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이상적인 남성의 탄생”12세기 플랑드르의 기사를 만나다남성다움의 전형으로 일컬어지는 중세의 기사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우리 의식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남자’에 관한 고정관념은 대부분 중세 기사의 모습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12세기의 이상적인 남자, 즉 기사는 불의에 맞설 수 있는 힘과 배짱을 갖춘 남자, 사건의 핵심을 꿰뚫어 꽉 막혀 있는 국면을 능수능란하게 해결하는 능력을 갖춘 남자, 지식과 예절을 고루 겸비한 교양인으로서 가족을 이끌어가는 남자, 그러면서도 감정을 절제하며 언제나 강인한 모습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남자였다. 천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상적인 남자는 그 모습 그대로다.중세 시대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사회였다. 물론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이었지만, 피해자가 여성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가부장제 사회의 정점에 선 소수의 엘리트 남성이 권력과 이익을 독점했고, 이들을 제외한 모든 남성과 여성이 가시적인 피해자였다. 그러나 권력의 정점에 선 남자도 역시 가부장제의 피해자였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부여한 남성상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고통 받았다. 남성 역시 문화적 산물이다. 십자군 원정의 광풍이 불던 당시는 영주의 정치적 행보에 따라 해당 가문뿐 아니라 영지 백성들의 미래가 좌우되던 시기였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귀족 남성의 책임은 커질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지위에 걸맞은 자질을 갖추어야만 했다. 그래서 ‘이상적인 남자’가 되기 위해 험난한 도전을 이겨내야 했다. 심리학자들은 여자보다 남자가 문화적으로 더 연약하다고 본다. 남자가 여자보다 사회문화적 지배를 더 받는다는 것이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성도 고정불변의 것이 아닌 역사적·문화적 변화의 산물이다. 중세의 기사로 대표되는 남성의 모습은 당시의 봉건제와 그리스도교, 십자군 원정이라는 특수한 사회적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중세 사회는 이 책의 주인공 아르눌에게 ‘남자다움’에 대한 명료한 정의를 내려주었다. 그는 열두 살이 되자 부모의 곁을 떠나, 상위 군주인 플랑드르 백작의 성에 머물면서 또래 남자아이들과 기사수업을 받는다. 중세 사회는 어릴 때부터 남자다운 행동규범을 제시하고 교육시켜 소년을 기사로 키워냈다. 그렇게 아르눌은 남자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해갔다.저자는 《남자의 품격》에서 플랑드르 지방의 군소 귀족이었던 아르눌 백작의 기사 서임식과 결혼, 전쟁, 마상경기 등의 사건들을 되짚어가며, 사회적 관습과 문화, 제도 등에 의해 남성성이 학습·구성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아르눌의 가치관은 생애주기를 거치면서 여러 차례 변화를 거듭한다. 게다가 권력과 가산 등의 문제로 아버지, 형제, 동료, 주군, 심지어 아내와도 경쟁하면서 아르눌은 공격적이고 자기과시적이며 경쟁적인 남성성을 습득하게 된다. 이러한 파괴적인 경쟁심리가 개인의 불안과 두려움, 중압감으로 이어져 파국에 이르기도 했지만 이는 오히려 남성의 가치를 부각시키고 서열과 위계질서를 구축하면서 남성중심적 사회구조를 공고히 하는 동력이 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아직까지도 강력한 은유로 남아있는 기사의 진면목을 드러내 남성성의 원형을 찾아간다. 더보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프롤로그I 남자 만들기 프로젝트기사, 이상적인 남성상매너가 남자를 만든다Ⅱ아들로 태어나기아르눌의 가계물질문화시대적 환경Ⅲ어린시절긴느 가문의 속사정놀이 문화[중세의 의복]Ⅳ기사수업기사수업과 남성아버지의 도서관Ⅴ가족 로망스기사 서임식과 전우애저주받을 축제들남성동맹과 정치문화[중세의 식탁]Ⅵ결혼하기결혼과 남성성대역부인아내의 반란Ⅶ전쟁과 남성성십자군 원정교회와 전쟁남성문학Ⅷ여인천하긴느-아르드르 가의 여인들남성의 부재Ⅸ문화적 환경과 남성성종교와 남성성중세의 모방 범죄양층언어와 남성성[중세의 환영과 공포]Ⅹ아르눌 영주가 되다가부장권부빈 전투에필로그참고문헌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이상적인 남성의 탄생”12세기 플랑드르의 기사를 만나다남성다움의 전형으로 일컬어지는 중세의 기사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우리 의식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남자’에 관한 고정관념은 대부분 중세 기사의 모습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12세기의 이상적인 남자, 즉 기사는 불의에 맞설 수 있는 힘과 배짱을 갖춘 남자, 사건의 핵심을 꿰뚫어 꽉 막혀 있는 국면을 능수능란하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남자, 지식과 예절을 고루 겸비한 교양인으로서 가족을 이끌어가는 남자, 그러면서도 감정을 절제하며 언제나 강인한 모습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남자였다. 천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상적인 남자는 그 모습 그대로다.이러한 남자의 모습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태곳적부터 내려온 남자 본래의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지만, 저자 차용구는 이런 ‘남자다운’ 이미지의 시작은 중세 유럽에서 그 원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당시는 봉건제가 자리 잡은 시기, 그러면서도 그리스도교의 원리가 지배하던 시기였다. 다시 말해 중세는 힘의 논리와 종교적 권위라는 두 개의 축이 지배하던 세계였다. 게다가 이교도를 몰아내고 성지를 회복해야 한다는 당위에 따라 십자군 원정의 광풍이 몰아치던, 전쟁과 폭력의 시대였다. 당연히 중세 시대가 남자에게 요구했던 것은 ‘전사’의 모습이었다. 폭력을 규제하기보다는 칭송하고 장려했다. 그렇게 사회는 남자들을 폭력으로 내몰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남자다움’의 첫 번째 덕목은 ‘힘’이 되었다.그러나 ‘힘’ 있는 남자가 매우 골치 아픈 존재였다. 여성을 겁탈하고, 백성들을 괴롭히는 등 아무 때나 폭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사회는 뛰어난 전사이면서도 제어할 수 있는 남자가 필요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이상적인 남자, ‘기사’이다. 성직자와 여성, 노인 등 약자를 보호하고 그리스도교의 교리에 따라 정의를 실천하며 예의와 지적 능력을 두루 갖춘 남성을 이상적인 남성상으로 제시한 것이다.가부장제의 그늘, 그리고남자로서의 정체성 주입중세 시대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사회였다. 물론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는 여성이었지만, 피해자가 여성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가부장제 사회의 정점에 선 소수의 엘리트 남성이 권력과 이익을 독점했고, 이들을 제외한 모든 남성과 여성이 피해자였다. 그러나 권력의 정점에 선 남자도 행복한 것은 아니었으리라. 이들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부여한 남성상에 부합하는 삶을 살기 위해 스스로를 몰아붙여야만 했다. 중세 사회는 이 책의 주인공 아르눌 백작에게 ‘남자다움’에 대한 명료한 정의를 내려주었다.기사교육의 시작과 더불어 소년들은 어머니와의 유착을 부정하고, 자신에게 남아 있던 여성적인 부분을 제거하길 주문받았다. 이러한 분리 과정을 통해서 소년의 남성화 내지는 탈여성화가 진행된다. 12세기 후반 최고의 기사로 이름을 알렸던 윌리엄 마셜에게도 어머니에 대해서는 “단지 그녀의 이름과 그녀가 속했던 유명한 가문만이 알려져 있을 뿐”이었다. 이러한 사회화 작업의 단계를 거치면서 소년은 남성들의 세계로 입문하게 된다.이곳에서 그는 남성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기본 교육을 받게 된다. 처세술과 걷는 방식, 시선을 처리하는 방식, 신체 단련,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 등의 사회화 작업을 통해서 남성다움이 몸에 주입된다. 성적으로 차별화는 구별짓기에 의해서 “구성된 사회적 정체성이 생물학적 성격 안에 새겨져서 합일화된 사회적 법칙인 아비투스habitus가 된다.”- 본문 148쪽남성 역시 문화적 산물이다. 십자군 원정의 광풍이 불던 당시는 영주의 정치 행보에 따라 가문뿐 아니라 영지 백성들의 미래가 좌우되던 시기였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귀족 남성의 책임은 커질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지위에 걸맞은 자질을 갖추어야만 했다. 그래서 ‘이상적인 남자’가 되기 위해 험난한 도전을 이겨내야 했다. 이 책의 주인공 아르눌 백작은 열두 살이 되자 부모의 곁을 떠나, 상위 군주인 플랑드르 백작의 성에 머물면서 또래 남자아이들과 함께 기사수업을 받는다. 중세 사회는 엘리트 남성에게 어릴 때부터 남자다운 행동규범을 제시하고 교육시켜 소년을 기사로 키워냈다. 그렇게 아르눌은 남자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해갔다.21세기를 사는 우리와12세기 기사의 삶《남자의 품격》은 12세기 플랑드르 지방의 수도사 랑베르가 쓴 《긴느 백작 가문사》를 기초로 해서 만들어진 책이다. 《긴느 백작 가문사》는 선조들의 미덕을 기리고 가계의 혈통을 후세에 전하기 위한 글이다. 우리의 족보와 비슷한 책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당시 북부 프랑스 지역에서는 가문의 위상을 높이고 널리 알리기 위해 이와 같은 가문사가 많이 만들어졌다. 그중에서 《긴느 백작 가문사》가 중요한 이유는, 플랑드르의 긴느라는 지역에 위치한 군소 귀족 가문을 책임진 남자, 아르눌 백작의 삶을 전 생애에 걸쳐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정략결혼과 결혼생활, 아이의 탄생, 성에서의 일상생활, 교육 등의 가정사에서부터 축성과 전쟁, 기사 수련과 서임식, 사냥, 축제와 마상경기, 이어지는 유흥과 놀이문화 등이 총망라되어 있다. 긴느 가문의 장남 아르눌의 삶은 사회적 관습과 문화, 제도 등에 의해 남성성이 학습·구성되는 과정이었다. 아르눌의 가치관은 생애주기를 거치면서 여러 차례 변화를 거듭한다. 권력과 가문의 재산 등을 두고 아버지, 형제, 동료, 주군, 심지어 아내와도 경쟁하면서 아르눌은 공격적이고 자기과시적이며 경쟁적인 남성성을 습득하게 된다. 이러한 파괴적인 경쟁심리가 개인의 불안과 두려움, 중압감으로 이어져 파국에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경쟁은 오히려 남성의 가치를 부각시키고 서열과 위계질서를 구축하면서 남성중심적 사회구조를 공고히 하는 동력이 되기도 했다.12세기 플랑드르 아르눌 백작의 삶을 살펴보는데, 자꾸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남자들의 모습이 겹쳐보인다. 아마도 천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음에도 남자에게 요구하는 바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더 강화되었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러한 부분을 굳이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12세기에 가문의 운명을 짊어진 기사에 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낼 뿐.이 책은 12세기를 살았던 한 남자의 일대기 통해, 아직까지도 강력한 은유로 남아 있는 기사의 진면목을 밝힌다. 그리고 이 과정은 ‘남자’라는 젠더에 관한 역사적 성찰이며, 남자가 짊어지고 가야 하는 것들에 진지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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