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란 이렇게 마음을 사정없이 흔들어 놓고, 흐드러지게 핀 벚꽃만큼이나 감정을 흩날리게 만든다. (p. 246)'
사람마다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 하나쯤은 갖고 있지 않을까? 친구를 만나 폭풍 수다를 떨기도 하고, 기쁨에 겨워 또는 슬퍼서 소리쳐보기도 하고, 골방에 틀어박혀 생각을 정리하기도 할 테고... 또 하나 음악을 듣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싶다. 다만 감정에 따라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할지 모르는 것이 문제이긴 하다.
'하지만 클래식이 갖고 있는 강력한 점이 있다. 바로 사람은 누구나 느낀다는 점, 나는 바로 그 감정이라는 녀석에 천착해 보기로 했다. (...) 그러니 각자의 감정에 맞게 들어보면 그건 또 나름대로 재미난 감상법이 된다. (p. 9)'
울적해서 술 생각이 간절해? 기분 좋게 아침을 맞이하고 싶어? 네가 지금 가장 불행한 사람인 것 같아? 불안하고 답답해? 사랑하는 사람이 이별을 알려왔어? 조현영 피아니스트가 곁에서 내 기분은 살피고는 이런 말을 건넨다. "이 음악 한 번 들어볼래? 도움이 될 거야."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프리드리히 굴다의 첼로 협주곡 1악장.
낮술과 함께 곁들일만한 클래식으로 추천한 곡이다. 무대에 오를 때 색안경에 모자를 쓰고 나오는 모습에서 짐작하듯이 굴다는 괴짜이고 파격적이다. 또 하나 특이한 건 이 곡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구성에 현악기가 빠져있다. 현악기는 첼로뿐이다. 낮술하고 흥얼거리게 된다면 꼭 들어보기를. 기분이 더 좋아진다.
리스트, <위로> 작품번호 172-3.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피아니스트가 건반을 치는 손놀림만으로도 위로받는 느낌이다.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는듯하다. 처음 듣는 클래식인데, 이 곡으로 리스트 팬이 돼버렸다. 아무 말도 필요 없고 '네가 옳아'라는 말을 듣고 싶을 때 들어보기 바란다.
'특히 오른손 멜로디의 후렴구마다 등장하는 16분음표 멜로디가 꼭 '네 맘 알아' 하고 답하는 것 같다. '위로'라는 제목이 있어서인지 설명이 필요 없이도 이해가 된다. 오른손과 왼손이 서로 대화하는 느낌이 든다. (p. 151)'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작품번호 23
방에서 혼자 볼륨을 한껏 높여놓고 음악을 듣고 싶을 때, 조현영이 제일 먼저 집는 음반이다. 피아니스트들이 콩쿠르나 연주회에서 자주 연주하고 가장 사랑하는 곡이라고 한다.
저자에게 이 음악엔 한때 부부였던 피아노의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샤를 뒤트아의 아름아운 이야기가 묻어있다. 둘은 헤어지고 각각 다른 사람과 결혼, 이혼 후 지휘자와 솔리스트로 만난다. 사랑은 끝났지만 음악적 동반자로 눈빛과 호흡을 주고받는 장면이 이 음악을 들을 때면 오버랩되는 모양이다.
이 음악이 좋아 재즈 밴드 핑크 마티니가 멜로디를 편곡해 곡을 만들었다. <Splendor in the Grass>, 꼭 감상해 보길. 스톰 라지의 매력에 빠져들 것이라 장담한다. 이 곡도 들을 때 반드시 볼륨을 크게 높이고...
조현영의 세 번째 책 <오늘의 기분과 매일의 클래식>은 나의 기분에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는 권해주는 책이다. 클래식과 친해지고 싶다면, 가끔 듣고 싶은 클래식 몇 곡 정도는 기억하고 싶다면 그리고 저자처럼 친구의 기분에 맞게 슬쩍 음악을 알려주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조현영 피아니스트의 사랑스러운 글 솜씨까지 더해져 책을 자주 펼쳐 읽게 될 것이다.
<오늘의 기분과 매일의 클래식>
아침마다 클래식을 들으려고 노력하는데 클래식을 듣는건 좋아하지만 피아노를 배우지도 않았고 클래식을 제대로 접한 적이 없어 유튜브로 대충 클래식이라고 검색해서 듣고는 했다. 그러다보니 매일 같은 음악만 듣게 되고 지겹기까지 했다. 다양하게 들을 수 있는건 그나마 한국인이 좋아하는 클래식 정도 였는데 항상 갈증이 났었다. 현암사와 클래식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니 현암사에서 클래식 관련 책도 잘 만든다는 것에 인정하며 박수를 보낸다.
음악가와 그 음악가의 대표 클래식을 소개하는 이야기 형식이며 QR코드가 있어서 바로 유튜브로 들으며 책을 감상할 수가 있어서 혼자지만 로매틱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음악 한곡 한곡 이렇게 들으면서 책을 읽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그 시간들이 보람있고 행복했다.
그 많은 클래식을 들으며 좋았지만 김동규님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노래가 계속 맴돌아서 진짜 아침에 일어나면 그 노래만 반복으로 들어야만 했다. 원래 대충은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좋은 곡인줄 알았다면 결혼식에 축가로 부탁했을것이다. 작가님의 말에 의하면 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목소리 톤이라는데 맞는말 같다. 아름답지만 슬프면서 계속 빠져드는것을 보니 음악의 힘이 강하다는것을 깨달았다.
한곡 한곡 들을때마다 익숙한 음악들이 많았지만 사연과 같이 읽으면서 들으니 모든 곡이 특별해졌다. 빨리 코라나가 끝나서 음악회에 가보고 싶다. 이제는 이 책이 있으니 가서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상태가 되어 기대가 더 된다.
1일 1클래식 1기쁨과 비슷한 종류의 책 같아요.
그렇다고 이 좋은 책을 좋칠 수는 없죠.
1일 1클래식 1기쁨 보다는 조금 아담한 크기의 책입니다.
요즘 이런 비슷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는 것 같은데 꽤 만족스러워요.
그리고 한국에서 출간된 책이라 더 마음에 드는 것 같아요.
1일 1클래식 1기쁨도 사시고 이 책도 사세요.
클래식은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