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이주,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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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이주, 생존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인류는 끊임없이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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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 사회학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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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이주를 인류의 본능으로 정의하는 인류학적 보고서 평점10점 | m******1 | 2021.08.07 리뷰제목
더 나은 환경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는 인류 이야기를 다룬 소니아 샤(Sonia Shah)의 ‘인류, 이주, 생존’은 자연과학적 성찰을 반영한 사회과학적 메시지가 돋보이는 책이다. 저자는 일상적인 것은 정주(定住)가 아니라 이주(移住)이고 이동(移動)이라고 강조한다.   문장이 빠르고 메시지에 힘이 있어 읽는 재미가 크다. 가령 “산비탈에 매달린 히말라야 소나무들이 바위 투성이
리뷰제목

더 나은 환경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는 인류 이야기를 다룬 소니아 샤(Sonia Shah)의 ‘인류, 이주, 생존’은 자연과학적 성찰을 반영한 사회과학적 메시지가 돋보이는 책이다. 저자는 일상적인 것은 정주(定住)가 아니라 이주(移住)이고 이동(移動)이라고 강조한다.

 

문장이 빠르고 메시지에 힘이 있어 읽는 재미가 크다. 가령 “산비탈에 매달린 히말라야 소나무들이 바위 투성이 정상의 상층부에서 갑자기 작아지더니 수목한계선으로 알려진 천연 경계를 만들어냈다. 그 선 위로 가는 폭포가 물길을 남겨놓은 민얼굴의 벼랑이 솟아 있다"(24 페이지) 같은 표현은 문학적으로도 돋보이는 문장이다.

 

사람들은 홍수, 폭풍, 지진 등의 이유 때문에 이동하고 불안정한 사회에서 겪는 폭력과 박해 때문에 나라를 탈출(27 페이지)하고 사막이 확장되고 삼림이 줄어들면서 겪게 된 자포자기의 가난 때문에 이주한다.(53 페이지) 아랍의 봄 역시 유럽으로의 대이동을 촉발했다.(56 페이지) 값싼 농지, 공장 일자리, 사금 광산, 유혈 혁명도 이주를 촉발했다.(123 페이지)

 

저자는 이주가 혼란을 초래한다는 일반적 믿음에 의혹을 품고 전 세계의 이주 경로를 추적했다. 그 결과 생명은 늘 움직인다는 결론을 제시한다. 저자는 인도 서해안 구자라트 주 출신의 부모에게서 태어난 미국인이다. 그의 부모가 미국으로 이주할 수 있었던 것은 1965년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1965년 사회보장법을 통해 마련된 노인 및 저소득층 의료보장제도) 시행으로 극심한 의료인력 부족 현상이 빚어지자 미국 정부가 아시아, 아프리카, 남유럽, 동유럽 출신자들에 대한 입국 금지를 되돌린 결과다.(저자는 1969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당시 미국은 우생학의 논리를 근거로 아시아, 아프리카, 남유럽, 동유럽 출신자들에게 정신적 결함과 생물학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저자는 이주자들로 인해 범죄가 늘었다고 할 근거가 없음을 찬찬히 언급한다. 저자는 자연은 변화하지 않고 경직된 질서를 따른다고 본 칼 폴 린네와 자연은 변이 가능하고 역동적이라고 본 조르주 루이 르클레르 드 뷔퐁의 차이를 논한다.

 

린네가 세분파였다면 뷔퐁은 병합파였다. 뷔퐁의 자연관은 기원전 6세기의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고대적 사상을 부활시켰다. 암석의 견고함, 물질의 윤곽, 살아 있는 피조물들의 습관은 근원적으로 변치 않는 물질적 자연을 나타나는 게 아니라 고정된 실체가 전혀 없는, 흐름의 상태를 일시적으로 표현할 뿐이었다. 영속성은 환상이고 실재하는 것은 변화였다.(98, 99 페이지)

 

헤라클레이토스는 만물은 유전(流轉)한다고 말했고 파르메니데스는 변화란 없다고 말했다. 파르메니데스는 무(無)는 없고 존재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뷔퐁은 자신의 자연관을 바탕으로 모든 인간은 어디에 살든, 피부색이 어떻든 같은 혈통에서 비롯된 한 가족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린네와 뷔퐁은 지구상의 모든 물질과 생명이 위계적으로 조직되어 있다는 생각(존재의 거대한 사슬론)을 공유했다.

 

책 중간쯤에 적소(適所) 이야기가 나온다. niche의 번역어인 적소는 야생의 생명이 사는 장소를 말한다. 보금자리를 만든다는 의미의 중기 프랑스 단어인 nicher에서 유래한 이 단어는 원래 조각상을 넣어두기 위해 움푹 파낸 벽 안의 우묵한 장소(‘벽감; 壁龕’)를 가리켰다. 동물학자들은 야생동물 각각의 적소는 이와 비슷하게 고유하고 독특한 곳 즉 그 장소를 점유한 그 한 종에게 맞춰진 장소일 것이라 생각했다. 각각의 종은 자기만의 자연 공간 속에서 살고 그 주위에는 생물학적 경계가 그어졌다고 본 것이다. 적소는 한 종의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것들이 갖춰진 폐쇄된 장소다.(162, 163 페이지)

 

20세기 동물학자들은 생태계와 사회에 생명을 불어넣는 생물학적 문화적 다양성의 매개체인 이주를 죽음의 매개체라 생각했다.(169 페이지) 책에는 찰스 엘턴 이야기가 나온다. 1924년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동물학을 공부하던 대학생이었던 그는 떼를 지어 북극의 벼랑을 향해 돌진한 뒤 바다로 뛰어들어 죽은 레밍이라는 동물에 대해 이야기한 사람이다. 그는 자연은 언제나 정적인 상태로 존재하고 지리는 영구불변의 것으로 보았다.

 

전쟁 이전 엘턴은 대부분의 종이 각자의 자리에서 지낸다고 생각해 이주자들이 일으키는 생태적 위협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았으나 군부대가 새로운 수송 기술의 도움을 받아서 유럽을 가로지르자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엘턴은 이동하는 생물을 침략자로, 그리고 그들의 영향을 재난이라고 묘사하기 위해 새로 유입된 종의 가장 파괴적인 면만을 취했고 새로운 종 때문에 발생한 비용만 고려했을뿐 그들을 통해 얻게 된 이익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181 페이지)

 

엘턴은 동물생태학의 창시자이자 생물학의 거장으로 기억되고 있지만 레밍이 바다로 이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184 페이지) 레밍에 대한 진실이 드러난 것은 생물학자들이 레밍의 영토에서 눈 아래를 들여다보았을 때였다. 알고 보니 레밍은 얼음장 같은 북극해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굴을 파고 눈 밑으로 들어가 눈이 녹은 따뜻한 지면과 그 위의 눈이 만들어낸 작은 틈(‘서브니비언 공간; subnivean space’)에서 이끼를 먹고 새끼들을 돌보았다.

 

자살 성향이 있는 레밍의 이주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일련의 오해(다른 사람의 편파적인 책을 보고 주장)에서 비롯되었지만 그것이 대중화된 것은 한 방송국의 의도적 사기(연출, 조작)의 결과였다.(185 페이지) 책에는 앨리효과도 나온다. 클라이드 앨리가 제안한 개념으로 개체가 함께 모여 있을 때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협력이 빚어지고 이는 개체의 생존과 번영에 이익이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효과다.(217 페이지)

 

다윈은 모든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기원했다고 말했지만 이주 자체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과학자들은 아프리카 밖으로의 이주는 사람이 살지 않는 거대한 허허벌판으로의 확산이었으리라고 생각했지만 고대의 DNA에서 얻은 새로운 정보에 따르면 우리 조상들이 아프리카를 떠나 새로 이주한 땅에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지금은 멸종한 고대인들이 약 180만년전에 아프리카를 떠나 이주해서 우리보다 먼저 거기에 와 있었던 것이다.(253, 254 페이지)

 

우리는 꾸준히 이주자로 살았다.(257 페이지) 대륙별 인구집단을 상징하는 독립적인 가지가 달린 나무 이미지는 대륙별 인구집단이 갈라져서 점점 거리가 생기면서 서로 독립적으로 진화를 거쳤다는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유전학자들은 이런 분기(分岐)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 오늘날 대륙별 인구집단이 동질적으로 보이는 것은 같은 조상으로부터 오랫동안 계보가 이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이주, 차별화, 다시 뒤섞임이라는 지속적 과정의 일시적 결과일뿐이다.(257 페이지) 인류의 조상은 이주했고 만났고 뒤섞였다가 다시 이주했다.

 

린네는 슬기로운 사람을 의미하는 라틴어를 가지고 인류에게 호모 사피엔스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그보다 더 적합한 이름은 호모 미그라티오인지도 모른다. 20세기 대부분 린네의 정착설과 다윈의 장거리 확산 이론이 충돌했지만 갈등은 본질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었다. 1970년대에 이 충돌을 해소한 생물지리학 이론인 분단분포론이 나왔다.

 

드 케이로스에 의하면 이 이론은 생물학 버전의 관성을 회복시켰다.(273 페이지) 야생의 생명체는 자기 힘으로 대양이나 산맥, 사막 같은 지리적 경계를 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야생 생명체가 이동한 것은 스스로의 힘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구조판이 움직인 결과라는 것이다. 이는 이주를 부정하는 이론이다.

 

분단분포론에 의하면 원숭이가 신세계 종과 구세계 종으로 나뉜 것은 대서양이 열림에 따라 타의에 의해 갈라진 결과다. 하지만 분자생물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주 오래전 숱한 장거리 이동이 있었다.(286, 287 페이지) 야생생물은 과학자들이 규정한 경계를 상습적으로 넘어서 돌아다닌다.(289 페이지) 그간 과학자들은 동물들이 생리적으로 얼마나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지 과소평가했다.

 

위치 이동은 침략생물학자들이 예측한 규모로 일어나지 않으며 새로운 종의 유입은 생물다양성을 향상시킨다. 변화가 진행될 때마다 움직이는 종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이런 기회가 도래했을 때 이주자들이 왔다. 자연이 언제나 경계를 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300 페이지) 엘턴을 비롯한 생물학자들은 이주자를 자살 성향이 있는 좀비이자 가차 없는 침략자로 일축했으나 이주자의 행동을 제대로 검토해본 적도 없고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깊이 들여다본 적도 없다.

 

이주자들은 태어난 서식지의 익숙한 편안함을 뒤로하고 미지의 장소로 떠난다. 눈 덮인 산을 돌아디니는 늑대에게 왜 어디로 가는지 물어볼 수는 없지만 인간의 이주 열망을 간접적으로 탐구할 수는 있다.(314 페이지) 호모 사피엔스는 이주자의 왕이다. 고고학자 데스몬드 클락은 최초의 이주는 인간이 야생동물을 따라가다가 시작되었다고 말한다.(317 페이지)

 

저자는 이주 패턴을 구직의 산물로만 규정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318 페이지) 기후 변화가 아프리카 밖으로의 이동을 추동했을 것이라는 이론도 있다. 저자는 이주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의 시기에 강력해지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319 페이지) 저자는 사막이었다가 거주 가능한 녹색 회랑으로 바뀐 곳을 찾아 이주하는 것을 예로 든다.

 

하와이대학교의 컴퓨터 모델 전문가들이 지구 궤도 변화에 따른 기후 변화가 아프리카를 떠나는 인간 이동의 파동에 부합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은 주목할 일이다.(320 페이지) 야생의 생명이 그렇듯 이주가 인간의 몸 안에 암호화되어 있음을 시사하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 인간의 몸도 주위 환경에 따라 발달방식이 바뀐다. 자궁 안에서의 흔들림과 뒤척임 패턴이 우리의 지문의 고랑과 이랑을 결정한다.(325 페이지)

 

인간의 몸은 고정성보다 유동성이 더 크다. 정적이고 변화가 없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동성이 없는 생명체에게는 환경에 따른 변형 가능성이 진화하지 않는다. 우리의 몸은 변형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329 페이지) 인간의 역사라는 폭넓은 관점에 의하면 우리는 각자가 사는 모든 장소에서 아프리카를 떠나온 이주자다.

 

몇 세대에 걸쳐 꾸준히 그곳에 거주했다는 이유로 토착민과 이주자를 가르는 것은 자의적이다.(335 페이지) 과거에는 한 장소에 붙박힌 채 살았다는 신화가 증발하자 전에는 잘 드러나지 않던 질문이 등장한다. 사람들이 어째서 이주하는가 묻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이주가 어째서 공포를 촉발하는가 묻는 것이다.(363 페이지) 이동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이주는 위기가 아니라 해법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늘 이동을 꿈꾼다.

 

책을 쓰기 위해 생물지리학, 유전학, 인류학, 과학사에 이르는 방대한 분야의 학자들에게서 전문지식을 빌려왔다고 말하는 저자는 오늘날의 정치 상황에서 반이주 과학의 증거를 발굴하려면 깊이 파고들어야 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주를 반대하는 수사(修辭)와 정책이 전면으로 솟구쳐 오르면서 필요했던 증거가 매일같이 뉴스에 등장함으로써 기대가 어긋나 기술적으로는 쓰기가 한결 쉬워졌지만 심리적으로는 무척 힘들었다고 말한다.(383 페이지)

 

실존적 문제, 인류사회학적 성과, 자연과학적 지식들을 적절히 어우러진 '인류, 이주, 생존'은 강한 의지가 반영된 역작이다. 재독할 가치가 있는 책으로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총해 식물의 천이(遷移)에 대해 공부할 동인을 제공받았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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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인류, 이주, 생존 평점10점 | s*****a | 2021.08.09 리뷰제목
이 책을 접하고 나서야 인류의 '이동'에 대해 이렇게 방대하게 살펴본 적이 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동'이 살아 있는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본능임을 강조하고 이를 식물과 동물, 그리고 인간 사회의 다양한 구체적인 사례를 과학적인 자료를 통해 이야기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호기심이 생겼다.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최준영의 추천의 말에 의하면, 《
리뷰제목

이 책을 접하고 나서야 인류의 '이동'에 대해 이렇게 방대하게 살펴본 적이 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동'이 살아 있는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본능임을 강조하고 이를 식물과 동물, 그리고 인간 사회의 다양한 구체적인 사례를 과학적인 자료를 통해 이야기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호기심이 생겼다.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최준영의 추천의 말에 의하면, 《인류, 이주, 생존》은 '이동'과 '이주'가 불편함과 위기가 아닌 새로운 변화의 기회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시작된 대이동, 그리고 이주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소니아 샤. 과학저널리스트인 소니아 샤는 『팬데믹 : 바이러스의 위협』으로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뉴욕 공공도서관의 헬렌 번스타인 우수저널리즘 도서상, 미국과학작가협회의 '사회속과학상'을 수상했다. (책날개 발췌)

그리스 아테네에 있는 비좁은 사무실에 앉아 있을 때였다. 불현듯 이 책에 대한 착상이 떠올랐다. 그 이후 이주와 이주자에 관한 생각을 재구성하는 복잡하고 힘든 노력이 이 책으로 결실을 보았다. (381쪽)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된다. 1장 '오래전부터 시작된 대이동', 2장 '이주에 대한 반감', 3장 '이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기원', 4장 '잡종 문화의 탄생', 5장 '자살 좀비 이주자', 6장 '맬서스의 흉측한 신성모독', 7장 '우리는 호모 미그라티오', 8장 '야생의 이방인', 9장 '정착보다 강한 이주 본능', 10장 '이주를 가로막는 장벽'으로 구성된다.

이 책은 나비의 이동, 야생의 대이동 등 인류 말고도 이동을 하는 생명체를 언급하며 시작하는데,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저자 자신이 이주민이라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에서부터였다. 다른 이가 이동 혹은 이주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것이니 더욱 피부로 와닿는 느낌이 들었다.

이주와 연결된 저자의 과거는 19세기 말 인도 서해안 구자랏의 두 어촌마을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이다. 저자의 증조부, 할아버지, 부모님, 그렇게 이어지며 저자는 부모님이 미국으로 이주하고 몇 년이 지나서 뉴욕시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미국 이민 물결의 후예 400만여 명 중의 하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생명은 움직인다. 어제도, 오늘도. 수 세기 동안 우리는 이주가 본능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그것을 공포의 조짐이라며 악마화했다. 우리의 과거와 몸과 자연계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때 이주를 비정상으로 취급했다. 이는 착각이다. 그리고 그것이 한번 무너지면 온 세상이 뒤집힌다. (49쪽)

또한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생물지리학과 보존생물학에서부터 유전학, 인류학, 과학사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분야의 학자들에게 전문지식을 빌려왔고, 그렇기에 바둑판점박이나비도 이 책에 등장한 것이다. 방대한 지식과 저자 자신의 삶과 관심사를 모두 녹여내어 펼쳐낸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주는 혼란을 유발하는 행위가 아니라 환경변화에 대한 아주 오래된 대응이자 숨쉬기만큼이나 필수적인 생물학적 원칙이다. 경계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이주한 덕분에 우리 조상들은 지구 곳곳에 거주하면서 생태계와 사회의 밑바탕이 되는 생물학적, 문화적, 사회적 다양성을 유포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이주는 위기가 아니라 해법이다. (책 뒤표지 중에서)

지금껏 난민이나 이주에 관한 이야기가 들리면 나는 무관심 혹은 판단 보류였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그러니까 첫 발을 내딛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주에 대해 심도 있게 파고들어 살펴보고 싶다면 이 책이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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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인류, 이주, 생존 평점8점 | d****a | 2021.08.06 리뷰제목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인류는 끊임없이 이동한다" 3억 7500만 년 전. 바다에 살던 한 생명체가 육지로 올라왔다. 이 작은 도약은 거대한 이주의 시발점이 되었고, 인류는 지금도 이주를 계속하며 생존을 이어간다. 이주라고 하면 단순히 지역에서 지역을 옮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생명의 역사를 보면, 이주는 생존을 위한 당연한 과정이다. 그리고 지금도 인류는 생존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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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환경을 찾아 인류는 끊임없이 이동한다"

3억 7500만 년 전. 바다에 살던 한 생명체가 육지로 올라왔다. 이 작은 도약은 거대한 이주의 시발점이 되었고, 인류는 지금도 이주를 계속하며 생존을 이어간다. 이주라고 하면 단순히 지역에서 지역을 옮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생명의 역사를 보면, 이주는 생존을 위한 당연한 과정이다. 그리고 지금도 인류는 생존을 위해 이주를 계속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인류는 어느 순간. 이주를 시작했다. 문명도, 활자도 없고, 이동 수단은 두 발밖에 없었지만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인류는 이주를 시작했다. 두 발로 걸어서 대륙과 대륙을 건너고 대양을 건넜다고 생각해 보라. 인류의 이주가 얼마나 대규모며 오랜 기간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다. 모든 이주가 긍정적인 결과를 낳지는 못했다 해도 인류의 이주가 지금의 세상을 만들었다고 하면. 인류의 이주만큼 흥미로운 역사적 현상도 없다. 

 

책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이주의 현주소다.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이민에서 난민 문제까지 이주의 현주소를 알려준다. 난민도 이주의 포함된다. 그들이야말로 가장 절박하게 생존을 위해 고향을 떠난다. 하지만 정치, 경제, 종교적 문제가 결부되면서 난민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사실 책을 일기 전에는 난민들의 인주가 이주 역사의 한자리를 차지할지 전혀 예측하지 못했는데, 돌이켜보면 아메리카 이주민들도 종교탄압을 피해 유럽에서 아메리카로 이주한 것이 아닌가? 더군다나 그들은 원주민의 땅을 무력으로 강탈했다. 이주민의 나라에서 이주민을 탄압한다. 이보다 더한 아이러니가 있을까.   

 

책을 통해 이주의 계념을 확장할 수 있었다. 최근 브라질 올림픽에서 태평양 섬나라 키리바티의 역도선수 카토아타우가 경기 후 춤을 추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해수면이 올라가 섬이 침식당하는 현실을 전 세계에 알리고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는 퍼포먼스였다. 키리바티뿐 아니라 해수면 상승으로 바닷속에 사라져버릴 섬나라에 대한 기사를 접했던 기억이 있는 데, 기후변화가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이들도 고향을 버리고 새로운 터전을 찾아 이주를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때 이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비단 인류의 이주가 아주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왔다. 

이주의 역사는 이제 지구를 넘어 우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 관측하지만, 어쩔 수 없어 떠날 수 밖에 없는 이주가 아니길 바라며, 그러기위해 지금 인류가 무엇을 해야할지 다 함께 고민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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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인류, 이주, 생존 평점7점 | t****1 | 2021.08.02 리뷰제목
이 서적은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들의 이주와 이동의 원인과 역사를 설명하며 미국이나 유럽에서 이민자의 유입을 차단하는 정책을 비판한다. 인도 출신 이민자의 자녀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한 저자는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은 이민자들의 인터뷰를 소개하며 인류애를 호소하며 어떤 정책으로도 인간의 이동은 절대 막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나비의 이동을 비롯해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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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적은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들의 이주와 이동의 원인과 역사를 설명하며 미국이나 유럽에서 이민자의 유입을 차단하는 정책을 비판한다인도 출신 이민자의 자녀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한 저자는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은 이민자들의 인터뷰를 소개하며 인류애를 호소하며 어떤 정책으로도 인간의 이동은 절대 막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나비의 이동을 비롯해 다양한 생물들의 이동과 인간의 이동을 나은 환경을 위해 자연스러운 것으로 설명한다이를 위해 과거의 역사에서 다양한 이동을 설명하며 단점보다는 장점을 주로 설명하며 새로운 변화를 위해 발전적인 과정으로 소개한다.

린네의 분류체계로 인해 증거가 전혀 없는 인종에 대한 구분이 역사적으로 정기간 이어지며 서구에서는 아시아아프리카 인종에 대한 근거 없는 열등함을 내세워 혼혈이 열성으로 이어진다는 우생학이 역사에서 얼마나 큰 오류를 저질렀는지 나열한다저자는 호모 사피엔스의 후예인 인류가 호모 미그라티오라 명하며 인류는 끊임없이 이주이동을 하며 인류를 번영시켰다는 것을 강조한다그리고 이주에 성공한 종은 기존에 살고 있던 종과 모든 면에서 동일하다는 점을 식물학자 켄 톰슨의 이론으로 제시한다그리고 이주가 환경변화에 적응방법으로 진화했다는 휴 딩글을 비롯한 이주 전문가들의 글을 인용하며 이주의 긍정적인 효과를 제시하면서 미국 이민자의 경우 한 세대만 지나면 이주자와 선주민은 차이가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트럼프도 이민자의 후손이면서 멕시코를 비롯한 남아메리카 이민자에 대해 가혹한 정책을 집행한 것을 비판한다특히 이주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2,300명의 아이들을 부모와 따로 구금하여 수용소로 보낸 것을 비판하는데 이런 규정을 시행하는 국가가 100여 개나 된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저자는 마지막 에필로그> 에서 인류가 안전하게 이동하는 이상적인 협약들을 제시하며 인류의 역동적인 발전과 번영을 위해 자원의 이동과 마찬가지로 인간들의 이동도 기회로 보아야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서적의 내용은 주로 유럽과 미국으로 이주하려는 사람들의 이동을 다루고 있다특히 인도인 부모의 이민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저자라서 미국의 반이민정책의 문제점을 가장 부각시킨다우리나라도 2018년 제주도에 난민문제가 발생했을 때 겨우 500여명의 난민들을 그들의 종교가 이슬람이란 이유로 범죄자 취급을 하며 심지어 테러용의자와 성범죄자들이 처벌을 피해 도망쳐 들어온 것이란 허위주장까지 나오며 청와대 국민청원이 70만이 넘어 큰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당시 난민신청을 거부하라는 의미를 담은 다량의 기사가 여론을 주도하며 난민심사 전에 합법적으로 입국한 난민을 추방하라는 집회까지 열려 어이가 없었다그 당시를 떠오르게 하는 내용이 담긴 서적이라 더 집중하면서 보면서 미국의 국경장벽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도 우리영토를 밟은 난민에게는 가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인간의 이동이민과 복지사회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깊은 고민을 안길 서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서적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글임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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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인류, 이주, 생존 : 이주로 본 생존 이야기 평점10점 | b*********0 | 2021.08.17 리뷰제목
<인류, 이주, 생존>은 인간의 이주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오래된 인류의 이주를 추적하면서 우리가 호모 미그라티오란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이 책은 이주에 대한 주제를 저널리즘에 가까운 르포 형식으로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끌어나간다. 인류가 어떻게 지구 곳곳에 살게 되었는지를 과학적 사실로 답을 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주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리뷰제목


 

<인류, 이주, 생존>은 인간의 이주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오래된 인류의 이주를 추적하면서 우리가 호모 미그라티오란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이 책은 이주에 대한 주제를 저널리즘에 가까운 르포 형식으로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끌어나간다. 인류가 어떻게 지구 곳곳에 살게 되었는지를 과학적 사실로 답을 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주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보여주었다. 

 

더 나은 환경을 향한 움직임은 야생에서부터 시작되고 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기후변화에 따라 해양생물들은 극지를 향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산호초처럼 움직일 것 같지 않은 야생생물마저 북진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 역시도 지속적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자신이 태어난 국가 밖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이주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자연재해와 사회적 문제, 전쟁, 이촌향도 등 사람들이 이동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존재하는데 저자는 갈수록 늘어나는 이동의 양상을 통해서 인류의 이주가 상당히 중요한 부분임을 일깨운다. 특히 생물 다양성과 복원력 있는 인간 사회를 보존하는 최선이 이주임을 강조하고 있다.

 

변화가 진행될 때마다 움직이는 종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이런 기회가 도래했을 때 이주자들이 왔다.
자연이 언제나 경계를 넘는 건 이 때문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_300p

 


 

 

그러나 우리는 이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떨치지 못한다. 이주자들이 범죄와 전염병을 양산한다는 편견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이주자를 곱게 바라보지 못한다. 특히 이주자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를 하는 언론과 반이주 정책을 펼치는 정치인들까지 한몫하여 우리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준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에서 이주자와 이주에 대한 편견이 우리에게 어떻게 자리 잡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며 객관적인 논리로 조목조목 반박한다. 

 

예를 들어 이주자에 대한 공포가 만연한 미국은 실제로 1990년부터 2013년 사이에 미국 내 미등록 이주자의 수가 3배 늘었지만 폭력 범죄의 비율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정확하게 알아보려 하지 않고 이러한 사실들을 차치한 채 이주자를 공격하는 텅 빈속 내를 드러낸다고 한다. 

 

책에서는 이주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기원을 생물학 분류체계를 정립한 칼 린네의 이론을 통해 설명했고 과학자들의 반이주사상, 맬서스 이론으로 본 인구의 공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저자 소니아 샤는 과학 저널리스트로 이 책을 완성하기까지 생물학, 유전학, 인류학, 과학사 등 방대한 과학적 연구 지식을 빌려왔다고 한다. 책에서는 이주에 관한 과학자들의 주장과 근거들이 낱낱이 공개되는데 이 중에 흥미로웠던 이론이 있다. 유전학자인 루카 카발리 스포르자의 연구에 따르면 DNA 근거를 통해 '우리는 불과 수십만 년 전에 아프리카 밖으로 이주했음'을 입증했다고 한다. 아프리카에서 인류가 퍼져나갔다고 하는 이론으로 수 세기 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인간이 한 장소에 붙박이처럼 살았다는 신화를 부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유명 인사들의 조상을 찾아주는 <Finding your roots>라는 미국 TV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DNA 검사로 인종 정보를 찾아 자신의 조상이 누구인지를 추적하는 프로그램인데 의뢰인들 대부분이 예상치 못한 조상의 국적을 알게 되어 깜짝 놀란다. 이 프로그램에서 미국 유명 배우의 조상이 친일파 한국인 무용수였다는 사실이 알려져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세대를 거치며 인종이 복잡한 양상을 띄는 것을 확인하게 해 준 사례였다. 그리고 단일 민족에 대한 환상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를 깨닫게 했다.

 


 

 

그런데 인간이 이주하는 동기와 영향은 아직 제대로 규명되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저자는 이주 패턴을 구직의 산물로만 정의할 수 없듯이 간단한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왜 이동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이주 자체에 대한 궁금함이 아닌 공포를 더 많이 내포하고 있는 것이라 꼬집는다. 

 

또한 이 책은 이주가 쉽지 않다는 현실도 알려준다. 이주자들의 목숨을 건 이주 과정을 좇으며 그들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알 수 있었다. 높아진 국경 장벽과 국가마다 실시하고 있는 반이주 정책, 반이주 정서, 외국인 혐오 등이다. 저자는 이주를 위기가 아닌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인정하는 것을 해법으로 여긴다. 이주가 규칙적이고 평화롭게 이루어질 수 있는 다양한 조치들을 요구한다. 

 

<인류, 이주, 생존>은 마치 우리의 미래를 그리는 듯하다. 지금은 정착된 삶을 만끽하는지 몰라도 만약 환경이 달라진다면 언젠가는 우리도 이주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최근 들어 심각해지는 기후변화 문제 때문에라도 항상 이주를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당장 이주에 대한 편견을 부수기에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그러나 맥락 없는 이주자에 대한 혐오를 그만두고 현실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대화가 오가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주는 생존과 공존에 관한 문제다. 이 책은 우리가 이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때가 지금임을 알려주는 것 같다. 새로운 기회를 향한 인류의 '이주'를 이제는 말할 때다.

 


 

*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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