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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칼리 무당 일기

리뷰 총점 9.3 (4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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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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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무당은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 주는 언어 술사 [신령님이 보고 계셔]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l*****j | 2021.09.05 리뷰제목
장석주 시인이 쓴 <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 는 나라는 존재와 우주를 연결 시킨 제목이 마음에 드는 책이다. 나의 우주라고 했지만 실상 나 자신이 하나의 우주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씨앗을 품에 안은. 이런 사실을 모르면 나를 지구에 붙어 사는 하찮은 존재로 여기기 쉽다. 거친 파도에 휩쓸려 여기저기로 떠밀려 다니는 방향 잃은 조각배처럼 삶이라는 파도를 피하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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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시인이 쓴 <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 는 나라는 존재와 우주를 연결 시킨 제목이 마음에 드는 책이다. 나의 우주라고 했지만 실상 나 자신이 하나의 우주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씨앗을 품에 안은. 이런 사실을 모르면 나를 지구에 붙어 사는 하찮은 존재로 여기기 쉽다. 거친 파도에 휩쓸려 여기저기로 떠밀려 다니는 방향 잃은 조각배처럼 삶이라는 파도를 피하지 못하고 흔들리며 사는 존재로. 내가 정한 목적지가 아닌 환경이 자극하는대로 반응만 하고 살 때 그렇게 된다. 생각할 의지 없이 본능에만 의지하며 살게 된다.

 

읽고 깨닫고 쓰면서 자신의 우주를 확장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독서습관을 가져보라고 지인들에게 조언하는 이유다. 내 안에 잠든 씨앗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게. 나라는 존재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존재란 사실을, 내가 사는 세상도 내가 경험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길, 바로 누군가의 경험과 사유가 녹아 있는 책을 읽는 것이다. 읽고 쓰고 사유하는 것을 방해하고 단순히 재미에 흠뻑 젖어 지내면 삶을 깊이 통찰할 기회는 내 앞에 없다.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거나 고민할 기회도.

 

언젠가 회사 직원이 내가 한 말에 '저 세상 센스'라는 용어를 쓴 적 있다. 어느 날 문득, 그 말을 떠올렸다. 단순 반복하는 자동모드에 의지해 틀에 박힌 말과 행동을 해선 안 되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있을 때였다. 저 세상 센스는 경직된 사고를 벗어난 참신한 그 무언가를 의미한다.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 단순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일깨운다. 틀에 갇힌 생각을 벗어나 생각지도 못한 생각에 접속하려는 시도다. 새로운 사고와 경험에 노출되어야 가능해질 일이다. 그런 기회를 주는 책이 좋아진 이유다.

 

<신령님이 보고 계셔>. 이 책은 '저 세상 센스'를 머리에 새기고 있던 내가, 정말 저 세상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책이다. 제목이 인터넷 서점에 보이자마자 고민하지 않고 구매버튼을 눌렀다. 부제가 홍칼리 무당 일기다. 실제 무당이 쓴 책. 무당의 세계는 일반인인 우리에게 그야말로 저 세상이다. 평생 들여다 볼 일 없고, 가까이 접할 일도 없었을텐데 책으로 만나다니. 이처럼 새롭고 참신한 경험은 없을 거란 저 세상 센스가 책을 구입하게 한 듯하다. 거의 충동 구매에 가깝다. 결과가 좋았던 충동구매.

 

나를 따라오는 일상의 조각이 내게는 모두 메시지가 된다. 작은 일들도 사소하게 여기고 지나가지 않는 것은 이 일을 하면서 얻게 된 큰 기쁨이다. (018쪽)

 

우리는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사람의 경험. 그로인한 사유와 깨달음들. 나보다 어리지만 다른 영역에서 새로운 경험을 한 사람의 이야기라 펜을 들고 줄을 그으며 작가의 경험이 내게도 인생을 사는 지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읽어냈다. 최근에는 귀신을 보는 사람들이나 무당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방송을 타면서 무당에 대한 거부감이 그닥 없다. 우리 사는 세상 밖의 경험을 하는 분들의 이야기라 저 세상 센스를 키우기에 더 없이 좋은 책이다. 덕분에 내가 사는 세상을 남다른 지혜를 가지고 살아낼 수 있을 거라 기대하게 된다.

 

무당은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주는 언어 술사이기도 하다. 건조한 병명이 아닌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이야기꾼이자, 손님이 이야기의 주인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힘을 주는 치료사, 손님의 상태를 단순히 '우울증에 걸린 시기'라고 정의 하지 않고, 새로운 이름으로 정의하면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기도 한다. 그 순간, 손님과 나는 새로운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공동 창작자가 된다.(2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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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신령님이 보고 계셔] 평점7점 | YES마니아 : 골드 c********i | 2022.01.21 리뷰제목
무당, 점집에 대해 내가 갖고 있던 이미지는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매서운 눈빛을 한 무당의 얼굴,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요란한 방울 소리, 흩뿌려지는 쌀알의 모습 정도이다. 생각해 보면 이런 이미지들은 TV에서 무당이나 점집을 묘사했던 것이 내 머릿속에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실제로는 점집을 가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이 더 궁금했다. 진짜 무당이 들려주는 그들의 세
리뷰제목

무당, 점집에 대해 내가 갖고 있던 이미지는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매서운 눈빛을 한 무당의 얼굴,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요란한 방울 소리, 흩뿌려지는 쌀알의 모습 정도이다. 생각해 보면 이런 이미지들은 TV에서 무당이나 점집을 묘사했던 것이 내 머릿속에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실제로는 점집을 가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이 더 궁금했다. 진짜 무당이 들려주는 그들의 세계와 그들의 삶이 궁금했다.

 

첫 페이지부터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아이패드 앞에서 전화 상담을 하는 저자의 모습이 나왔다. 말 그대로 ‘요즘 무당’의 모습이랄까. 모태신앙을 가진 타투를 한 비건 지향의 퀴어 무당. 내 머릿속 무당의 이미지와 저자는 많이 다른 모습이어서 그녀의 이야기는 신선했고 그 자체로 흥미로웠다.

 

한’이라고 하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고 구천을 떠도는 여자 귀신이 울면서 읊는 사연 같은 걸 떠올릴지 모른다. 하지만 들어줄 사람이 없는데도 밖으로 내보내야 할 이야기가 한이다. 무당은 이런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이야기,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을 풀어주고 기도로 정화한다. 굿을 벌여 한을 흥으로 풀어내고 부적이나 신물로 복을 빈다. 】 (본문 발췌)

 

【 한국의 무당은 왜 묻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을까? ‘무당’ 하면 느껴지는 이미지는 물어보기보다는 술술 답을 말해주는 모습일 거다. 하지만 무당은 손님이 왔을 때 손님에게 묻고, 신령에게도 묻고, 스스로에게도 물어보는 자다. 그렇게 수행을 해나가는 사람이라는 뜻이 아닐까. 】 (본문 발췌)

 

【 흔히 흉괘라고 하면 시험에 불합격하거나, 몸이 아파지거나, 원하는 직장에 취직이 되지 않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게 되는 점괘가 나오는 것을 뜻한다. 인간사에서 좋지 않은 이별, 고통, 인내하는 시간을 보통 흉하다고 해석하지만, 더 큰 관점에서 그 시간들은 영적으로 기도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흉해 보이는 점괘는 있어도, 흉하고 안 좋은 인생 여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 (본문 발췌)

 

<신령님이 보고 계셔>를 통해 무당이라는 직업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이 조금 부서졌다. 그들은 단순히 점괘만을 읊는 것이 아닌 상담과 치유의 역할까지 하는 사람이었고, 직업 외의 부분에서는 우리와 큰 차이가 없는 보통 사람이었다.

 

책 속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영혼의 나이에 관한 내용이었다. 저자는 사람마다 영혼의 나이가 다르고, 각자가 가진 영혼의 나이에 맞는 리듬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 부분에서 무엇이 영혼의 나이를 결정하는지, 그리고 내 영혼의 나이는 얼마나 될지가 궁금했다.

 

책을 읽는 재미 중의 하나는 나와 접점이 없는,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이 바로 그 재미에 충실했던 것 같다. 요즘 무당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권해보고 싶다.

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7 댓글 0
종이책 신령님이 보고 계셔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w*******i | 2021.10.04 리뷰제목
"무당의 예지력 초인적 능력만 조명받는 사회의 분위기와 다르게 무당은 옛날부터 공동체의 한을 풀고 흥을 나누는 굿을 해오던 문화기획자였다.내가 좋아하는 무당 고 김금화 선생님은 이런 말을 했다."굿은 종합예술이에요.편견을 내려놓고 허심탄회하게 즐기는 종합예술로 바라봐줬으면 좋겠어요" "무당도 결국 됨됨이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던 그녀는 길 위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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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의 예지력 초인적 능력만 조명받는 사회의 분위기와 다르게 무당은 옛날부터 공동체의 한을 풀고 흥을 나누는 굿을 해오던 문화기획자였다.내가 좋아하는 무당 고 김금화 선생님은 이런 말을 했다."굿은 종합예술이에요.편견을 내려놓고 허심탄회하게 즐기는 종합예술로 바라봐줬으면 좋겠어요" "무당도 결국 됨됨이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던 그녀는 길 위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추모굿을 하기도 했다"/91쪽

 

오래전 고 김금화 선생이 나오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굿문화가 사라지게 된 이유를 그때 제대로 마주했던 것 같다.미풍양속을 헤친다는...것이 이유였다. 그럼에도 나는 또 제목에 솔깃했다.결과적으로는 읽기 잘했다 싶다.^^ 무당에 대한  '편견'을 내려 놓아야 할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방송을 통해 등장하는 무당은..아주 영험한 인물이거나..누군가에게 사기를 치는 이미지..가 대부분인듯 하다. 이와 같은 책이 계속 나와야 할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아픔을 이용해서 부적을 쓰고 굿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아픔을 치유해 주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지금도 주기적으로 굿집을 찾아다니는 지인이 있는데..그에게서 들은 답도..비슷하긴 했다. 딱히 앞날을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마음의 무언가를 쏟아내고 위로 받고 싶다는...무당도 실연을 당한다는 에피소드는 너무 인간적이라는 생각에 웃음이 났고..우리가 두려움의 대상으로 말하는 귀신...을 바라보는 홍칼리님의 시선은 따뜻하게 느껴지는 기분마저 들어 신기했다.무엇보다 귀신에 대해 내린 해석이 흥미로웠다."귀신은 생각보다 일상적으로 우리와 함께한다.사람뿐 아니라 사물과 동물에도 귀신이 붙는다.도깨비가 빗자루에 붙어 있다가 밤이면 귀신으로 변해 사람들을 해코지한다는 이야기가 있다.빗자루 뿐만 아니라 만물에 흔히 깃들어 있기 때문에 죽은 것처럼 보이는 사물에도 혼이 머문다.그래서 집 안 구석구석 청소를 잘해줘야 하고 먼지가 많이 쌓인 곳에 있는 물건들을 주기적으로 잘 정화하고 정리해야 한다"/82쪽 청소하기 싫어하는 지인에게 내용을 톡으로 알려주었더니..바로 청소를 해야겠다는 답이 왔다..청소를 하고 나면 기분이 개운해지는 건..내 주위에 있는 알 수 없는 귀신들을 떨어낸 덕분일 수도 있겠다 싶다.^^

무당도 일기는 쓸 수 있지만..무당일기를 책으로 엮어 낸다는 것이 신기했다. 조금 자극적(?)인 제목이란 생각도 했다.거기에 낚인(?)1人이면서 말이다.무당이라고 특별한가? 특별하지 않은 듯 특별한..세계...홍칼리님에 대해 잘 모르지만..일기에 기록된 그대로 사람들을 치유해주는 무당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앞날의 흉을 자극적으로 이야기해서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 아니라..흉에서도 길을 찾아낼 수 있는 ..."흔히 흉괘라고 하면 시험에 불합격하거나 몸이 아파지거나 원하는 직장에 취직이 되지 않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게 되는 점괘가 나오는 것을 뜻한다.인간사에서 좋지 않은 이별 고통 인내하는 시간을 보통 흉하다고 해석하지만 더 큰 관점에서 그 시간들은 영적으로 기도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그래서 흉해 보이는 점괘는 있어도 흉하고 안 좋은 인생 여정은 존재하지 않는다"/208쪽 <신령님이 보고 계셔>가 누군가에는 그냥저냥인 책일수 있겠지만..누군가에는 고마운 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아주 오래전 큼 맘 먹고...점을 보러 갔었을 때...무당마다 보는 세계가 다르기때문에 운명은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을수도 있다는 말이였다..그말은 지금까지도 힘이 되고 있는 말이기도 하고..홍칼리님께는 죄송하지만..애써 점집을 찾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되었는데,홍칼리님도 비슷한 말씀을 해주셨다 "많은 사람들이 운명이 바뀔 수 있냐고 질문한다.운명,흔히 팔자라고 하는 게 정말 정해진 걸까.사주 명리는 기호라서 무한하게 해석될 수 있다.그래서 나는 운명의 여덞 글자(팔자)는 바뀌지 않지만 무한한 변주곡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운명이란 명을 운전한다는 뜻이다.같은 사주팔자라 하더라도 그 사람이 어떻게 변주할 것인가는 그 자신의 의지 그를 둘러싼 편견과 고정관념을 생산하는 교육,그와 주변 환경의 일상적 상호작용에 따라 달라진다"/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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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신령님이 보고 계셔 - 홍칼리 무당일기 평점10점 | t****d | 2021.09.03 리뷰제목
<신령님이 보고 계셔> - 홍칼리 무당 일기     전에 살던 동네에는 유난히 골목골목 oo장군, oo보살이라 쓰인 옛집이 많았다. 보통 입구에는 기다란 대나무에 오색의 비치볼과 수박모양의 비치볼과 오방색의 천들을 엮어서 세워두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이쪽 세상과의 경계를 짓는 냥 느껴지기도 했다. 이후에 마을 어르신께 들은바 로는, 바다에 접해있는 이 마을에는 전쟁과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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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계셔

- 홍칼리 무당 일기

 

 

전에 살던 동네에는 유난히 골목골목 oo장군, oo보살이라 쓰인 옛집이 많았다. 보통 입구에는 기다란 대나무에 오색의 비치볼과 수박모양의 비치볼과 오방색의 천들을 엮어서 세워두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이쪽 세상과의 경계를 짓는 냥 느껴지기도 했다. 이후에 마을 어르신께 들은바 로는, 바다에 접해있는 이 마을에는 전쟁과 생계로 바다에 나가서 목숨을 잃은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예로부터 그 영혼을 위로하는 위령제가 열렸고, 그 형태가 남아있는 것이 바로 그러한 점집들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샤머니즘은 무당이라는 존재로 통해 발현되었다. 어쩐지 무당이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뉘앙스는 조금 무섭고, 두렵다. 신과 영접하는 존재. 이세상과 저세상의 경계에 서있는 이. 샤먼은 신비로운데, 무당은 토속적이고 예스럽다.

 

예를 들어 이런 무당은 어떤가? 90년대에 태어나 21세기에 신내림을 받고, 2021년을 살아가는 MZ세대 무당. 코로나19시대에는 영상통화로 (혹은 줌으로) 점사를 봐주는 무당이라면 어떤가? 마음속에 존재하던 무당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은 사라지지 않는가 

 

오방색의 현란한 한복이 아니라, 무지 티셔츠에 슬랙스를 입는 무당, 조도가 낮은 붉은 조명이 가득한 신당이 아닌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점사를 보는 무당.

 

우리는 미디어가 보여준 전형적 무당의 이미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요즘 무당은 그런 거 아니니까.

 

이 책의 저자이며 무당인 홍칼리님은 독특하다. 글도 쓰고(글샤라고도 한다. 글쓰는 샤먼), 공부도 하고, 기도도 올리고, 반려견도 돌보며, 예술작업도 하는 무당이다. 이렇게 보면 무당이 그녀의 코어 정체성이 아니라, 그가 수행하는 여러 역할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본캐, 부캐일수도 있고. 역할극일수도 있고.

 

젊고, 아름다운 그녀가 무당이 된 것이 궁금했다. 시원하게 알려준다. 무당되는법 A to Z. 그런데 무당의 보통날들도 궁금하지 않은가? 무당이라고 매번 신과 영접해서 점사만 본다면 그것도 무당의 노동착취아닌가? (무당 노동조합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무당에게도 워라밸이 필요하다. 연애이야기도 있고, 무당 이전의 삶의 이야기도 있다. 첫 책에 비기를 다 털어놓듯 여과 없이 적어냈다. 그 이야기들은 종교 구분없이, 미신론-유신론 관계없이 통한다.

 

우리는 고민이 있을 때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심리상담가를 찾아가기도 하고. 실제로 점집(무당이 있는 신당을 의미)은 전통적인=traditional 심리상담소의 역할을 했다. 무당의 어원은 묻는자.

 

한국의 무당은 왜 묻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을까? ‘무당하면 느껴지는 이미지는 물어보기보다는 술술 답을 말해주는 모습일 거다. 하지만 무당은 손님이 왔을 때 손님에게 묻고, 신령에게도 묻고, 스스로에게도 물어보는 자다. 그렇게 수행을 해나가는 사람이라는 뜻이 아닐까. p89

 

평소 의지하며 믿는 신이 있다면 그분께 기도를 드리겠지만, 우리는 너무나 알고 싶은 거다. 미래를. 다가오는 미래에 내가 이 시험에 합격할 것인지, 이직을 앞두고 과연 이 회사에서는 승승장구할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지, 이 사람과의 인연에서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지 등등을 너무 묻고 싶은데, 그러한 속내를 여실없이 드러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곳이 아닐까. (완벽한 프라이버시의 공간)

 

무당일기라는 다소 으스스한 부제를 달고 있지만, 무당 홍칼리의 글은 따뜻하고, 편안하다. 읽다보면 이미 산전수전 공중전으로 겪고 저 앞에 걸어가고 있는 언니가 인생 상담을 해주는 기분이다. 그렇지, 그럴땐 이런식으로 하면 좋아. 그런 방법이 고민이면 이렇게 생각해봐.

그리고 충분히 자신에 대해 고민했기에 나오는 의견들. 이분법적 성적인식에 대해, 환경에 대해,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에 대해, 여성에 대해, 운명에 대해, 팔자에 대해. 그녀의 깊은 사유가 거슬리지 않고(꼰대력없음) 편안히 닿는다.

 

많은 사람이 운명이 바뀔 수 있냐고 질문한다. 운명, 흔히 팔자라고 하는 게 정말 정해진 걸까. 사주 명리는 기호라서 무한하게 해석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운명의 여덟 글자(팔자)는 바뀌진 않지만 무한한 변주곡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운명이란 명을 운전한다는 뜻이다. 같은 사주팔자라 하더라도 그 사람이 어떻게 변주할 것인가는 그 자신의 의지, 그를 둘러싼 편견과 고정관념을 생산하는 교육, 그와 주변 환경의 일상적 상호작용에 따라 달라진다. 당연하게도 나를 둘러싼 환경과 세상이 나아져야 운명도 나아지는 거다.

 

운명학은 개개인의 삶을 신화로 만드는 미신이 아니라 고정된 언어를 해체하고 삶을 다르게 해석해보자는 실천에 가깝다. 고정된 관념을 자꾸 버려야 하는 이유는 삶의 무한성을 파괴하지 않기 위해서다. 운명은 하나의 좁은 직선 도로가 아니다. 뻔한 관념은 있어도 뻔한 인생은 없다. p170, 171

 

나는 진즉에 하지 못한 고민을 하고 있다. 나로부터 파생되는 모든 질문들이 급격하게 밀려온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결혼이 우측을 차지하고, 고민은 좌측을 차지하고 나란히 나아가고 있는 격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홍칼리 작가가 존경스러웠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자. (예를 들어) 내가 설령 그녀와 같은 운명을 지니고 태어났을지라도 과연 세간의(부모님의) 눈과 목소리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무당이라니, 말도 안돼. 다들 실망할거야.’

 

그녀는 어떤가 

 

친구) 칼리는 왜 스스로가 무당이라고 생각해요 

칼리) ..... 내림굿을 받고 점사를 보고 있으니까요? 사실 무당이라는 직업도 제가 입는 역할 옷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왜 무당이 되었나 생각해보면..... 저는 편견을 부수는 것이 재미있어요. 무당이라는 옷에 묻은 편견을 벗겨내고 싶어서 무당이 된 것 같아요. p89

 

내가 바라는 지점에 그녀는 이미 도착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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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ㅋㅋ 평점9점 | k*****6 | 2021.08.27 리뷰제목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다. 신령님이 보고 계셔. 응? 어디에서?  거기에 무당 일기라는 부제까지 달고 있다. 뭐지?  작가 소개, 홍칼리. 아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다 했더니 유튜브 채널 오늘의운세 말해주는 홍칼리 채널의 그 홍칼리. 어쨌든 작지만 범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는 책을, 서점에서 발견하고는 곧장 집어들어 펼쳤다. 솔직히 단순히 호기심에서였다. 뭐 굳이 이런 책을 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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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다.
신령님이 보고 계셔. 응? 어디에서? 
거기에 무당 일기라는 부제까지 달고 있다. 뭐지? 

작가 소개, 홍칼리. 아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다 했더니 유튜브 채널 오늘의운세 말해주는 홍칼리 채널의 그 홍칼리.

어쨌든 작지만 범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는 책을, 서점에서 발견하고는 곧장 집어들어 펼쳤다.
솔직히 단순히 호기심에서였다. 뭐 굳이 이런 책을 사야지란 생각도 없이. 

그냥 '무당'이라는 직업에 대해 세상이 오해해 왔다고 하니까 어떤 오해를 해온 건지,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만 한 번 봐볼까 싶은 가벼운 마음의.

그런데 왠걸. 10페이지 정도 읽고는 바로 계산대로 향했다. 


 

'무당 일기'라기에 그냥 단순히 무당이 어떤 사람들인지 보여주는 수기 형태의 글이 아닐까 싶었는데, 덜컥. 나도 모르게 위로를 받고 말았다.

예를 들면 이런 대목.

“오늘 이상하게 기분이 가라앉아. 오늘 무슨 날이야?”

하늘의 날씨에도 비가 오는 날, 흐린 날, 맑게 갠 날이 있는 것처럼, 우리의 몸과 마음에도 그런 날씨가 존재한다

나무 기운이 많은 사람은 물 기운이 많은 날에 컨디션이 좋다. 반대로 금 기운이 많은 날에는 컨디션 관리를 잘해주지 않으면 몸이 쉽게 무거워지고 피로를 느끼곤 한다. 물은 나무를 자라게 하는 기운이고, 금은 도끼처럼 나무를 베는 기운이기 때문이다.

 “오늘이 그런 날이군요.”

내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무슨 큰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오늘이 그저 그런 날일 뿐.

 

이상하게 하루가 안 풀리거나 기분이 가라앉을 때,  나는 항상 무언가를 탓하거나 자책했던 것 같다. 왜 이러지 뭐가 문제야...
그런데 이 글을 읽고 이상하리만치 위로가 되었다.

"아. 오늘은 그냥 그런 날이었던 거구나."

이런 문장들이 이 작은 책 안에, 페이지마다 너무 많아 한 장 한 장 아끼면서 읽는 중이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홍칼리 작가를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

책에서 느껴지는 다정함이 이 정도인데, 직접 만나게 된다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지...
무척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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