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날이 많은 십대들과 만나오면서 기성세대로 자조적인 태도로 회한 섞인 말로 결혼에 대한 환상을 많이 깨왔다. 맞벌이로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지내면서 원하는 만큼의 취미생활을 누리고 사는 고마움보다는 집안일을 돕는 자신을 칭찬하며 아내에게 고마움을 강요하는 남편의 모습을 볼 때면 서글퍼진다. 자유인으로 살고 싶은 바람이 커질수록 역할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며 살아가는 자신을 짓누르는 무게는 컸다. 인간의 이기심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깊숙이 들어앉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인 사회는 관행처럼 자리해 여성의 삼중고를 강요하는 경우가 흔하다.
구성원들 간의 원만한 생활과 조화를 중시하는 사회일수록 역할에 부합하는 행동을 강요할 때가 많다. ‘남자답게・여자답게・학생답게・교사답게’ 등으로 행동에 제약을 두고 역할에 걸맞은 언행으로 생활할 때 사회는 순조로워질 것이라 여긴다. 자율적 선택 의지를 거세하고 관행대로 살기를 종용하며 부정적인 언행을 보일 때면 비난하기 일쑤였다. 성별 정체성에서 벗어나 평등한 유기체로 존중받으며 살아갈 사회의 모습과는 요원한 현실에서 차별을 합리화하는 요소는 제거되어야 한다.
사회학을 연구하는 저자는 남성의 부조리한 양태와 마초 기질을 드러내며 물리적인 폭력 아래 신음하는 여성의 실태를 구체화하여 한국 남성의 횡포를 고발하고 있다. 딸을 낳아 기르면서 경험했던 일화를 표현할 때 남성들이 보인 반응은 성역할의 프레임에 갇혀 지내왔음을 입증하는 셈이었다. 아이 엄마가 육아를 전담하는 일을 당연시하고 아내의 빈자리를 채워 육아에 참여하는 남편은 칭찬받는 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에서는 깨뜨리기 힘든 성역할이다. 주입된 남자다움의 프레임에 종속된 이들은 자신의 아버지가 보여주었던 행보를 반복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껍데기를 벗을 용기를 내지 못한다.
35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도 연병장을 돌고 기합을 받았던 군대에서의 훈련을 감내한 점을 자랑처럼 내세우며 그 시절을 회상하는 중년의 이야기는 점심시간의 휴식기에 이어졌다. 영양가 없는 군대 이야기가 나오면 현역으로 전역한 사실을 자랑삼아 가세하는 이들의 입담은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를 넘어 장교들 부인 사교모임 운전까지 쏟아져 나왔다. 5교시 수업을 알리는 종이 울렸을 때 교사들의 군대 생활의 일화는 일단락되었다. 상부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폐쇄적인 사회에서는 폭력을 합리화하여 고질적인 병폐로 치달을 때가 있다. 관심 병사로 낙인찍혀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집단 폭행을 자행하는 군대의 폭력이 근절될 수 있게 어떤 폭력도 묵인하고 넘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
개체로서 존엄성을 인정받아야 할 수평적 인간관계의 균형을 깨는 행동을 관성처럼 행하는 중년의 아저씨를 개저씨로 명명한 저자는 그들의 특징까지 언급하였다. 개저씨들은 가부장적인 사고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아랫사람을 함부로 대하고, 스킨십과 성적 농담을 일삼으며 존중되어야 할 사생활을 거리낌 없이 물어 상대를 당혹스럽게 한다. 부도덕한 성 윤리에 희생이 된 라이따이한과 코피노들의 비극적인 생활을 가늠할 수 있는 관련 글에서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무참히 짓밟힌 순정을 외면하는 한국 남자들의 모습이 부끄러웠다. 생물학적인 고유한 특징을 들어 힘을 과시하며 약자를 짓밟는 일은 어떤 이유에서든 묵인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남녀 모두 존중받아야 할 유기체로 이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으로 평화롭게 살아갈 당위성은 곳곳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 내말이~ ! 어릴 때는' 저 아저씨들은, 저 할아버지들은 왜 저렇게 이상할까?'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성인이 되어 보니 내 주위 남자애들이 점점 이상해지고 있는게 아닌가. 제일 이상한 게, 남자들은 나이들어가면서 별거 아닌 일로 자신을 무시한다면서 화 내는 거! (자매품 : 여자들은 나이들어가면서 별 거 아닌 일로 서운하다고들 하는게 이상하다)
저자는 1978년생이다. 아직까지는 한국의 이상한 아저씨 대열에 끼지 않는 나이. 사회학자인 저자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국내 현실을 토대로 여러 사회학 서적을 통해 한국 남자들이 나이들수록 이상하게 변해가는 이유를 파헤친다. 군대에서 폭력에 의한 복종을 배우고, 학교에서 권위주의와 경쟁 위주 문화에 물들고, 사회가 원하는 강한 남성상을 연기하다보니 공감 능력을 상실하고 약자와 여성 혐오를 당연시 여기게 된다는 것. 한쪽(여성)은 폭력을 조심하고 피하도록 길러지고 다른 한쪽(남성)은 폭력이 폭력인 줄 모르게 길러지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설명을 해도'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주는 이들이 한국에는 너무도 많다. '여성혐오를 중단하라'는 말에 '왜 모든 남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느냐'고 응수하는 이들이 대표적이다. 이때마다 "그런 뜻이 아니라, 한국처럼 성별 불평등이 심한 곳에서는 여자를 남자와 동급으로 보지 않는 시선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합리적 이성을 가지지 못한 누군가의 여성혐오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해명하다가는 말 그대로 논쟁하다가 지칠 뿐이다. 이와 비례하여 사회가 변화할 동력은 사라진다.
- 17쪽
그러나 저자는 남자가 일방적 가해자니까 반성하라는 주장만을 하고 있지는 않다. 남자 역시 이 잘못된 사회문화의 희생양이다. 그러나 잘못된 것을 다함께 이야기해보고 고쳐가면 될 것을, 그 놈의 '가오'때문에, 자신의 억울함을 더 약자인 여자들을 무시하거나 이용하면서 보상받으러 하다보니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것. 약해진 한 쪽(여성)은 생존을 위해 더 강한 남자 요구하게 되니 이 또한 악순환. 이 악순환을 끊어내자는 목소리를 남성인 자신들을 감히 여자들이 여자 주제에 공격한다고 생각하니,,,, 하아, 답답하다. 왜들 이러나?
해외 학자들은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한국의 자본주의가 유독 가파르게 성장한 이유로 (군부독재 외에도) ‘남자들의 사고방식’을 손꼽는다. 한국의 남자들은 ‘자본주의 노동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딛기도 전에 학교와 군대에서 이미 자본가가 ‘부려먹기에’ 최적화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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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쪽
저자는 군대에 주목한다. 위 인용부분에서처럼, 한국 남자에게 군대 경험이 얼마나 인성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며, 한국 사회에 군대 문화가 기본으로 깔려 있는지를 저자는 일관성있게 말한다.
전체적으로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았고 이건 좀,,,, 싶은 부분도 있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읽어보면 서로의 성장과 관계에 도움이 될 부분이 많은 책이다. 여튼, 제발 내 주위 남자들이 좀 이상해지지 않았으면. 얼마든지 존경하고 사랑해 줄 테니 같이 읽고 이야기하고 고민하며 같이 성장해가자구요. 이런 것을 함께 이야기해보자고 제안했다고 자신을 나쁜 남자로 몰고 무시한다며 화 좀 내지 말고.
책을 보는 내내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일말의 안심이 드는건 개저씨가 되지 않기 위해 꾸준히 노력중이라는 것이다.
몇가지 덧붙이자면 군대에서도 내가 받은 괴롭힘을 후임병들에게 되돌려주지 않았다.
대학에서도 선배들은 후배들 집합시키며 괴롭히는것 역시 내 학번에선 동기들과 그런일을 하지 않았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얼마전 강남역 살인사건에서나 일반적으로 갖는 여성에 대한 생각들은 아직 그 인식이 부족했음을 반성한다.
역시나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40년동안 살아오며 가급적 앞선 사람들의 악습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 노력했으나 부족한 점은 있는듯 하다.
그렇지만 책에도 약간의 아쉬움은 남는다.
너무 남자들에게만 그 책임을 돌리는 것 같다. 현재 성에 대한 남녀인식은 남자뿐 아니라 여성들도 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기 힘든건 인정하지만 여성들 역시 그러한 남녀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또한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문제는 남성들만 바뀌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남녀 모두 공히 함께 바꿔나가야할 문제이다.
얼마전 본 지식채널e 영상이 생각났다. 스웨덴인가 어디선가 남여간 동등한 성인식을 위해 환경이나 장난감 등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하게 적용하고 체험시키는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여자아이라면 분홍색이나 빨간색 소품, 남자아이라면 파란색이나 검은색 소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인식, 여자아이는 소꿉놀이나 인형놀이, 남자아이는 공놀이나 로보트 같은게 어울린다는 인식을 깨려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남성위주의 사회적인식을 깨려는 몇몇 단체를 중심으로 페미니즘이 사회적 의제로 간간히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학교내 학보 같은 형식으로 간간히 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관련한 책도 많이 출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이 책 역시 페미니즘 관련 잡지에 저자가 기고했던 글을 한 저자의 수업을 들었던 한 학생의 권유로 보완을 거쳐 엮어낸 책이라고 한다.
서두가 길었는데 사회적 성 인식, 그러니까 얼마나 우리가 남녀의 역할에 관해 뿌리깊은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지를 진단하고 이에 관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고쳐야 할 게 있다면 고쳐야 하지 않을까라며 다양한 사례를 들어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은 특별히 가부장적, 보수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던 나같아도 그럴 수 있겠다 싶은 부분이 간간히 있을 정도로 이런 저런 생각꺼리를 던져주었던 책이었다.
술집에서 주인아주머니를 친근하게 부르는 말이 왜 고모가 아닌 이모인가에 대한 글도 신선했고(책에는 안나왔지만 남자인 경우 삼촌이라고 하지 않고 사장님이라고 하지 않던가?) 예비군 훈련만 가면 이 현상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걸까 생각이 날정도로 말을 안들으면서 민방위만 되면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 이유가 뭘까에 대해 고찰한 부분도 신기했다.
또 여교사가 신붓감 1순위라는 이야기를 했다가 매장당할 뻔한 이야기와 더불어 그 이야기를 친구에게 했더니 뭐가 잘못된건지 파악못하고 그럼 은행원인가라며 되물었다는 에피소드에는 나도모르게 피식했다는. 딱히 어떤 의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편견은 멀리하려는 나에겐 나름 의미있게 읽혀졌던 책이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교육에 관심이 많이 가지게 된다. EBS다큐프라임 교육 관련 프로그램도 관심있게 보고 교육에 관련된 책도 많이 찾아보게 된다. 그러다 "진격의 대학교""우리는 차별을 찬성한다"를 읽으면서 오찬호박사님 저서를 찾아보게 됐다. 처음에는 충격이었다. 내가 대학교 다닐때보다 더 취업사관학교같이 변한 대학교가 기업에 입맞에 맞춰가는 현실이 어쩔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상하게 마음이 쓰리다. 학생을 가르치시다 보니 학생들에 대해 이 사회에 대해 더 적나라하게 직설적으로 쓰시니 더 끌려서 자꾸 박사님책에 손이 가게 된다.
이 책에서 내 마음을 제일 끄는 건 " 잘못을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폭력을 참지 않을 용기"
이 너무나 당연한 말들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 " 왜일까?"
아직도 우리 현실은 아니라고 말하고 자기 주장 하는 걸 그리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
이제는 바뀔 때가 된 것 같은데 교육도 아직도 말 잘듣고 시키는거 의문을 갖지 않고 최대한 많이 집어넣는 게 최상이다. 저자 말대로 대한민국은 군대다.
"내가 배워야 할 건 군대에서 다 배웠다."
남자들에겐 군대란 애증인거 같다.군대에서 보낸 시간을 증오하면서도 군대를 갔다와야 남자라고 자부한다.군대는 폐쇄된 공간이다. 일반 사회에서는 폭력이 정당화 될 수 없지만 군대는 그 특수성으로 폭력을 용인한다. 기강을 바로 세운다는 명분아래 군대 내 폭력문제가 불거져도 개인의 적응문제로 치부하거나 감추려고만 하니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고 군대 내 폭력문제가 점점 더 커지면서 괴물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모든 군인을 일반화 시키는 건 아니지만 하나라도 문제가 있으면 공론화 시켜서 문제를 바로 잡아야 옳은 사회다. "괴물과 싸우면서 괴물이 되는 남자들" 정말 무서운 일이다.
개저씨,꼰대- 반말을 하고,가부장적이고,무례하고 ,말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처음부터 그런 남자는 없다. 한국 사회에서 학교와 군대를 갔다오면서 폭력에 물들고 시키는 일에 토달지 않고 말 잘듣는 ,약자에게는 무자비한 환경에 노출되다 보니 , 괴물이 될 줄도 모르고 괴물이 되버린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회사에서 부려먹기 딱 좋은 상태가 된 남자들이 된 것이다. 내가 하는 행동이 어떤지도 모르고 너무나 당당하게, 당당함이 지나쳐 뻔뻔하고 무례하기까지 하지만 본인은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 느끼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인데 , 책을 통해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게 돼고 , 다른 관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잘 못된 것을 말 할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했다.
사회가 바뀌고 있고 사람들의 의식 수준도 바뀌고 있다
"모두의 한걸음이 세상을 바꾼다"
모든 대한민국의 남자가 위와 같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좀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선 불편하지만 진실을 바로 알고 인정하고 고쳐가야 한다.
남성 여성이 아니라 인간으로써 서로 존중받고 인권이 무엇보다 우선순위에 두는 사회가 되는 것이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일 것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