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요즘 쏟아지는 감성 에세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몇 문장 안에 그냥 그럴싸한 말들을 모아놓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서른의 연애>의 경우, 그냥 몇 문장을 가지고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기보다는 몇 년에 걸친 저자의 경험을 통해서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야기는 저자의 연애에 대한 것이지만, 읽다보면 내 지난 연애에 대해서 돌아보게 되고 같이 웃고 아파하면서 위로를 얻게 된다.
한 페이지에 몇 문장 안 담긴 책과 달리, 모든 글이 에세이 형식의 줄글로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장이 쉽고 술술 읽혀서 단숨에 읽어내려 갈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여자의 서른과 남자의 서른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중에 나온 서른의 책은 여자를 위한 책이 대부분... 현실을 이야기 한다지만 남자(?)의 감성을 이해했다고 보기 어렵다. 때론 그녀들만의 잔치로 느껴진다.
그런데 <서른의 연애>는 조금 달랐다. 일단 '우리 이런 남자가 되어보면 어떨까'를 말하는 것이 좋았다. 아마도 대한민국의 남자들이 듣는 연애/결혼 이야기는 투쟁과 과시 그리고 초라함이 대부분일 것이다. 20대에는 그런 이야기를 믿었다. 이것이 문제다. 한 마디로 야동보고 성교육 받은 것 같은 상황으로 보면 된다.
이런 상황에 노출되다가 서른이 되어보니 뭔가 잘못된 귀동냥을 했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지만 정말 필요한 조언은 듣기가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진정으로 필요한 이야기를 해줄 그 남자들은 오늘 저녁 술자리에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여자들이 관련해서 이야기 하지만 연애/결혼에 관해 조기교육 실패자들에게 들이대봤자 벽에 이야기 하는 꼴.
그래서 <서른의 연애>가 주는 감성과 스토리가 좋았다. 평범한 서른의 남자가 겪었던 삶의 기록이 수 많은 남성에게 필요한 연애/결혼의 기본기를 갖추도록 도와준다. 만일 연애/결혼에 관심이 있는 남자인데 귀동냥으로만 알고 있다면 이 책을 10번 읽었으면 좋겠다. 페미니즘으로 그들을 계몽하기 바란다면 일단 이 책을 그에게 선물하는 것도 좋겠다. 물론 여자는...이 책이 덜 달달할 수 있고 너무나 상식적인 내용인 것은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