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지구는 바다가 70%를 차지한다. 하지만 바다는 인류 역사에서 늘 떨어져 있었다. 역사를 기록한 이들이 자신도 모르는 새 거의 모든 우리 과거의 이야기가 육지 편향적으로 기술되어 있고 생각되어 진다.
광활한 대륙을 달리는 징기즈 칸은 차치하고라도 우리는 영토 전쟁, 사람과 사람사이의 일도 모두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지역 중심이다. 바다는 늘 육지 기반의 나라와 사건의 주변부로 등장했다.
우리가 바다의 역사를 인류의 역사의 순간으로 제대로 가져오는 순간 그 역사를 더욱 넓게 온전히 보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나는 그저 해양사의 한 가지 모델, 하나의 출발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후의 다른 저자들이 더 포괄적이고 완결된 바다의 역사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이 책에서 나는 특정 연안을 따라가는 일부 해역이나 해수면, 또는 생산성 높은 어장뿐만이 아닌 바다 전체를 포괄하는 이야기를 전할 것이다. ---p.13
이 책의 저자 헬렌 M. 로즈와도스키는 미국 코네티컷 대학교의 교수이자 해양 연구 프로그램의 창립자로 해당 프로그램에서 10년간 연구하고 강의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저자는 과학사, 환경사 및 해양 관련 체험 과목을 대학에서 게속 강의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바다를 이해하기> 같은 해양사의 전문가다.
이 책에서 전하는 바다 이야기는 총 세갈래의 논의를 한데 엮은 것이다. 첫째는 심해를 포함한 바다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긴 이야기는 진화의 장구한 시간대를 거슬러 올라가 수천 년 전과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뻗어 있다. 바다는 얼핏 몰역사적인 공간처럼 보이지만 그 어느 것보다 역사가 깊이 각인되어 있는 곳이다.
모든 생물의 시작도 바다라고 보는 것이 옳다. 둘째는 인간과 바다의 관계는 연원이 매우 깊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더 밀접해졌고 산업화 및 세계화의 진전으로 인해 오늘날에는 그 어느때보다 각별해지고 있다. 셋째는 일과 놀이, 과학 연구 그리고 바다를 이용하겠다는 인간의 야심을 통해 집대성된 바다에 대한 지식은 흔적 하나 남기지 않는 바다와 인간의 관계를 매개하는 데 중심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한다.
이 지식을 통해 인류는 해양자원을 이용하고, 바다를 통제하고, 제국의 국력을 확대하고, 다양한 활동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무대로 바다를 개조 할 수 있었다.
바다에 대한 지식은 인간과 바다 간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그 생기를 불어넣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구성은 1장과 2장에서 바다의 역사 중 가장 긴 시간대를 다룬다. 바다가 얼마나 광대한 공간인지 이야기 한다. 1장 '길고 긴 바다 이야기'는 40억년 전에 시작된 이야기다. 지구가 형성되어 진화하는 동안 바다가 어떻게 형성되고 변하는 지를 이야기 하면서 바다 중심의 시각으로 논의한다. 바다 중심에서 이 시기를 논의하다보면 공룡도 연체동물이 지배했던 굴의 시대(Age of Oysters)를 스쳐가듯이 잠시 등장하는 짧은 시기처럼 여겨진다.
초창기 유인원과 호모 사피엔스가 바다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것은 인간의 종이 진화화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39억 년 전까지 지구는 우주 물질의 폭격에 시달리고 있었고, 불과 6500만 년 전에 소행성이 지구로 충돌하면서 공룡의 시대가 끝장났다. 지구 역사 초창기에 등장했던 생명체는 무엇이건 쉽게 파괴되었을 테니 지구상에는 생명체가 생겨나기 시작한 사건들이 무수히 많이 발생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화학적으로 거의 동일하므로 이들의 뿌리는 동일한 부모의 세포 계통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 --- p.24
2장은 '상상 속 바다'에서 1장에서 시작된 인간과 바다의 긴 이야기를 이어간다. 문화권마다 바다를 다루는 시각이 달랐다는 점을 제시한다. 일부 문화권은 바다를 자신의 세계 및 영토의 일부로 파악했던 반면 다른 문화권은 바다를 의식적으로 멀리했다.
15세기 전까지 인류의 기술 발전이 미치지 못해 해수면에서 분지 구역까지만 알려져 있고 이야기가 됐다.
신화는 대개 바다에 관한 지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캐나다 북서부의 해안 종족들은 카누를 타고 바다의 범람을 피해 도망치는 전설을 전하고 있고, 태국의 모켄족의 생존-이들은 2004년 쓰나미를 예측하고 고지대로 이동했다-은 바다에 대한 고대 전승이 현재화된 사례다. ---p.65
3장은 바다는 하나로 이어져 있다로 유럽 열강의 지리상의 발견 시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유럽인이 알고 있는 지구상 모든 육지간의 항로가 개척되었고, 바다의 자유라는 원칙의 토대도 형성되었다.
세계를 가로지르던 교역망은 제국주의의 토대를 제공했고, 제국주의 논리는 해양자원의 개발, 특히 대구어업을 강력하게 발전 시켰다고 한다. 근대 과학이 발전하면서 우리가 바다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 및 범위가 넓어지기 시작했다.
콜럼버스의 탐험이 지니는 역사적 의의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은 그의 탐험이 남북 아메리카 대륙을 구세계, 즉 유라시아 구대륙과 이어주었다는 것이다. 콜럼버스 교환이라는 말이 있다. 신세계와 구세계가 사람과 동물과 식물과 병균을 교환했으며 이러한 교환이 전 세계를 영원히 뒤바꿔 놓았음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실제로도 그러했다. 그러나 정작 콜럼버스는 자신이 도달한 땅이 유럽인이 알고 있는 땅이라는 확신을 버리지 않았다. ---p.119
4장 모든 바다를 헤아리다에서 이러한 과학의 발전과 바다의 이용 양상을 다루고 있다. 인간이 이용하지 않았던 멀고 먼 공해(Open Sea, 공해가 영어로는 열린 바다였다)까지 이용 영역이 확장되었다. 이제 바다는 과학의 영역, 대양을 횡단하는 통신 케이블을 위한 산업 환경, 바다에 매료된 세대와 호흡을 같이하는 문화적 대상으로 변모했다.
심해의 과학적, 경제적 발굴물과 더불어 바다는 문학 작가뿐 아니라 과학자와 탐험가를 비롯한 여러 저술가에게 영감과 전망을 제공하는 무궁무진한 원천으로 등극했다. 문맹률이 극적으로 감소하면서 일반 독자층이 급증했고, 바다 및 항해에 대한 출판시장은 19세기 들어 크게 팽창하여 해양과 관련없는 대중에게도 배와 항해의 세계를 알렸다. ---p.189
5장 산업과 바다는 산업화에 따른 전통적인 해양 활동이 집약적으로 바뀌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어장이 확장되면서 사람들은 바다자원이 잡히던 종래의 장소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자원을 알게 되었다.
제 1차 세계대전 떄 시작된 잠수함 전쟁은 심해의 세계가 지정학과 얽히는 계기가 되었다. 제 2차 세계대전은 바다 기반의 항공술을 지원하기 위한 유례없는 과학적 해양 탐구의 현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6장에서 '무한한 바닷속 세상을 꿈꾸다'에서 밝히듯 발명가와 사업가 및 관료들은 미국 서부의 미 개척지를 뜻하는 '프런티어'라는 비유를 바다에 적용해 바다 기반 산업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낙관론을 펼쳤다. 해양자원 소유권을 주장하는 쟁탈전은 수백년 동안 지속되면서 공해의 자유 관련 합의를 잠식하는 결과를 낳았다. 배타적 경제 수역 개념의 확대로 바다를 무한한 미개척지로 보는 허구에 종언을 고했지만 바다의 집약적 이용을 크게 막아내지는 못했다.
7장과 에필로그에서는 바다를 보는 새로운 시각과 바다에 대한 오락적인 접근에 기원이 있다. 스쿠버다이빙 기술 및 석유산업노동자, 과학자, 아마추어 다이버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에게 수중 영역을 동등하게 열어놓는 결과를 가져왔다.
바다는 인간보다 훨씬 긴 자연사의 주인공이지만 바닷속 생명의 기원, 특히 인간 종의 출현은 바다 역사가 가진 현재 내러티브의 출발점이다. 이 내러티브에는 인간이 포함되어 있을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인간은 늘 바다 옆에서 바다와 함께 살아왔다. 인류 전체가 바다와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살았던 것은 아니지만, 교역, 문화적 신념과 기후 등 바다와 연관을 맺고 있는 요소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온 것만큼은 확실하다. ---p.348
지금이야말로 바다의 역사를 써야 할 시기다. 이 책은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진짜 역사를 담고 있다. 바다가 들려주는, 보여주는 인류의 역사는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는 지혜를 알려준다.
이 책을 통해 바다와 세계사, 우리 인류와의 밀접한 관계를 새롭게 살펴보면서 해양사라는 바다가 우리에게 우리가 바다에 남긴 인류의 진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