터뷰집>은 부제의 내용 그대로 디자인회사 넨도의 대표인 사토 오오키가 2013년에서 2016년 4월까지 세계적 디자이너 17팀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디자인과 사업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여 인테리어 잡지 <엘르 데코> 일본판에 연재하였던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사토 오오키가 디자이너들을 만나 일상적인 이야기에서부터 디자인회사의 운영까지 폭넓게 대화했던 내용을 녹음이 아닌 기억에 의지해 정리하였다고 하는데, 엄청난 기억력에 놀라게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디자이너 17팀이 가진 디자인과 경영, 그리고 클라이언트에 대한 철학은 각기 다르지만 그들이 어떻게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되었는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화체로 구성되어 있어 내용에 대한 집중이 조금 어렵다는 것과 디자이너 17팀 중에 우리나라의 디자이너는 없다는 것이다.
“놀이와 일, 직장과 가정, 생과 사, 이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는지가 아니라 전부 받아들여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변하지 않는 일상의 일부로 디자인을 계속 하는 것, 이것이 디자이너의 인생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 P. 115~116.
“디자이너라는 건 자신의 영혼을, 생명을 바치고 또 바치는 직업이에요. 분명 생명을 바쳐서 생명을 획득하는 거예요.... 모든 것에는 대가가 있어요. 무언가를 얻고 싶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는 게 당연해요. 안타깝게도 이 세상에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어요.” - P. 132~133.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의 소비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
이 에너지에는 시간과 돈, 열정 등이 포함될 것이고, 다수의 실패의 경험도 포함될 것이다.
그럼에도 실패를 통해 배우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하였기에 지금의 위치에 서 있게 된 것은 아닐가 생각한다.
이런 도전정신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다.
아마도 첫 도전에 큰 성공을 했다면 그 이후가 힘들어졌을 거라는 디자이너의 말이 머리 속에서 계속 맴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보다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해주는 튼튼한 사회적 토대가 먼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분명 처음의 시행착오 과정이 있었으니까 그 아이디어가 번뜩 떠오른 거겠죠.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아이디어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다고 착각하는 사람도 많지만요.” - P. 25.
“디자인은 진지함이 필요하지만 너무 진지하면 반대로 사고가 무거워져요. 아이디어라는 건 가벼움이 없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 P. 289.
예전에 내가 일하던 부서는 ‘영업부’였지만 다루는 제품의 특성상 제품 디자이너들과 교류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물론 그들은 회사에 소속된 회사원에 가깝긴 했지만 그런데도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은 어려웠다. 한동안은 가구 박람회도 가고, 모터쇼도 다녔다. 문 앞부터 왠지 주눅이 드는 명품샵도 흘깃거렸다. 그들이 말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점을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디자인적인 관점을 갖는다는 것은 뭔가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디자인’은 나를 조금 다른 곳으로 데려가 주는 듯한 두근거림이 있다.
일본의 유명 디자이너 사토 오오키의 책 <넨도의 온도>를 읽고 그때의 두근거림이 다시 떠올랐다. 건축 디자이너로 시작한 그는 지금은 디자인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시킬 수 있는 디자인 오피스 ‘넨도’를 세워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콜라보하며 그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 그가 전세계의 유명 디자이너들과 만나며 잡담처럼 나눈 이야기를 실은 인터뷰집이 바로 <넨도의 온도>다. 형식을 거부하고 사소한 것에서 통찰력을 발휘하는 지극히 디자이너다운 인터뷰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세대는 윗세대에 비해 ‘캐릭터가 약하다’고 할 수 있어요.
‘비장의 무기’라고 부를 만한 스타일을 가진 디자이너가 적은 거죠.
…….
정보의 파도를 타고 편집하는 것처럼 디자인을 하죠.
최종적인 아웃풋보다 과정이나 문제 해결에서 캐릭터성을 연출하려는 건지도 몰라요.
소재는 뭐가 되든 상관없고 그 뒤에 존재하는 아이디어나 콘셉트에서 가치를 느끼죠.
p.49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저자가 만난 디자이너들은 실로 엄청난 명성을 가진 디자이너들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마치 이웃집에 가서 차를 얻어마시듯 무람없이 대화를 이끌어 간다. 물론, 부룰렉 형제처럼 죽이 잘 맞는 디자이너도 있는가 하면, 톰 딕슨처럼 왠지 끌려가는 듯한 디자이너도 있었고, 필립 스탁처럼 압도되는 느낌의 디자이너나, 정반대 성향의 디자이너들을 비교하며 자신의 디자인관을 점검하는 인터뷰도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재미있었던 것은 대상과 인터뷰어와의 그런 디테일한 분위기가 독자에게 전해진다는 점이다.
‘과도한 정보 속에서 진실로 새로운 것이란 무엇인가’ 하는 진지한 성찰부터, ‘회사의 인재 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하는 현실적인 토론, ‘일과 사생활의 양립에 대한 고찰’ 같은 인간적인 고민까지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그 자리에 함께 있는 듯한 기분까지 든다. 새로운 것을 향해, 더 나은 것을 향해 열정을 쏟는 이들을 목격하는 것은 가슴 어딘가를 뜨겁게 만드는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물론, 언급되는 작품들을 하나도 몰라 그때 그때 검색해서 대화에 뒤쳐지지 않도록 애써야 했지만 말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불안해 하는 건 관계가 없어요.
저는 오히려 앞이 보이지 않아서 동기부여가 되었어요.
‘순수한 모험가’라고 해야 할까요.
젊은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자신의 성질을 잘 이해해야 한다는 거예요.
p.119
디자이너를 위한, 디자이너의 의한, 디자인에 대한 책이지만 그런 편견은 버리고, 지금 무언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젊은이라면 누구라도 읽어보길 추천한다.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전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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