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함께 짝(하베르)을 지어 질문을 만들고 대화하고 토론하고 논쟁하는 유대인의 학습법, 하브루타! 이미 많이 알려져 있어서 많은 분들이 하브루타가 무엇인지 잘 알고 계실 것이다. 2,000여 년 동안 디아스포라로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아왔던 유대인들이 조상들의 정신과 전통을 대대로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토라와 탈무드로 일상에서 아이들과 하브루타를 지속적으로 해 왔기 때문이다.
유대인에게 토라와 탈무드가 있다면, 한국인에게 알맞은 하브루타 자료는 무엇이 있을까? 평소 한국식 하브루타의 발전을 주장하는 하브루타 부모교육연구소 김금선 소장의 최신작 "하루 한 편, 식탁 위 하브루타 대화법"에서 바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에는 우리 정서에도 잘 맞고 익숙한 한국식 하브루타의 지혜가 담겨 있다. 바로 탈무드보다 강력한 전래동화 하브루타 토론의 기적.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 파트에는 전래동화 하브루타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생각 그릇을 키워줄 수 있는지 그 방법과 의미에 대해 부모들이 알아야 할 개념들이 정리되어 있다. 두 번째 파트에는 책 제목을 그대로 실천할 수 있도록 매일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전래동화 이야기와 함께 예시 질문 목록들이 수록되어 있다. 아이의 성향에 맞춰 전래동화 이야기들을 이기적이고 욕심이 많은 아이/ 거짓말 잘하는 아이/ 어른에게 버릇없는 아이/ 배려심 없는 아이/ 스스로 지혜를 키우는 아이로 나눠서 제시하고 있어 필요에 따라 읽을 수도 있다. 총 32편의 전래동화와 하브루타 질문 목록이 제시되어 있고, 중간중간 부부가 함께 나눌 수 있는 하브루타 질문 목록도 보너스처럼 제시되어 있어서, 하브루타를 선뜻 시작하기 힘드신 분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듯싶다.
시간을 내기가 만만치 않은 분주하고 바쁜 일상이지만, 식탁 위의 대화가 어렵다면 잠자리 동화로 하나씩 들려주며 아이와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나눠도 좋을 것 같다. 실제로 일곱 살 작은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이용하여 잠자리 하브루타를 나눴는데, 아이의 생각이 재미있었다. "송아지와 바꾼 무" 이야기 전래동화를 들려줬는데, "커다란 순무" 그림책을 생각해 내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지 않고 양보한 적이 있냐고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을 했다. '나는 형아가 좋아하는 달걀 프라이랑 달걀말이 양보 잘한다. 왜냐하면 나는 착한 동생이 되고 싶어서 양보하는 것이다." 다섯 살 터울이 있어서 늘 집에서 어린 막둥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나름 착한 동생이 되기 위해 양보하는 모습도 보였구나 싶은 게 기특하기도 했고, 그래 이러면서 사회성도 인성도 배우겠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이의 평소 생각이 궁금하신 분들, 아이와 더 잘 소통하고 싶으신 분들, 어렵다고 생각하면 어려울 수 있지만 조금 더 수월하게 일상 속의 하브루타로 생각의 깊이를 키우고 싶으신 분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동안 바빠서 잠시 주춤했었는데, 오늘부터 다시 전래동화 하브루타로 아이랑 이야기꽃을 피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