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불안감과 초조함이 느껴진다. 초반 시작은 불안감을 떨쳐 내기 위해 글을 쓰고 있다는 내용인데 같은 이야기가 계속 반복되며 정신없어 보이는 느낌도 자주 들었다.
이런 정신없는(?) 이야기는 처음이라 당황스럽기도 하고 의아했지만, 계속 책을 읽다 보니 반복되는 내용에 특이한 매력이 느껴지기도 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보트하우스>는 어릴 적 나와 크누텐의 아지트 같은 곳이었다. 어릴 적 친했던 '나'와 '크누텐'. 그들은 항상 붙어 다니는 친구였다 밴드를 하겠다며 스탠드 마이크를 보트하우스로 옮기고, 쇼파도 만드는 등 그곳에서 함께 자라며 많은 추억을 만들었던 장소이다. 그런데 어느 날 크누텐이 떠나고 현재 그들은 10년 이상 보지 못한 사이다.
크누텐은 고향을 떠나 교사 일을 하며 가정을 꾸렸고, 여름휴가차 그의 가족들과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나는 도서관 가는 길에 크누텐과 그의 가족들을 우연히 마주치게 되고 오랜만에 만난 그들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나는 크누텐에게 그날 저녁 피오르에 나가 낚시를 할 거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저녁에 낚시를 하던 곳에서 크누텐이 아닌 혼자 낚시를 나온 크누텐의 아내를 마주친다. 둘은 같이 낚시도 하고, 섬 산책도 하게 되었고, 낚시를 하는 중간중간 저 멀리 뭍에 있는 크누텐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크누텐의 아내에게 그녀의 남편이 저기 있다고 말해줘야 하는데, 왠지 모를 불안감에 결국 못 본 척 하게 된다.
횡설수설하는 이야기 속에서 어린 시절 나와 크누텐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 뒤로도 산책을 하다가 크누텐의 아내를 마주치고, 마을 축제에서도 아내를 마주친다.
그런데 이 아내도 조금 이상하다...?? 이 무슨 '사랑과 전쟁'같은 전개인지...!
지금에 와서는 너무도 사소해 보이는 그 일들이, 그때 당시에는 훨씬, 훨씬 더 큰, 거창하고 비밀스러운 일로 보였어.
사실 그들이 보지 못했던 10년간의 공백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다시 마주친 그들이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현재는 서로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내용들로 나와있는데, 사실 어떤 사유로 크누텐이 떠나게 된 건지 자세히 나와있지는 않지만 후반부에 나와있는 작은 힌트들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책은 총 3파트로 나와있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나의 입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면, 두 번째 파트는 크누텐의 입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 파트가 더 재미있었다.
나의 입장에서 느끼고 생각했던 일들을 크누텐의 입장에서 다시 읽게 되니 똑같은 상황이라도 서로 다르게 느끼고, 생각하고, 추억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초반 횡설수설하는 이야기에 이게 뭐지 싶다가도 뒤로 갈수록 독특한 이 책의 매력이 빠져서 후반부로 갈수록 흥미진진해진다. 화자가 강박증처럼 반복해서 불안감을 내비치니 읽고 있는 독자에게도 불안감이 옮게 되는 느낌이다. 뭔가 불륜 같은 나와 크누텐 아내의 일에 계속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보트하우스>를 읽고 나니 작가의 다른 책도 접해보고 싶다. 그래서 같은 출판사에서 이전에 나왔던 <3부작>도 읽어 보려고 한다.
그 보트하우스처럼 지금은 모든 게 너무나 달라, 그곳은 정말로 큰, 거의 내 모든 삶이었던 곳인데, 그런데 지금 거기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대부분의 것들이 그렇듯이, 결국엔 아무것도 남지 않아, 그냥 사라지지, 모든 것은 달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