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마클럽

생각한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한 때 나의 모토였다. 정신머리 하나는 올바로 박혀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고 그래서 예고없이 들이 닥쳤던 고비들도 제법 그럴싸하게 넘길 수 있었다. 그런데 유연함이라고는 없이 신조대로만 꼿꼿이 버티다 보니 결국 부러지고야 마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후 육체의 피로에 철저하게 백기를 들어버린 나는 타협과 합리화라는 유용한 수단을 부지런히 뇌에 익히고 제대로 입문하게 되었다. 이런게 바로 인생이라고, 누구나 다 그렇다고, 나이가 들면서 변하는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그렇게 적당한 이유를 둘러 대면서 말이다. 적응의 동물답게 점차 익숙해지다 보니 뭐가 옳고 그른지도 헛갈리고 마구 뒤섞여 탁해진 물감처럼 애초의 색이 무엇이었는지조차 가물해져 버렸다. 늘상 고단한 삶에 치이다 보니 행복은 사치처럼 느껴지기 다반사. 스스로를 구석으로 몰아 세우고 항상 피로에 찌들어 하루의 끝을 향해 곤두박질 치고는 했다. 하지만 머지 않아 AI 가 꽤 많은 인간의 루틴들을 대신해줄 것이고 덕분에 우리는 과거 대비 훨씬 많은 잉여 시간을 누릴 수 있게될 것이다. 그런데 급격한 산업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국민성처럼 급격히 늘어난 여가 시간을 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정보나 경험 또한 부재하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갈망해 왔건만 막상 실체를 마주하고 보니 이보다 낯설 수 없는 존재, 자유.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할 때 즐겁고 행복한가. 돈만 많으면 끝나는 문제일까. 미학은 인간의 감정을 통해 근원적 행복을 추구하는 학문으로서, 미학적 쾌감은 우리 본성에서 우러나는 원초적인 것이다.

＜철학이 변화를 주도하는 이유는 실용성을 따지지 않고 자유롭게 미래를 사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p.31＞

우리의 삶 속에 이미 너무도 깊숙히 파고들어 경각심 마저 잃어버린 황금만능주의는 천민자본주의의 자화상이다. 이미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질은 꿰뚫지 못한채 불필요한 경쟁 속에서 자신을 소모시키고 있다. 상대적으로 풍요로워진 물질문명 속에서도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고 더욱 소외되며 우울감에 빠지는 것이 그 증거이다.

＜경제가 중심이 되었던 20세기는 기술력을 통한 물질문명이 중시되었다. 그러나 21세기 문화의 시대는 단지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서서 인간다운 삶과 질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시대이다. 이러한 시대에 요청되는 학문은 인간의 근원적 쾌감을 다루는 미학이다. ? 과학은 인간을 편리하게 할 수는 있지만, 편리함이 행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이것이 우리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여 미학의 새롭게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p.65＞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꾸지만 그 꿈은 오늘 그리고 당장 마주한 급한 현실에 밀려나기 일쑤다. 유보된 행복. 지금 이 일만 끝나면, 의 태도로 일관된 삶. 게다가 배금주의로 점철된 자본주의에서 최고의 가치는 돈이기에 인간의 선택은 모두 돈과 직결되는 코스를 밟는다. 전공도 직업도 결혼도. 일생동안 편안하고 안정적인 삶에만 집중하다 보니 모든 가치나 선호도가 한 쪽에 편중되어 있다. 그러나 최종 목적지였던 안락함은 행복을 개런티하지 못한다. 목적없는 편안함은 되려 권태를 불러 일으키고 정신적으로 나른해진 인간은 근원적으로 불쾌해진다. 활기찬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아름다운 예술이다. 고대부터 수많은 철학자들이 미학을 추구해온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았겠는가. 남들 하는대로, 남들 하는 만큼만 하면 중간은 가던 시절은 진즉 지나갔다. 단조로움, 익명성은 오히려 치명적이기까지 하다. 주류에서 이탈해 있는 듣보잡일지라도, 나만의 고유한 색을 가진 미학적 인간이라면, 아니 그런 창조적이고 개성있는 인간만이 이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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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주기와 패턴을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그 주기와 패턴으로 봤을 때 지금의 혼돈은 이성적인 물질문명에서 직관적인 정신문명으로 전환하는 환절기에 속하며 혼돈이 극에 달하면 스튜어트 카우프만이 주장하는 것처럼 새로운 자기조직화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미학은 근원적 행복을 위한 학문이며 미학적 쾌감은 감각적 쾌감이나 지적인 만족감과 달리 인간본성에서 우러나는 근원적 쾌감이란다. 그래서 오늘날의 불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시대정신으로서 요청되고 있는 것이 미학이라는 것이다. 글쎄...미학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내용은 상당히 괜찮았고 분명히 새겨들어야 할 점이 많았다.

창의성은 반복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있다. ‘미학적 인간으로 살아가기’에서는 미학적 인간을 정의내리고 그렇게 살아갈 방안을 고찰한다. 책에서는 미학적 인간이 ‘형식을 자유롭게 하고 경직된 관습의 굴레에서 벗어나 주체적이고 창의적인 삶을 살아간다.‘라고 한다. 내게는 그 말이 형식에서 오는 질서, 관습에서 오는 안정을 알아야만 미학적으로 살 수 있다는 것으로 다가왔다.

흐름을 따라가보면 자연스럽게 정리되고 있는걸 느껴요
시대의 흐름도 집어 볼 수 있고
방대한데 잘 맥락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친절한임 느껴집니다
시대정신이 변하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변하지만
분야별로 시간적 차이가 있다는 것도 새롭게 짚어 주었습니다
철학을 바탕으로 예술적 창조성을 찾게 되길 바랍니다
미의식을 끌어올리고 대상에 몰입하여 하나가 되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