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출판사 편집자, 비평가, 독자. 하나의 책이 탄생하기까지 관계된 네 가지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제임스 미치너의 작품. 책을 사랑하는 이라면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책이다.
하나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다난한 과정과 수없는 시행착오, 관계된 모든 사람의 노고와 열정이 다른 관점으로 흥미롭게 펼쳐진다.
김영하북클럽 5월의 책으로 선정된 바 있다. 각각 다른 이야기인 듯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성이 신선하고 애서가라면 어느 순간 깊게 몰입하게 될 것이다.
2021.09월의 첫 번째
제임스 A.미치너 "소설(상)"
소설을 좋아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작가에 따라 그려지는 방법,분위기가 다르고 그러기에 각각의 매력에 매료되어 그 이야기속에 들어가 있는 그 시간을 좋아한다.
이 '소설'이라는 소설은 내가 좋아하는 소설이라는 것이 탄생하게 되는 그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설명문처럼 상황을 설명하는 형식이었다면 아마 읽지 않았을 것이다.
애 책에서는 하나의 소설이 완성되기위해 꼭 필요한 역할을 하는 이들이 주인공이다.
이야기를 창작해 내는 작가.
창작물을 캐치하고 그것을 다듬고 수정하며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하는 편집자.
더 많은 독자들에게 소설을 접하게 하기 위한 프로모션 이에전트
그리고 비평가와 독자..
이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들이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옴니버스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완성된 한 권의 소설책이 내 손에 들어와 읽히기까지 그리고 읽힌 후 그 소설이 생명력을 가지고 그 명성을 유지하기까지 각각의 영역에서 어떻게 그 과정이 이루어지는지 재미있게 알아갈 수 있는 '소설'이다.
(상)(하)로 나뉘어 있는데 (상)에서는 제일 중요한 역할인 작가 루카스 요더와 그와 가장 가까운 조력자인 편집자 이본 마멜에 대한 이야기이다
모든 일들이 그러하겠지만 창작이란 작업도 불현듯 영감을 가지고만 진행될 수 없는 꾸준한 작업이라는 것,반면에 편집은 객관화된 괴정도 있지만 나름대로의 감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성공을 거둔 작가들까지도 포함해서 모든 작가들이 원고가 완성된 이후 처하게 되는 가슴 조이는 상황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완성된 원고는 형식적이나마 외부 전문가의 검열에 통과해야한다. 물론 나의 경우는 졸리코포 씨가 그 외부 전문가 격에 해당된다. 그런 다음 원고는 편집자에 의해 갈가리 찢기고 조각나는 운명에 처한다. 동시에 분쟁을 불러일으킬 만한 소재를 다루었다면 물론 법률가들의 손에 샅샅이 검토되어야 된다.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부분이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면 마지막으로 몇몇 단어 귀신들이 한 문장 한 문장,철자 하나까지도 빠뜨리지 않고 점검을 한다.(p. 24 ~ p. 25)'
'"어떤 책이 가치가 있다는 것은 누군가가 그 책의 장점을 발견해서 책을 구입하고 또 나중이 가서는 '이 작가가 다음번에는 무슨 책을 낼지 궁금한데'라도 말해야 되는 거 아니애요? 그게 바류 글쓰기고 또 출판이에요." (p. 70)'
'기술 발전이 작가들의 상상을 어떻게 처리하고 조합시키든 간에,또 그 이야기가 계속 흐를 수 있도록 하는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다. (p. 108)'
?
'글쓰기는 근본적으로 두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영혼에서 발산되어 나오는 지적안 과정이었다. 그리고 글쓰기의 목표는 작가의 영혼이 독자의 영혼과 한데 교감하는 데 있었고,그 예술적 성취도는 독자의 영혼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상징들을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가 하는 능력에 있었다. 그 정도로 숭고한 야망도 없으면 그의 경멸거리도 되지 못했던 것이다. (p. 201)
#제임스A미치너 #소설(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TheNovel
올해(2011) 읽은 어느 기사에는 두 소설을 비교하여 전개시킨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은 이런 식이었다. ‘폴 오스터가 쓴 『뉴욕 3부작』은 한 인물에게서 여러 인물이 겹치는 과정에서 자기를 찾는 구도가 보인다면, 제임스 미치너(『소설』)는 작가 자신을 네 명의 등장인물로 나눈 셈이다.’ 공공 도서관 사서가 어린 셜리 ㅡ 이본 마멜 ㅡ 에게 해준 말은 더욱 농밀하다. 「(…) 그게 바로 소설이란다. 서로의 꿈을 교환하는 것…….」 이 작품은 나에게 부적과도 같은 것인데 연유는 이러하다. 일본에 있을 때 카미야(神谷)라는 오십 줄의 양반과 경마장엘 간 적이 있다. 그가 내게 말했다. 「태어나서 처음 산 빗나간 마권을 지갑에 가지고 있으면 교통사고를 막아주는 부적이 되는 거야.」 그때문은 아니지만 나는 지금까지 ‘2008년 11월 29일’ 날짜가 찍힌 그 마권을 지니고 있다 ㅡ 그리고 마권의 존재 이전과 이후 교통사고를 당한 적은 없다. 미치너의 『소설』도 우연찮게 2008년에 구입하게 되었는데(2006년에 인쇄된 것이지만) 이후 번지르르한 고층건물의 회전문에 끼이거나 의자 모서리에 팔꿈치를 찧어 전기충격을 당하는 일로부터 막아줌과 동시에, 이 책은 그것이 주는 인간의 입장과 가치관, 세계관, 이야기(說)의 공정과정과 탄생의 충분조건으로 인해 나를 ‘왜 쓰는가’에 대한 맹렬한 공격에서 지켜주는 부적이 되었다.
달리 말하면 나는 이 작품에게서 상당한 모험심을 요구받았다. 제1의 과제는 책의 활자가 펜싱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다듬어져야 하는 일련의 은밀한 주조과정을 엿볼 준비가 되었는가 하는 것이었고, 제2의 과제는 ‘왜 읽는가’와 ‘무엇을(어떻게) 읽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ㅡ ‘왜 쓰는가’에 대한 것은 노코멘트. 그러므로 당최 이 책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를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윌리 넬슨이 ‘만약 여자가 섹스라는 덫으로 남자를 잡으려고 한다면 그녀는 매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며 이런 작용력은 영원히 멈춰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듯 소설이라는 예술이 인간의 본능을 잡는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에서 소설의 영원성을 본 것은 결코 아니다. 내가 발견한 것은 출근길 전철 안 덤덤한 사람들의 빳빳하게 발라진 무스와도 같은, 이등변삼각형을 지탱하는 밑변 같은 것이었다 ㅡ 그렇기에 작가에겐 발명가라기보다 ‘발견자’란 말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스트라이버트의 『텅 빈 물탱크』처럼 자신만만하게 뒷짐을 지지만 내밀한 조바심이 이는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말이다.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영화 《쇼생크 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에서 레드(모건 프리먼)은 지질학을 시간과 압력의 연구라 했다. 내가 보기에 소설도 다르지 않다. 단 똘레랑스라는 필수요소가 추가되어야 하겠지만……. 『소설』이 잘 쓰인 작품이라는 것은 페이지가 중첩될수록 분명해지는데, 특히 티모시의 죽음 이후 만들어지는 유작에서 모두가 하나의 편집자가 된다는 점과, 독자인 제인 갈런드의 독서에 대한 세계관(내지는 가치관)의 변화 ㅡ 정말이지 놀랄만한 포착 ㅡ 이다!
이 책은 네 가지 포지션을 균형 있게 둠으로써 ‘관계’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으며 매끄러운 은(직)유를 통해 무척이나 쉽게 소설에 다가갈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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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오자가 몇 군데 보이긴 했는데 그것들은 그렇다 치고, 앞날개와 뒷면의 연보에는 1903년에 태어나 1997년에 90세를 일기로 사망했다고 (잘못)나와 있다 ㅡ 그는 1903년보다 적어도 4년은 늦게 출생했다.
소설가 지망생, 출판사 취업 희망자, 문학 비평가, 소설을 읽는 독자에게 필독서라는, 제임스 A. 미치너의 <소설>을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 004,005로 읽고 있다. 초반에는 지지부진하게 읽어나가다가, 서서히 매료되어 신나게 읽었다.
재미 없는 소설가?
소설(상)의 1부는 작가 루카스 요더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현실에도 있을 법한, 어떤 유명 작가가 떠오르기도 하는, 어느 정도 명성을 가진 중년의 소설가. 스스로 자신의 마지막 소설이라 생각한 여덟번째 소설을 막 완성했고, 그 소설의 출간 과정이 시작된다. 그런데 요더씨는… 참~ 재미없는 소설가로 보였다.????
요더씨는 아내의 현명한 내조와 지지로 소설을 계속 써 왔고, 마침내 성공도 거두었고, 지역사회의 이웃들과 교류하고, 출판사를 신뢰하고, 편집자의 교정지를 성실하게 작업한다. 게다가 독자들에게 감사하고, 자신이 속한 펜실베니아 독일인 사회를 사랑하고, 사회에 선한 영량력을 원하고...
음.. 너무 교과서 같고 지루한데? 왜 이런 소설가를 제시하는 걸까?
어떤 때는 글쓰는 일이 마치 무슨 지고한 영감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웃기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은 심정이 들기도 했다. 정말 글쓰기란 고된 노동인 것이다.
1부, 작가 루카스 요더
1부 소설가, 2부 편집자
1부 후반부에는 다소 당황스럽고 흥미로운 사건이 생기는데, 갑자기 2부에서는 어떤 소녀의 이야기로 전환된다. 책에 빠진 소녀의 어린 시절부터, 뉴욕대학교 1학년을 다니다 중퇴를 하고, 출판사에 취직한 이야기, 그리고 그녀 앞에 닿을 듯 말듯한 뉴욕의 편집자의 삶이 아른거린다. 열정적이고 사랑스러운 편집자여서 그녀를 자연스럽게 응원하게 되고, 또 편집자에 대해 동경과 환상이 생긴다.
1부의 이야기 흐름은 잠시 제쳐두고, 2부를 더욱 재미있게 하는 이야기로 1부의 요더씨와는 사뭇 다른 젊고, 영감과 지성이 번뜩이는 소설가 지망생이 나와서 반가웠다. 그래, 이런 소설가가 좀 더 흥미롭지 않나? 그런데 1부의 소설가와 무척이나 대비되는데~?!
그들은 소설을 어떤 폭발적인 것, 즉 경이로움과 장엄한 계시적 광경으로 가득 차 있고, 평범한 행위에 대한 시적인 해석과 기묘하게 보이는 것에 대한 산문적 설명이 꽉 들어차 있는 것으로 보았다. 나는 베노가 꿈꾸었던 것 과 같은 종류의 소설이 지닌 무한한 지평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생경한 이념들로 불꽃이 일 듯 활기에 넘치고, 수많은 도전으로 폭풍이 일 듯 힘이 넘치는 소설.
2부 편집자 이본 마멜
얽히는 이야기, 반전과 깨달음
1부와 2부는 자연스럽게 얽히는데, 반전과 깨달음, 그리고 또다른 반전과 반전이 있다. 문득 1부의 재미 없었던 중년의 소설가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그가 새삼 대단하다는 것을 깨닫는것도 소설(상)의 묘미다.
거의 모든게 달리 생각된다. 전형적이고 교과서적으로 보였던 아내의 지지는 얼마나 현명했는지, 그의 성공은 과연 어떤 인내의 과정을 거쳤는지, 지역사회와 이웃들의 지지는 어떤 의미인지, 좋은 출판사와의 관계와 자신을 알아봐주는 편집자와의 인연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등이 전혀 새롭게 와닿게 된다.
소설(하)에서 이어지는 3부는 비평가, 4부는 독자이다. 독특한 구조이다. '소설'을 둘러싼 작가, 편집자, 비평가, 독자. 이들은 서로 어떻게 얽히게 될까?
열린책들 세계문학 전집 전 권 읽기는 오늘도 순항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