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흥부와 놀부, 진짜 옹고집과 가짜 옹고집, 성진과 양소유, 정선 양반과 천부…고전 서사 속 ‘짝패’의 일심동체 혹은 동상이몽‘둘이면서 하나’라는 희망 혹은 악몽『흥부전』 『구운몽』 『옹고집전』 『양반전』 『오뉘힘내기』 『현우형제담』 『천지왕본풀이』 등 우리 고전 서사에 등장하는 ‘짝패double’를 주제로 단순한 선악 구도를 뛰어넘는 서사적·캐릭터적 균열과 합일을 탐색한 연구서이다. ‘둘이면서 하나’라는 주제는 거꾸로 ‘하나가 아닌 둘’이 하나가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혼돈과 시행착오를 내포하기에 매혹적이다. 둘이면서 하나는 사랑과 세상의 운행 원리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일심동체一心同體가 되어 새로운 세상을 여는 것, 그래서 그 세상에서 둘만의 소중한 열매를 맺는 것. 이것이 바로 세상을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로 다른 둘이 하나가 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아서 그 사이에 균열이 생기기도 하고, 그 균열로 갈라서는 것은 물론 철천지원수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일심동체의 희망과 동상이몽同床異夢의 악몽,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위태롭고 매혹적인 줄타기라는 고전 연구서로는 보기 드문 주제를 세계 각국의 신화를 가져다가 설득력 있게 논증한다. 더보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머리말 제1장 서장_둘인 하나, 혹은 하나인 둘 제2장 ‘짝패’의 개념과 양상 인물의 대립과 짝패|모방, 폭력, 희생, 전향| 짝패의 자질, 동질성과 이질성|짝패 인물들 간의 관계와 양상제3장 천지개벽과 하늘, 땅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원수 형제’의 탄생|혼돈의 반복과 세상 차지 경쟁|대별왕과 소별왕, ‘큰 것’과 ‘작은 것’제4장 패배의 뒤안길 ‘아버지-형제’에서 ‘어머니-남매’로|호랑이 남매의 짝패|성城 쌓기와 서울 다녀오기|모성母性의 그늘과 뒷이야기 제5장 문제해결의 두 방향 민담의 형제담, 그 경쟁의 향방|형제담의 자료와 짝패의 성립|‘명인名人형제’, 우열愚劣의 역전과 협력|‘바보 형제’와 ‘명의名醫 형제’, 우열의 상호 보완|화합과 합일, 짝패로서의 형제제6장 한핏줄의 상반된 품성 형제 갈등의 소설적 변모|어긋난 출발선, 이유 있는 항변|선악의 경계를 넘나들기|개과천선, 그 거듭남의 비기秘技|욕망의 표출과 일그러진 세계상世界像제7장 세속과 탈속 성聖과 속俗, 그 다층적 엇갈림|성진 대 육관대사, 양소유 대 양 처사|마주보는 사면팔방四面八方|탈속, 세속, 그리고 탈-세속/탈속|짝패와의 대면對面-중심, 전체, 완성제8장 진짜와 가짜 변신담과 자아 정체성|되돌아온 자와 되돌아오지 못한 자|욕망의 덫, 만들어진 가짜|응징으로 가짜 만들기|변신變身-꾸짖기와 거듭남 사이제9장 세상이 만든 가면 처세술로서의 가면|존귀함과 고결함의 역설逆說|정선 양반 대對 천부賤富|정선 양반 대對 군수|문권의 내용과 짝패제10장 결론_잃어버린 전체를 찾아서 자료 및 참고문헌 찾아보기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쌍둥이와 형제들이 벌이는 다툼의 끝한국은 물론이고, 중국과 인도, 인도와 그리스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신화 속에는 숱한 쌍둥이와 형제들이 등장한다. 비단 혈연관계로 맺어지지 않았더라도 서로 한쪽이 없으면 성립하기 어려운 인물들이 의외로 많다. 저자는 이 캐릭터들에서 정체성과 질서 정립의 필요성을 읽어낸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숱한 쌍둥이와 형제들은 서로 다투면서 질서를 찾아나가고, 그 둘은 서로가 없다면 존립이 불가능한 존재들이다. 그들의 다툼이 치열할수록 상보적인 기능은 더욱 커지고, 그 결과는 새로운 질서의 확립으로 귀결된다. 이런 내용은 전설이나 민담에서도 엇비슷하게 되풀이되지만 그 과정이나 결과는 사뭇다르다. 엄청난 파국이 일어나기도 하고, 승패의 역전을 통해 신화와는 또 다른 세계상을 드러내기도 한다. 여느 학술서들과 달리 처음부터 주제를 정해 그 틀 안에서 기술하는 방식을 택한 까닭에, 고전 서사와 신화 속 인물들의 짝패적 특성을 일관되게 집중적으로 살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그 덕분에 흥부와 놀부, 성진과 양소유, 진짜 옹고집과 가짜 옹고집 등 우리에게 친숙한 고전 서사 속 인물들을 권선징악이나 선악 논리가 아닌 정체성과 질서, 우열과 보완, 혼돈과 화합 등 다양한 시각에서 조망할 수 있다.본질은 이질성의 상호보완이렇게 짝패에 관심을 두고 보면 많은 작품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흥부전』의 흥부와 놀부의 대립도 선악의 대립 구도를 넘어서 볼 여지가 있으며, 『구운몽』의 성진과 양소유의 짝도 성聖/속俗의 분속分屬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 또 본격적으로 자신과 똑같은 존재가 등장하는 『옹고집전』이나 신분과 인품의 엇갈림을 다룬 『양반전』에도 짝패 인물의 등장이 예사롭지 않다. 이런 작품에서는 흔히들 이야기하는 권선징악의 단순 구도가 들어맞지 않기 일쑤이다. 악으로 치부되는 어느 한 편을 응징하고 마는 것으로 끝나지도 않을뿐더러, 그렇게 해서는 작품의 밀도와 주제가 훨씬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탐색 끝에 저자가 제시하는 짝패의 본질은, 인물들이 지닌 동질성과 이질성 그리고 인물들 간에 드러난 이질성의 상호보완이다. 동질성을 공통으로 하는 이질성이 있기에 서로 겨루지만, 이질성이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으므로 또 통합을 추구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