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삭제판!!! 이라는 마크가 눈에 띄는 어른을 위한 이솝 우화 358가지 완역판입니다.
1927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에밀 샹브리의 이솝 우화 원본을 템플 부부가 해석한 책입니다.
책을 보면서 이솝이 실존 인물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전래동화처럼 외국에서 사람들의 입을 통해 내려온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작가가 실존 인물인 걸 알고 책 펴자마자 충격받았습니다.
이솝은 기원전 6세기 중반쯤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야기꾼으로 유명해 재치 있고 그 속에 신랄한 유머와 말장난이 가득한 난무하여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정치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칠 때 많은 철학자들이 자주 인용했다고 합니다.
무삭제판이어서 거칠고, 야만적이고 직접적으로 표현한 이야기들도 등장합니다.
이솝 우화가 아이들에게 교훈과 지혜를 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어른들이 읽기에도 유치하거나 지루하지 않는 이야기였습니다.
우화 제목들을 보면 그리스 신들과 동물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해설을 보면서 아쉬웠던 건 우화들의 등장 동물들이 그 당시 그리스에 존재하지 않았을 동물들도 나오기에 아마 이솝의 우화뿐만 아니라 시간을 지나오면서 다른 우화들도 섞여들어 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어느 것이 진짜 이솝의 우화인지 궁금해집니다.
우화 밑에 교훈이 적혀있는데 교훈은 후에 우화 수집가들이 덧붙인 거라 합니다.
그렇다면 밑에 교훈을 읽지 않고 우화만 읽고 자신이 느낀 교훈이나, 생각들을 적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솝이 직접 시사하는 바를 적은 건 줄 알았는데 다른 이가 적은 것이라 하니 다르게 생각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어 심심할 때 한, 두 편씩 읽기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인간의 본성이나, 정치적 풍자, 그리스 신화 이야기 등을 알려주기도 하고 이야기의 비극적 엔딩들을 보며 이렇게 살지 말아야겠다는 교훈도 주니,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읽어야 하는 이솝 우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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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하면 이솝우화지. 그런데 어른을 위한 이솝우화 전집이라고 하니 일단 궁금함이 먼저 앞섰다. 게다가 무삭제 완역판이라고 하니 더욱더. 책을 펼쳐보고 나니 이솝우화에 대해 내가 모르는 부분이 참 많이 있었구나 싶었다. 이 책을 통해 이솝에 관한 이야기와 이솝우화에 관한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이솝은 기원전 6세기 초반의 인물로 이야기꾼이었다고 한다. 짤막한 동물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논점을 명쾌하게 설파했다고 한다. 이 재치 넘치는 우화는 오늘날까지 최고의 처세, 지혜서로 존재한다고. 예전에 나온 이솝우화 번역본은 182개의 우화만 실렸는데, 이번에 출간된 책에는 357가지의 우화를 담았다고 한다. 보통 우리가 아는 이솝우화는 교훈이 등장하는 걸로 아는데 정작 이솝우화에는 교훈들이 단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특히나 많은 부분의 교훈은 우화 수집가들이 붙인 것이라는 점이다. 그 어떤 점 보다 이솝 우화를 읽으면서 인간의 본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뭐 재미는 덤이다.
한편 한 편이 짧아 휘리릭 읽히는 편인데, 생각할 것은 깊어지는 게 우화의 장점이자 단점. 이 책을 읽으니 내가 모르는 우화들도 참 많이 있었구나 싶다. 주석이 달려있어서 궁금한 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고, 책의 말미에 이 책의 저자가 쓴 이솝우화의 해설도 흥미로웠다. 이솝이 실존 인물인지에 대한 이야기와 이솝우화의 특징에 관한 이야기는 더 이야기를 깊이감 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특히 우화에 나오는 동물들에 관한 이야기는 인상적이다. 그리스에 있지도 않은 낙타 이야기나 그 외에 식물에 관한 변칙들이 나오게 된 것도 외국에서 전해져 온 게 아닌가 하는 가설이 나올 정도니 말이다.
"이보게 , 나그네 친구! 그렇게 자다가 우물에 빠지기라도 하면, 자네는 아마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기보다는 나를 원망하겠지." (-17-)
"내가 처음으로 석판을 훔쳐왔을 때, 어머니가 나를 마구 때려 주었더라면, 이렇게 법정에 서서 죽음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을 겁니다."
잘못을 처음 저질렀을 때 꾸짖지 않으면, 더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72-)
그리고 세 번째로 사자를 만났을 때 그 여우는 사자에게 자가가 말을 걸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친숙해지면 두려움은 약해지기 마련이다. (-143-)
"이제 그만하게, 이 물체는 논쟁과 불화의 정령이라네.건드리지 않고 가만히 놓아두면 그전처럼 얌전해질 걸세.하지만 이것과 싸우면, 보다시피 자꾸만 부풀어오른다네." (-214-)
"이봐.내가 생쥐를 무서워하는 게 아니야.난 단지 누구든 간에 잠자는 사자의 몸 위를 뛰어다닐 수 있을만큼 대담한 놈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을 따름이라고." (-279-)
목이 마른 비둘기 한 마리가 물동이 그림을 보고 진짜 물인 줄 알고 크게 날갯깃을 하며 급하게 몸을 날려서 부딪치는 바람에 날개 끝이 부러졌다.
새는 바닥에 떨어졌고, 지나가던 사람이 그 새를 주웠다. (-355-)
보다 못한 독수리는 발톱으로 거북이를 움켜쥐고는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갑자기 거북이를 놓아 버렸다.
결국 거북이는 바위 위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400-)
인생의 진리와 지혜는 어렵지 않고 단순하다. 단지 살아가며 지켜야 할 것과 지키지 말아야 할 것만 구별할 줄 알면, 어느정도 살아갈 방편이 될 수 있다. 삶의 지혜가 고픈 현대인들에게 ,기원전 6세기경 쓰여진 이솝 우화가 지금까지 현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책에는 인간의 보편적인 진리를 담아내고 있어서다. 어리석은 행동에서 벗어나 동물적으로 살아가지 않는 것, 후회하지 않으면서, 현명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본에 대해서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현대사회에서, 이솝우화는 보편적인 지혜서로 여전히 유효하다.
돌이켜 보면 그렇다.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 사회는 100년전 삶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리고,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물질적인 풍요로움 속에 살아가면서도 ,만족한 삶을 느끼지 못할 때가 있었다. 삶의 불안이 깊숙이 파고 들게 되는 이유는 인간의 욕망과 육구에서 스스로 해어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멈춰야 할 때 멈추지 못하고,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지 않는 것, 나약한 이들을 업신여기는 것을 경계하고 있었다. 즉 이솝 우화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혜는 남을 업신여기지 않는 것을 근본으로 하고 있다. 나보다 나약하고, 나보다 힘이 약한 이에게 가벼이 행동하면 ,그 화가 고스란히 나에게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화는 결국 자신의 불행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나의 분수를 아는 것도 이솝 우화가 강조하는 또다른 지혜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나 자신을 모르고 살아가며, 남을 보고, 서로 비교를 멈추지 않을 때가 있다. 만족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며, 욕구는 하늘을 찌르게 된다. 즉 땅을 기어다니는 육지 동물이 하늘의 새를 따라하다가는 죽음에 다다를 수 있다는 명징한 삶의 원칙과 원리를 제시하고 있었다.소위 당연한 지혜이지만, 순간 순간 놓치고 있는 것들, 우리 사회의 수많은 욕구와 욕망 덩어리가 자신을 비열하게 만들고, 어리석은 일을 저지름으로서 자신의 목숨을 잃어버리는 최악의 상황을 이솝 우화는 경계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우화’라는 단어를 던지면 아마도 머릿속에 우화와 함께 딸려 떠오르는 단어가 ‘이솝’이 아닐까 싶다. 이솝우화라는 제목을 붙이고 나온 책은, 내 어릴 적에도 참 많았고 지금도 서점에 가면 여전하다. 너무도 오랜 시간을 많이 접해서 그런지 우화의 수식어처럼 ‘이솝’이 따라붙곤 한다. 어린이들이 자주 접하고 읽는다는 점에서 이솝우화는 ‘아동도서’라는 관념도 심어주었다. 동물들, 특히 유난스레 사자가 많이 나오는 이솝우화는, 교훈을 담고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첫 느낌은, 이제껏 제대로 된 이솝우화를 읽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제목처럼 ‘어른을 위한’, ‘정본’, ‘이솝우화 전집’이라는 것을 톡톡히 본문 내용이 일깨워 주는 책이다. 물론 본문에 실린 358가지 우화 중 얼마는 어렸을 적 읽었던 이솝우화와 비슷한 내용을 가진 우화들도 있지만, 그리스 신화와 관련된 우화들은 꽤 생소했다. 또 결말 부분이 조금 생소한 우화들도 있다. 본문 우화에 대한 해설에서 리비아, 인도 등 여러 나라 전래 우화들이 이솝우화에 흡수되어 실린 것들로 추정된다며 설명하는 근거들은 꽤 흥미로웠다.
본문 뒤에 실린 로버트 템플의 해설을 보면 내가 어릴 때 읽은 것은 진짜 이솝이 쓴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동용으로 쓰인 우화들은 역자들의 입맛에 따라 개작된 것이 많다고 한다. 원문 이솝우화의 내용은 꽤나 야만적이고 거칠다보니 그 내용에 교훈을 담아 아동용으로 펴내기 위해서는 순화 과정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전래동화의 원작들이 잔혹하듯이 이솝우화 또한 그러했던 것인데, 이후 시대 변화에 따른 사회 윤리가 바뀌면서 그에 맞춰 텍스트도 고쳐나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솝은 실존 인물일까? 기원전 6세기 인물인 이솝은 뛰어난 입담과 재치로 당대에도 인기가 대단했다고 한다. 이솝의 우화는 기원전 5세기 인물인 플라톤과 기원전 4세기 인물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들에 실려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실존적 인물이 아닐까 추측한다. 철학 사상가들이 자신의 책에 이솝우화를 포함한 것은 풍자가 넘치고 재치 있는 우화를 통해 비판적 상황에 비유적으로 쓰기 좋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화는 사람 이외에 동물, 식물, 무생물을 의인화하여 풍자를 통해 교훈을 주는 이야기이니 빗대어 표현하기 좋은 글감이었으리라. 우화의 특성이 이러하다 보니 온·오프라인 다양한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여전히 삶을 투영해볼 재료로써 읽히는 것이지 않을까?
“우화는 분명 비틀린 유머와 격언과 재치 있는 방백과 가시 돋친 경구들의 놀라운 원천이다.”(430쪽 / 이솝우화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