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었다.
수첩과 볼펜을 주머니에 넣고 머리 속이 텅 빌 때까지 걸었다.
진공 상태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잠시 멈춰 짧게 기록하고 걷기를 반복하다
다시 책상 앞에 앉으면 그것들을 이어 글을 쓸 수 있었다.
대학원 시절 무엇을 써야 할 지, 어떤 것을 주제로 잡아 과제를 할지 막막할 때
나의 돌파구는 걷기였다.
<명상하는 글쓰기>라는 제목에 걸맞게
명상, 인간 이해, 의식 성장, 객관화, 알아차림,
효율적인 글쓰기 방법들, 명상이 되는 글쓰기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을 읽으며
저자가 추천하는 방법 중 하나를 내가 이미 사용했었음을 알아차렸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은
살아오는 동안의 교육, 상황, 관계, 경험 등을 통해 형성된
수 백, 수 천의 면면들이 모여있을 뿐으로
실체가 없는 ‘나’에 갇혀 있으면,
에고가 원하는 것만 보고 집착하며 틀에 갇히게 되지만
‘나’를 포함한 모든 것들을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나’의 실체 없음을 알아차리게 되고
시야가 넓어져 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게 되어 글감을 찾게 되며
여기서 통찰하는 글쓰기를 할 수 있음을
나아가 내면의 두려움을 치유하는 글쓰기도 가능함을 말하고 있다.
가부좌틀고 앉아서 하는 명상이 전부가 아님을,
그리고 일상에서의 알아차림이 좋은 명상법임을
여러 연구와 학자, 명상가들의 말을 인용하며 알려주고
피터 드러커의 묶음시간과 제로 드래프트,
경이적 모멘트 작법이라는 프란츠 카프카의 글쓰기법,
질문과 답을 해가는 글쓰기,
알아차림이 이루어지는 글쓰기 등
효과적인 글쓰기 방법에 관해서 설명한다.
인간의 여러 측면을 다루다보니 뇌과학, 윤회, 환생, 임사체험,
에카르트 톨레, 데이비드 호킨스, 디팩 초프라, 아니타 무르자니 등
영성 관련 책을 통해 다루어지는 개념이나 유명한 학자, 작가들도 다양하게 언급되어
한데 모아 정리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명상하는 글쓰기로 저자가 겪은 긍정적인 변화들,
즉, 틱장애, 미루기 버릇, 담배 중독, 과체중, 알코올 중독, 불면증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경험을
구체적으로 나누는 5장은 무척 흥미롭웠고, 명상하는 글쓰기에 동기부여가 되는 챕터였다.
물론, 이러한 긍정적 변화를 목적으로 두면
명상적 글쓰기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역설을 저자는 분명하게 언급하고 있다.
책에서 소개되는 글쓰기와 관련되는 내용 중 일상 생활에서 유용한 방법을 나누며
서평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방법만 꾸준히 사용해도 삶에서 알아차림의 순간이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명상과 가까운 상태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것은 바로 관형사, 형용사, 부사를 가급적 덜 사용하거나 그 사용을 주의깊게 알아차리는 것이다.
우리는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흔히 관형사나 형용사, 부사를 일상적으로 과도하게 사용한다. 무의식적으로 남발한다. 그런데 이들 관형사, 형용사, 부사는 ‘새 것’과 ‘헌 것’, ‘부유하다’와 ‘빈곤하다’, ‘저절로’와 ‘일부러’처럼 외부의 사물이나 상황, 개념을 극단적으로 꾸미고 대비시킨다. 따라서 감정을 동반하는 역할을 한다. 감정을 동반하다 보니 언어가 되어 나오면서 에고를 증폭시키고 생각을 폭발시켜 실제보다 과장하게 만든다.
문제는 이들에 의해 증폭된 감정과 폭발된 생각에 따라 우리가 판단을 하고 결정을 할 때이다. 이런 증폭된 판단이 습관이 되어 머릿속에 분류표를 만든다면 문제다. 더구나 증폭된 에고의 감정과 폭발된 생각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결정된다면 더 큰 문제다.
머릿속 분류표가 일단 자리를 잡으면 외부의 상황을 순식간에 판단하고 결정하는 도구(앞서 언급했던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어림짐작’)가 되어 삶을 왜곡한다. 그런데 우리들 대부분이 이런 식으로 머릿속 분류표에 의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98-199
출판사에서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