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다
미리보기 공유하기

아무것도 없다

리뷰 총점 9.3 (56건)
분야
소설 > 세계각국소설
파일정보
EPUB(DRM) 34.20MB
지원기기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43건) 회원리뷰 이동

종이책 스페인 내전 이후 삶의 모습 평점8점 | f***2 | 2021.09.03 리뷰제목
2006년에 나온 <나다>의 개정판이다. 작가 탄생 100주년 기념판으로 새롭게 나왔는데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추천 글과 함께 역자의 작품해설이 덧붙여져 있다. 이 책을 처음 선택할 때 바르가스 요사의 추천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개인적으로 아는 작가의 추천에 상당히 약하다. 장르문학으로 넘어가면 너무 넘쳐 문제지만 그래도 이런 추천글을 보면 눈길이 간다. 그리고 스페인 내
리뷰제목

2006년에 나온 <나다>의 개정판이다. 작가 탄생 100주년 기념판으로 새롭게 나왔는데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추천 글과 함께 역자의 작품해설이 덧붙여져 있다. 이 책을 처음 선택할 때 바르가스 요사의 추천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개인적으로 아는 작가의 추천에 상당히 약하다. 장르문학으로 넘어가면 너무 넘쳐 문제지만 그래도 이런 추천글을 보면 눈길이 간다. 그리고 스페인 내전 이후의 삶을 그려내었다고 해서 더 관심이 갔다. 스페인 내전을 다룬 유명한 고전들도 있지 않은가. 내전 당시 모습을 보여준 작품들에 비해 그 이후 삶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에 살고 있기에 한국전쟁 이후 삶을 다룬 소설에 익숙하기에 그들의 삶도 그렇게 낯설지는 않지만.

 

읽으면서 몇몇 대목에서는 6.25 이후 서울 풍경을 다룬 소설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낯선 나라의 도시라면 그 이미지를 그대로 대입할 수 없다. 그래도 먹고 사는 문제는 비슷하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전후 상황을 잘 보여준다고 느끼지 못했던 것은 거리의 풍경과 그곳에 머물며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안드레아의 시선이 그쪽으로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일까? 대학생이란 신분 때문일까? 그녀가 외할머니 집에서 겪게 되는 일들이 그렇게까지 최악으로, 힘든 삶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살 곳이 있고, 어떻게든 음식을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횡간을 읽는데 무딘 탓일지도 모른다.

 

스무 살의 여자가 늦은 밤 외할머니집에 온다. 기차의 연착으로 늦은 시간에 도착했다. 그녀의 도착을 반겨주는 사람은 할머니가 유일하다. 어린 시절 기억 속 외삼촌들이 있지만 그렇게 친절하지 않다. 바로셀로나에 온 이유는 대학을 다니기 위해서다. 어쩌면 작은 로망이 있었는지도. 숙소가 해결된다는 것은 생활비의 엄청난 절약이다. 하지만 그녀가 살게 된 그 집은 혼란과 가정 폭력과 광기로 가득하다. 안드레아는 그 대상이 아닌 관찰자로 그 집에 머물면서 그 장면들을 하나씩 보고, 각자의 비밀들을 하나씩 알게 된다. 이 소설의 재미 중 하나는 이런 비밀들이 엮이고 꼬인 관계 속에서 드러날 때다.

 

처음 도착한 그녀를 가장 억압한 인물을 이모다. 그녀의 연금을 대신 수령하고, 끊임없이 잔소리한다. 그러다 내전 당시 있었던 이야기 하나가 그녀의 과거와 엮이면서 슬며시 비밀을 드러낸다. 슬픈 사랑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수녀원에 들어갈 수 있는 돈을 모아 떠나는 그녀의 모습은 애잔하다. 이모가 집을 떠나면서 그 방을 차지 했지만 그녀의 삶이 나아진 것은 아니다. 연금을 탄 후 억눌렸던 욕망이 튀어나온다. 무절제한 소비로 이어진다. 돈은 금방 떨어지고 배를 곪는다. 그녀가 이런 생활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대학 동창 에나에게 있다. 그녀의 집에서 받은 대접에 대한 대가로 에나의 엄마에게 장미를 선물하기 때문이다. 허세 중 하나는 이모처럼 한 달에 한 번 집 근처 구걸자에게 돈을 주는 것이다.

 

소설에서 가장 알 수 없고 폭력적인 것은 집안에서 일어난다. 후안 삼촌과 외숙모, 로만 삼촌 사이에 일어나는 폭력과 욕설과 미묘한 감정들이 뒤섞여 나타난다. 어떻게 외숙모가 후안 삼촌과 결혼하게 되었는지 알려주는데 이 과정 속에는 또 하나 숨겨진 비밀이 있다. 그 비밀이 드러났을 때 이 기묘한 관계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낯선 장면 하나가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그것은 후안 삼촌이 외숙모에게 가하는 가정 폭력이다. 아니 이 폭력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후안 삼촌이 자신의 폭력을 후회하고 미안해하는 것을 외숙모가 받아들이면서 그 행위를 반복하게 되는 상황이다. 이런 폭력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많이 보지 않았던가.

 

로만 삼촌은 뛰어난 연주자다. 그의 음악에 매혹되는 장면이 몇 번이나 나온다. 하지만 그 실력을 그는 갈고 닦지 않는다. 그의 음악과 매력에 매혹된 여자들이 있지만 그는 정착하지 못한다. 뒤늦게 감정을 내뱉고 감정을 폭발시킨다. 이렇게 두 형제가 자라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엄마가 그런 행위를 어릴 때부터 용인한 것도 있다. 마지막에 다른 이모들이 와서 한 이야기는 이것을 잘 보여준다. 물론 그 전에 고백한 것도 있다. 관찰자로 그들의 삶을 엿보았다고 해서 자신의 삶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랑이란 감정을 키우려고 했던 그 순간 마주한 현실은 거대한 아픔이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과거 이야기가 하나 흘러나온다. 개인적으로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이야기다. 이것도 로만 삼촌과 관계 있다.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0
종이책 아무것도 없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i********g | 2021.09.05 리뷰제목
심각했던 내전 이후 1940년대의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키르멘 라포렛의 <아무것도 없다>의 제목의 의미는 한가지로 볼 순 없을 것이다. 1인칭 시점의 작품으로 화자인 안드레아의 시선으로 보자면 내전으로 망가진 바르셀로나 곳곳의 피폐된 모습은 마치 이제 막 무언가를 시작하려하는 안드레아의 의지를 반대하고 비난하는 이모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안드레아가 아닌 외갓집의
리뷰제목
심각했던 내전 이후 1940년대의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키르멘 라포렛의 <아무것도 없다>의 제목의 의미는 한가지로 볼 순 없을 것이다. 1인칭 시점의 작품으로 화자인 안드레아의 시선으로 보자면 내전으로 망가진 바르셀로나 곳곳의 피폐된 모습은 마치 이제 막 무언가를 시작하려하는 안드레아의 의지를 반대하고 비난하는 이모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안드레아가 아닌 외갓집의 다른 가족들의 시선으로 보면 그들 모두 결국 내전의 피해자라는 것을 쉽게 깨닫게 된다. 이모가 떠나기 전 안드레아를 붙잡고 체념하듯 혹은 미혼의 여성으로서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던 수녀로서의 삶을이야기 하는 장면을 보면 처음부터 안드레아를 괴롭힐 생각은 없었다고 말한다. 오히려 조카인 그녀를 자신이 평생 돌봐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고 자신 또한 정신을 놓아버린 외할머니와 끊임없이 집안의 분란을 일으키는 올케,외숙모로 인해 삶이 망가졌다며 탓을 한다. 외숙모의 삶은 또 어떤가. 그녀의 말대로라면 아직 집안에 갇혀살만큼 나이들지 않았고 남편은 돈도 제대로 벌어다주지 못하면서 폭력을 행사하며 시동생은 마치 그런 자신의 삶을 바꿔 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역시나 다른 누군가를 탓할 뿐이다. 이들 외에도 자신의 문제를 타인과 외부에서 찾으려는 모습이 만연된 안드레아 주변인들의 모습을 보며 결국 내전으로 인해 고통받은 스페인의 모습을 한 여인을 통해 사실적으로 그렸다는 이 책의 찬사가 납득은 물론 공감할 수 있었다.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무것도 없다'는 안드레아가 희망하는 삶을 위해 준비되어 있거나 혹은 그녀를 위로 할 무언가가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게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부정적인 깨달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외할머니집으로 가면이라고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늦은 밤 도착한다는 설정 자체가 이미 절망적인 미래를 암시하는 듯해도 할머니에게서 친구인 에나에게로 또 로만 삼촌에게로 이어지는 흐름을끊을 수 있는 건 결국 스스로의 삶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있다는 진정한 희망으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화자인 안드레아의 시선이나 처지보다는 이모와 외숙모의 삶에 더 마음이 동하고 괴로워했던 것이 사실이다. 만약 내가 아직 누구에게나 청년으로 불리는 나이었다면 좀 더 나아지기 위해 길을 떠나는 안드레아에게당연히 감정이입이 되었겠지만 결혼 후 그 이전의 자신을 내려놓지 못하면서도 아주 느리지만 분명하게 폭력에 잠식되버린 외숙모나 신에게 자신을 맡겨드린다면서도 여전히 신이 아닌 자신의 뜻을 쫓는 더이상 소녀가 아닌 그들에게서 쉽사리 맘이 떠나질 못했다.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댓글 0
종이책 아무 것도 없다 - 카르멘 라포렛 평점8점 | h*****1 | 2021.09.05 리뷰제목
저자 카르멘 라포렛은 스페인 작가로 데뷔작인 이 소설로 스페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나달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자기정체성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스페인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라 불리며 스페인 현대 소설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 중의 하나로 꼽힌다. 오랫만에 만나보는 생소한 작가이지만 작가 소개글을 보고 기대가 되었다. 자전적 소설이라는 느낌이 나는 배경에서 더욱 작
리뷰제목

저자 카르멘 라포렛은 스페인 작가로 데뷔작인 이 소설로 스페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나달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자기정체성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스페인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라 불리며 스페인 현대 소설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 중의 하나로 꼽힌다.

오랫만에 만나보는 생소한 작가이지만 작가 소개글을 보고 기대가 되었다.

자전적 소설이라는 느낌이 나는 배경에서 더욱 작가의 일생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스페인 내전은 2차 세계대전 직전에 스페인에서 일어난 이념과 계급과 종교가 뒤엉켜 폭발한 전쟁으로, 사회주의, 공산주의, 아나키즘, 파시즘 등 온갖 정치 이념들의 격전장이었다. 또한 자본가·지주 계급과 노동자·농민 계급이 맞붙은 계급 전쟁이기도 했다.

결국 프랑코가 통치하게 되면서 끝나게 된다.

피카소의 작품 '게르니카'가 스페인 내전의 비극을 그린 작품이기도 하다.

표지에서 느껴지는 강렬함이 먼저 독자의 눈길을 끈다.

불이 켜진 창문은 바르셀로나의 외가의 느낌을 자아낸다.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심리가 궁금하기도 하고, 야릇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과 주인공 안드레아가 겪은 이야기이다.

예전에 방문했던 외가에서의 행복하고 따뜻했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던 안드레아가 다시 방문한 곳은 무너져가는 스산한 곳으로 변해있었다.

그곳에는 전쟁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으나 이미 많은 사건을 겪은 사람들이 혼란을 겪으며 살고 있는 곳이다.

스페인 내전 이후의 황폐해진 사람들의 마음과 삶을 그저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리저리 두서없이 이야기하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바라보며 독자와 함께 이야기를 짐작하게 된다.

일찍 부모을 여의고 고아가 된 안드레아는 대학 진학을 위해 바르셀로나로 온다.

아주 오래 전부터 살아온 외가의 아파트는 묘사부터 기묘한 느낌을 준다.

정돈되지 않은 집안 공간과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정신이 피폐해진 외할머니와 후안 삼촌과 글로리아 외숙모, 그의 아이, 로만삼촌과 앙구스티아스 이모, 하녀 안토니아와 '천둥'이라는 개가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다.

안드레아의 학교 생활보다는 집안 사람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쟁 후 불안정하고 가난한 삶을 그려내고 있다.

부족함 없는 친구 에나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고 자신의 성장을 위해 다시 나아가는 주인공 안드레아의 미래가 보다 나은 모습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바란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아무것도없다#카르멘라포렛#문예추판사#책좋사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댓글 0
종이책 아무것도 없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a*****7 | 2021.09.05 리뷰제목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멀어져가는 바르셀로나에 작별을 고했어요.  분노와 반항심, 수치심, 약간의 희열과 열정, 그리고 엄청난 충격 뒤에 밀려오는 허망함과 일말의 희망까지 온갖 감정들이 뒤범벅되어 혼란스러웠는데, 그것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솔직히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잠시 멍해졌어요.  책 표지에 적힌 "아무것도 없다"라는 제목이 선
리뷰제목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멀어져가는 바르셀로나에 작별을 고했어요. 

분노와 반항심, 수치심, 약간의 희열과 열정, 그리고 엄청난 충격 뒤에 밀려오는 허망함과 일말의 희망까지 온갖 감정들이 뒤범벅되어 혼란스러웠는데, 그것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솔직히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잠시 멍해졌어요. 

책 표지에 적힌 "아무것도 없다"라는 제목이 선명하게 보였어요. 아무것도 없다... NADA

그리고 책소개를 통해 이 작품이 스페인 내전 이후의 삶을 여성 주인공의 목소리로 그렸으며, 스페인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나달문학상 제1회 수상작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카르멘 라포렛은 어린 나이에 겪은 내전의 후유증을 스물셋 나이에 <아무것도 없다>라는 첫 작품으로 탄생시켰다고 해요. 작품의 원제 'NADA'가 '무無', 즉 '아무것도 없다'라는 의미이며, 2006년 원제 그대로 <나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작품을 카르멘 라포렛 탄생 100주년 기념판으로 다시 내놓았다고 하네요.

100년이라는 세월은 까마득하게 느껴지지만, 그때 탄생한 작가가 쓴 소설에서는 그 어떤 물리적, 시간적 거리감을 느끼진 못했어요.

무엇보다도 이 소설은 스페인 내전의 흔적을 겉으로 드러내진 않아요. 오로지 주인공 안드레아의 시점에서 주변 상황들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그려내고 있어요.

우선 안드레아는 대학에서 문학 공부를 하기 위해 혼자 바르셀로나에 있는 외갓집을 찾아 왔어요. 세 시간 연착으로 한밤중에 기차역에 도착한 상태 택시를 잡기도 힘들어서, 스페인 내전 후에 다시 등장한 낡은 마차에 올라탔어요. 도착한 건물은 아파트지만 모든 것이 상상과는 딴판이라 놀라는 안드레아. 

어둠 속에 드러난 집 내부는 온통 거미줄이 쳐져 있고, 곧 이사갈 것처럼 가구들이 겹겹이 포개져 있어요. 안드레아를 맞아준 외할머니는 선량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처량해보여요. 큰 외삼촌 후안과 외숙모 글로리아, 작은 외삼촌 로만, 앙구스티아스 이모, 그리고 가정부 안토니아와 개 한 마리까지 왠지 암울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어요.

숨이 턱턱 막히는 집에서 벗어나고 싶은 안드레아는 마침 대학에서 만난 친구 에나와 완벽한 그녀의 가족을 통해 위안을 얻게 되지만 어쩔 수 없는 비교가 안드레아를 괴롭혀요. 안드레아는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외할머니뿐만이 아니라 집안 여자들이 외삼촌들로부터 학대와 무시를 당하는 걸 이해할 수 없어요. 더군다나 이모는 안드레아에게 부모 잃은 고아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자꾸 속박하려고 들어요. 만약 좀 더 어린 소녀였다면 꼼짝없이 당했겠지만 안드레아는 차라리 무시하는 쪽을 택했어요.

그러나 앙구스티아스 이모가 오열하며 고백한 이야기는 진심이었기에 얄미운 그녀가 안쓰럽게 느껴졌어요.

 

"... 네 할머니는 늘 딸보다 아들을 훨씬 귀히 여기셨지만, 

그 아들이라는 사람들 덕에 - 여기서 이모의 얼굴에 조소의 빛이 지났다 - 오늘날 이렇게 궁상을 떨며 살잖니 ......

솔직히 이 집안을 지켜온 건 순전히 딸들이었어."  (173p)

 

실제로 외삼촌들은 집안 여자들에게 몹시 강압적이고 포악하게 굴었고, 그 관계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어요. 그러니 바르셀로나 그 집에 머물고 있는 한 안드레아는 끊임없이 투쟁할 수밖에 없어요. 결국 그 일이 터지고 난 후에야 얽히고 설킨 관계는 끝이 났고, 안드레아의 삶은 새롭게 시작될 수 있었어요. 황무지에 피어난 풀 한 포기만큼의 희망으로.

 

"생전 처음, 나는 모든 존재는 점차 잿빛으로 시들어가고 점차 소멸되어갈 때까지 삶을 지속하게 마련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죽음이 찾아와 육신이 소멸하기 전에는 결코 그 어떤 사연도 막을 내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412-413p)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댓글 0
종이책 아무것도 없다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f*******e | 2021.09.05 리뷰제목
<아무것도 없다> 고전 명작 소설 중에서도 청소년 필독서로 손꼽히며 누구에게나 추천하는 ‘호밀밭의 파수꾼’. 이 소설은 스페인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라 불리는 소설이다. 1944년 저자 카르멘 라포렛은 스물 셋의 나이에 자신의 출생지인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이 소설을 썼다. 그 후 제 1회 스페인 나달문학상을 수상했고, 지금까지도 많은 찬사와 함께 20세기 스페인의 가장 매
리뷰제목

<아무것도 없다>

고전 명작 소설 중에서도 청소년 필독서로 손꼽히며 누구에게나 추천하는 ‘호밀밭의 파수꾼’. 이 소설은 스페인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라 불리는 소설이다. 1944년 저자 카르멘 라포렛은 스물 셋의 나이에 자신의 출생지인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이 소설을 썼다. 그 후 제 1회 스페인 나달문학상을 수상했고, 지금까지도 많은 찬사와 함께 20세기 스페인의 가장 매력적인 소설로 불리고 있다. 스페인 내전을 겪은 저자는 자유의 겹핍과 검열, 편견과 오만이 팽배한 야만적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집요하게 추구하는 한 여성의 목소리를 그려냈다.

안드레아는 스페인 내전 후의 피폐한 상황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대학을 다니기 위해 바르셀로나에 있는 외가로 오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상상과는 다른 참혹한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외가는 가난하고 가족들은 하나같이 우울한 그림자와 폭력적인 모습에 삶을 포기한 듯 보인다. 안드레아는 암담한 현실에서 유일한 행복인 친구 에나를 만나는데 그녀는 자신과 달리 부유하고 지적이며 아름다운 모습을 보인다. 아마도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이 안드레아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그녀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과연 안드레아는 억압과 우울한 환경 속에서 자신이 찾고자 하는 희망을 만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스페인 소설은 처음인데 생각보다 낯설지 않고 무리 없이 읽었다. 꽤나 고전에 속하는 시기에 출간되었음에도 지금 읽기에 전혀 거리감이 없다. 오히려 소설 속 분위기에 압도당한 듯 마음의 긴장과 함께 감상했던 것 같다. 답답한 현실에 직면한 안드레아를 통해 어쩌면 지금의 우리 역시 코로나19에 갇혀버린 것은 아닌지 떠올려보았다. 사실 굳이 비교하자면 한국전쟁후의 모습이 스페인 내전후가 배경인 소설 속과 더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희망이 없고 우울함과 포기가 지배한 현실에서 꿈을 찾아가는 일은 아마도 생존하는 그것과 맞먹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인내하고 성장과 꿈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서 이 소설의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현실의 거대한 아픔을 직면하며 그것을 피하지 않고 대면하는 용기는 어쩌면 소설 밖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댓글 0

한줄평 (13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9.4점 9.4 / 1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