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바쁜 출근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나치며 들었던 뉴스였다.
그것은 언뜻 보면 어이없을 수도 있는 '멍 때리기'라는 대회였다.
그 당시에는 세상에 별의별 대회가 다 있다고
생각하며 무심코 지나쳤던 기억으로 남는다.
나 또한 웁쓰양 작가님이 펼쳐놓은 따끈따끈한 '내일은 멍 때리기'란
책을 받으면서 그때의 매스컴으로 느꼈던 감정과는 달리
글귀만 봐도 절로 위로가 되고 힐링이 되는 감정은 감출 수가 없었다.
늘 신간 도서를 볼 때마다 편견을 갖지 않기 위해
내용을 전혀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열어본다.
이게 뭐라고... 이리도 가슴이 두근두근 되며 위로가 되는 걸까.
가슴이 정말 따뜻해졌다.
"멍 때려도 괜찮은 시간을 응원합니다" 웁쓰양 드림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지치고 힘들고 죽을 것만 같은
순간에 들었던 위로들은
괜찮아! 넌 할 수 있어~
이 순간만 잘 넘기면 된다.
희망을 가져라.
목표를 갖고 꿈을 키워라.
이게 너의 한계냐
오늘 술 먹고 죽자, 그리고 낼부터 다시 열심히 사는 거야...
갑자기 생각하려니 수없이 반복해왔던 패턴들이 생각이 안 난다...
무슨 경우인지... ㅋ
하지만 진정 듣고 싶었던 말이라면 바로 저런 게 아니었을까?
힘들면 쉬어!!
멍 때려도 괜찮아, 그 시간을 응원해!
너무 멋진 말들이다.
나는 웁스양이 자신을 외계인이라고 칭하며
힘들어하시는 엄마에게 위로하는 장면이 너무나도 웃기고 귀여웠다.
상상했던 걸까~ 정말 얼마나 배꼽 잡고 웃었는지 ...
웁쓰양님에게 빠져들고 말았다.
그녀의 이런 끼와 재능들이 지금의 예술가로 만들어 놓지 않았나 싶다.
누구나 직장 생활을 하며 겪는 부분이겠지만
사장과 마주하며 집에 무슨 일 있냐?라는 말 한마디에
눈물을 흘리는 웁쓰양님을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아무도 내게 괜찮은지 물은 적이 없었다는 말에 나도 맘이 짠하다.
지금은 공감한다고 말이라도 하지만
나 또한 형제들 많은 가정에서 부유하지 않았거늘...
게다가 세대 차이도 나기 때문에 늘 묻는 말에 뭐가
그리 서러운지 눈물로 대답하며 컸다.
엄마의 고생이 안쓰러워 그 빈자리를 채우려 일찍 감치
사회생활을 해야 했고 경제적으로 도와야만 했다.
그래야만 되는 줄 알았다.
그렇게 꼬박 몇 년을 해오다 사회생활을 통해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내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난 내가 생각한 대로 마음먹은 대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했다.
그렇게 살아내느라 내 안에 내가 없더라...
행복하지 않았다. 열심히 살아온 것들이 억울할 때도 있었다.
내일은 멍 때리기라는 말은 나에게 사치로 다가오는 말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죄책감을 갖게 만드는 부분이 더 크다.
물건을 사보기도 하고 여행을 해보기도 하고
쓸데없는데 시간을 써보기도 했지만
요즘같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절실하게 느낀 건
나만의 시간!
나를 위한 시간들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눈치를 봐야 했고
무능력해 보일까 두려웠다.
내일은 멍 때리기 웁쓰양 계획안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계획으로
세우고 나니 마법처럼 마음이 편해졌다' 이 글귀가
가슴에 쏙 박혀들었다.
왜 난 이런 창의적인 생각을 못 했을까...
왜 내 생각, 내 계획마저도 남들 시선에 눈치를 봐야 하지...
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정말 나를 위한 시간 안에 계획대로 한다면 죄책감
따위는 들지 않을 것만 같다.
당장 시도해 볼 것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우리 아이가 산만해요라는 말을 자주 들을 때가 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겠다.
하루 종일 손에서 스마트폰, 인터넷을 아예 안 하며
가만히 보내는 게 가능할까?
웁쓰양님의 말대로
이제는 멍 때리며 시간을 보내는 일이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장려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적극 공감한다.
마지막으로 "현대인은 숲에서도 바빠요"라는
말에 놀라고 말았다.
역시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함부로 떠들거나 판단하지 말아야겠다.
언젠가 그녀가 만들어가고 있는 부평 예술공간에서
한 번쯤은 만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멍때리기 대회에 대해 들어본 적 있다. 연예인 크러쉬가 참가한 대회라고 알고 있는데 이 멍때리기 대회의 창시자가 이 책의 작가 웁쓰양이다. 작가가 내일은 멍때리기 라는 제목으로 책을 낸 이유는 출판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멍때리기 대회는 알아도 이런 엉뚱한 것을 기획한 사람을 잘 모를 것이고 이 사람이 궁금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고민을 하다가 결국에 하게 되었고 이는 곧 후회로 다가왔다. 부담감이 너무 컸던 것이다. 그러면서 멍때리기 대회를 만들기 전과 후 그 과정에서 변화하고 세상을 어떻게 해석하고, 스스로를 발견하는지 가장 보통의 시선으로 얘기를 시작한다.
차례를 보면 외계인? 지구인? 예술인? 뭐지? 싶을 텐데 책을 다 읽고 나면 아~라는 말과 함께 차례가 단번에 이해가 가고 외계인, 지구인, 예술인이 전부 웁쓰양의 자기소개 같다는 생각이 들것이다.
웁쓰양은 어린 시절 자신이 외계인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고 성인이 되면 외계에서 자신을 데리러 올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웁쓰양은 우주에 가는 법을 알고 있다. 그것은 바로 구슬이다. 구슬과 빛만 있다면 우주를 떠도는 것이 가능했고 웁쓰양은 자주 우주로 떠나곤 했다. 그리고 웁쓰양의 어린 시절은 단순하지만은 않았다. 성인이 되면 외계에서 데리러 올 거고 그전까지 지구인 가족들과 함께해야 했다. 성인이 되고 외계에서 데리러 올 것이라고 굳게 믿었는데 그럴 리가 있나. 당연히 데리러 오지 않았고 웁쓰양은 지구인 가족과 지구에서의 생활에 적응해 살아가야 했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이야기는 '동네'라는 이야기다. 웁쓰양은 초등학교 시절 2층짜리 단독 주택이 늘어선 골목길에 살았고 앞마당과 차고가 있었으며 이웃 간의 왕래가 잦았다고 한다. 웁쓰양은 옆집에는 웁쓰양의 집처럼 딸만 있는 집이었다. 그 집의 아이들과 친했고 명절이면 한복을 입고 강강술래를 하곤 했다 한다. 그러다가 새벽 2시에 만나는 계획이 세워졌고 진짜 어른들 몰래 새벽 2시에 모였다. 2인 1조로 가로등 없는 동네를 돌고 오기로 하고 확인을 위해 그 동네 물건을 하나 가져오기로 한다. 그렇게 그들은 모험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다.
웁쓰양이 저 당시에는 친구들끼리 부모님이 모르는 우리만의 비밀이 있다는 사실에 정말 어른이라도 된 듯한 느낌이었다고 했는데 나는 저 순간이 정말 청춘소설 같은 소중한 추억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 옆집 친구들과 새벽 2시 차가운 새벽 공기가 가득한 어두운 밤에 키득키득 웃으며 보냈을 저 순간이 마치 나의 추억이라도 된 양 괜히 설렘이 느껴진다.
예술인이 된 웁쓰양, 카페에서 멍때리며 앉아있다가 자기도 모르게 수첩에 "멍때리기 대회"라고 끄적였다. 실행력이 빨랐던 그녀는 직접 돌아다니며 멍때리기 대회는 개최하려 했고 실제로 멍때리기 대회가 개최되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웁쓰양의 어린 시절, 성인이 되어 지구인이 된 웁쓰양, 예술인이 된 웁쓰양까지 한 사람의 인생을 엿볼 수 있다. 모든 순간을 들여다봤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한 사건 사건을 볼 수 있어서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어떤 사건이 그녀에게 영향을 줬는지 알 수 있었고 멍때리기 대회를 떠올리며 계획하게 개최까지 한 사연을 볼 수 있다. 출판사에서 제안을 받았을 때 부담감이 있었을 웁쓰양에게 멍때리기 대회는 알아도 이런 엉뚱한 것을 기획한 사람을 잘 모를 것이고 이 사람이 궁금하지 않겠냐고 부담감을 덜어준 덕에 정말 엉뚱한 멍때리기 대회를 개최한 사람에 대해 알 수 있었고 그녀는 정말 엉뚱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앞으로 참신한 아이디어를 볼 때마다 그것을 기획한 사람에 대해 궁금증이 생길 것만 같은 기분이다.
“멍때리기는 머리를 비우는 휴식의 시간!”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다.
그저 커피값 정도의 작은 사치일 뿐!
멍때리기 대회 창시자인 웁쓰양이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
이 책은 ‘멍때리기 대회’ 창시자인 웁쓰양이 어린 시절 본인은 ‘우주인’이란 생각으로 살았던 얘기로부터 시작하여 ‘지구인’으로 변신한 20세 성인인 된 이후의 삶, 그리고 ‘예술인’으로 살고 있는 현재의 삶에 대한 얘기를 ‘멍때리기’와 관련지어 적나라하게 소개하고 있는 자전적 에세이 글로써 평범한 듯하면서도 결코 평범하지 않았던 인간 김진아(예명 웁쓰양)의 진솔한 얘기가 담겨 있다. 특히, 책 중간중간에 저자 본인이 그린 삽화가 읽는 지루함도 없애주고 있고, 책 내용도 쉽게 써 내려가고 있어 단숨에 책 전부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읽기 편한 책이다.
저자는 도시에서의 놀이란 소비 활동의 연장이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도시 놀이 개발 프로젝트' 중 하나로 ‘멍때리기 대회’를 계획하고는 현대인의 뇌를 쉬게 하자는 의도로 2014년 10월 27일,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에서 처음 개최했다. 그리고 1회 대회가 기대 이상으로 성공을 거둠으로써 특히 2016년 대회에서 가수 크러쉬(Crush)의 우승으로 화제가 되면서 이 대회는 국내를 비롯해 북경 등 해외로까지 번져 나가 국제적인 대회로 발전하여 현재까지 7년째 이어오고 있는데...
이 책을 통해 저자는 휴식이 필요한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쉬지 못하고 쉬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지금껏 바쁘게 움직인 뇌를 쉬게 하자며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멍때리기 대회’에 대한 계획이나 생각이 발현된 것은 이 책을 읽다 보면 아마도 어릴 적에 부모님의 잦은 다툼으로 인해 그러한 환경에서 벗어나고파서 찾아낸 상상 속의 ‘우주유영’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본인의 성격적인 특성으로 스트레스 상황에 빠지게 되면 방음이 잘 되는 유리로 만든 방 안으로 들어가 이를 해소한다는 ‘회피가 나를 생존한다. 그리고 해피하게 한다’는 얘기 등등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도 든다.
하여간 이러한 ‘멍때리기’는 우리 사회가 경쟁이 심화되면서 그리고 복잡다기화하면서 더욱 필요한 상황으로 변화하고 있다 할 수 있는데 코로나19 사태는 여기에 기름을 부어 넣어 줌으로써 코로나 블루라는 현상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그리고 현대인 대부분이 겪고 있는 이러한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 처방전으로 사람을 만나고, 취미생활을 갖고, 운동 혹은 여행을 떠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쉼 없이 움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생존 방식이 효과가 없었다면 잠시 머리를 비우고 멈춰서 내가 누구인지, 나는 이 세상 어디에 존재하는지부터 새롭게 다시 생각해 보는 ‘멍때리기’를 해보라고 저자는 얘기한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가 최근에 젊은이들 사이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불멍’이다.
이 책의 줄거리를 간략 소개해 본다.
우주인 웁쓰양의 얘기로써, 어린 시절 가장 큰 보물이었던 푸른 구슬을 들여다보며 우주를 유영하며 현실을 벗어나는 얘기로 시작한다. 부모님이 특히 심하게 다투는 날, 옥신각신 서로를 밀치고 당기는 소리, 무언가 깨지는 소리, 비명 소리를 듣다 보면 스스로를 외계인이라고 생각하며 길을 잃을 만큼 멀리 우주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는 앞에서 잠시 언급한 바처럼 이때부터 저자가 ‘멍때리기’에 대한 생각을 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리고 동생과 언니에 대한 얘기, 친구와 관련된 우정 얘기, 교복과 관련된 초능력 얘기, 여장부였던 엄마 얘기. 미라클 모닝이 힘들었던 학창 시절 잠 얘기. 본인은 우주인이기에 불안정한 지구인 부모로 여겨지는 매트릭스 얘기 등등이 소개된다.
지구인 웁쓰양의 얘기로써, 재수생으로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 얘기. 아빠의 죽음 얘기. 어린 시절 아빠의 사업이 잘되어 2층짜리 단독주택에 살던 얘기. 중학교 시절 연습장 7권 분량을 가득 채운 SF소설을 쓰고 사라져버린 얘기. 20대 내내 작은 광고회사와 출판사에 근무하던 시절 얘기. 커피 시중과 관련된 직장 얘기. 본인의 길치에 대한 얘기. 연애와 결혼이 골인하기까지 그리고 이혼을 담은 화양연화1, 화양연화2 에피소드. 본인은 이타적이 아니고 이기적이라는 얘기. 오토바이를 타게 된 얘기 등이 소개된다
예술인 웁쓰양의 얘기로써, 미술 평론가 반이정님을 만나 미술에 입문하게 된 얘기. 신진 작가들의 등용문인?서교육십?전시에 참여하게 된 얘기. 작업실을 갖게 된 후 열정적으로 작업을 하였다는 지랄과 발광의 시간 얘기. 재래시장에 그림 판매를 위해 제안서를 만들어 도전했던 얘기. 공황 발작 첫 경험 얘기. ‘고등어 3마리에 만원, 웁쓰양 그림도 만원’ 판매 얘기. 그림에 왜 웁쓰양이 없죠? 라는 얘기를 듣고 정체성을 갖게 된 얘기. 나름대로 몹시 바쁜 아티스트 얘기와 근면하게 멍때리기 얘기. ‘멍때리기 대회’ 개최 준비와 관련된 심박수 측정 검사기 섭외 에피소드. 베네통 코리아와 협업에 실패한 얘기. 1회 ‘멍때리기 대회’에서 9살 어린이가 우승한 에피소드 등 성황리에 대회를 마친 얘기. 그리고 7년간 이어져 온 동 대회에 대한 소회를 얘기한다. 결국 ‘멍때리기’는 창의력과 집중력을 향상시킨다고. 또 CNN이나 워싱턴 포스트지 등 유수한 매체와 인터뷰한 얘기 등등이 소개된다.
‘모두 앞만 보고 빠르게 달리고 있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같이 천천히 느리게 달리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곁에 생겨난다면 적어도 오늘 하루, 내일 하루는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휴식을 만들어 스스로에게 선물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내일은 멍때리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두렵지만 무언가를 하는 것도 두렵고 힘들다면 잠시 쉬어가는 용기가 필요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멋진 생각을 가진 아티스트이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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