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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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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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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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평점10점 | p******0 | 2021.04.23 리뷰제목
제목만으로도 울림을 주는 책이 있다. 김삼환의 <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가 그러했다.     영어로 I love you. 주어는 I. 사랑한다의 주어는 '나'. 그게 당연하다 여겼는데,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내'가 '사랑'의 주어가 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저자는 여행길에서 아내를 떠나보냈다. 지극히 평범한 가족여행 중 차 안에서 아내
리뷰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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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만으로도 울림을 주는 책이 있다. 김삼환의 <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가 그러했다.  

 

영어로 I love you. 주어는 I. 사랑한다의 주어는 '나'. 그게 당연하다 여겼는데,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내'가 '사랑'의 주어가 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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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여행길에서 아내를 떠나보냈다. 지극히 평범한 가족여행 중 차 안에서 아내는 쓰러졌고 바로 옆의 의사인 처형에게 응급처치를 받았았지만 그길로 영영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났다. 그 황망함을 덤덤히 서술하는 저자의 모습에 더 먹먹해진다. 

 

p.100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하는 길이 있고, 피할 수 없는, 아니 어쩌면 피하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마다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다하자고 마음먹는다. 그다음은 하늘의 뜻에 맡길 뿐이다. 

 

자는 아내가 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를 함께 하자고 했던 말을 지키기 위해 코이카 국제봉사단에 지원해 카라칼파크국립대학교로 떠난다. 누쿠스 강변, 모스크 지붕 등 낯선 지역의 풍경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20210423_085304.jpg아내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며 삶을 돌아보고 나아갈 길을 살펴보는 저자. 그리고 그의 생각에서 많은 가르침을 얻게 된다. 

 

p.107 지붕 위로 후두둑 떨어져 내리는 빗소리에 잠이 깼다. 비는 떨어져서 생을 마치지만 나는 아직 살아야 할 날들이 조금 더 남아있다. 그것이 내가 감당해야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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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지금 하는 일이 징검다리가 되어 언젠가는 도움이 된다는 말이 있다. 이 책에서도 만나져서 너무 반가웠다. 그리고 저자는 자신이 그런 징검다리가 되기를 원한다.

 

p. 232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나의 징검다리가 돼주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가족과 친지, 친구와 돌료, 선배와 후배, 함께 일한 모든 사람이 내가 세월이라는 미지의 강을 건너는 데 징검다리가 되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게 해줬다.

 

p. 233

사람의 일이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어서 누군가가 힘들고 지칠 때 서로서로 징검다리가 되어주면 좋겠다. 내 손과 등이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징검다리가 되어 누구라도 손을 잡고, 누구라도 등을 밟으며 이쪽에서 저쪽으로 무사히 건너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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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불평도 많고 남과의 비교에 스스로 지치고 있었다. 이 책을 꺼내 읽으면 그런 것들이 의미없게 여겨지며 주어진 상황에 집중하고 싶어진다. 애써 괜찮은 척하지도 아무렇지 않게 충고하지도 않고 어른스럽게 자신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심적인 휴식이 필요할 때 읽기 좋은 책 <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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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나는 조금 멀리 걷는다. 평점9점 | l*****0 | 2021.05.06 리뷰제목
길을 걷다보면 자연히 풍경과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풍경과 사람 사이에 펼쳐지는 사유의 들판을 지나게 된다. 길을 걷다보면 남기고 나누고 간직해야 할 생각들과 잊고 버리고 포기해야 할 생각들이 하나하나 정리되는 시간을 만난다. 그래서 나는 조금 멀리 걷는다.   자주 걸으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운동삼아 걷기 시작했는데, 육체적 건강보다는 정신적 건강이 더 좋아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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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보면 자연히 풍경과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풍경과 사람 사이에 펼쳐지는 사유의 들판을 지나게 된다.

길을 걷다보면 남기고 나누고 간직해야 할 생각들과 잊고 버리고 포기해야 할 생각들이 하나하나 정리되는 시간을 만난다.

그래서 나는 조금 멀리 걷는다.

 

자주 걸으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운동삼아 걷기 시작했는데, 육체적 건강보다는 정신적 건강이 더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목적지가 있는 걸음이 아니기에 천천히 주위를 보며 걷습니다.

그러다 보면 헝클어진 머리 속이 정리되는 것 같습니다.

 

요즘같이 햇살 좋은 날, 더욱 걷기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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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d*****2 | 2021.05.03 리뷰제목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기억이 있다. 사람들마다 작든, 또는 정말 가까운 사람으로 크나큰 아픔을 겪었을 수도 있는 그런 이별의 순간이 있다.  하다못해 대학시절 연애하다 헤어진 연인을 생각해도 세월이 많이(또는 짧게) 지난 지금도 먹먹해질 때가 있다.  삶에 지쳐, 또 지금은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문득 내 인생의 추억을 돌이켜 볼 떄 순간순간 떠오르는 것은 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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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기억이 있다. 사람들마다 작든, 또는 정말 가까운 사람으로 크나큰 아픔을 겪었을 수도 있는 그런 이별의 순간이 있다. 

하다못해 대학시절 연애하다 헤어진 연인을 생각해도 세월이 많이(또는 짧게) 지난 지금도 먹먹해질 때가 있다. 

삶에 지쳐, 또 지금은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문득 내 인생의 추억을 돌이켜 볼 떄 순간순간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물며 저자처럼 반평생을 함께 살아간 아내와의 이별이라니...

저자는 여행을 가던 중에 의식없이 쓰러진 아내를 이별의 준비도 없이 영영 떠나보냈다. 꽤 금슬이 좋은 부부 같았는데 사실 아프다가 또는 준비할 시간없이 이별을 맞이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나 역시 부모님의 아들, 그리고 남편과 아버지, 또 가장으로서 또 누군가의 친구로 그렇게 여러 지위로 인생을 살아간다.

저자 역시 나와 비슷한 직장인으로 누군가의 아들, 남편, 아버지로 살아온 한 남자의 평범한 인생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인생은 아내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난 이후로 완전히 달라졌다.

 

외환은행 지점장을 지낸 후 은퇴한 저자는 1991년 한국시조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래 사람들의 마음을 만지는 글을 써온 시인이다. 

 

아내와 사별 후 아내와 같이 가자고 다짐했던 국제봉사를 위해 그는 떠났고, 걷고, 다시 돌아오는 과정을 통해 슬픔의 순간을 지내 온 방법을 담담하게 기록했다.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나라인 우즈베키스탄의 사막도시 누쿠스로 떠난 저자는 코이카KOICA 국제봉사단으로서 카라칼파크국립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친다. 그는 한국 문화를 좋아하고 한국을 통해 인생의 꿈을 노래하는 우즈베키스탄의 청춘들을 통해 살아갈 힘 또는 버티는 방법을 배웠다. 


 

남편은 아내의 치아 세 개를 수습한 후 3일 지나면 어딘가에 묻자고 결심했으나 3일이 지났을 때 묻지 못한다. 49일이 지나도, 어느덧 1주기에 이르러도 그의 상의 안주머니에는 여전히 아내의 치아 세 개가 있었다. 우즈벡으로의 출국을 이틀 앞두고서야 그동안 한 몸이 되어 지내던 치아 세 개를 마침내 아내와 자신이 모두 좋아하던 특별한 장소에 묻고 다시 돌아올 것을 기약하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먹먹했다. 

 

사람마다 이별과 슬픔을 견디는 방법은 제각각이다. 저자는 걷고, 떠나고, 그곳에서 사람들을 가르치며 슬픔을 견뎌냈다. 

사람은 유한한 존재이기에 늘 이별과 헤어짐의 순간을 준비해야 한다. 

사실 그런 순간을 생각하기조차 두렵다. 

읽는 내내 마음이 먹먹했지만, 저자의 유려한 글쓰기에 잘 읽힌 책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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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사막에서 나는... 평점10점 | b****e | 2021.04.26 리뷰제목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는 모든 추억이 아름답다. 사막여행은 고통의 체험인 만큼 황홀한 아름다움을 남기는 여행이다. 북극성으로 떠난 아내는 돌아오지 않고, 나는 이제 더 이상 혼자 사막에 가지 않으려고 한다. p187 저자는 30여년을 함께 했던 아내를 갑작스럽게 떠나보내고, 한국의 길을 수백키로 걷다, 문득 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를 하고 싶어했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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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는 모든 추억이 아름답다. 사막여행은 고통의 체험인 만큼

황홀한 아름다움을 남기는 여행이다. 북극성으로 떠난 아내는 돌아오지 않고,

나는 이제 더 이상 혼자 사막에 가지 않으려고 한다. p187

저자는 30여년을 함께 했던 아내를 갑작스럽게 떠나보내고, 한국의 길을 수백키로 걷다, 문득 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를 하고 싶어했던 아내의 바램을 기억해낸다. 그렇게 1958년생 저자는 우즈베키스탄에 코이카 국제봉사단이 되어 도착했고, 그곳의 국립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지도하며 혼자로 살아갔던 261일의 시간을 글로 남겼다. 먼 이야기가 아니다. 더 많은 일정을 코로나로 어쩔수 없이 종료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나는 떠났다/ 나는 그리워했다/나는 걸었다/나는 가르치고 배웠다

이렇게 4장으로 나뉜 이야기는 마치, 매일매일 연재되는 글을 읽는 기분이 든다.

실제 저자가 매일 하루를 생각하며 적은 글이기 때문이다.

아내와 여행을 자주 다녔던 저자가 빈자리를 품고, 떠난 장소는 한국에 여전히 낯선 곳이다. 이방인에서 현지인으로 서서히 자리잡는 그의 이야기가, 차분하게 진행된다. 나의 밖에서 읽어나는 일을, 나의 안에서 정리하여 표현한 글들은 마치 시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 산문시를 읽듯, 그의 감정에 충실한, 은유와 비유, 묘사를 품은 문장들은, 읽는 입장에서, 마치 저자가 된듯한 느낌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 저자가 글들을 썼을 그 공간이, 창문밖의 낯선 공기를 느끼며, 지나간 시간과 오늘의 시간사이에서 글로 정리하기 위해 할애한 시간이, 문득 문득, 나를 그 공간으로 데려간다.

아내의 이야기를 일부러 자제한 듯한 1장을 지나 2장은 그 그리움으로 채워진다.

떠오르는 장소마다 아내와 함께 했던 기억이 가득한 저자, 함께여서 행복하다, 라는 문장이 꼭 맞는 두분의 이야기, 오래 더 함께했어야 할 두분인데...2장은 읽는내내 먹먹하고, 한편으로 부럽고, 앞으로 내 동반자에게 나도 이런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내가 이렇게 기억할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막을 좋아한다는 그가 이야기하는 사막여행, 한편으로 이 책은 여행문이다.

한 사람을 추억하며 약속을 지키기 위해 떠난 것이기에 여행은 수단이었지만, 익숙한 장소에서 떠나고 외지인에 섞이는 과정이니 여행기이다. 그래서, 전문 사진작가의 사진이 글로 읽다 보고싶은 장소다 싶을때 지면을 채워준다.

음치, 박치, 몸치임을 뒤늦게 몸소 깨달았다는 저자는 그러나, 많은 글에 노래를 담고 있다. 읽다가 소개하는 노래를 유튜브로 틀어놓고 가만히 듣다, 책읽기는 음악감상으로 넘어갔다. 그렇게 또 한편으로 이 책은 자서전이다.

길은 늘 살아서 움직인다. 그렇게 꿈틀거리는 길을 당신과 나는 함께 걸었다. 길의 움직임을 생생히 느낄 때도 있었고 아무 미동조차 느끼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나는 당신과 함께했던 길 위의 시간들을 기억한다. p164

밖으로 표출되었던 감정들이 글이 뒤로 가면서, 자신을 들여다본다. 첫부분에 혹해서 읽다가 뒤로 갈수록 힘빠지는 글이 있는 반면, 처음에는 무심하게 넘겼지만, 뒤로 갈수록 생각이 많아지는 글이 있다. 이 에세이는 뒤끝이 남는, 아직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1미터쯤 정말 멋있는 꽃길p301'을 남겨놓은 책이다.

<<쌤앤파커스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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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 김삼환 평점10점 | p****4 | 2021.04.23 리뷰제목
대학교를 졸업하고 난 이후부터 부쩍 시간의 흐름에 민감해진 기분이다. 마냥 학생일 것 같았던 시기를 지나 밥벌이를 하며 온전히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는 시기가 되니 속절없이 흘러가버린 지난날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이 진해지면서 하루하루가 가슴에 묵직하게 얹히는 듯하다. 무엇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별이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님을 실감한다.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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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를 졸업하고 난 이후부터 부쩍 시간의 흐름에 민감해진 기분이다. 마냥 학생일 것 같았던 시기를 지나 밥벌이를 하며 온전히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는 시기가 되니 속절없이 흘러가버린 지난날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이 진해지면서 하루하루가 가슴에 묵직하게 얹히는 듯하다.


무엇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별이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님을 실감한다.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더욱 짙어진 주름과 염색으로 다 가리지 못할 정도로 늘어난 흰머리를 하고 계신 부모님, 기력이 떨어지고 등이 굽어 걸음이 점점 더 느려지신 할머니들을 보며 막연한 두려움을 느낀다. 만약 내 소중한 사람들을 볼 수 없는 시기가 찾아온다면 나는 어떻게 그 슬픔을 이겨낼 수 있을까. 잠깐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타들어간다.

 


 

<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이별의 아픔을 앓게 된 저자가 그 고통스러운 시간을 이겨내고 새로이 용기를 얻기까지의 여정을 기록한 책이다. 산산조각 난 일상을 떠나 파도처럼 밀려오는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또 생전 아내와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머나먼 땅 우즈베키스탄까지 떠나간 그의 여정과 사유가 이 책에 담겨있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이 책은 떠나서 돌아오기까지 내가 어떻게 눈물을 이겨냈는지, 그 방법과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7p)"


저자의 기록은 시간순으로 이어지는 대신 크게 네 가지 주제로 정리되어 있다. 그 안에는 먼 길 떠난 이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 먼 길 떠나 홀로 채워간 삶과 그곳에서의 경험, 함께 또 홀로 걸으며 길 위에서 보낸 여정,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의 사유가 섬세하게 담겨있다.


첫 번째 기록 "나는 떠났다"에서는 이별의 아픔을 안고 떠나 먼 이국 땅에서 적응하고 살아가기까지의 여정을 들려준다.


아내가 떠나고 "감정적인 동요가 티끌만큼도 일어나지 않(19p)"는 봄을 맞은 저자는 괴로움을 피해 걷고 또 걷다가 코이카 국제봉사단 교사 한국어 교사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한다. 생전 아내가 함께 하자던 한국어 교육 봉사를 하기 위해 홀로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를 거쳐 서부 사막도시 누쿠스로 향하고, 그곳에 적응하고 살아가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해나간다. 낯선 곳에서의 낯선 경험은 새로운 깨달음을 주고, 밀려오는 고독과 고통을 어루만지는 법을 익히면서 그의 사유는 더욱 깊어진다.


두 번째 기록 "나는 그리워했다"에서는 급작스러운 이별과 그로 인한 슬픔과 그리움에 대해 들려준다.


즐거웠던 여행길, 아무런 전조 없이 갑자기 쓰러진 아내가 다시 눈을 뜨지 못했던 순간을 되새기며 저자는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다하자고 마음먹는다. 그다음은 하늘의 뜻에 맡길 뿐(100p)"이라고 말하는 한편, 가만히 있어도 흘러넘치는 추억과 그리움을 차곡차곡 쌓아올린다. 그리움은 아내에서 시작해 어머니와 지난날의 인연들을 거쳐 다시 아내로 되돌아와 가슴 정중앙에 짙은 자국을 남긴다.


세 번째 기록 "나는 걸었다"에서는 함께 또 홀로 국내외를 오가며 걷고 또 걸으면서 보낸 여정과 길 위에서의 생각과 깨달음에 대해 들려준다.


저자는 지난날 아내와 함께 걸었던 차오프라야 강변길을, 함께 보았던 바이칼 호수를, 함께 뜨거운 국물을 마셨던 한겨울의 삿포로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며 이제는 홀로 또 다른 길 위를 걷는다. 걷고 또 걸으며,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하며, 새로이 한 걸음을 내딛는다.


마지막 네 번째 기록 "나는 가르치고 배웠다"에서는 사막도시 누쿠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또 그들에게 배우면서 보낸 일상과 그 속에서 얻은 희망에 대해 들려준다.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새로이 이곳에서의 생활 리듬을 만들어내면서, 저자는 아픔을 치유하고 나아갈 힘을 얻는다. 늘 그렇듯 예기치 못한 상황은 찾아와 일상을 바꾸어놓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그의 가슴에는 먼 땅에서 얻은 강렬한 영감과 잊지 못할 추억, 그리고 단단한 힘이 자리 잡고 있다.


현직 시인인 저자의 사유와 표현은 굉장히 섬세해서 한 줄 한 줄이 가슴을 울렸다. 아름다운 문장에 감탄하고, 슬픔과 아픔에 공감하고, 사유를 공유하고 곱씹으며 느린 걸음으로 그의 여정을 함께했다. 나 역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던 여정이었고, 무형의 힘을 나눠 받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마지막까지 함께 발맞추어 걷다가 홀로 선 지금,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질문해본다. 만약 이별의 순간이 찾아온다면 나는 어떻게 슬픔과 아픔을 이겨낼 수 있을까. 이별의 순간 속절없이 휩쓸려 파도와 함께 떠돌게 뻔하지만, 조금이나마 그 해답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 사랑하는 이와 같은 색으로 물들며 정말 멋있는 꽃길을 함께 걸어야겠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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