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추석연휴를 이용하여 예술의 전당에서 관람했던 전시 덴마크디자인展 (리뷰 링크: http://blog.yes24.com/document/8963066) 이후 관심이 증대한 디자인은 결국 내년 추석 북유럽 여행 계획으로 이어졌고, 최근 더 큰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인테리어의 중요성을 날로 체감하는 중이다. 그런 와중 YES24 리뷰어 클럽을 통해 만나게 된 오자와 료스케 저의 <덴마크 사람은 왜 첫 월급으로 의자를 살까>는 제목처럼 그 이유를 간결하면서도 명료하게 설명해 주는, 주머니에 쏙 들어갈 팁을 전해주는 책이었다.
먼저, 저자 소개부터 하고 싶다. 내 경우 책을 읽게 되기 전 지은이와 옮긴이 그리고 출판 정보는 눈여겨 보는 편이다. 지은이 오자와 료스케는 '리그나'라는 디자인 가구 쇼핑몰(http://www.rigna.com/)을 운영하는 사업가다. 풍부한 사업적 경험과 인사이트를 담아놓은 이 책은 출장 차 북유럽을 방문하면서 만나게 된 덴마크 가구를 사람들의 '일상'과 '삶', 그리고 '가구'와 그들의 '문화'와 접목하여 '행복'의 요인 중에 '공간'이 가지는 필수 요인을 인테리어 전문가의 눈으로 풀어논 결과물이다.
특별한 점을 추가하자면 일본과 덴마크의 문화를 비교한 점도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하나 더 있다. 어릴 적 재밌게 본 일본 드라마 <달의 연인>의 감수를 맡은 경험도 있다는 그가 더 가까이 다가왔다. (일단 기무라 타쿠야가 나온 작품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나는 신뢰성을 높게 쳐 줬다. 이유에 상관 없이 나는 그의 팬이므로.)
이 책은 총 165페이지, 총 5장의 챕터로 구성되어 어렵지 않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이다. 제 1장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비밀>, 2장 <덴마크인에게 배우는 삶의 질>, 3장 <인생이 잘 풀리는 공간 활용법>, 4장 <꿈이 이루어지는 방은 무엇이 다른가>, 5장 <인생의 질은 공간이 좌우한다>로 나뉘어 각 장의 제목처럼 그가 말해주는 팁은 아주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고, 바로 활용할 수 있게 저술해 두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고, 메모를 하며 적어둔 구절 위주로 설명하자면, 덴마크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첫 월급으로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을 사는 이유는 바로 '공간=생활의 질=풍요로운 마음'이라는 원칙이 성립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 우리가 정리가 잘 된 집이나 혹은 사무실, 카페에서 공부나 작업이 잘 되는 이유는, 공간의 인테리어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과 더불어 그 풍요로움이 주는 집중력이 큰 영향을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북유럽의 날씨 때문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그들의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환경도 한 몫 하겠지만, 결국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물건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전제가 되어 그들은 내구성과 디자인이 중요시되는 인테리어와 가구에 투자를 한다는 사실이다.
일본이나 한국 같은 경우, 집으로 누군가를 초대하는 일이 보편화 되어 있지 않지만, 덴마크 같은 경우는 그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초대 문화가 외식보다 더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공간의 노출이 우리와는 다르게 접근한다는 점이다. 또한 '수제'와 '전통'을 존중하고 소비해주는 문화는 결국 브랜드로 정착되어 그 명맥을 이어 가치를 창출하는 그들만의 산업으로 발전시켰다라는 점이다.
저자는 덴마크가 행복 대국인 이유를 인테리어, 오랫동안 꾸준히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 소비, 가구 하나를 고를 때의 신중함과 노력과 열정, 옛것을 계승하는 정신과 그 과정의 소중함, 세계적인 가구 회사로 브랜드화 시키는 그들의 문화를 꼽았다.
돈을 쓰는 용도와 소비의 가치를 동양의 문화는 '자신'에게 집중된 반면 (내 경우도 그렇고), 그들처럼 공간에 투자해야 한다는 관점의 전환을 비판적으로 다루었는데, 전적으로 동의하는 점들이 많았다. 한 벌의 옷보다 공간에 투자하게 되어 얻게 되는 장기적인 것들은 결국 '행복'으로 종착된다는 점에서 말이다.
특히, 그가 언급한 인테리어 요인 중 '좋은 냄새'는 의아해 하면서도 내가 놓치고 살았던 포인트였다. 사실, 양키 캔들과 같은 디퓨저와 향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지만, 그 중요성을 나는 잘 모르고 살았다. 하지만 새 집으로 이사 와서 환기가 중요해지고, 현관에 들어설 때 유쾌하지 않은 '냄새'가 그 공간의 질을 좌우한다라는 점을 내가 바로 느낀 것이다. 인테리어는 향기에서 시작된다는 점에 밑줄을 그으며 고개까지 끄덕였다. 오감을 만족시키는 인테리어야말로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라는 점을 말이다.
그래서 내 책상에 아로마 가습기와 디퓨저를 두고, 내 집에는 항상 캔들로 포근한 향을 나도록 공간을 변화시키는 중이다. 그래서인지 요새는 '향'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중이지만, 이 또한 새로운 배움이라 생각하기에 즐기는 중이다. 저자는 인테리어의 팁으로 '방 하나하나 예술 작품 한 개씩- 원 룸 원 아트'를 추천했는데, 이 또한 전적으로 동의하며 읽어 내려갔다.
예술 작품이 없어도 살아갈 수는 있지만, 예술 작품이 있으면 자기 중요감이 충족되어 마음과 생활이 풍요로워집니다. 따라서 '원 룸, 원 아트'가 필요합니다. 부유층의 최종 도달점이라고 과장스럽게 표현했는데, 무엇이든 비싼 것만이 예술 작품은 아닙니다. 이름 없는 화가의 유화나 유명한 일러스트의 복제품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설령 작은 엽서라 해도 자신의 감성을 자극하거나 방에 장식했을 때 어울릴 만한 것 등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선택해 봅시다. (78쪽)
세계에서 활약하는 디자이너가 크리에이터가 유럽에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예술 작품을 가까이하는 문화가 상식으로 여겨져 아티스트의 사회적 지위가 그 나름대로 확립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예술 작품에 흥미를 갖는 사람이 좀 더 늘어나면 그야말로 크리에이터의 가치와 필요성이 높아져 더욱 창조적인 영역에서 경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79쪽)
솔직히 말하면, 나는 학창 시절 제일 싫어했던 과목이 '미술'이었고, 지금도 뭔가 그리거나 만드는 것은 소질이 정말 없는 편이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며 무료하고 공허했던 마음을 달래며 시작한 공연과 전시 관람은 결국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어졌고, 이제는 내 공간에 '예술'을 들여다 놓으며, 이를 인테리어로 활용하는 생각까지 갖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 '거실에 좋은 그림 하나 들여놓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 생각이 확고해졌다.
저자는 생활과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공간 상식으로 현관부터 식물을 구입하는 팁과 러그와 카페트, 의외로 중요한 벽시계와 침실과 주방, 화장실을 이어서 간단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의외로 우리가 무시하고 살았던 공간인 발코니에 대해서도 저자의 생각을 언급하였다.
이 책을 덮으며, 나는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찾아보았다. 거의 모든 소비패턴은 나의 운동과 쇼핑, 화장품, 기타 식비라는 '나 자신' 위주로 사용되었던 내역을 보며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 보기로 했다.내 공간에 대한 애정이 나의 행복으로 귀결된다는 점을, 그리고 내 인생을 바꾼다라는 것을 말이다. 러그와 디퓨저, 조명, 그림, 액자 등 사소한 물품에서부터 차근차근 나만의 공간을 꾸며보며 말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