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하게 내리쬐는 견딜 수 없는 정오의 태양.
이 책의 첫 이미지다.
그리고 그에 맞서 저항한 주인공 뫼르소가 조용히, 그러나 강렬한 존재감으로 태양과 마주하고 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소설은 시작된다.
건조함,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그 건조함 속에 강렬함이 분명 숨을 쉰다.
1부 내내 뫼르소의 행동양식은 '일정한 거리 두기'다.
세상에 묵직하게 가라앉아 있는, 그러나 보이지 않는 부조리,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은 아니었을까?
참을 수 없는 뜨거운 태양이 그를 결국 폭발시켰지만,
그 태양은 매일매일 떠오르는 그의 일상의 일부였다.
그 날이 아니었어도 언젠간 폭발하고야 말......
뜨거운 태양 때문에 총을 쏴 버린 한 사나이의 이야기.
어쩌면 버겁고 고통스런 사회적 현실을
가장 적극적으로 돌파해버린 한 사나이의 행복한(?) 이야기.
길지도 않고 술술 읽힌다. 그렇다고 쉽지는 않다.
마지막 책장을 끝내는 나의 마음은 무겁다.
뫼르소는 끝에 가서야 진정 행복해졌지만.
다시 한 번 읽어야겠다.
<죽음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엄마는 해방감을 느끼며 모든 것을 다시 살아볼
준비가 되었던 것 같다. 누구도, 그 누구도 그녀에 대해 울 권리는 없다.
그리고 나 또한, 모든 것을 다시 살아볼 준비가 되었음을 느꼈다.
마치 이 거대한 분노가 내게서 악을 쫓아내고 희망을 없애준 것처럼,
표적들과 별들이 가득한 밤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처음으로
세상의 부드러운 무관심에 눈을 떴다. 세상이 나와 너무나 닮아 있고,
너무나 다정하다는 것을 마침내 확인하며, 나는 행복했고,
여전히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
p.176 중