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으로 읽는 세계사
이 책은
이 책의 제목은 『물건으로 읽는 세계사』인데, 부제는 <세계사에서 포착한 물건들의 파란만장한 연대기>다.
그러니 물건을 통해서, 즉 그 물건의 역사 – 유래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를 살펴보면서 세계 역사와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일본인 미야자키 마사카츠, 역사에 관련된 책을 많이 펴내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먼저 저자의 이런 생각에 동의한다.
<우리는 많은 물건과의 관계 속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물건에 관점을 둔 역사를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건의 이력’을 알고, 우리의 생활이 먼 과거로부터 이어져 왔음을 실감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6쪽)
해서 세계 역사를 우리가 실감할 수 있는 물건을 통해서 세계 역사를 조망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다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세계사 흐름을 볼 수 있는 장치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바로, 역사를 크게 보되, 공간 개념으로 나눠본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류 역사의 주요 무대가 되는 ‘공간’은 다음과 같이 다섯 단계를 거쳐 변화해왔다고 한다.
큰 강 – 대초원 – 대양 – 산업도시 – 지구
큰 강 유역에서 대농경사회가 성장하였으며, 대초원에서는 유목민이 팽창하여 사회의 범위가 넓어지게 되었다. 대양과 관련해서는 대양에 항로를 개척하여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를 잇는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 산업도시는 거대한 생산의 장이 마련되는 배경이 되었으며, 이제 세계는 지역적인 모습을 띠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 지구적인 차원에서로 역사는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게 저자가 말하는 역사의 진행 방향이다.
그런 ‘공간’사(史)를 배경으로 하여 저자는 각 시대별로 나타나기 시작한 물건들을 살펴보고 있다.
제1장 큰 강 유역에서 만들어진 물건-사회 윤곽의 형성
(큰 역사의 흐름 - 농업 취락에서 도시, 그리고 제국으로.)
수로와 제방, 달력, 문자, 도장, 동전, 도로, 유향, 후추, 비단
제2장 대초원-유목민의 진격과 동서 문명의 대교류
(큰 역사의 흐름 - 이슬람 제국의 번영과 몽골 제국의 약동)
단봉낙타, 다우선과 정크선, 커피와 위스키, 바지와 벨트, 말, 화약
제3장 대양-‘신대륙’의 개발과 자본주의 경제의 융성
(큰 역사의 흐름 - 바다를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제패한다.)
캐러벨선, 토마토와 카카오, 은, 설탕, 튤립, 청어와 양, 보험 -
제4장 산업 도시-산업혁명이 일으킨 세계사의 큰 변동
(큰 역사의 흐름 - 유럽의 산업혁명, 그리고 네트워크의 ‘대변동’.)
국기, 캘리코, 증기기관, 펍과 바, 레스토랑, 철도, 증기선,
백화점, 지하철과 전철, 금, 철, 신문, 전화 - ‘
제5장 글로벌 세계-세계화의 진행
(큰 역사의 흐름 - 미국을 축으로 돌아가는 대량 소비 사회)
자동차, 체인 스토어, 냉장, 냉동고, 달러, 비행기.
우리가 지금까지 배워오던 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로 구분하는 역사가 아니라, 공간을 배경으로 역사의 흐름을 꿰니, 훨씬 더 구체적으로 이해가 되는 듯 하다.
저자가 언급한 물건 중,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이 있다.
저자는 물건이 사회와 생활을 바꾸어 나가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패턴이 있다 하는데, 그런 패턴으로 물건들을 살펴보자.
물건이 넓은 지역에 전파되어 많은 사람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패턴.
사회의 전환이 새로운 물건을 요구하여 많은 물건을 만들어내는 패턴.
열쇠가 되는 물건의 출현이 새로운 물건의 체계를 만들어내는 패턴.
이런 세 가지 패턴에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물건중 어떤 것이 해당되는지 생각하고 읽어간다면, 역사가 더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게 될 것이다.
새롭게 알게 된 것들
그동안 『중용』에 거론되는 '동문동궤(同文同軌)'에 대하여 공부하다가, 그게 진시황의 업적 중 하나인 것을 알게 되었다.
중용 28장에 이런 구문이 보인다.
今天下 車同軌 書同文 行同倫 (금천하차동궤하며 서동문하며 행동륜이니라)
진시황이 문자를 통일하고 그때 통일되기 전 나라마다 다르던 전차의 궤도 폭을 같게 통일하여 중국 어디서나 같은 폭이 되게 통일시켰다는 것이다.
또한 전차가 용이하게 달릴 수 있도록 '치도(馳道)를 건설했다'는 기록이 나오는데, 치도가 어떤 형태인지 뚜렷하게 설명하는 것을 찾지 못해 안타까워하던 중 이 책에서 그 설명을 듣게 되었다.
<진제국에서도 수도와 여러 주요 지역을 잇는 총 길이 7,500 Km , 폭 약 70m 의 간선도로가 정비되었는데, 이를 치도(馳道)라 한다.> (46쪽)
다시, 이 책은
이 책으로 세계 역사를 시간적으로 뿐만 아니라, 공간적으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큰강, 대초원, 대양, 도시와 지구.
그렇게 공간을 구분하여 역사가 흘러가는 시간에 대입하여 보면서 이 책을 읽으니, 세계 역사가 종으로, 횡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각각의 물건에 따르는 역사까지도 정리가 되니, 새로운 눈을 가지게 된 느낌이다,
그래서 이런 말로 이 책을 정리해 볼 수 있겠다.
<물건은 사회 속에 자신의 ‘자리’와 ‘세력권’을 갖고 있다.> (8쪽)
이 중 '사회'라는 말을 '역사'라고 읽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