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역본이 아니어서 그런지 몰라도 미후왕, 필마온, 제천대성의 호칭을 얻는 것부터 관세음보살에게서 취경인을 보필하여 죄를 용서받으라는 내용, 세상 끝까지 다녀온줄 알았으나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논 꼴이었다는 내용 등 유명한 에피소드들은 거의 첫 챕터에 나옵니다.
보물잔을 깨트렸다가 곤장 800대를 맞고 옆구리를 매 주 칼로 찔리는 사오정과 선녀를 희롱했다가 쇠망치 2,000대를 맞고 쫓겨난 저팔계, 실수로 보물을 불에 태웠다가 매달린 채 곤장 300대를 맞고 사형선고를 받은 용왕의 아들 가운데 누구의 죄와 형벌이 가장 큰지는 가늠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선과와 선주를 훔쳐먹은 대가로 산에 깔려 500년간 쇠구슬과 쇳물을 마시고도 삼장법사를 모셔야하는 손오공의 형벌도 가볍지는 않았겠습니다. 옥황상제의 잔인함을 통해서 과거 중국 사회 형벌의 무서움이 엿보입니다.
화과산의 미후왕의 이야기로 시작할 때 예상가능했지만 서유기는 손오공의 고군분투 원맨쇼입니다. 삼장은 손오공을 믿지 못해 걸핏하면 긴고아주를 외워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주는가 하면 저팔계는 손오공을 질투해서 끊임없이 이간질하지만 능력이 부족해 삼장을 위험에 빠트립니다. 사오정은 저팔계보다는 차라리 든든하지만 딱히 의지되지 않으며 서해용왕 오윤의 아들은 삼장의 백마를 잡아먹었다가 대신 말로 화해 정말 말입니다.
중간중간 옛스러운 말투와 한자어가 많아 긴장했었는데 쉽게 번역된 부분도 많고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