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였던 친정엄마와는 달리 나는 워킹맘으로 살아가고 있다.
20대때는 엄마를 닮아 청소도 깔끔, 정리도 완벽, 음식 솜씨도 좋다고 나름 자부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나서 살림이 점점 더 싫어졌다. 아니 미워졌다. 누구말마따나 워킹맘은 오전 9시에는 회사로 출근하고 저녁 6시에는 집으로 출근한다는 말이 딱이었다. 솜뭉치에 절인 몸을 이끌고 퇴근하면 저녁찬거리를 준비해야 하는 부엌때기 신세가 되었다. 육아는 그래도 아이라는 우주를 만드는 것이기도 하거니와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그래도 뿌듯함이나 있지, 집안일은 언제나 그자리 그상태였다.
아무리 쓸고 닦아도 내눈에만 한게 티나는, 같이 사는 이조차 현관을 닦았는지 화장실 청소를 했는지 겨울이불 정리를 했는지 모른다. 그나마 생색을 내며 "오늘 이거하느라 두시간이 넘게 걸렸다니까!"라고 하면 "그러길래 미리미리 해놓으면 될텐데..."하는 아쉬운 소리만 들려올 뿐이다.
맞다. 미리미리. 어쩌면 그말이 옳은 건지도 모른다.
살림은 한꺼번에 대청소처럼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매일 하는 것인데 천성적으로 게으른 나는 미루고 미루다 어쩔 수 없이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20대 중반부터 미니멀리스트 또는 요리관련 책, 살림 노하우 등의 서적을 꽤 사서 읽었다. 하지만 읽을 때 뿐이고 정작 현실에 적용하는 것은 100분의 1도 되지 않았다. 또다시 야근과 잡무에 찌든 몸땡이는 한 켠에 쌓인 옷들을 외면하고 눈을 질끈 감아버린다. 하지만 마음은 여름철 모아둔 눅눅한 수건처럼 찜찜하기 이루말할 데가 없다.
최근에는 한달동안 쌓아놓고 정리해야지 하던 겨울 옷들이 평방 90cm, 높이 1미터를 이루는 피라미드가 되어 아침 저녁으로 옷방 한켠에서 째려보고 있었다.(그 옆에는 그런 나를 포기한 남편이 함께...)
암튼 안되겠다 싶어(날이 점점 더워지니 혹여나 바퀴벌레가 옷 사이에 알이라도 깔까 싶어 무서운 생각이 들었기에) 지난주 토요일 오전 큰맘 먹고 3시간동안 옷 정리를 했다. 숙원 사업을 끝내고 나니 나뿐만 아니라 남편도 훤해진 방을 보며 좋아라 했다. 집은 나뿐만 아니라 가족의 공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번 계기로 책 띠지에 있던 "심플한 살림, 홀가분한 생활"이 무슨 뜻인지 절실히 경험으로 와닿았다.
"오전의 살림 탐구"는 살림 정리 및 청소 노하우 뿐만 아니라 간단하고 건강한 요리들과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아닌 레스 웨이스트(Less Waste)까지 말그대로 꿀팁 대방출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한번에 바꾼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니 쇼파 옆에 놓고 하루 한가지씩만 실천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10년이 지나 쉰살이 되면 나도 오전열한시 정이숙님처럼 살림장인이 되어 있지 않을까 솔짜기 기대해본다.^^
[도서] 오전의 살림 탐구 | |
정이숙 저 |
살림분야 책에 관심이 많아서 여러권 읽어보고 소장중인데
이 책은 활용도면에서 정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좋은 팁들이 많아서 기쁩니다.
커튼 후사고리(?)를 주방 다용도 걸이로 사용하는 것,
주방수건 고정법 등은 당장 모방해서 저도 잘 활용하고 있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1권 1가정에 꼭 들여야 하는 이 안내서, ‘오전의 살림 탐구’, 물론 살림만랩이신 분들은 필요없으시겠지요~ㅎㅎㅎ
아이 있는 집의 정리법들부터 수납 아이디어들, 재활용법, 빨래부터 건조, 정리들, 제품 고르는 법, 간단한 레시피들, 식재료 보관법들, 거기에 쓰레기를 줄이는 지혜까지 정말 살림의 모든 것을 담고 있습니다.
몸의 건강과 마음의 안정까지... 살림 정리의 기본 철학까지 언급해주고 있어서, 이 책 내용들을 잘 적용하면 얼마나 좋을지 짐작가능하게 합니다. 특히 이 두 문구로 설명이 충분합니다, '심플한 살림, 홀가분한 생활‘.
개인적으로 참 유용했던 살림팁들은 식재료와 과일들 세척법들, ‘먹거리 신선하게 오래 보관하는 법’, ‘제품 뒷면을 봐야 하는 이유’, 욕실관리법 등이였어요. 사진들이 같이 제시되어 있어서 이해하기 쉽습니다.
실질적인 팁들 외에도, 저자 자신의 집에 빗대어, 유행을 따라하는 것 보다는 각자의 집에 맞는 살림이 중요하다는 점을 짚어주고 있어서 내용의 깊이를 더하고 있습니다.
_새우젓: 새우젓은 호박볶음, 콩나물김칫국, 북어국 등의 간을 맞출 때 사용하면 조미료 역할을 하는데, 요리에 사용하는 새우젓은 육젓보다는 참새우젓이 좋다. 새우 크기가 작아서 요리할 때 훨씬 깔끔하고 가격도 더 저렴하다._p299
_복숭아: 상자에 담긴 복숭아는 보기 좋게 하려고 뒤집어놓은 것이다. 신문지를 깔고 꼭지가 위로 올라가게 둔다. 복숭아는 서늘한 곳에 상온 보관하는 것이 좋지만 물러지기 시작하면 키친타월과 신문지로 감싸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한다. 먹기 전에 실온에 두었다 먹으면 당도가 다시 올라가 맛있어진다._p303
_어떤 간장을 고르는 게 좋을까? 맛있는 양조간장을 고르기 위해서는 총질소수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총질소수치는 TN으로 표기되는데, 이 수치가 높을수록 더 맛있다. 총질소수치가 높으면 단백질이 잘 분해되어 풍미가 깊어진다._p190
_건조기 쇼핑 욕구는 특히 장마철이 다가올 때면 스멀스멀 올라오곤 한다. 하지만 10년이 훨씬 넘은 살림 경력자는 쇼핑을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얻은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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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전히 각자의 선택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잘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나의 라이프스타일과 맞지 않으면 내게 불편한 물건이 될 수도 있다._p147 <빨래 건조기 없는 집>에서
집안 정리를 해주는 프로그램을 보면 신청자들이 깔끔해진 자신의 공간들을 보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정리의 힘을 알 수 있는 장면인데요, 이 책을 통해 정리뿐만 아니라, 생활습관들까지 다잡아 볼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 실천하면서 작은 만족감을 얻어가는 즐거움이 또 살림인가 봅니다.
_우리 집의 정리법은 우리 가족이 행복해지기 위한 처방전이다. 집에서 생활하며 겪는 불편들을 없애고 우리 집만의 효율적인 정리 시스템을 만들고 나니 나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행복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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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모두가 쉽게 정리하고 쉽게 청소할 수 있는 집, 잔소리가 줄어들고 화가 쌓이지 않는 집, 그런 집이 되기 위해 고민하고 바꿔가는 일. 살림의 진짜 목적은 가족 모두의 행복이다._<화가 쌓이지 않는 집>에서
사장의 영리를 위해서 일하며 직원으로서는 개인적인 자아발견을 할 수 있는 직장생활을 몇 년 간 하면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일'의 분야에서 살림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섣불리 단정지었었다. 어찌보면 회사를 다니는 것도 결국 돈을 버는 것이고 돈을 버는 것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함이지 않은가? 궁극적으로는 가장 건강하고 행복하게 스스로의 삶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일은 바로 살림인 것 같다.
살림은 건강하게 삶을 꾸려나가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관심이 필요하다. 많이 안다는 것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살림에서도 중요하다.
-p.164
자취했던 시간이 꽤 길었지만 밥 해 먹는게 너무나도 귀찮았던터라 늘 인스턴트 식품 위주로 끼니를 해결하거나 외식을 하곤 했었다. 돌이켜보면 얼마나 어리석었던 것인지... 살림이라는 것은 결혼후에 가정을 꾸린 후에야 하는 것이 아니다. 건강하게 삶을 꾸려나가는 것은 혼자 지낼 때도 필수적인 일이다. 나이가 들수록 외식 자체가 몸을 얼마나 망가뜨리는 것인지 느끼게 된다. 내 손으로 직접 내 몸에 들어갈 음식을 해서 먹는 것 자체가 그 얼마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고귀하고 존엄하고 사랑스러운 행동인 것인지.. 요즘은 스스로가 대견스러울 정도이다. (스스로 해서 먹긴 하지만 야식까지도 합리화하는 건....)
굉장한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 한 권으로 내가 얼마나 살림에 무지했는지를 깨닫게 되었고 이 책으로 많은 살림 팁을 얻었다. 너무 밑줄그어야 할 내용들이 많아서 아이패드로 사진을 다 찍을 정도였다. 살림을 하다보면 하루하루 나오는 쓰레기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저자는 이런 쓰레기를 줄이고자 정말 많은 노력을 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어지간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듯 하다. 이런 아이디어를 저자가 혼자 터득한게 사실이라면, 이 분은 그야말로 베테랑이다. 흔히 말하는 전문직종의 '사'자 직업인들 뺨칠 정도이다.
책을 덮고 당장 코팅팬을 버리고 스텐팬을 구입하려고 알아보고 있다. 그 외에도 버리면 끝이었던 쓰레기가 다른 용도로 어떻게 집안 곳곳에서 재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이 책을 참고해서 실천해보고자 한다.
살림을 우습게 여기면 안된다. 살림만큼이나 나와 가족에게 관심을 갖고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 어디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