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예술 종합 안내서.
쉽게 다양한 분야를 잘 보여주는 글이다. 예술 분야 많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이해가 없어서 그것을 알기가 더 어렵기에 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교양이란 것은 예술의 이해가 아닐까 한다. 이런 교양을 우리에게 전달해준다. 무엇보다 예술 전문가가 아닌 기자로써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쉽게 쓰여진 글이라 이해하기가 쉽다. 저자의 직업이 기자지만, 처음부터 문화적 소양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통해 그녀의 공부를 엿볼 수 있다. 또한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을 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KBS 클래식 FM 라디오 고정이라서 그런지 몰라다. 외국 아티스트들의 이름은 낯이 익고, 도리어 우리의 아티스트들은 처음 듣는 이름이 많아서 낮 부끄러웠다. 외국 음악이론이나 회화나 예술 사조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제법 있는데, 정작 우리의 음악이나 회화 등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것 같다. 클래식 FM만 봐도 대충 우리나라 국악을 방송하는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고, 대부분 외국 음악을 그것도 클래식을, 서양 고전이 우리의 클래식이 되어버린 기교한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동양 고전은 어디에도 잘 보이지 않는 것은 왠지 서글픈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 보면 많은 것을 알아가게 된다. 그와 동시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 같다. 우리의 것, 우리의 정체성 등을 많이 말하지만, 과연 우리가 아는 우리의 예술이나 삶은 이 정도인지 몰랐기에.
예술과 감상, 예술을 인정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과연 예술은 존재할까? 물론 존재하겠지만, 그 가치가 높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감상이란 것도 그저 쉽게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흔히들 아는 만큼 볼 수 있다는 말이 정답일 것이다. 예술은 미, 서양철학사 아니 동양철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미, 과연 어떤 것이 미일지는? 감정은 공감이 가장 큰 공명이 아닐까? 어떤 그림을, 어떤 공연을 마주하고 함께하는 공감이 가장 큰 희열이고, 예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 아닐까.
서양화, 너무 많이 본 그림들 어떻게 보면 식상한 그림들, 하지만, 명작은 명작이기에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그림의 가치를 잘 모른다. 우리 것에 대한 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양에서 유명해진 후 그 가치를 인정 받는 일은 일상적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몰라주던 가지를 발견한 사람들, 그들이 진정 예술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일반인으로써는 개인적인 감상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러나 여기에 배움이 더한다면 좀 더 수준 높은 감상이 가능할 것 같다. 각종 공연 전용 홀의 부재, 작은 시장이 우리의 현실이기에, 이 와중에서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예술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언제가 당신들의 노력이 인정받을 날이 오겠지요.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배운 것은 종합예술(무용, 연극, 뮤지컬)이다. 워낙 접해 볼 기회가 없었기에 관심이 적었기에 아는 것도 적었다. 그래서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정말 우리 춤에서 최승희는 알아도, 한성준을 몰랐고, 조택원은 더더욱 몰랐다. 그리고 “세계에 내놓을 우리 춤이 있는가” 등을 읽고 우리의 예술의 현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저자가 전공자가 아니지만, 탄탄한 기본적인 이론과 저자의 배움이 우리를 예술 공연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 같다. 모두 손을 잡고, 공연장이나 전시관으로 향하기를.
* 이 리뷰는 예스 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의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예술과 친해지기 위한 가이드 북 - 四月 四週 次
인간에게 예술이란 무엇인가? 를 생각해봅니다. 고대 동굴속에서 찾아낸 그림들. 그 그림을 그린 자는 누구였을까? 무리 중에서 사냥은 안 나가고, 고기만 축낸다고 왕따로 취급받진 않았을까? 아님, 반대로 존경을 받았을까? 왕년에는 사냥에서 한 가닥 했지만, 어찌하다 다쳐서 동굴속에서 무료한 시간을 그림이나 그리고 있진 않았을까?
"힘들고 지친 삶을 예술감상으로 힐링"하기 위해 일단 따라가보겠습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응용과학의 범주라고 우기듯 생각하고 있는 의학을 전공한 탓에 예술에 대한 감각을 제대로 키워보지 못했다고 변명하면서 이 나이에 이르렀습니다. 당연히 같은 전공을 하시는 분들이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전문가에 버금가는 소양을 자랑하는 것을 부러워하면서도 따라잡기기 되지 않는 자신을 탓하고 있다는 말씀도 드립니다. 예술의 영역을 담장 밖에서 넘겨다보면서 꼭 그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다는 욕심만 앞세우며 살아온 셈입니다. 모 과자광고에 나오는 욕심 사나운 치타처럼 말입니다.
그런 저에게 김소영 기자님이 쓴 <예술감상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67가지>는 제목이 우선 눈에 쏙 들어왔다고 하겠습니다. 예스24 리뷰어클럽에 들 수 있었기 때문에 얻은 행운에 감사하면서 바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목차를 보는 순간 생각이 많아지고 말았습니다. 모두 네 장으로 나눈 글들은 총론에 해당하는 ‘예술과 예술감상에 대한 단상’에 이어, 공간예술분야의 서양화, 한국화, 사진, 그리고 시간예술분야의 클래식, 오페라, 국악, 그리고 종합예술분야로 무용, 연극, 뮤지컬 등의 감상에 대하여 적고 있습니다.
출장을 많이 다니다 보니,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곳에 있는 식당의 대표적 특징은 메뉴판이 좁을 정도로 많은 식사 종류가 적혀 있지만 막상 음식 맛이나 반찬이 입에 꼭 맞는 경우를 본 적이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여행을 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취향을 고려하다보니 메뉴가 많아질 수밖에 없고 당연히 맛이 따라가지 못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예술감상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67가지>에서 다루고 있는 무려 아홉 가지나 되는 다양한 예술영역을 제대로 감상하는 법을 정리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예술은 믿기 힘들 정도로 광범위해서 책 한 권에 담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모두에 적은 것을 보면, 저자 역시 이런 점을 우려했던 모양입니다. 특히나 “나의 경우 연극이나 뮤지컬, 클래식, 발레는 상당히 많이 보았으나, 국악과 판소리, 창극은 상대적으로 덜 보았고, 무용은 그보다 띄엄띄엄 보았다.(309쪽)”고 고백하면서도 관련 분야의 감상에 대하여 적지 않은 분량을 적고 있어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헷갈리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흥미롭게도 저자는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답하는 식으로 독자에게 예술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1장의 세 번째 글에서 ‘예술이란 도대체 무엇일까’라고 묻고는 다섯 번째 글에서는 ‘인생은 살만하다고 가르쳐주는 것이 예술’이라고 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술을 움직이는 인문학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예술을 제대로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본적으로 감탄과 감정이입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처럼 예술작품도 분석적으로 들여다보는 사람은 그 작품의 참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잡지 못하게 된다고 합니다. 또한 작품에 담긴 의미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때로는 대중이 공감할 수 없는 깊은 의미를 부여하는 작가나 평론가로 인하여 예술에 대한 혼란을 부를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내비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최근 전직 대통령의 생가에서 벌인 팝아티스의 퍼포먼스를 두고 찬반이 갈리고 있는 모습에 꼭 맞는 이야기 같습니다.
책 말미에 정리한 인터뷰를 통하여 저자는 “(예술의) 각 장르별로 상식으로 알아두면 좋을만한 내용을 모아 제 생각을 덧붙여 책을 쓰게 되었다.(367쪽)”고 적고 있습니다. 67 꼭지의 글 가운데 특히 예술의 개별 장르에 대한 내용을 보면 주제에 관한 배경 혹은 역사 등을 요약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 경우도 특정 분야를 이야기할 때 그 사안의 오늘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훑어보면 이해가 쉽다는 생각을 합니다. 결국은 예술을 제대로 감상하는 지름길은 해당 분야에 관하여 많이 공부하는 길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처럼의 사족입니다만, 종합예술 감상을 논하면서 저자는 조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조명이야말로 ‘연출가가 가진 취후의 무기’라는 말처럼 다 된 음식에 뿌리는 양념, 그 중에서도 소금과 같은 것이다.(362쪽)”라고 적은 부분에서 대학시절 연극부에서 조명을 맡아하던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조명팀이 대본읽기 단계부터 연출과 같이 하면서 작품을 같이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은 연출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조명 콘티를 짜기 위해서였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문화부 기자로서의 감각을 잘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라고 하면 흔히 유명한 사람의 말을 인용하거나 명작의 한 구절을 인용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만, 저자는 자신의 경험에 적절한 인용을 살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
예술 감상 초보자가 알고 싶은 것이 67가지라는 제목을 보고 놀라지만 차례를 보고나면 더 놀라게 됩니다. 예술과 예술감상에 대한 서론에 이어지는 각론은 서양화, 한국화, 사진, 클래식, 오페라, 국악, 발레, 한국춤, 연극, 뮤지컬을 총망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방송사 문화부 기자로 일하면서 처음 맡게된 분야인 뮤지컬을 필두로 담당하는 분야가 바뀔때마다 고군분투하며 사람들과 만나고 배우며 알게 된 예술감상 포인트를 소개하여 초보자들에게 길잡이 노릇을 하려는 충정이 보입니다. 책을 읽어 나가며 그 동안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기도 했던 서양화나 오페라에 대한 부분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이 없었지만 오히려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었던 국악, 한국 춤이나 발레에 대한 소개는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감상의 입문서로서 이 책은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들을때 음악과 무관한 여러 생각들이 팝콘 터지듯 떠오른다는 저자의 표현은 참 재미있습니다. 요즘은 팝콘도 여러가지 맛으로 골라먹는 즐거움까지 주듯이 다양한 예술 장르에 대해 톡톡 튀는 감상을 전하는 이 책도 팝콘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이 예술감상을 안내하는 여타의 책과 차별화되는 것은 문화부 기자가 살아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술로 담당분야를 옮기면서 쏟아지는 전시회 관련 이메일과 인쇄물을 정리하기 위해서 USB를 사서 화가의 이름별로 ㄱ,ㄴ,ㄷ...로 라벨을 붙여서 자료를 정리해서 공부했다는 경험담은 좋은 팁이 될 것 같습니다. 화가별로 작풍을 알게되어 그림보는 눈이 생기고, 좋아하는 화가가 생기면 갤러리에서 작품을 사기도 하는 것이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걸어가는 길일 것입니다. 저도 그림을 세 번 구매했는데 원래 알고 지내던 분들의 개인전에서 샀던 것이라 저자처럼 치열하게 공부하고 뼈대있는 작품을 고른 경험은 아직 해보지 못한 셈입니다. 그러나 좋아하는 그림을 사지 않더라도 전시회나 아트페어에서 좋은 그림을 감상하는 것 만으로도 예술적 향기는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밤으로의 긴 여로》의 작가 유진 오닐의 딸인 우나 오닐이 찰리 채플린과 결혼하고, 그들의 딸인 빅토리아 채플린은 배우이자 연출자인 장 밥티스트와 결혼하여 오렐리아 띠에리라는 딸을 낳았다고 합니다. 빅토리아는 오렐리아와 함께 <속삭이는 벽>이라는 마임극을 만들어서 유럽평단의 극찬을 받았다고 하니 오닐과 채플린의 유전자가 대대로 이어지며 연극계의 명가가 되었네요. 예술자체 만큼이나 예술가들의 삶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까닭에 이런 뒷 이야기도 무척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한 권의 책으로 묶여지기에는 글의 성격도 다르고 소재도 다양하기 때문에 산만한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계로 보입니다. 좀 더 젊은 시절에 이런 책을 접했더라면 저도 문화부 기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좋아하는 일이 생업이 될 수 있을테니까요.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이 도착한 날은 -하필이면- 뮤지컬을 보러 가는 날이었다.
중학생 때 뮤지컬을 보고 ‘내 스타일이야’란 운명의 종소리(?)를 들었던 나와,
예술이나 문화공연에 관심이 전혀 없던 남자친구가 처음으로 함께 공연장에 가는 날의 오전에 책이 도착했다.
뮤지컬이란 장르에 대해 잘 모르는 남자친구에게, 친절하고 멋진 비유를 해주고 싶었다.
막 도착한 책을 뒤적여 뮤지컬에 대한 부분만 슬쩍 읽어보았는데
‘뮤지컬은 날 즐겁게 해주려는 남자친구’라는 소제목,
‘모든 공연이 무대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일종의 생방송이지만 그 중에서도 뮤지컬은 뉴스와 가장 흡사하다.’이란 구절이 보였다.
‘아니, 이런 비유 밖에 실려 있지 않은 거야?’하는 실망감에 나는 한동안 이 책을 외면하고 말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니『오만과 편견』에 비할 법한, 잘못된 만남이었다.)
그리고 몇 주 후에 다시 맞이하게 된 책.
이미 실망 해버렸던 첫만남 후여서 그런가,
예술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자부하는 나를 도발하고 있는 듯한 제목도 달갑지 않았다.
굵게 박힌 제목 속에서 ‘초보자‘란 세글자가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의 문화 속에서 ‘초보’는 허겁지겁 신고 나온 ‘구멍난 양말’ 같은 것 아니었던가.
어디에서건 감추어야 할 것만 같고 괜히 누군가에게 들킬까봐 걱정되는 것.
괜히 ’난 너한테 초보라고 딱지 맞고 싶지 않은데?‘하는 신경전을 벌이면서 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81페이지를 보는 순간, 나는 멈칫하고 말았다.
‘미술관, 갤러리, 대안공간의 차이점‘이라는 소제목을 만나면서부터다.
‘차이가 있....어?'
그때까지 ’다 아는 내용을 풀어서 말하고 있네‘하는 삐딱이였던 나는 다시 처음부터 책을 정독했다.
다시 읽으니 책은 차분하고 알기 쉽게, 친절할 정도로 열심히 예술에 대한 이야기들을 가득 담고 있었다.
이런 개념을 하나라도 적용해야 현대예술을 해석할 수 있다. 이것이 예술철학자였던 아서 단토가 앤디 워홀의 <브릴로 상자>를 본 후 ‘예술의 종말’을 고한 이유다. <브릴로 상자>는 실생활에서 쓰는 브릴로 상자와 시각적인 차이를 전혀 찾아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예술로 정의되었기 때문이다. 작품이 무엇인지 알고자 한다면 감각적 경험을 이성적 사유로 바꿔야 한다. 머리를 식히려고 보는 예술인데 머리는 더 복잡해졌다. p.56
미술관에 가면 난 호들갑스러워 지는 편이었다.
이리 갸웃 저리 갸웃, 멀리서 봤다가 가까이에서 봤다가 하면서 나름의 감상법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나만의 포인트를 찾은 후에 제목과 비교한다.
제목과 내가 받은 인상이 다르면 ‘비내리는 시험지를 받아든 학생’이 된 기분이어서 미술관이 싫어지기도 했었다.
내가 감상하는 대부분의 현대예술은 작가의 내면 상태를 나타내는 추상작품들이 대부분이 되어 버렸고
때문에 그 마음 속을 들여다 보기 위해서는 다른 학문의 도구가 필요했던 것이란다.
그런 것이 초보의 발길조차 미술관에서 끊어버리게 하는 점은 아닐까. 내 나름의 감상으로 미술을 보면 안되는 걸까?
김소영 기자님도 이런 면에서는 내 편만 같다.
임금의 성은을 입으면 후궁이 되는 것처럼 평론가의 선택에 ‘예술품’으로 거듭나곤 하는 지금의 현실과
백남준 선생의 “예술은 사기”라는 말을 슬쩍 빗대는 부분에선
나만 이상한 것은 아니었구나 하는 위로를 받는 기분이다.
작품도 못 만지고, 사진도 못 찍고, 뛰어서도 안 되고, 말도 크게 하지 못 하는데 호기심 많은 애들은 왜 데리고 오라는 것인지. 그게 어렵다면 아이들을 살살 달래면서 볼 수 있게 어린이용 도록도 나오고, 재미있는 포토존도 있고, 구경하다 잠시 쉴 수 있는 의자나, 바깥에 나오면 음료수와 빵을 먹을 수 있는 작은 쉼터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아이와 미술관에 가는 길이 조금 더 수월해지길 소망한다. p.130
어린 시절에는 미술도, 클래식도 오감(五感)을 다 이용하여 느꼈던 것 같은데,
어른이 되어가면서 그림은 ‘미술시간’에 책으로 배우고, 클래식은 ‘음악 듣기 평가’를 위해 익숙해졌던 것 같다.
가끔은 정말 아무런 이론 없이 편안하게 보고 듣고 표현하고 싶은데.
아이들에게 '예술감상'은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그걸 위해선 어떤 문화가 준비되어야 할까.
움베르트 에코는 『장미의 이름』을 쓰고 특이하게 작품을 쓰게 된 경위를 『창작 노트』란 제목의 에세이로 공개했다. 에코는 소설 앞부분에 수도원을 소개하는 100페이지가령의 장문의 글을 ‘일부러’ 썼다고 고백했다. 소설로 들어간다는 것은 산을 오르는 것이며, 산을 오르려면 호흡법을 배우고 행보를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배울 생각이 없으면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게 낫다.”는 에코의 주장은 비단 소설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리라. 음악도 미술도 춤도 마찬가지다. 예술감상에는 분명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p.52~53
책 속에 들어 있는 사진 이야기, 그림 이야기, 그리고 발레와 우리 춤의 이야기 앞에서
나는 수없이 마음이 흔들렸다.
이름도 잘 알지 못했던 우리 화백이 주목받지 못했던 이야기나
퓰리쳐 상을 받은 이후 오히려 사람들에게 비난 받았던 어느 사진가의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해져 슬퍼지기도 했다.
뮤지컬에 있어선 수시로 뮤지컬 넘버를 모으고 흥얼거리고
기회가 닿으면 직접 보러 가거나 무대 장치에 대한 정보를 공부하던 ‘우등생’이었지만,
‘예술 전반’에 있어서 나는 ‘초보자’가 맞았다.
책을 반쯤 읽으면서부터 날이 선 눈초리는 슬그머니 내리고,
‘김소영 선생님‘의 좋은 말씀을 전해 듣는 ’예술 감상학(?)‘ 학생으로 빙의되었다할까,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워졌다.
콕 짚어 지적한 그 ’초보자‘란 낮은 자리를 인정하니 우리의 만남은 아름다워졌다.
감상하기 편하게 많고 많은 그림이나
작가(작곡가,예술가)의 연대기가 실려 있는 책은 아니다.
유명한 이름 뒤에 숨은 뒷이야기나 사소한 팁들을 많이 많이 실어놓았을 뿐이다.
아는 만큼 관심이 가고 관심이 생기면 직접 만날 수 밖에 없는 ‘예술 애호가’로 나아가는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해서일까.
이 책을 읽으면 발끝에 신경을 쓰느라 당당히 걷지도 못했던 ‘구멍난 양말’을 벗어던질 수 있다.
시원한 걸음 속에서 발이 아닌 다른 것에 온통 집중할 수 있는 것처럼,
그림 속 아름다움이 보이고 발레리나의 동작이나 의상 속에서 이야기를 보며, 뜨거움이 느껴지는 판소리를 열렬히 들을 수 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책이 다시 보였다.
오래도록 간직해도 좋을, 깔끔한 예술 감상의 길잡이 책으로서 와닿는다.
사진이나 그림 설명에서 부족한 이미지는 직접 감상하러 다니는 것으로 보답해볼까?
미술관이나 클래식 공연장에서, 혹은 외국인들이 가득찬 판소리 공연장 같은 곳에서 주눅들지 말자.
책을 읽은 후라면, -적어도- 우리는 더 이상 초보가 아니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