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권력에 의한 개인의
권리침해_분배적 정의
이 책의 ‘1부 국가와 형벌’은
형사(刑事), 즉 국가 권력이 사회의 안녕이라는 목적으로
법을 집행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형사 절차 과정에서 국가 아니 공권력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 일본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2006)에서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쓴 뎃페이나 가출 소녀에 의해 강간범으로 무고(誣告) 당해 다니던 직장[공기업]에서
권고사직을 당하고 가출소녀 모녀로부터 합의금 요구에 시달렸지만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30대 남성의
사례1)처럼 공권력에 의해 무고한 이의
인생이 망가져버리기 쉽다.
그렇기에 공권력을 견제하고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헌법 12조에 ‘인신(人身)보호의 자유’를 상세하게 규정해놓았다.
①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②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③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다만,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④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
⑤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 받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한다.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자의 가족 등 법률이 정하는 자에게는 그 이유와 일시·장소가 지체 없이 통지되어야 한다.
⑥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적부의 심사를 법원에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⑦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폭행·협박·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 자의로 진술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될 때 또는 정식재판에 있어서 피고인의 자백이
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일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거나 이를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영화 <부러진
화살>(2012)에 공감했던 이들처럼 많은 이가 사법부에 대해 불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문제가 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보다 사법부 가지고 있는 원천적 한계가 사법 불신을 더 증폭시키고 있다.
첫째, 법률 용어 때문에 당사자[원고/고소인/고발인, 피고/피의자]들이 법정에서 검사, 판사, 변호사가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예컨대, ‘기각(棄却)2)합니다’, ‘각하(却下)3)합니다’, ‘인용(認容)4)합니다’와 같은
말을 들으면 그 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둘째, 서면주의/수사중심주의보다
구술주의/공판중심주의가 실체적 진실에 다가갈 가능성이 높고, 최소한
당사자들의 불만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판사의 수5), 시간 제한 등으로 인해 서면으로만 재판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공판중심주의를 사법개혁의 기치로 내세웠던 이용훈 대법원장 재임(2005~2011)
시절 이후 무죄선고 비율이 0.28%에서 0.59%로
급증한 것을 볼 때, “수사 과정에서 불리한 진술을 하더라도
공개 재판에서 유무죄를 겨루어 볼 여지가 생긴 거”[p. 92]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소위 ‘리걸 마인드(Legal Mind)’와 상식의 괴리다.
미성년자일 때 자신과 닮은 형의 이름으로 시험에 응시, 필기와 실기 모두
만점을 받아 운전면허를 받은 이가 성인이 된 후 이 사실이 적발되어 무면허 운전으로 기소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까? 실제 판례[대법원 80도 2646]에 따르면 무죄가 선고되었다.
영화 <소수의견>(2013)에서
배심원들은 철거민 박재호가 자기 아들을 공격하는 경찰의 뒤통수를 몽둥이로 내려쳐 죽인 것을 정당방위로 인정하지만,
법원은 유죄선고를 합니다.
이러한 요소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민참여재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징역(懲役)이나 사형 같은 형사벌(刑事罰)은 보복을 위한 처벌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오히려 징역은 교화(敎化)와
교정(矯正)을, 사형은
일벌백계(一罰百戒)를 통해 잠재적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게다가 형사벌을 강화한다고 이러한 목적이 효과적으로 달성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인간적인 교도소나 사형제 폐지 등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일상에서 만나는 법_시정(是正)적 정의
1부가 어떻게 보면 ‘자유’를
다루고 있다면, 이 책의 ‘2부 권리와 자유’는 민사(民事), 즉 개인과
개인의 ‘권리’ 등의 다툼을 다루고 있다.
이 영역은 어느 당사자가 옳고 그름을 따지기 보다 서로 평등한 당사자 간에 고의 혹은 과실에 의한 손해, 손실이 발생했을 때, 이를 최대한 원래의 상태로 복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셈이다.
“민사소송의 목표는 양 당사자가 타협하여 최선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지, 갈 때까지 가서
궁극의 정의를 찾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민사소송이 고도로 발달한 미국에서는 95퍼센트가 소 송 중간에 조정이나 화해로 재판을 끝낸다고 합니다.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이것은 형사소송과는 다른 민사소송의 특징이기도 합니다.”[p.
164]
물론 이 영역이 형식적으로는 평등한 개인간의 문제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기업과 개인의 갈등이 문제가 되면 개인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기 쉽지 않다. 이미 불평등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2000)처럼 수질 오염 기업을 상대로 주민이 승소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주민이 아니라 기업의 노동자일 경우에는 더욱 불평등한 관계에 놓이기 쉽다. 그래서
“노동3권을
통해 ‘집단적’으로, (근로기준법 등을 통해) 개별 노동자의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보장하여 ‘개별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p. 241]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 <카트>(2014)나 드라마 <송곳>(2015)에서 표현된 것처럼 노동조합을 결성해서
집단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도 쉽지 않다.
개인과 사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도덕의 최소한이 법’이라는 얘기는 들어봤을 것이다. 문제는 그 영역을 어디까지로 규정할
것인가 이다. 즉, 어느 정도까지 도덕을 법을 강제해야 하는
것인가의 문제인 셈이다.
소위 금주법(禁酒法)이라고 불렸던
미국의 수정헌법 18조는 도덕을 법으로 강제하려는 시도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영화 <래리 플린트>(1996)는
또 다른 형태의 도덕을 법으로 강제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몇차례 전현직 대통령의 희화화(戱畵化)로 화두(話頭)가 되었던 ‘표현의 자유’가
그 타켓이다.
“여기서 날카롭게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래리 플린트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반드시
‘래리 플린트가 옳다’는 주장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즉, 래리 플린트의 행위가 바람직하고 옳기 때문에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 래리 플린트의 행위가 도덕적으로 잘못되었지만 그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며 법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도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p.
211]
법을 이해한다는 것
저자의 서문을 보면
“법조문 몇 줄 읽었다고 법을 알 수 이는 것도 아닙니다.
법조문 행간에 잇는 의미를 알지 못한다면 법조문 자체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검은 글자의 나열에 불과합니다”[p.
7] 라고 쓰여있다.
그렇기에 저자는 이 책을 실용적인 법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법이 제정되고 운영되는 ‘근본원리’를 이해시키기 위해 저술한 것이다. 책 제목이 <법학 개론>이나
<법학 입문>이 아니라 <법의
이유>로 되어 있는 것도 ‘법은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법의 근본정신을 되새기기 위한 것이 아닐까.
법조문 하나하나에 천착(穿鑿)하다
보면 법의 노예가 되기 쉽다. 하지만 법의 근본정신을 제대로 되새기고 있으면 법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법이란 어려운 것도 일상에 속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부엌에
있는 수많은 조리기구처럼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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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출소녀 강간 무고에 인생 거덜난 30代”. <법률신문> 2013.05.07. 혐의 없음 처분을
받은 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으나 패소[서울중앙지법 2012가합 3628] 했다. 가출소녀모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은 승소했지만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손해배상금을 낼 능력이 안 된다고 한다.(결국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함)
TV프로그램 [기막힌 이야기 실제상황] 189회 엄친아의 이중생활 편(2016.08.27)에서는 약혼자로부터 파혼도 당한 것으로 묘사되었다.
2) 기각:
원고의 청구가 이유가 없거나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한 결정[원고 패소]
3) 각하:
소송으로서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본안 심리를 거부하는 결정
4) 인용:
원고의 청구가 이유 있다고 해서 받아들이는 결정[원고 승소]
5) 홍성수, <법의 이유>, (arte, 2019), p. 50에
의하면 인구대비 판사 수가 독일의 5분의 1, 미국의 3분의 1수준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