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가
알렉스 비어드/신동숙
글담출판사/2019.10.28.
sanbaram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교육은 더욱 중요하게 부각된다. 그러나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바른 교육인지에 대해서는 시대나 국가에 따라 서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 물론 교육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어떤 것이 최선인지 고민하게 된다. 이런 문제를 세계적으로 어떻게 접근하고 실천하고 있는지 <앞서가는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가>에서 살펴본다. 저자는 영국에서 영어교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후 10년간 교육계에 몸담았다. 이후 런던대학교 교육연구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모든 학생의 잠재력을 키우는 데 목표를 두고 교육분야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앞서가는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가>에서는 “뇌의 학습 과정에 관한 신경과학자들의 설명,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는지, 비판적 사고에서 기억의 역할, 창의성은 자유와 외부와의 연결을 통해서만 발달할 수 있다는 점, 모든 걸 다 알아야 하는 게 아니라 배우는 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 가르치는 법이 21세기의 궁극적인 기술이 된다는 사실 등 교육을 둘러싼 전방위적인 이야기들을 살펴보게 될 것입니다.(p.7)”라고 서문에서 말하고 있다. 제1부는 ‘새롭게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간의 발달을 새롭게 생각하는 과정은 기술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2부는 ‘더 잘해야 한다’는 권고다. 지금의 학교들은 정해진 목표를 이루어내는 데에는 꽤 효과적이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는 아이들이 스스로를 표현할 방법을 기르고,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을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교육의 가장 고귀한 목표다. 제3부는 어째서 더 깊이 ‘관심을 가져야’하는지를 설명한다. 앞으로는 학습의 윤리적, 인간적 측면을 재발견해야 한다는 것이다.
“끝없이 쏟아지는 정보의 시대에 가장 값진 것은 집중된 관심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정보통신 기업들의 진수는 바로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능력이다.(p.133)” 일반적으로 집중한다는 것은 그것이 장기기억에 남게 될 것이라는 의미라고 했다. 집중하지 않고서는 배울 수 없는 것이다. 크리스토 둘루는 ‘기억은 생각의 잔여물’이라고 설명했다. 윌링햄의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는 교육에 뇌 과학을 접목한 분야의 기본서로 통하는 책이다. ‘우리가 하는 활동들은 대체로 늘 해왔던 활동’이라면서, 인간의 뇌는 ‘생각을 위해 쓰이도록 고안된 것이 아니라, 생각을 회피하는 쪽으로 만들어 졌다’고 설명한다.
“코딩은 거의 무엇이든 창조할 수 있는 수단이다. 과거에 프로그래머들은 정보통신 기술을 지원했지만, 오늘날에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상상하고 현실화 한다.(p.197)” 프랑스의 에꼴 42의 홍보 비디오에는 21세기 셰익스피어들이 마치 시인이 언어를 풀어내듯 코드를 짜 나갈 것이라는 예측이 담겨 있다. 그런 측면에서 사디락은 에꼴 42를 고대 예술 학교에 비유했다. 그가 생각하는 평생학습의 비법을 이루려면 창조성과 또래 비평이 꼭 필요할 듯했다. 에꼴 42는 특정 기술이 아니라 학습 방법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코딩교육에서 미술을 가르치면서 일주일에 그림 열 개를 그려야 한다는 규칙을 정해놓고, ‘좋아, 저기는 파란색, 그 옆은 빨간색으로 칠해야 해!’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 식이라면 “얼마 안 가서 예술가들이 탄생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학교는 생각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행동은 너무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창의력을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나서 행동하고, 행동하고 행동하는 식으로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행동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순환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p.222)” 미래의 가장 가치 있는 노력은 인간의 잠재력을 개발하는 것이다. 배우고, 의미를 찾고, 창조하고, 협력하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은 교사들의 책임이 되었다.
“이 시대에는 과거와는 다른 많은 인간적 자질(공감 능력, 창의 성, 사회성)이 요구되며, 앞으로도 추진력, 결단력, 회복탄력성 같은 더 많은 품성 능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우리는 아무런 대비를 하고 있지 못한 까닭에 미래에 대한 불안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이 시대에는 정신 건강 문제의 확산이라는 사회적 그늘까지 드리워져 있다.(p.357)” 우리가 마시멜로로 측정하는 것은 사실 의지력이나 자제력이 아니다.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요소다. 이 과업은 아이들 스스로 자신에게 적합한 상황을 만드는 방법을 찾도록 유도할 것이다. 그는 아이들이 전략을 갖추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알아내기를 원했다.
“배움은 실제로 퇴보할 수도 있어요. 현대인들이 해결해야 할 기본적인 욕구가 늘어나면서, 비판적으로 사고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그렇다고 사람들이 노예처럼 사는 삶이 좋아서 그러는 건 아니예요. 그저, 더 안정된 삶을 바라는 것이지요.(p.429)” 교육의 물질적인 보상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체계를 관심과 보살핌을 중심으로 재편해야 할 당위성이 더 커지고 있다. 우리는 타고난 학습자다. 우리가 생각을 기계에 아웃소싱하면 우리의 지력은 감소한다. 학교를 권한과 계층 중심으로 만들면, 잠재적인 창의력과 그 체계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의 지속적인 성장 능력을 잃는다. 학습은 알고, 행동하고, 존재하는 것에 관한 문제다. 그 방법이 무엇인지를 듣고 배우지 않으면 전문성에 절대 이를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그와 동시에 남에게 듣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근본적인 역설이 존재한다.
“우리는 실험하고, 시도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실패해 보아야 한다. 우리는 지금껏 남들과 함께 생각해왔다. 배움은 인간이 되는 길이었으며, 실수도 마찬가지 였다. 컴퓨터 시대는 우리 삶에서 위험을 제거하고, 모든 사람들이 똑같아지도록 만들려고 한다.(p.486)” 하지만 우리에게는 위험이 필요하다. 위험은 실패를 의미한다. 실패는 배움의 유일한 길이기 때문에 우리는 함께 실패하고, 더 잘 실패해야 한다. 그런데 이 세상에서 우리가 안전하게 실패를 경험할 수 있는 장소는 학교, 단 한 곳밖에 없다고 학교의 역할을 강조한다.
“지금은 아이들이 ‘알고 이해하도록’ 가르치는 대신 ‘배우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p.491)” 모든 아이들에게는 선천적인 호기심이 있고, 저마다 고유한 개별성이 있다. 그러므로 핀란드의 유명한 선생인 페카 퓨라가 말했듯이 표준화된 시험을 통과하는 것이 학습의 목표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궁금해 하고, 상상하고, 스스로를 표현하고, 분석하고, 비평하고, 질문하고, 과학자들처럼 탐구하는 능력을 촉진함으로써 학습 그 자체를 즐기는 쪽으로 교육에 대한 접근방식을 재구성해야 한다.
저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추구해야 할 학습혁명의 방향을 세 가지 큰 틀에서 제시한다. 첫째는 새롭게 생각하기로, 우리가 스스로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한 학습능력을 갖춘 ‘타고난 학습자’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더 잘하기’인데, 이는 ‘과연 어떻게 해야 타고난 학습 능력을 최대화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답을 구하기 위해 저자는 저마다의 교육 방식을 실천하고 있는 세계의 교육현장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세 번째는 ‘더 깊이 관심 갖기’로, 결국 교육의 목표는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의 일원을 키우는 것이어야 한다는 데 조점을 맞춘다. 무엇보다 21세기 교육은 경쟁보다는 윤리적, 인간적인 측면을 고려하고,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드론을 제작하고, 제작한 드론을 띄워서 삼림이 훼손된 지역에 나무 씨앗을 뿌리고, 모든 과정을 촬영해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하는 캘리포니아의 하이테크 고등학교, 초등학교 때부터 마음 챙김 명상법을 가르치는 코네티컷의 마그넷 스쿨, 세계적인 명문 학교 이튼스쿨의 교육 철학, 교사가 전혀 없이 시스템으로만 운영되는 코딩학교 에꼴 42를 비롯한 흥미로운 교육현장의 이야기를 듣고서는 ‘아, 이런 건 정말 좋다’는 생각을 해볼지도 모르겠습니다.(p.515)” 이 책은 그밖에도 공동체 관계, 열정과 투지, 사회적 책임감, 공동체의 역할, 교사들의 전문화 등 평소에 고민해왔던 근본적인 문제들을 색다른 시선에서 생각해볼 계기를 제공한다.
“모두가 공유하는 교육의 중요성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학습혁명의 기본 요건을 아홉 가지로 정리하는 것으로 책은 마무리 됩니다. 평생 배우고,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창의성을 발휘하고, 품성을 개발하고, 조기교육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협력을 도모하고, 교사의 전문성을 키우고, 첨단기술을 현명하게 활용하고, 창조적인 자세로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설명에는 저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p.516)”라고 역자는 말한다. ‘학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학생들에게 안전하게 실패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라는 것과 ‘교육의 미래는 우리 안에 있다. 모든 주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공동의 의견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라 생각한다. 이 책에 소개하는 여러 사례와 접근방식을 접하면서 사람들 마음에 담긴 생각과 해법이 한층 다양하고 깊어질 수 있기에 교육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