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영계, 기업에서 많은 화두가 되는 것이 ESG다. 오늘 신문기사에서 한국 500대 기업의 ESG 지수를 평가한 기사를 봤다. 다행히 우리회사는 Top10에 들어서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았지만, 한국 기업 전반적으로 아직은 ESG나 사회적 기업에 대해서 인식이 부족한 면이 많이 있다.
물론 한국 기업은 아직 갈길이 멀다. 또 인적, 물적 자원의 부족, 경쟁 심화, 내수시장의 부족 등으로 인해 한국 기업은 늘 글로벌 경쟁에서 힘들게 싸워야 하고 내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닌 오늘을 걱정해야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을 필두로 우리 인류는 미래와 생존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돈 잘 버는 기업을 넘어 착한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비즈니스 어젠다와 해결책을 다시 고민해야 할 때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은 세계 최고 수준의 LBS(런던비즈니스스쿨)의 재무학 교수로 기업 개혁의 선도적인 권위자면서 과학적으로 검증된 연구결과와 다양한 기업 사례를 바탕으로 실용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온 알렉스 에드먼스의 저작이다.
특히 에드먼스 교수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영국 하원 등에서 연설하며 각국의 리더들에게 사회적 존재로서의 기업의 역할과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화두를 던졌다.
복잡한 개념을 풍부한 예시와 논리적인 언어로 재미있게 풀어내는 학자로 알려져 있으며, ‘탈진실 세상에서 무엇을 신뢰할 것인가(What to Trust in a Post-Truth World)?’, ‘기업의 사회적 책임(The Social Responsibility of Buiness)’이라는 TED 강연이 화제가 되어 영향력있는 비즈니스 사상가로 떠올랐다.
특히 서울대 경영대학원 이우종 교수와 사회적가치연구원 정아름 팀장의 감수를 통해 책의 번역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Pie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전통적인 수익, 이윤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나타낸다. 이윤은 파이의 한 부분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이윤과 다른 것 중에서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는 자본주의 이분법을 철저한 증거로 반론하면서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더 큰 이윤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적 기업인 애플, 보다폰, 파타고니아 등의 기업 사례와 심층적인 연구결과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에서는 SK 최태원 회장이 지속 관심을 보이면서 계열사 평가나 최고경영자 평가에서 ESG를 지속 반영하겠다고 공언했다.
세계적인 경영계 화두로 떠오르며 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은 ‘ESG (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근거해서 기업의 파이 키우기 전략은 기존의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약자나 주위를 보지 않고 앞만 보는 것이 아닌 리더와 직원, 투자자, 주주, 사회, 환경, 시민 모두를 위한 ‘협업 게임’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2021년 6월 우리는 1년이 넘게 코로나19라는 전염병과 싸우고 있다. 이 시기 세상은 변화했고, 사람들은 '기업이 무엇을 위하여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커다란 질문을 맞이하게 됐다.
몇몇 기업은 매우 예외적인 모습으로 사회와 연대했다. 실직한 노동자를 위해 추가적인 보상책을 마련하고 공급업체의 자금난에 숨통을 틔워주어고, 다양한 기부활동을 통해 사회와 국가에 공헌했다.
제약업체들의 빠른 백신 개발, 자동차회사 엔지니어들이 호흡 보조장치를 개발하고 대량 생산했더거나, 명품업체들이 마스크를 만드는 등 많은 기업들이 기존과는 다른 사회적 참여를 보여주었다.
이 과정에서 주주우선주의에 대한 비판론과 결합하면서 환경-사회-지배구조 담론, 이른바 ESG 경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대두되었다.
이 책은 이러한 ESG에 대해서 과학적 사고와 논증을 통해 사회적 존재로서의 기업의 존재를 역설하고 있다. 또한 모두의 파이를 키우는 '파이코노믹스'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 결국 기업의 파이를 키우고, 궁극적으로 재무적 이윤도 창출한다는 이론과 실제 사례들을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일부 주주자본주의자들이 비판하는 오해를 이해관계자본주의로 전환하면서 사람들이 걱정하는 부분안 재무적 이윤창출을 등한시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도 이해관계자자본주의로 이행하는 것은 주주자본주의 전적인 폐기를 논하는 것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주길 말하고 있다.
이 책은 파이코노믹스를 구현할 수 있는 실적 성장에 대해서도 곱셈, 비교우위, 중요성의 원칙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더 나아가 이 책은 기업이 본연적으로 영웅적 정신을 가지고 있다는 깨어있는 자본주의의 연장선상에서 읽을 수 있다. 기업이 인류가 직면한 공동의 위기들을 돌파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무기라고 전제한다면, 기업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사회가 역할을 분담할 필요도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900만명의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1000만명이 집 없는 신세가 됐다. 이후 경제는 회복됐지만, 열매 대부분은 기업인과 주주에게 돌아갔고 근로자의 급여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2019년 기준 전세계 상위 부자 22명은 아프리카 모든 여성이 가진 부의 총합보다 더 븐 부를 누리고 있다.
2010년 BP사의 딥워터 호라이즌 사의 시추장치 폭발로 약 490만 배럴의 기름이 바다로 유출되어 미국의 국립공원과 수백종의 생물이 위험에 빠졌다.
2015년 폭스바겐의 자동차배기가스 성능 축소역시 유럽에서 호흡기 질환 환자 1200명을 사망시켰다. 세계 각지의 건설업계의 환경파괴 등으로 지구는 몸살중이다.
이러한 기업체가 야기하는 환경 비용은 4조 7000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시민들은 반격에 나섰다. 시위나 지도자들의 낙선 운동 등으로 '기업이 우리의 희생으로 이득을 보고 있다'는 것에 동의해서 ESG를 더욱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시기 새로운 접근법으로 지금까지 기업이 만들어내는 가치는 고정되어 있다고 상정하는 '파이 쪼개기' 사고 방식에서 갈등이 야기됐다. 이런 전제에서 더 큰 파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그들 몫으로 가는 파이를 줄이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CEO는 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임금을 삭감하는 방법으로 사회로부터 이익을 취한다. 역으로 우리는 기업이 사회에 도움이 되도록 이윤을 단속해야만 한다. 공정한 분배가 중요하지만 기업을 개혁한다는 것은 단지 파이를 재분배하는 것만이 아니다. 개혁을 추구하면 이윤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는 2가지 문제로 이어진다.
1) 개혁으로 회사의 수익성이 떨어진다면 많은 경우 CEO들은 개혁을 자발적으로 이행하지 않을 것이다. 실행으로 옮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경우 규제를 통해 기업에 파이 분배를 강제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규제를 통한 강제는 헌신이 아니라 준수로 이어질 뿐이다. 기업은 직원들에게 의미있는 업무나 기량으 향상시키는 육성기회를 제공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최저임금법을 준수할 수 있다.
2) 이윤이 감소되면 주주에게 해를 끼친다. 투자자는 보통 이름도 없는 자본가로 묘사되는데 투자자는 남들이 아닌 우리 '자신'이다.
노후를 위해 돈을 굴리는 연금기금, 보험금을 늘리기 위해 투자하는 보험회사들도 모두 투자자에 포함된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기업 개혁은 사회적 가치 창출뿐만 아니라 이윤도 추구해야 한다.
이 책의 핵심이 바로 이것이다. '파이 키우기'사고방식은 파이 크기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 기업은 파이를 키워 궁극적으로 투자자에게 이익을 줄 수 있고 근무 여건을 개선하면 직원들은 보다 높은 의욕으로 생산성을 올릴 수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새로운 접근법은 비즈니스와 사회는 적대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기업은 주주, 사회 모두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통찰이 있는 리더라면 기업을 변화시키고 파이를 키워 모두에게 득이 되게 해야 한다.
동기부여가 잘된 직원이라면 아래로부터 회사를 혁신해서 파이를 키울 수도 있다.
결정적으로 파이는 '이윤'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나타낸다. 이윤은 파이의 한 부분이다. 사회적 가치를 일차적 목표로 삼게되면 이윤 추구를 최종 목표로 삼을 때보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이윤을 얻게 된다.
책임있는 기업은 결국 사회를 위한 가치 창출을 위해서 이윤을 만들어 낸다.
이 긍정적인 효과로 위에서 말한 2가지 회사를 끊임없이 혁신할 것이고, 주주의 가치도 지켜낼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의 1부에서는 기업이 왜 존재하고, 왜 이윤만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파이 키우기 사고방식이 파이 쪼개기 방식과 어떻게 다르고 '계몽적 주주가치'와 같은 폭넓은 관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현재 기업이 마주하고 있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트레이드오프를 어떻게 조율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이 될 수 있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투자자는 리더가 이러한 원칙을 따르는지를 평가하도록 시스템화하는 것이다.
책에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파이키우기를 증명해내고 있다.
파이를 키우는 기업은 파이 성장으로 얻는 이익을 공유하는 것처럼 파이 감소에 따른 손싱도 부담한다.
2009년 초 금융위기가 닥치자 제조회사 베리웨밀러의 주문량은 단 며칠만에 40% 줄었다.
이사회는 천만 달러를 절감해야 파산을 면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정리해고 논의에 착수했다.
이런 경우 보통 임원들은 자리를 보전하고 평사원들이 고통을 부담한다.
그러나 CEO 밥 채프먼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비서부터 CEO인 자신까지 모든 임직원이 4주간 무급휴가를 사용했고 임원 보너스 지급을 보류시켰다.
밥 채프먼은 "우리 중 누군가가 더 많은 고통을 받는 것보다 우리 모두가 조금씩 고통을 받는게 낫다."고 말했다. ---p.55
그 다음해까지 배리웨밀러는 단 한명의 동료도 해고하지 않았다. 일자리를 지켜줬고, 사내 대학에서 교육시키고 자유시간을 생산적으로 쓰게 했다.
일을 쉬는 동안 자원봉사도 다니고 가정생활에 충실하게 해줬다. 그 결과 베리웨밀러는 당초 감축 목표액의 두배인 2천만달러를 절감하고 직원들의 끈끈한 동지애를 얻었다.
이와 대조적인 사례감 핀란드 대표기업 노키아였다. 노키아는 스마트폰 전환기에 피쳐폰을 고수하다 경영이 어려워지자 독일 보훔공장을 폐쇄했다. 2,300명이 퇴직했다.
독일 정부는 보훔 공장 설립에 지원된 보조금 상환을 명령했고, 노조는 노키아 휴대폰 불매운동 및 시위를 벌였다. 이 사진은 언론과 SNS를 통해 생중계됐고 결국 노키아는 이미지 타격, 판매급감을 기록하고 3년간 7억 유로 매출액과 1억 유로의 이윤 손실을 입었다.
2부에서는 어떻게 파이를 키울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며 여러 개혁안들이 실효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원인은 대부분의 개혁안이 파이쪼개는 방식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인데 파이 키우기 관점을 통해 임원보수제한, 주주행동주의, 자사주 매입 등 일반적으로 이해관계자를 희생하면서 CEO와 투자자만 이득을 보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정책들이 사실은 파이를 키워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3부에서는 파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기업의 존재이유와 목적을 강조하고 있다.
실전에서 결국 CEO가 자신의 생명연장을 위해 단기성과에 치우칠 때 이를 달성하기 위한 기업, 투자자, 규제당국 및 시민이 어떤 일들을 해내고 있고,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4부에서는 파이를 키우는 아이디어가 국제교역, 인간관계, 리더십 같은 더 넓은 맥락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논의하고 있다.
파이키우기 사고방식으로 전환하려면 결국 무엇이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 창출을 촉진하는지를 면밀하게 연구해서 입증해야 한다.
마지막은 이 책이 제시하는 바를 실행할 수 있는 실행과제를 알려준다.
최근 기업들은 이윤 절대주의와 주주의 가치만을 중시하는 경영에서 ESG에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전환되고 있다. 앞으로 기업 경쟁력은 사회 영향력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하고 이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 담론의 본질에서부터 다양한 사례와 풍부한 연구 경험, 압도적인 통찰과 증거들로 밝혀낸 경영혁신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CEO부터 기업전략팀, 사회공헌팀까지 모든 기업관계자가 필독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